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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래 님의 서재입니다.

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안달래
작품등록일 :
2020.05.14 08:54
최근연재일 :
2020.06.24 08:5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50
추천수 :
88
글자수 :
135,994

작성
20.06.11 09:05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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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1화 병맛 커밍아웃

DUMMY

21화 병맛 커밍아웃


“ 고급 영의 수호령 들로는 막을 수 없을 정도인가요?”


“ 고급 영의 수호령들이 모두 뭉쳐야 악령을 제압할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이 놈이 빙의를 해서 세계에 재앙이 내리기 전에 하루빨리 신령의 수호령이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 신령의 수호령은 지금 격투기선수 하고 있는 아저씨 몸에 있잖아요”


“ 팬텀에서 그 신령의 수호령을 영의 세계로 인도하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압데라님”


“ 그럼 이 회의의 결론은 신령의 수호령을 데려와 큰 악령과 싸우기로 됐다고 내가 다른 멤버들한테 얘기할게요. 미스터김도 연락해 보세요.”


“ 네. 감사합니다. 압데라님”


“ 그럼 오늘 회의 끝!”


화상 회의를 하고 있던 TV를 일방적으로 꺼버리더니 침대로 올라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 압데라.


리비아에서 벌어졌던 전쟁의 끔찍한 과거가 떠오른다.




학교에서 수강 신청을 마치고 들린 학교 앞 단골 돈까스집


“ 먹고 싶은게 또 돈까스냐”


투덜댔지만 상율 선배도 맛있게 먹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 근처 커피숍에 들렀다.


“ 난 이 세상에서 커피 값이 제일 아깝던데”


“ 알아.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이 사람이 왜 또 무게를 잡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가지고 와서 몇 분이 흐르는 동안도 상율 선배는 말이 없었다.


할 얘기가 있다더니 망설여지는 모양이다.


“ 할 얘기가 뭔데요?”


“ 응. 잠깐만. 머리 속에서 정리 중이야”


뭔데 정리씩이나 필요한 얘긴가?


“ 우리 그 때 컨테이너에 감금 당했을 때”


“ 네?”


할 얘기라는 게 고작 우리의 아픈 과거사?


“ 우리 감금되었던 컨테이너는 거의 산 꼭대기에 있었는데 나는 산 중턱의 그 놈들이 있는 차 안까지 내려갔다 왔었어.”


“ 제가 정신 차리기 전에 형은 풀려 있었던 거에요?”


“ 아니 너는 정신 차리고 있었을 때... 이걸 어떻게 얘기해야 되나”


“ 저는 정신 차리고 나니까 눈 앞에 형이 정신 잃고 쓰러져 있던데요? 그 얼굴 계속 보고 있기 힘들었죠 하하”


“ 니가 눈 떠서 내 얼굴 보고 있는 것도 봤어”


“ 네? 샛눈 뜨고 있었어요? 아닌데 형은 계속 눈 꼭 감고 있었는데?”


“ 위에서”


“?”


“ 나는 유체이탈을 할 수 있어”


또 하나의 병맛 커밍아웃이 귀에 꽃혔다.


왜 송골매의 형제들은 서로 고해성사를 하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4학년 1학기로 복학하고 두 달이 흘렀다.


그 동안 명호 형이 준 돈으로 등록금을 내고 받았던 학자금 대출 이자랑 원금도 조금 갚고 몇 달 동안 학교 다니면서 용돈도 쓰고 해서 다음 학기 등록금 조금 넘게 남은 시점이었다.


명호 형의 부고 알림 문자가 왔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교통사고 났을 때와 버금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슬픔이 밀려오기도 전에 너무 놀란 나머지 떨리는 손으로 양복을 어떻게 입었는지도 생각 안나고 뛰어나가 택시를 잡아 문자에 나온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절망에 빠진 모습으로 눈물이 말라버린 형수님과 가족들.


향을 꽃고 절을 올렸다.


절을 하고 있으니 이제야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 정규 왔구나’


다정한 귀신 목소리를 들으니 슬픔이 더욱 북받힌다.


그 동안 참아왔던 나의 능력을 발휘하여 이 무정한 사람이랑 오늘 밤 꼭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수님과 인사를 나누고 조문객 밥상 한 귀퉁이에 앉아 멍하니 있었는데 어디선가 웅성대는 소리가 난다.


몸집이 큰 송대식 격투기 선수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테러가 있을 때 카타르 여자를 구했다는 미담이 알려져 대식이 형은 더 유명해졌다.


몸집이 두 배 차이가 나는 대식이 형과 요한이가 함께 조문을 왔다.


나를 발견하고는 내가 있는 밥상으로 와서 함께 앉았다.


“ 형! 자리 바꿔요”


“ 응? 왜? 알았어”


요한이와 대식이 형 눈빛이 뭔가 초조하여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얼른 바꿔주었다.


들어오는 조문객들이 보이는 자리로 가서 앉은 두 사람은 밥을 먹고 대화하는 내내 시선을 문 쪽에 고정시켰다.


“ 정규 잘 지냈지?”


“ 네. 오랜만이네요. 형.”


“ 내가 한 번 만난다 만난다하고 못 만났는데 이런 일로 보게 되네.”


“ 그러게요”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 모르세요? 형수님이 질식사라고 하시던데”


“ 명호랑 무슨 일인지 얘기 하지 않았어? 요한이한테 들었는데 너는 영혼이랑 대화가 된다면서”


요한이를 쳐다보니 고개를 끄덕였다.


뭘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여? 우리끼리만 얘기하자고 하지 않았어?  


유체이탈 한다고 커밍아웃했던 상율 선배한테도 안 했던 얘기를 니가 왜 대식이 형한테


동생 요한이가 조금 미워졌다.


“ 영혼을 불러와서 조용히 대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자리가 어수선해서요.”


“ 아 그렇구나.. 대화가 되면 무슨 일인지 우리한테도 알려줘라”


“ 네”


요한이가 조금 더 미워졌다.


“ 나도 요즘 살해 위협을 받고 있어서 요한이랑 같이 다니는 거야. 혹시 명호도 그 놈들 짓 아닌가 싶어. 명호랑 얘기해서 밝혀낼 수 있는 건 꼭 밝혀내야 돼.”


“ 네? 형님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요? 어떤 놈들이요? 혹시 팬텀에서?”


“ 아마 그럴 거다. 그 놈들도 팬텀에서 시킨 놈들이었을 거고”


“ 부산 김 회장님한테 얘기해 보시지 그랬어요.”


“ 그 쪽도 한 패다. 요한이 아니었으면 갔다가 죽을 뻔 했지”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둠이 내린 방 안, 아버지가 방에서 주무신지 30분 정도 지나 불을 끄고 정좌를 한 자세로 눈을 감고 흘러가는 시간을 생각한다.


경험상 내가 죽은 명호형의 영혼을 초대하여 텔레파시로 대화하는 시간은 10분이 현실세계에서는 대략 1분이 될 것이다.


‘ 명호형? 와 있어요?’


‘ 갑자기 어둠으로 빨려 들어와 무슨 일인가 했는데 정규니?’


‘ 네.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제가 혼령과 대화할 수 있어요’


‘ 아 니가 가진 능력은 그거였었구나?’


‘ 갑자기 무슨 일로 돌아가신 거에요? 여기서는 자살이냐 타살이냐 경찰들이 조사하고 있어요’


‘ 정규야. 그건 니가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영계에 있는 이상 전생의 육체가 어떻게 죽은 것은 중요한 게 아냐. 그것보다 내가 너를 돌봐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못 지켜서 형이 미안하다.’


‘ 제가 고마웠었던 게 더 큰데 미안하다는 말은 마시고 그렇게 영혼으로 떠돌아다니게 만든 놈들이 누군지 알려주세요. 팬텀인가요? 자살이 아니라는 것 저는 알고 있어요.’


‘ 지금 말고 얼마 안 있다가 만나서 알려줄 날이 올 거야. 조금만 기다려.’


‘ 거기 영계는 어때요? 여기보다 편하세요?’


‘ 다른 영들보다 한 차원 높은 곳에 있는데 나중에 송골매 모두 나와 같이 있을 거야. 나중에 모두 만날 때까지 기다릴게.’


‘ 형수님이나 유족 분들한테 남길 말씀 있으시면 전해드릴게요’


‘ 지금은 형수가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러면 이 얘기 하나만 전해줄래? 내가 계획했던 일들은 사실 처음부터 잘못된 거였다고 ’


‘ 그렇게 말씀드리면 형수님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실까요?’


‘ 응. 곧 그 뜻을 이해하게 될 거야’


‘ 네. 형님 그럼 부귀환생 하시기 전까지 자주 찾아 올게요.’


‘ 그래. 반가웠다. 너희들이랑 대식이 형 오기 전까지 환생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 말아고’


눈을 떴다.


엄마와 작별 인사를 마치고 난 후 몇 년 만에 시도 하게 된 접신으로 인해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기운이 빠졌다.




다음날 정오 무렵 대식이형과 요한이가 약속대로 집으로 찾아왔다.


어제 명호 형과 만나서 들은 얘기를 해주었더니 실망한 기색이었다.


“ 조금만 기다리라는데 명호 일에 우리가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고”


“ 더군다나 팬텀에서 대식이 형을 죽이려 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 일에 전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 참 요한아. 어제 얘기 못 했는데 너는 다니던 공장은 이제 안 다니고 대식이 형이랑 같이

다니는 거야?”


“ 형은 대식이 형이 곧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일을 하고 있을 수 있겠어요? 지금 명호 형 미리 못 지켜준 것도 아쉬운 판국인데”


내 자신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용감했던 소년이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실제로 그렇게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혼의 소리를 듣는 저주받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비교하자면 요한이는 직접 영혼의 운명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지켜줘야 한다는 임무를 가지고 산다면 그것은 더 피곤하고 더 저주받은 능력일 것이다.


아직 마지막 학기가 남아있고 마치면 취직해서 돈을 벌어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게임도 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이게 과연 힘든 소망일까.


저들과 이 일에 같이 말려들면 웬지 그 소망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대식이 형을 끝까지 지키고 명호 형의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겠지만 내 마음속의 양심과 죄책감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명호 형이 어제 얼마 안 있다가 우리 만나서 얘기할 수 있다는 건 우리가 곧 죽는다는 말이었나?


그래. 죽더라도 이들과 같이 할 것이다. 우리는 운명이다. 우리가 만날 수밖에 없는...


발단은 비록 게임이었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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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완결 공지입니다. 20.06.24 29 0 -
30 30화 망각의 여행 (완결) +2 20.06.24 51 2 9쪽
29 29화 미래의 유토피아 +2 20.06.23 28 2 10쪽
28 28화 악마의 눈빛 +3 20.06.22 25 3 10쪽
27 27화 말고문 +2 20.06.19 25 2 9쪽
26 26화 무도인의 따귀 +2 20.06.18 24 2 10쪽
25 25화 어제 만난 인연 +2 20.06.17 28 2 10쪽
24 24화 빈집털이 +1 20.06.16 30 1 10쪽
23 23화 사탄의 인형 +3 20.06.15 29 3 10쪽
22 22화 보디가드 +2 20.06.12 51 3 10쪽
» 21화 병맛 커밍아웃 +2 20.06.11 37 2 10쪽
20 20화 물아일체의 경지 +3 20.06.10 59 4 10쪽
19 19화 원초아와 초자아 +1 20.06.09 32 1 10쪽
18 18화 높은 차원의 절대 권력자 +2 20.06.08 43 2 10쪽
17 17화 이름 없는 포비아 +1 20.06.05 39 1 10쪽
16 16화 처량한 영혼들 +2 20.06.04 39 1 10쪽
15 15화 천진난만했던 그 때 20.06.03 37 0 10쪽
14 14화 나비효과 +2 20.06.02 42 1 10쪽
13 13화 미지의 영혼 20.06.01 47 4 10쪽
12 12화 개똥같은 프로포즈 +2 20.05.29 52 2 10쪽
11 11화 날벼락 20.05.28 42 1 10쪽
10 10화 의미없는 기도 20.05.27 130 1 10쪽
9 9화 악몽의 순간 20.05.26 58 1 10쪽
8 8화 수호자의 운명 20.05.25 54 3 11쪽
7 7화 사랑의 파수꾼 20.05.22 73 1 10쪽
6 6화 계절은 없다 20.05.21 70 0 11쪽
5 5화 룰도 모른다 20.05.20 72 3 11쪽
4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20.05.19 83 5 11쪽
3 3화 꿈을 향한 노력 20.05.18 91 4 11쪽
2 2화 소리없는 눈물 20.05.15 11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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