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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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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67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2.02.02 02:06
조회
555
추천
11
글자
16쪽

11화. 그 격변은...

DUMMY

“이 몸은 미력하나마, 에쉬에일 가를 이끌고 있는 자, 파이렐 이라 하오.”

그의 인사에 루리안은 기품이 넘치는 자세로 마주 목례했다.

“루리안이라고 합니다.”

“과연, 대륙의 지배자 답군. 그대의 손에 죽는다면 그것또한 무인으로서의 영광이겠으나, 아쉽지만, 오늘 내 상대는 그대가 아니라오.”

“그런!”

“세리에, 나오거라.”

차갑게 굳은 그 목소리에, 세리에는 몸을 떨었다.

“우리가 그대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이 세상에 우리 가문을 배신한 자를 남겨둘 수는 없지. 그 정도는 이해해 주리라고 보오만?”

루리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명예를 더럽히더라도, 어쩔 수 없다. 세리에에게 아버지를 베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루리안은 그러한 생각을 하는듯, 세리에를 바라보다가, 결심한듯 입을 열려고 했다.

“나가겠어요.”

“세리에?! 무슨 소린지 알고 있는 거에요?”

“한때나마, 가문의 일원이었던 몸. 그 끝을 맺는데 제가 필요하다면 피할 수 없는 거겠죠.”

말리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는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며 세리에의 손을 꽉 쥐었다.

“괜찮아.”

그리고 세리에는 미소로 마주 화답했다.


일대 일의 대결.

그것은 부모와 자식간의 정을 내버린, 짐승만도 못한 잔혹한 사투.

에쉬에일 공작의 검은 정이라고는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움직임으로 세리에의 급소를 노렸다. 사자가 강한 이유는 교활하기 때문이라고 하던가. 세리에는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중점을 둔 듯, 그저 침착하게 검을 걷어내는데 집중했다.

“실망이구나, 가문을 버리고 나가서 얻은 게 겨우 그것이냐.”

“...”

에쉬에일 공작은 혀를 차며 공격을 이어갔다. 머리 허리, 다리, 쉴틈없이 몰아치는 공격에는 산을 가를 듯한 기세가 깃들어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루네르파는 비명을 질렀다.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강한 힘을 받아낸 세리에는, 자세를 달리했다.

“왜 그런 선택을 하셨습니까?”

“무엇을 말이더냐.”

“어머니를 그리 쉽게 내 주실 땐 아무 힘이 없는 이처럼 그저 침묵만 하시던 분이,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가없군요.”

파르르 떨리는 입가. 하지만 그녀의 말을 냉정한 비곰을 품고 있었다. 공작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가문을 위해서다.”

“어머니를 죽인 자들을 찾지조차 않으시더군요! 할아버님의 가문이 사라질 때도, 그 분을 위해 변론한번 하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래서, 그럼 내가 그 때 어떻게 하길 원했던 거냐.”

세리에는 그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공작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처럼 약해지기가 싫어서 검을 배웠습니다.”

그녀의 칼 끝이, 공작을 향했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이는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는 지금 강해졌다고 말하고 싶은 게냐.”

“...”

세리에의 검이 나헤의 흐름을 따라 펼쳐졌다. 느린듯이 은근슬쩍 펼쳐지는 나헤의 검. 그것은 사자의 발톱을 움켜쥐고 부드럽게 밖으로 밀어버렸다.

나헤의 무서움은. 바로 그 다음에 이어지는 그 일격에 있다.

놀라운 움직임으로 나헤를 막아낸 공작의 검은 그 끝이 루네르파의 날에 의해 부서져 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세리에의 맹공이 이어졌다. 에쉬에일 가의 검술일까, 레아일까, 아니면 나헤일까. 그 어던 형식도 가지지 않은 검은 공작의 손에서 그 검을 뺏었다.

“...”

잠시간의 정적 끝에. 세리에는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푸욱

섬뜩한 파육음.

공작의 가슴을 뚫고 돋아난 얼음의 칼날.

세리에의 크게 떠진 눈동자는 지금의 현실을 거부했다.

“아버지!”

빠르게 핏기를 잃어가는 그의 얼굴. 그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인다.

“네 엄마를, 많이 닮았... 구나...”

그리고 그는 세리에의 품에서 그대로 숨을 놓았다.

“너, 너 ,너! 어떻게...”

공작의 심장을 파고든 얼음 그 시작엔, 메이린의 손이 닿아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오빠, 보고 있어? 오빠 보고 있냐고! 내가 해냈어, 해냈다구!‘

미친 듯이 웃는 그녀의 모습에 세리에의 분노에 찬 눈동자는 힘을 잃었다.

“끌고 가.”

일개 마법사로서, 공작과 같은 중요한 인물을 단순한 원한 때문에 죽인 것은 분명히 중죄였다. 끌려가는 메이린은 그 속에서 웃고 있었다.

“아가씨.”

공작의 뒤에 시립해 있던, 기사가 편지를 내밀었다.

“이건...?”

“주군께서 남기신 겁니다.”

떨리는 손으로 그 편지를 받아든 세리에는 곧 눈물을 쏟으며 오열했다.

“그렇다면 말이라도, 말이라도!”

“세리에?‘

세리에의 입에서 나온 진실.

세리에의 어머니, 마리엔느를 비롯한 체크 후작가를 죽인 건, 전 국왕이었다. 언제나 바른 말만 일삼고, 타협을 모르는 그를, 전 국왕과 그를 시기하던 무리들은 은밀하게 공작해서 그 일가를 몰락시킨 것이다. 단순히 변론을 했다가는 오히려 마찬가지로 역적으로 취급될 정도로 그 증거가 너무도 치밀해서 공작은 분노를 삼키며 칼을 갈았다. 저택에 침입한 괴한들의 신원조차 밝힐 수 없는 그 상황. 그 한을 가슴에 다음채, 공작은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기회를. 그는 놓지지 않은 것이다.

“어머니는...?‘

그녀의 양어머니, 메르세데스 공작 부인은, 바로 그 후에 들어온 이다. 세리에의 말로는 그녀를 친딸처럼 아껴주었다고 한다.

“저택에 계십니다.”

“가지.”

분명 가문을 배신한 이였음에도, 그 기사는 묵묵히 그녀를 안내했다.


에쉬에일 가문의 대저택은 아직 전화에 휩싸이지 않은 그 모습은, 과거의 명성을 보여주듯, 기품있는 고풍스러운 형태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방문을 열었다. 언제나 티타임을 가지던 접객실. 어쩐지, 그녀의 어머니는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왔니?”

뚜렷하게 들리는 목소리. 그 청명함을 사랑했던 세리에였기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공작부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이리 오렴.”

언제나와 같은 미소. 언제나처럼 틀어올린 부드러운 살색머리. 또 언제나와 같던 풍경들...

“아버지, 아버지가...”

“그래, 결국 그리되셨구나. 딱한 분.”

공작부인은 세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꼭 관리를 해주라고 그랬잖니? 머릿결이 이게 뭐야.”

“어머니...”

“리에, 정말 훌륭하게 자랐구나. 이렇게 예뻐질 줄이야. 하긴 처음 만났을 때, 네가 얼마나 깜찍하게 귀여웠는줄 아니? 솔직히 날 싫어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데, 그런데 처음부터 넌 나에게 밝게 웃어주더구나.”

“어머니...”

“계모소리 듣기 싫어서, 더 너한테 엄하게 대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너에게 매를 들던 날... 아직도 기억난단다. 그렇게 울 거면서 왜 그랬냐고, 너희 아버지가 얼마나 핀잔을 주시던지. 참 매정한 분이지 않니?”

“...”

그녀는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다.

“세리에.”

“네...”

“이제는 너도 어른이니까. 혼자서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어머니?”

“세리에. 사랑한다.”

그녀를 품에 안은 채로, 공작부인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어머니?!”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녀의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세리에...”

세리에를 품에 안은 채 세인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슬픔에 동화되어서 일까, 아니면 그의 아버지가 생각나서일까.

그 슬픔 속에서 세인과 세리에의 입술이 겹쳤다. 그것은 서로 상처입은 동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핥듯이, 서로를 위로하는, 그래서 더욱 서글프게만 느껴지는 그런 입맞춤이었다.


“과연 위명이 쟁쟁하신 분답군. 아주 위풍당당해.”

새하얀 갑옷. 그것은 키아기사단의 갑옷과 일치했지만, 조금 더 화려하고 위엄있게 보였다.

“당신이 파일로스의 국왕인가요.”

“그래.”

평민들 사이에서 자랐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의 대화에는 거침이 없었다.

“당신을 만나면 묻고 싶었어요.”

“무엇을?”

루리안은 보라색 눈동자에 분노를 담을 채 물었다.

“도대체 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뭐죠? 어차피 반역을 통해서 왕이 된거라면, 당신은 충분히 바랄 수 없는 걸 이룬 걸텐데요. 또한 아에니스를 상대해서, 설마 승산이 있으리라고 생각한 건가요?”

“아아, 도박이었지. 아에니스가 썩었다면 우리가 이겼을 거라고.”

“당신은 당신이 만든 피가 가볍게 보이는 건가요?”

“글세, 내가 왕이라고 해도 말이야. 나라도 인간이거든.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지.”

“...”

“뭐,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지 말라고. 그래. 내 나름대로 세상에 살아 있다는 표시라도 남기고 싶었던 거니까 말이야.”

“..?”

“여기까지 왔는데 더 이상, 말이 필요한가. 검을 들지. 대륙 최강의 검호라, 그 검이 어느정도인지 느껴보 싶군 그래.”

그는 빈정대듯이 웃으며, 검을 뽑았다.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검, 검날은 상당히 투박했지만, 그 날에 새겨진 황금색 글씨나, 손잡이를 타고흐르는 금색의 무늬는 실로 화려해보였다.

“스킬세이빙웨폰(SkillSavingWeapon) 이라고 하던가.”

“당신이 어떻게 그걸!”

“초고대 문명에서 만들었던 4자루의 검. ‘공간을 비틀고, 흐름을 역류하며, 보이지 않으되, 찬란하게 빛난다.‘라? 무슨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 소린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걸 알면서도, 나에게 맞서겠다는 건가요.”

루리안의 굳은 표정에 그는 싱글거리며 그의 검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이것도 그 아류작쯤 되는 물건이라서 말이지. 꽤 재미있을 거야.”

루리안의 눈동자에 경계와 의혹이 새겨진다.

“뭐., 시작해보자구.”


뇌전을 부르는 검. 이라고 해야 옳을까. 그의 검에선 금색의 번개가 넘실넘실 솟아오르고 있었다. 가끔씩 탁탁 하는 소리도 들리는 것이, 곡 스파크가 튀기는 것처럼 보인다.

라그나쉬크의 검이 왕의 검과 맞붙는다. 그리고 라그나쉬크를 따라 뱀이 똬리를 치듯이 전류가 흘러들어갔다.

루리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제법 따끔하지? 그래도 이렇게 멀쩡할 줄이야. 보통 사람이라면 팔이 타버렸어야 되는데 말이야. 역시 너는 괴물이군 그래.”

루리안의 눈가가 떨린다.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두렵다.

“인위적으로 막고 있는 건가. 참 팔자가 폈어, 누구든지 ‘그걸’알면 강하게 원할 수밖에 없을 텐데 말이야, 너는 그걸 막고 있는 건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힘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아, 샌님소리 집어치워. 뭐 쨌든간, 그걸보니 나한테도 희망이라는 놈이 있는 거구만?”

“...?”

“시작하라고 짝퉁.”

-Limit release, Burst!

검의 칼날이 길어졌다J. 그 뭉특한 날은 금속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정교한 움직임으로 날 부분에 구멍이 생겨났다. 그리고 손잡이의 보석에서는 연둣빛의 광채가 환하게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구멍에서부터 뻗어나오는 황금빛의 찬란한 빛. 그 빛은 검날을 따라 흐르며 엄청난 전류를 뿜어냈다.

“자, 보여줘봐. SSW의 힘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하하하, 후회? 그런 걸 했으면 진작 혀 깨물고 죽었어야지. 여기서 더 끈다면 당신 부하들이 몰려올 것 같단 말이야.”

“어쩔 수 없군요. 지금의 당신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라그나쉬크의 하얀색 검신이 붉게 물든다. 칼날 부분의 붉은색의 칼을 먹어버리기라도 할듯이, 흰색을 붉게 물들였다. 염료가 타오르듯, 라그나쉬크의 붉은 부분은 이글거렸다.

“겨우 그거야?”

그리고 두 사람은 부딪쳤다.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움직임.

시야를 점멸하는 금색과 붉은색의 섬광들, 대륙의 검사들이 낼 수 있는 속도를 까마득하게 뛰어넘은 두 사람의 모습은 경이를 뛰어넘어 다른세상의 존재 처럼 보였다.

“헉, 헉. 제법이잖아?”

“동감이군요. 단순히 무기의 성능에 의지하는 게 아니에요.”

“후후, 자 그럼 슬슬 끝을 내볼까?”

벌써?

하는 생각이 루리안의 표정에 스친다. 발로 의외에 그녀가 모든 것을 펼쳐낼 수 있는 상대는 없었다. 조금 더 이순간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그녀에게는 남았다.

“미안하지만 시잔이 없어서 말이야.”

“무슨?”

-Final Attack

그의 검에서 스파크가 강하게 터져 나오며, 사방을 금색으로 물들인다. 귀를 모자라, 이제는 눈까지 빼앗는, 그 강렬한 기운은 사방을 휩쓸었다.

-Skill2 Providence

그리고 루리안의 검 은 더욱 붉게 타오른다. 진홍의 불꽃은 검신을 타고 흐르며 금색의 기운가 팽팽하게 대치한다.

그리고 시야가 점멸했다고 느낀 단 한순간.

금빛의 송곳은 붉은색 기운의 중심부로 쏟아진다. 코앞에 다다른 금색의 의하여 붉은색은 금빛에 처참하게 유린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붉은색의 기운은 금색의 바로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붉은 번개. 그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벼락은, 금색의 기운을 사정없이 파고든다. 신의 의지에 거스르는 피조물의 모습처럼, 금색은 처참하게 사라져버렸다.

“하, 하 ,하...”

쓰러져 내리는 몸. 하지만 그 속은 이미 엉망이다. 왕은 그걸 알 고 있었다.

“...”

루리안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부담스럽잖아, 난 아직 미혼이라고.”

“이런 일을 벌린 이유가 뭐죠?”

이번엔 진정으로 묻고 싶었다. 이러한 힘을 가진 이였더라면, 차라리 주변국을 흡수하고, 그 후에 아에니스를 노릴 수 있었을 것이다.

“명줄이 얼마 안 남았거든, 내가.”

루리안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알고나니까, 엿 같더라고. 좀 살만하니까, 이 지랄이더라니깐 하하하, 그래서 불 좀 질러보고 싶었어. 어차피 내가 없다면 이 놈의 나라도 다시 예전 꼴로 돌아갈 거고 말이야. 좀 크게 놀아서 성공하면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지.”

“그렇다 해도, 정당화 될 수는 없어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은 듯, 그는 중얼거렸다.

“나는 좀 살고 싶었었어. 그래서 ‘그걸’ 원했었지. 하지만 좀 힘들더라고, 시간도 없는데, 젠장. 어디 들어가서 면벽수련이나 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남았죠?”

“1분이라는 군. 큭, 이 검은 말이야 수명을 빨아들이거든. 애초에 병 때문에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까, 상관없는 거 아니겠어? 하고 오늘 처음 써봤지. 음, 확실히 밤값은 하는 놈인 거 같아. 큭.”

그는 피를 뿜었다.

“이젠 끝인가봐, 아 제길 폼 안난다.”

그리고 그는 본다.

올라간다 끊임없이 올라간다. 엄청난 높이를. 이해할 수 없는 공간들, 검은색, 그리고 빛나는 것들. 여기는 어디지.

더욱 올라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들판이 나온다. 너무도 새파래. 꼭 드러눕고 싶다. 그리고 본다. 그것을 본다. 흩날리는 은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비치는 바닷빛 눈동자. 그녀는 묻는다. 그리고 나는 웃는다. 하지만 나는 거절한다. 왜? 그녀가 묻는다. 나는 웃는다.

‘난 내가 원한대로 살다 간 거니까.’

그녀가 웃는다.

“이건?!”

왕의 머리 위로 빛나느 성휘가 생겨난다. 하지만, 이내 곧 사그라든다.

“어째서, 어째서 거부한거죠?”

“아,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마. 난 내가 원한대로 살다 가는 거니까, 이제 미련 없어.”

“그렇게 원했는데.”

“킥, 쓸데없이 걱정하긴, 어쨌든 이젠 한곈가 보다. 그럼 이만 안녕 예쁜 아줌마.”

그녀의 품안에서 쓰러진 왕의 육체를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인간으로서, ‘영생’의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더더군다나, 그렇게 염원했음에도. 적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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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3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2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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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6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8 7 12쪽
59 11화. 그 격변은... 12.01.25 630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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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47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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