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BeautifulWorld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60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2.01.25 22:12
조회
629
추천
6
글자
8쪽

11화. 그 격변은...

DUMMY

서서히 따듯해지는 기온, 살포시 불어오는 봄의 햇바람에 나는 눈을 비볐다.

“흐아암”

하품이 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이건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부대 전체에 퍼져 있었다.

지난 겨울, 우리가 만든 방벽은 길을 지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덕분에 우리는 지루함에 치여 사망할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군기가 빠졌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매일매일의 수련만큼은 개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확실히 검을 쥐고 조금씩 움직이다보니까 정신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몇명이나 베었을까? 어느순간부터인가, 나는 그런 숫자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뻔뻔해졌다고 하면 옳을까. 나는 이기적으로 움직이자고 다짐했다.

원망, 증오... 그런 것에 대한 판결은 사후에, 있을지 없을지 모를 신에게 맡기면 된다.

‘사헤’ 그 폭풍의 검은 내 숨결과 하나가 되듯,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단순히 빠름을 넘어서 이제는 우아하게 보이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근육의 긴장을 풀고, 최대한 부드럽게, 유연하게. 나는 내가 느낀 모든 것을 검에 풀었다.

“...많이 느셨군요.”

“왓슨, 자네한테 그런말을 들어야 한다니 슬프군.”

왓슨의 검술은, 실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냥 칭찬은 칭찬으로 받아들이시죠!”

“흐응.”

내 둥한 눈초리에 그는 발끈했다. 그의 반응 때문에라도 괴롭히는 걸 멈출 수 없다는 걸, 그는 언제나 깨닫게 될까?

“됐습니다!, 그것보다 이걸 검토해주...”

“급보입니다!”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던 부대원들의 시선이 한 명에게 집중되었다.

말그대로 죽을힘을 다해서 달려왔는지, 그는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파일로스 방면의 1차 습격이 저지되었습니다.”

“뭐?”

나도 모르게 반문할 수 밖에 없었다. 65만의 군세가 막혔다고? 파일로스가 그걸 막아내는 게 가능하단 말이야?

“적측에 <키아기사단>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나타났습니다. 덕, 분에 아클리스의 발이 묶이고, 나갈릭 연합국의 용병들이 들이닥쳐서 세력이 엇비슷해져버렸습니다.”

“아클리스와 동등한 수준의 무력집단이라는 건가.”

“아니요, 그건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그럴 일은 업삳고 부인하는 전령의 모습에 난 쓴웃음을 지었다.

“적을 과소 평가해서, 손해 입는 건 결국 우리야. 아클리스의 발이 묶였다는 건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이건 아클리스의 호출명령이겠군?”

“예.”

“후후, 이 애송이가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기쁘게 응하도록 하지.”

세리에 얼굴이 보고 싶다. 훌쩍.


그로부터 한 달 후,

“세인!”

“”세리에!“

우리는 반가움에 겨워 서로를 부둥켜 안 았다. 갑옷 때문에 딱딱하게 느껴지는 감촉이 조금 거슬렸지만, 그걸 무시할 정도로 세리에의 얼굴이 반가웠다.

“어이, 나는 보이지도 않는거냐.”

“아, 발로! 옷이 멋진데요?”

카이-아클리스의 화려한 정복을 차려입은 발로의 모습은 고대 신화에서나 등장하는 거인의 왕 같은 모습이었다.

“이 자식, 왜 이렇게 삭아서 왔어.”

윽, 삭았다니. 나는 원망의 눈초리로 발로를 노려보았다. 그는 피식 웃더니, 내 머리를 흐뜨려트렸다.

“세인!”

“루리안, 오랜만이에요.”

“많이 컸네요.”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옆에서 세리에는 루리안의 말에 동의하며 내 키를 어림잡았다.

“덩치가 곰같은 아저씨들 틈에 박혀 있었더니, 잘 모르겠는데.”

“세인, 멋있어졌어요.”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뺨을 붉히는 세리에. 나는 덕분에 오랜만에 주변에 있던 옆구리 시린 남자들의 원망에 찬 시선을 받아야 했다.


아클리스의 인원 중 8할이 참여한 작전은 ‘과감하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 순수 4000명의 아클리스들만이 적진에 돌입한 것이다. 그것도 무슨 암살자마냥 기척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1000명 정도가 요인암살을, 그리고 나머지 3000명은 미끼역할이었다.

사아악

기묘한 소리를 내며 내 검은 창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어?’하는 내던 병사는 얼떨떨한 모습 그대로 가슴에 검을 내줘야 했다. 이 검은 섬뜩한 게 뼈를 가르고, 몸을 찢는데도, 그저 종이를 찢는듯한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

“앞으로 10분! 10분만 버텨!”

젠장, 그게 말이 쉽지.

확실히 밤중에 뛰쳐나온 적병들은 제대로 된 장비도 걸치지 못한데다가, 심리적으로 당황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적보다도 상대하기가 쉬웠다.

-Skill1 Gale Buster

검의 손잡이를 타고 흐르는 기묘한 진동, 검을 희롱하듯이 검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휘날리던 바람에서, 내 옷자락을 찢어질듯이 펄럭이게 만들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느꼈을 때, 나는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무슨 원리인지, 내가 어떻게 이것을 조절할 수 있는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건 정말 무식한 무기라는 것이다.

“으아아악!”

밤이라서 확실하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 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과 비명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분쇄기에라도 빨려 들어간듯, 이 기술에 휩싸인 자들은 산산조각이 났다.

아클리스가 선보이는 압도적인 무위, 적들이 지닌 절대적인 수적인 우위는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병영 내에는 초비상이 걸렸지만, 문제는 그 것을 토대도 병사들을 지휘할 중간 지휘관들이 이미 저승사자와 면담을 나누고 있을 거라는 것이다. 애초에 강제징집으로 이루어진 부대다. 지휘체계에 혼란이 오자,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서, 뒤로 물러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자신들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들. 그렇게 생각한 병사들의 창은 점점 무뎌지기 시작하고 악으로 버티던 두 다리에서는 힘이 빠져나간다. 광기로 가득 차 있던 머리는 쥐 죽은 듯한 싸한 고요와함께 차가움으로 빠져든다.

“...괴물...”

한 병사의 한탄섞인 어조. 그것은 시발점이 되어 곳곳에서 무기를 떨어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어서 제자리...”

꽤나 오랜만에 당겨보는 활 시위. 하지만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제 임무를 다했다. 우리들의 최우선 목표는 이제 병사들을 모아서 대항하려는 자들이다. 적들의 우위를 상기시켜줄 수 있는 요소들은 모조리 배제하는 것이다.

“...”

3천명의 아클리스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내디는 한 걸음. 그 한 걸음에 담긴 무게는 주변의 공기를 짓눌렀으며, 적들에게는 공포의 무게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수많은 초식동물들이 단 한 마리의 육식동물을 피해 도망가는 이유. 그것은 기세 때문이다. 죽음의 냄새를 물씬 풍겨오는 기운. 내가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 있다는 공포감. 그것은 말랑말랑하니 유연해야할 이성을 돌맹이처럼 딱딱하게 굳게 만들었다.

3

2

1

화아아아악

미리 정해둔 신호를 바탕으로 사방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적들의 틈에 스며든 천명의 아클리스들이 심어놓은 장치는, 정확한 시간에 적절한 순간에, 피어올랐다.

불꽃. 파괴. 혼란. 차츰차츰 물러나던 적병들은, 이제 비명을 지르며 뒤를 향해 달려간다.

“신호탄.”

발로의 명령에 나는 품 속에서 신호탄을 꺼내어 줄을 잡아당겼다. 어두운 밤하늘을 마주하는 아스라한 불빛. 그것은 병영 내에 타오르는 불꽃과는 달리, 눈에 띄는 노란색 빛을 만들어내며 사라졌다.

와아아아아아

높지는 않지만, 이 땅을 울리게 만드는 낮은 함성. 그것을 듣고 나서야, 나는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정예병들로만 이루어진 만 명의 병사들은, 무사히 아클리스의 뒤를 따라 적병영에 침입하는데 성공했다.

“롤리, 5백을 이끌고 잠입조와 합류하도록.”

키아-아클리스, 발로의 명령에 아클리스들은 빠르게 집합했다. 다행히도, 나는 지원군에 합류할 수 있었다. 세리에가 잠입조로 나가 있기 때문에 바로 만날 수 있는 쪽이 좋았다. <키아기사단>이랬나, 묘한 녀석들도 있는 것 같으니, 걱정이 앞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eautifulWorld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5 후기- BeautifulWorld를 끝내며... +6 12.03.25 596 5 1쪽
84 16화. 그 아름다운 세상은... +1 12.03.25 606 15 8쪽
83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1 12.03.25 410 7 7쪽
82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4 418 12 9쪽
81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1 12.03.24 532 11 9쪽
80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479 7 8쪽
79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545 9 10쪽
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88 19 8쪽
77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21 663 6 8쪽
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2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69 12 8쪽
74 외전. 그 창조 +2 12.03.17 525 10 14쪽
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5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6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20 6 7쪽
70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0 6 8쪽
69 13화. 그 남자2 +2 12.03.12 457 8 9쪽
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1 11 14쪽
67 13화. 그 남자2 +1 12.03.09 629 9 9쪽
66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4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6 8 6쪽
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3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27 9 12쪽
62 12화 예고& 2부 +1 12.02.02 542 7 2쪽
61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5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8 7 12쪽
» 11화. 그 격변은... 12.01.25 630 6 8쪽
58 외전. 그 탄생 12.01.11 435 6 6쪽
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46 6 7쪽
56 11화. 그 격변은... 12.01.10 680 8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