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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88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2.03.24 11:56
조회
532
추천
11
글자
9쪽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DUMMY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4)


세리에도 한계에 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가슴한켠이 훈훈해지는 걸 감출 수 없었다.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저 세인이 있어준다는 사실이, 그녀가 사랑하는 그가 있어준다는 사실이 못네 고맙고, 그리고 고맙다.

환영을 뚫고 달려드는 라이칸 슬로프의 가슴에 루네르파를 박아 넣으면서도, 세리에는 세인을 생각했다. 느꼈다.

그녀는 지금... ‘행복했다.’ 이 감정이 전신을 지배했다. 아직은 확실히 체감되지 않았던 세인의 존재가 가슴 깊이 다가온다. 그녀의 행복은 세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세인이 있음으로, 그녀는 싸늘한 아버지의 시선에도, 가문의 무게에서도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세인이 있음으로 인해서, 그녀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세인이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인 루티아를 얻을 수 있었다. 세인이 없었던 시간 동안에도, 세인을 느꼈기에...


그녀는 행복했다.


“여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갑자기 별천지에 와 있었다. 세리에는 당혹스러웠다. 자신의 몸을 돌아보니, 그 형체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여긴 어디일까.

“어머, 확실히 부부는 부분가 봐요. 이렇게 차례차례 오는 걸 보면 후후.”

“당신은?”

“구면이죠?”

“그럼 여기는... 천상계라도 되는 건가요?”

“그런 거창한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어요. 그저 저 혼자 사는 집이니까요.”

“제가 어떻게 여기 오게 된 거죠?”

“당신이 6번째 <초월자>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신은, 같은 설명을 세리에에게 반복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세리에는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렇게 따지면 서로를 사랑하는 남녀는 어째서 <초월자>가 되지 못한 거죠?”

“당신은, 세인과는 경우가 조금 달라요. 당신은 곧아요. 어떠한 일이 닥쳐도 처음에 정한 신념을 밀고 나가요. 하지만, 당신은 변했어요. 알고 있나요?”

‘신’은 즐거운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그를 만난 뒤로부터 당신은 참 많이 달라졌어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거친 음식에도, 낯선 환경에서도 당신은 행복해 했지요. 그리고 그 행복을 가져다 준 존재가 없었던 절망 속에서도... 당신은 그를 기억하며 행복해 했지요. 절망은 행복과 그렇게 동떨어져 있는 단어가 아니에요. 상반된 단어도 아니구요.”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물론이에요. 결국 당신들의 메시지가 세상의 시스템에 전달되게 한 매개는 바로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그 ‘힘’ 때문이니까요.”

그렇구나, 이제 이해가 간다.

“<초월자>라는 건... 영원히 살아가는 거죠?”

“그거야, 본인들의 선택에 달린 문제겠죠?”

하지만 왠지 두렵다.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다. 루티아를 지키기 위해서, 후, 아에니스를 지키기 위해서... 그녀는 나아가야 했다.

“받아들이겠어요.”

“후후... 안녕히 가세요 <행복할 줄 아는 자>여...”


세리에는 눈을 떴다. 온 몸에 자리 잡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강렬한 힘이 그녀의 몸을 움직였다. 세리에의 검은... 날카로운 창이 되어 이주민들을 향해 나아갔다.




“아카식 레코드라고?!”

“그게, 어떻게 당신의 눈에...”

<모든 것을 가진 자>의 두 눈은 동공도 없고, 흰자도 없었다. 그저 눈이 있는 부분에서 오색의 영롱한 빛들의 쉼 없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지만, 기이하게도 그 눈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무슨 메시지 같은 것이 귀에 들어오는 듯 했다.

“글세, 후후후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이 걸 볼 수 있기에 나는 <모든 것을 가진 자>가 되었다는 거지.”

“이것저것 궁금한 건 많지만 말이야. 결국 너만 쓰러뜨리면 이 사건이고 뭐고 싹 끝나버리는 거 아니야.”

“우아하지는 않지만, 그 의미엔 긍정하지.”

발로는 시니컬하게 웃었다.

“네가 한 짓거리는 참 우아하군 그래.”

“하하, <초월자>도 아니면서 나에게 대적이라도 하려는 건가?”

“대체 그 <초월자>라는 게 뭐지?”

“<아카식 레코드>의 지배에서 벗어난 자를 지칭하는 말이지. 그런데 말했잖아. 난 <아카식 레코드>를 본다고.”

“그래서 무한대의 경우의 수 중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지 예측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건가?”

“설마.”

“그렇다면 네놈이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뭐냐.”

“<아카식 레코드>는 그 사람의 일생을 담고 있지.”

그 남자는 재밌다는 듯이 걸걸한 목소리를 허공에 흘리며 느긋하게 발로와 루리안을 훑는다.

“미래를 건드리는 건 불가능해. 시간의 축에 손을 대는 건 신이라 할 지라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하지만 말이야. 과거에 손을 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거든?”

“시간을 건드리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이런, 착각하지 말라고. 내가 하는 건 과거를 변형시켜 미래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야. 그저 과거를 실체화 시킬 뿐인 거지.”

“뭐라고?”

“납득이 가지 않나? 후후 뭐 아무래도 좋아. 이제 느긋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슬슬 감질나서 말이야.”

루리안과 발로는 각자의 무기를 움켜쥐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에 골머리를 썩을 필요는 없다. 속전속결로 끝내버리면 그만이다. 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


“뭐지?”

분명히 눈 앞에 남자가 서 있었는데... 이 거리라면 그 남자의 지척에 도달했을 텐데... 그 남자는 없다. 발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체 여긴 어디란 말인가.

“너무 성급하게 굴지는 말라고.”

다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리안은 침착하게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이 회색의 공간 전체에 울려퍼지는 소리 때문에 청각이 마비된 것 같았다.

“크하하핫! 내가 참 재미있는 각본이란 말이야. 즐겨주시게.”

어디선가 손가락이 따악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루리안의 바로 앞에서 어떤 물체가 생겨나고 있었다. 회백색의 회반죽을 주무르는 듯이 그것은 꿈틀거리면서 점점 모양을 바꿔나갔다. 머리가 나오고 팔 다리가 생겨난다.

“이건...”

회반 죽에선 ‘루리안’이 루리안을 마주 보고 있었다.

“모든 가능성을 채운 나 자신과 나와의 싸움이라니, 참 흥미롭지 않나?”

모든 가능성이라니...?

“큭! 어, 어떻게?!”

루리안은 황급히 검을 들어 다른 루리안의 검을 막았다. 다른 루리안은 라그나쉬크를 손에 쥐고 있었다. 어떻게 라그나쉬크가 두 자루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다른 루리안은 루리안보다 미묘하게 강했다. 움직임은 조금이지만 더 민첩했고 내지르는 검의 위력은 미묘하게 루리안의 것보다 강했다.

“대체, 이건!”

다른 루리안의 손에서 마법이 펼쳐진다. 특별한 속성을 부여하지는 않고 그저 마력만을 방출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루리안은 저 멀리까지 날아가 버렸다.

“쿨럭.”

충격에 내장이 다친 것 같았다. 루리안은 아직도 얼떨떨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마법을 쓴다니...?

모든 가능성을 채운 ‘완벽한’루리안은 쓰러져 있는 루리안을 비웃었다.



“또 무슨 장난이지...”

발로는 주변을 살폈다. 세이갈이다. 그것도 페르간트다. 다시 떠올리는 것은 추억이라 여길 수 있었지만, 다시 오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아직도 그 때의 그 피가 떠오른다.

전쟁터에 나가, 수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그 때의 그 붉은 피만큼 섬뜩했던 기억은 없다.

“레몬...”

“꺄하핫! 이제 왔어?”

눈길을 끄는 저 붉은색의 머리는 여전하다. 약간 치켜올라간 눈매도... 하지만, 완벽한 조형미를 자랑하던 그녀의 몸에는 이질적인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팔이...”

“아, 찢겨나가 버렸지 뭐야?”

“레몬!”

“왜, 이제와 걱정이라도 되는 거야?”

“그런 게...”

“그렇게 떠나가 버릴 때는 언제고 말이야. 참 웃기지 않아? 이런 걸 두고 위선이라고 하면 딱 맞겠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긴? 네가 없고, 아버지가 없는 페르간트가 어디 비빌자리나 있었겠어?”

발로는 입술을 깨물었다. 듣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

“뱃대지가 두둑한 엿같은 늙은이들한테 몸을 바치고, 이리 비비고 저리 비비고 갖은 아양 다 떨면서 살아남았지.”

“...”

제발, 그만!

“그런데 어떤 병신같은 새끼가 자꾸 그짓을 하면서 목을 조르잖아? 아, 이것참 뒤지겠구나 싶어서 이빨로 물고 손톱으로 긁어서 간신히 벗어났지. 그랬더니 팔을 자르더라?”

발로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토록 굳건하던 어께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야, 정말 끝내주던데? 내 몸에 피라는 게 그렇게 많은 건지 처음 알았다니까? 그 냄새 때문에 코가 먹을 것 같았다니까? 어께에서 달랑거리는 뼛조각을 본 적 있어?

발로는 고개를 떨궜다.


작가의말

쓰면서도 섬뜩!
우웩, 역시 저랑 잔인한 거랑은, 안맞는듯~

루리안의 이야기는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면서부터 만들어 놓았던 소재! 그대는 같은 것도 없었는데 말이죠(웃음)

운도실력님, 음 이 세계관의 중요한 사람들입니다.는...
세인은 이 뷰월이 끝나고도 다른 이야기에서 등장할 거에요.^^;; 아주 가끔이지만

p.s 댓글은 필수!
하야공주님, 파이팅! 오늘 끝낼 수 있도록 달려볼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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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 하야공주
    작성일
    12.03.25 00:11
    No. 1

    작가님 천천히 달려도 되요...ㅋㅋㅋ
    좀 쓸쓸한 느낌이러서 파이팅이라고 햇어요..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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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479 7 8쪽
79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547 9 10쪽
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89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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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3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70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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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5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6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22 6 7쪽
70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1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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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1 11 14쪽
67 13화. 그 남자2 +1 12.03.09 629 9 9쪽
66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5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6 8 6쪽
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4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2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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