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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73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2.02.04 20:41
조회
583
추천
16
글자
10쪽

12화. 그 여자2

DUMMY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눈을 감았더니, 세인이 사라져 있더라- 이것이 병사들의 증언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도 사람을 흔적하나 없이 죽일 수도, 어디로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병사들을 풀어, 근처를 샅샅이 수색하게 했으나, 머리털 하나, 옷가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만약 세인이 죽었다면 그가 남긴 류프레시아는 남아 있어야 했다. 그 검은 키피스 산맥의 키피들의 수장이 아니면 주인 외에 사람들의 손에 반응하지 않는다.

즉, 세인은 죽지는 않았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며, 세리에는 세인을 기다렸다.

배는 불어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아이는 태어났다. 그렇게 기다린지 벌써 8년...


***

“엄마, 스프 타겠는데요...?”

나는 화들짝 놀라며 국자를 휘젓고 불을 껐다. 아직도 마음이 조절되지 않는다. 바보같긴. 나 스스로가 멍청하게 느껴진다. 아직도 잊지 못한다니, 아니, 아직도 이렇게 동요한다니...

“루티아!”

“율리스?”

루티아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율리스에게 달려갔다. 율리스 아에닌. 루리안과 발로의 아들. 그는 루리안을 닮았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작고 예뻤다. 남자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선이 고와서, 볼 때마다 눈이 즐거워지는 것 같다.

“누나라고 부르랬잖아!”

“흐흥, 그러기엔 이제 나보다도 작은걸?”

“이게! 너 거기 안 서?!”

“그러게 음식은 남기지 말고 먹으라고 했잖니?”

“엄마, 미워!”

“후후후, 그러다간 나중엔 율리스 딸해도 되겠다?”

루티아는 퉁퉁 부은 표정으로 바짝 약이 올라서 율리스를 향해 달려갔다.

“얘들아, 5분 이내로 와야 한다?”

“네!”

저렇게 뛰어 노는 게 좋을까. 정말이지 지치지도 않는구나. 애들의 체력엔 정말이지 감탄이 나온다. 루티아는 아무래도 너무 말랐다. 원래는 정말 예쁜 아인데, 말라 보이니까 그게 반감된다. 너무 서운했다. 반면에 율리스는 밝고 활기차서,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금발이 너무나도 어울렸다. 왠지 모르지만 배 아프다.

접시를 꺼내고, 갓 구워진 빵을 잘라 애들이 먹기에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루리안과 발로는 바쁘기 때문에 율리스를 내가 돌보는 일이 잦았다. 임신하면서 아클리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나는 육아에 전념했고, 루리안도 그러고는 싶어했지만 그녀의 위치상, 그러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저 애들이 저렇게 같이 노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웃음이 그려진다.

애써 어른인척 하는 루티아나, 그걸 받아주면서도 허점을 찾아내 푹푹 찔러대는 율리스나. 정말 애 같이 않게 웃긴다. 한편으론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주변에 애들이 드무니까, 그것도 그 천진함을 받아줄만큼 여유로운 어른들이 없으니까, 저 애들은 보다 빠르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아야야. 좀 제대로 업어.”

“그렇게 버둥거리지마. 누나. 힘들단 말이야.”

“흥! 키 크다고 자랑한게 누군데 그래?”

또 넘어졌군,

난 한숨을 내쉬며 루티아를 업고 오는 율리스를 맞았다.


살짝 까진 무르팍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아 속상해. 나는 헝겊으로 피를 닦고 그 위에 약을 뿌렸다. 그리고 붕대를 감으면서 루티아를 불렀다.

“루티아.”

“네.”

기죽은 루티아의 표정.

“내가 또 이렇게 조심성 없이 다쳐오면 어떻게 한다고 그랬지?”

“한 번에 빵 두 개를 먹게 한다고 하셨어요.”

말 하면서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루티아를 보며, 나는 속으로는 쿡쿡 거리며 웃었지만, 겉으로는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약속은?”

“반드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알면 해야겠지?”

“네.”

율리스는 잘 먹는다. 행복한 표정으로 내가 만든 요리를 먹었다. 아 내 요리를 먹으면서 맛있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생겨났구나. 나는 아련히 생각나는 세인의 모습에 절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이지, 끔찍한 표정으로 내가 처음 만든 음식을 먹었었지. 이제는 그 사람도 맛있게 먹어줄 수 있을까.

“루티아.”

“네.”

“식기 전에 먹어야지?”

“엄마.”

루티아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건데, 도대체 우리 어머니는 내가 저런 표정을 지으면 어떻게 견뎌내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다 먹으렴.”

“으응.”

어쩜 저렇게 먹는 걸 싫어할까.

“다 먹으면 엄마가 목검하나 새로 깎아 줄게.”

“정말?”

루티아의 눈이 흥분으로 반짝였다. 저 빛나는 눈동자를 보니까. 꼭, 바다에 비치는 태양 같다. 나는 루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을 전부 검술로 옮겨 놓은 듯, 루티아는 검술에만은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목검을 하나 만들어주면 언제나 금방 부러뜨려먹기 일수여서 나는 무기를 소중히 여기라는 이유로, 한 동안 루티아에게 목검을 만들어주지 않았었다.

“이번엔 정말로 소중히 다룰게요!”

“또 밤새워서 대련하자고 할 거지. 누나.”

7살 짜리가 어쩌면 저렇게까지 어른스런 표정을 짓는 걸까. 루티아는 뒤로 빼는 율리스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당연하지!”


***

“자니?”

루티아는 율리스에 나무에 매달린 매미의 자세로 온 몸을 휘감고 잠들어 있었다. 반면 율리스는 얌전한 자세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는데, 이럴 때면 꼭 두 사람의 성별이 바뀌어 있는 것 같다.

나는 두 사람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세리에님.”

방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나는 그 사람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아클리스, 아니 아클리스 였던 사람 중 한명이었다.

“본부에서 남쪽 성문의 정리를 맡겼습니다.”

성문 앞이라, 도대체 몇 마리나 있을 걸까. 나는 머리를 틀어 올리고 갑옷을 입었다. 그다지 필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얼마 전에 한 번 대청소를 벌였지만, 금새 또 불어나 버렸습니다. 하아,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속도 일까요.”

“아니, 저기서 더 이상 불어난다는 건 무리야.”

“예?”

“이 세계가 얼마나 넓다고 보나?”

“그야 물론...”

그는 더듬으며 말을 흐렸다.

“못해도 전 세계의 인간을 다합치면 한 1억명 이상 정도는 나오겠지. 그럼 우리는 8년 동안 1억마리 이상의 괴물을 죽였을까?”

“무리겠군요.”

“그래. 1억마리를 먼저 죽이느냐, 아니면 우리가 죽느냐. 우리의 선택지는 이 두 가지 중 하나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루네르파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어디서, 먼 곳에서 괴물이 되어 버린 건 아니겠죠. 세인.

“본부에서 10명의 기사를 지원해주었습니다. 지금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필요 없어.”

“예?”

“거치적거릴 뿐이야.”

“...”

밤은 나의 세상이니까.


한 밤의 고요한 공기가 피부로 느껴진다. 성벽위에서 아래를 바라보자, 수 많은 기척이 느껴진다. 도대체 몇 마리나 있는 걸까.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궁금하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이 도시 바깥의 하늘은 언제나 검붉은한 기류로 뒤덮여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도시 안에는 완벽한 밤이 찾아올 수 있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루리안의 검이 태양의 검이라면, 나의 루네르파는 밤의 검. 어둠을 마시고 어둠을 낳는다.

“키에엑!”

한 때는 사람이었을 괴물들. 자잘한 천 자국이 남아 있는 몸은 이상한 근육으로 뒤덮여 쉴새없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눈은 붉게 충혈되어 흰자가 온통 붉게 보였다. 노란색 독이 침과 섞여서 바닥으로 떨어지자, 땅이 연기를 내며 녹아 붙었다.

“내가 먹을 걸로 보이는 건가.”

웃겼다. 누가 누구를 먹이로 아는 걸까.

-Skill1. Absolute Strike

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괴물의 목으로 파고드는 루네르파는 어떠한 저항도 없이 썩어버린 인간의 피를 먹었다.

“으어어어?”

이 괴물이라는 것들의 웃긴 점은, 어설프게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옆의 동류가 죽으면 분노하고, 그리고 강력한 힘을 보면 두려움에 몸을 주춤거린다.

얼마나 웃긴가.

빌어먹을.

“하나씩은 너무 오래 걸리는데. 한 꺼번에 오지 않겠어?”

“크아아악!”

루네르파의 섬뜩하디 날카로운 칼날은 뼈 째로 괴물의 몸을 베어냈다. 종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몸이 반으로 잘려 땅으로 내려섰다.

사방에서 몰아 닥치는 괴물들. 난 미소를 지었다.

“날 잡을 수 있을까?”

“크아아?”

“너희가 인지하고 있는 공간에, 과연 내가 있을까?”

괴물들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지만, 나는 잡히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크아아악!”

“그리고 너희는 어디에 있을까.”

-Skill2 Abyss of Moon mirror

하늘에 빛나는 달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청명한 은색의 빛으로 뒤덮이는 공간은, 밤과 어울어져 몽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시야를 점멸하던 빛은 빠르게 사라진다. 한 밤의 꿈처럼, 그 순간은 덧없이 사라진다.

“크아아아?”

인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치열. 괴물들은 고함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든다. 휘둘러오는 굵고 긴 손톱.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크아아악!”

괴물의 손톱은 자기 자신을 베었으니까.

“나는 누구일까.”

루네르파가 또 하나의 괴물을 베어간다.

“그걸 알지 못하는 이상.”

발로 괴물의 목을 차고, 손목을 휘둘러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너희들에게 미래는 없어.”

달의 거울이 깨져 버리며 사방으로 빛을 뿜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홀로, 이 곳에 있었다.


작가의말

좀 짧나? 라고 생각했는데 4천자가 넘어버렸네요. 허허;;
요즘은 정말이지 글을 쓰고 싶어서 쓰게 되네요. 이게 얼마만인지. 독자분들의 반응은 차치하고서라도, 저스르로가 이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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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88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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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3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69 12 8쪽
74 외전. 그 창조 +2 12.03.17 525 10 14쪽
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5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6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21 6 7쪽
70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1 6 8쪽
69 13화. 그 남자2 +2 12.03.12 458 8 9쪽
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1 11 14쪽
67 13화. 그 남자2 +1 12.03.09 629 9 9쪽
66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5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6 8 6쪽
» 12화. 그 여자2 12.02.04 584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28 9 12쪽
62 12화 예고& 2부 +1 12.02.02 542 7 2쪽
61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6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8 7 12쪽
59 11화. 그 격변은... 12.01.25 631 6 8쪽
58 외전. 그 탄생 12.01.11 435 6 6쪽
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47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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