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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래 님의 서재입니다.

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안달래
작품등록일 :
2020.05.14 08:54
최근연재일 :
2020.06.24 08:5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53
추천수 :
88
글자수 :
135,994

작성
20.05.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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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화 사랑의 파수꾼

DUMMY

7화 사랑의 파수꾼


현주에게 변명거리로 양해를 구하고 명호 오빠와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나는 황홀한 감정은 아니었고 그냥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 사랑해”


오빠가 침대에서 지나치듯 얘기한 달콤한 한마디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제까지 만해도 서로의 일에 무관심한 남매 같은 사이였는데 현주 말대로 남녀 사이가 되어 무슨 일이 생겨 버리고 말았다.


처음 본 잠들어 있는 오빠의 모습은 하얀 피부를 가진 독 사과를 먹은 백설 왕자님이었다.


한 시간 후로 맞추어진 머리맡에 있는 시계 알람을 끄고 화장실에 가 씻고 나서 아침으로 오랜만에 국을 끓여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옷을 대강 걸치고 거실로 나와 TV를 켜고 뉴스를 보았다.


놀라서 눈이 커다래지는 것이 느껴졌다.


< 어제 오후에 내린 갑작스러운 폭설로 샌프란시스코 17번 국도에서 미끄러져 자동차 7중 충돌 탑승객 15명 전원 사망>


어제 현주가 오라고 했던 스탠포드 대학교 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잠시 후 사고 영상에 나오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파괴된 자동차들 중에는 분명히 어제 타고 가려던 흰색 택시가 있었고 흑인 운전수 아저씨의 피 묻은 주황색 비니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놀란 마음에 오빠에게 달려갔다.


“ 오빠! 오빠!”


“ 응. 잘 잤어?”


오빠는 잠이 덜 깬 듯 보였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뉴스에서 보았던 어제 사고에 대해 설명을 쏟아 부었다.


“ 그래? 정말 큰일 날 뻔 했네”


대수롭지 않은 듯한 오빠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물론 싫은 건 아니었지만 어제 오빠로 인해서 갑작스럽게 이어진 관계는 나의 생명을 살리려고 하늘에서 은인을 내려주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그 후 꿈같았던 한 달 동안 다른 연인처럼 문자를 주고받으며 학교에 다니면서 가끔씩 서로의 집에 들려 사랑도 확인하는 관계가 되었다.


“ 편입하기 전에 겨울 방학에 집에 갈 거야?”


“ 응. 한국에 가서 한 달쯤 있다가 보스턴으로 가려고”


현주가 떠난다고 했을 때 갑작스러웠던 이별로 슬퍼했던 감정이 성숙해져 있었던 것인지 사랑했던 명호 오빠가 보스턴으로 떠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어서 그랬던 건지 오빠에게는 오히려 섭섭한 감정만 가지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었다.


“ 그런데 오빠 그 날”


“ 응? 어떤 날?”


“ 오빠 미리 알고 나 구해주러 온 거 맞지?”


“ 그 날 사고 났던 거 얘기 하는 거야? 얘기했었잖아. 그 날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나는 아니란 걸 눈치 채고 있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고백은 무의미하고 유치한 것이라 치부해도 아무런 감정 변화의 예고 없이 하필 그 날 내가 어딘가로 가는지도 모르는 택시를 이미 타고 있는 순간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물밀 듯이 밀려와 나를 구해내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하늘이 보내주신 왕자님이고 생명의 은인이자 내 사랑의 파수꾼이라고 동화 같은 생각을 했지만 사랑하는 이 남자와 소소한 시간을 며칠간 함께 보내다보니 소설 같은 현실이라는 것을 점점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은 미래를 미리 읽을 수 있는 나와는 다른 세계의 초능력자임이 분명하다.


“ 지난번에 나 시험 연기되는 건 어떻게 알고 집에 미리 와 있었던 건데?”


“ 그냥 게임이나 할까 하고 일찍 왔었던 거야”


“ 집에서 하면 되지. 한 번도 안 그러다가 왜 여기까지 와서 나를 기다리면서 게임을 해. 말이 돼?”


나는 왜 그때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고 하는 듯 그에게 추궁 했을까?


그 남자가 직접 말해주기를 바래서였을까?


그날 이후, 서로 문자는 주고받았으나 그는 집으로 오지 않았다.


그가 한국으로 떠난다고 하기 일주일 전, 집에 오라고 문자를 보냈으나 답장이 없었다.


전화도 되지 않았다.


학교에 알아보고 현주한테 전화하여 친구들에게 알아보니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별의 한 마디 없이 그는 무정하게 떠났다.


다음 해 졸업식에도 오지 않았다.


MIT에도 알아보았더니 편입 취소를 했다고 했다.


그를 다시 보고 싶고 안고 싶었다.


한 달 동안의 좋았던 추억과 그리움도 잠시, 그렇게 나도 3년이 흐르는 동안 다른 친구들도 사귀면서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그 남자처럼 MIT의 경영학과에 편입하였다.


MIT에서 졸업을 마친 2년전, 한국에 돌아온 것을 기념한다고 아빠와 엄마는 호텔 연회장에 친척과 지인들을 불러 환영파티를 열어주셨다.


식사를 하고나서 테이블을 오가며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제이콥 삼촌이 인사를 마치고 서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 안녕하셨어요?”


“ 응. 제시 오랜만이네”


“ 참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에이 우리가 인사주고 받을 사인가? 미국에 있을 때도 한 번 만났으면서”


“ 잘 지내셨죠?”


“ 그래. 얼굴 좋아 보이네. 미국에 있던 그 잘 생긴 남자친구는? 참 이거 엄마 아빠한테 비밀인가?”


“ 남자 친구는요 무슨. 아니에요. 사실 그 때 한 달인가 만나고 헤어졌어요.”


“ 응. 잘했어. 그 친구 내가 봤을 때 무거운 짐을 짊어질 관상이더라고. 한 마디로 팔자가 세”


“ 그래요? 그 사람도 삼촌처럼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그 예지력으로 제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요”


“ 누가?”


제이콥 삼촌이 나에게 신호를 준다고 내 팔 옷깃을 살짝 잡았지만 늦었다.


엄마가 내 뒤에서 제이콥과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몰랐다.


“ 응 엄마. 삼촌이 미국에 와 있을 때 만났던 같은 학교 선배 얘기에요”


“ 학교 선배? 남자? 그 선배가 니 목숨을 구해줬다고?”


“ 응. 엄마가 걱정할까봐 얘기 못 드렸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갑자기 눈이 많이 와서 교통사고 크게 났었던 때 있었잖아요. 7중 충돌사고였었나. 사람도 많이 죽고”


“ 그래, 그 때 겨울에.. 뉴스에서 보고 괜찮은지 엄마가 국제전화도 했었잖아”


“ 그 때 사실은 사고가 났었던 장소에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선배가 급하게 뛰어와서 내 앞을 가로막고는 자기랑 조금 더 있다가 가자고해서 그 사고를 피할 수 있었죠.”


“ 정말 그 선배라는 사람 아니었으면 큰 일 날 뻔 했겠네.”


“ 네. 그랬죠. 그런데 그 날 이후에 연락도 안 받고 학교도 먼저 졸업해서 한국에 와 버리고 해서 멀어졌어요. 분명히 미리 알고 날 구해줬던 것 같아서 계속 수소문해서 찾아보았지만 못 찾겠더라고요.”


“ 참 고맙고도 신기한 일이네”


아빠 쪽의 다른 친척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오자 엄마는 자리를 피했고 제이콥 삼촌이 엄마를 뒤따라가면서 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 제시도 그 친구 구해줄 일이 이제 생길 테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 네? 그게 무슨”


“ 나중에 시간나면 회사에 놀러와. 구체적인 건 그 때 얘기해줄게.”


집으로 돌아가 궁금증을 가득 남긴 제이콥 삼촌이 던진 그 한 마디가 과연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다가 잠도 오지 않아 다음 날 회사로 삼촌을 찾아가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벌써왔어? 급했나 보네?”


“ 제가 그 오빠하고 다시 만난다는 건가요? 편입도 안 하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 제시가 만나고 싶지 않으면 영원히 못 만나는 거겠지. 각자 살면 되는 거고”


“ 그러면 제가 만나고 싶어져서 다시 만난다고요?”


“ 본인이 더 잘 알지 않을까?”


잊고 산다고 다짐하고 보고 싶은 것을 참아 내는 것도 소용없었다.


함께 있었던 순간과 그 잘 생긴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내가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은 분명히 맞다.


“ 만나게 되면 구해줄 일이라는 건요?”


“ 구해줄 일이라기보다는 엄밀히 말하면 그 친구를 만나면 알려줄 일이 있는 거지. 그걸 알려주면 본인이 가진 그 능력으로 느끼고 알아서 행동할거야. 그리고 위험에서도 벗어나게 될 거고”


“ 아이 답답해. 그 알려줄 일이라는 게 뭔데요? 삼촌. 그리고 무슨 위험인데?”


“ 제시가 아빠를 닮아서 성격이 급하네 하하. 그 능력이란 것에 대한 조금 긴 이야기를 할 건데 중간에 또 궁금한 게 있어도 참아줘.”


“ 네 죄송해요”


“ 얘기하기 전에 제시가 먼저 알아둬야 하는 게 몇 가지 있어. 믿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만”


“ 뭔데요?”


“ 내가 소속해 있는 팬텀이라는 단체랑 수호령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뭐냐 하면”


그렇게 시작된 삼촌의 이야기는 제이콥 삼촌 말대로 나는 소설을 읽어도 결말부터 읽어야 하는 답답한 걸 못 참는 성격인지라 명호 오빠를 채근하는 바람에 우리 사이도 끝난 거겠지만 중간 중간 나의 질문 때문에 이야기가 끊겨 두 시간이 넘어서야 대화를 마칠 수 있었다.


“ 심령의 각자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졌다는 도인 10명이 5년 전, 리비아에서 한 흑인 소년의 초청으로 전 세계에서 모이게 되었는데 나는 제시 외할아버지와 사업을 크게 키워 놓았을 때였지.”


“ 리비아에서 어떻게 초청을 했어요?”


“ 처음으로 모이게 된 건 사우디의 압둘이라는 사람이 텔레파시를 보내와 나한테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위치를 알려주고는 서로 인연을 맺어주게 해서 모두 영적으로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이 왔고”


“ 잠깐만요”


내가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해도 이 정리도 안 되는 사기꾼 거짓말 같은 내용을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명호 오빠에게 그대로 전달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제이콥 삼촌의 얘기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방에 있는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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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망각의 여행 (완결) +2 20.06.24 51 2 9쪽
29 29화 미래의 유토피아 +2 20.06.23 28 2 10쪽
28 28화 악마의 눈빛 +3 20.06.22 25 3 10쪽
27 27화 말고문 +2 20.06.19 25 2 9쪽
26 26화 무도인의 따귀 +2 20.06.18 24 2 10쪽
25 25화 어제 만난 인연 +2 20.06.17 28 2 10쪽
24 24화 빈집털이 +1 20.06.16 30 1 10쪽
23 23화 사탄의 인형 +3 20.06.15 29 3 10쪽
22 22화 보디가드 +2 20.06.12 51 3 10쪽
21 21화 병맛 커밍아웃 +2 20.06.11 37 2 10쪽
20 20화 물아일체의 경지 +3 20.06.10 59 4 10쪽
19 19화 원초아와 초자아 +1 20.06.09 33 1 10쪽
18 18화 높은 차원의 절대 권력자 +2 20.06.08 43 2 10쪽
17 17화 이름 없는 포비아 +1 20.06.05 39 1 10쪽
16 16화 처량한 영혼들 +2 20.06.04 39 1 10쪽
15 15화 천진난만했던 그 때 20.06.03 37 0 10쪽
14 14화 나비효과 +2 20.06.02 42 1 10쪽
13 13화 미지의 영혼 20.06.01 47 4 10쪽
12 12화 개똥같은 프로포즈 +2 20.05.29 52 2 10쪽
11 11화 날벼락 20.05.28 42 1 10쪽
10 10화 의미없는 기도 20.05.27 130 1 10쪽
9 9화 악몽의 순간 20.05.26 58 1 10쪽
8 8화 수호자의 운명 20.05.25 54 3 11쪽
» 7화 사랑의 파수꾼 20.05.22 74 1 10쪽
6 6화 계절은 없다 20.05.21 70 0 11쪽
5 5화 룰도 모른다 20.05.20 72 3 11쪽
4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20.05.19 83 5 11쪽
3 3화 꿈을 향한 노력 20.05.18 91 4 11쪽
2 2화 소리없는 눈물 20.05.15 11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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