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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래 님의 서재입니다.

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안달래
작품등록일 :
2020.05.14 08:54
최근연재일 :
2020.06.24 08:5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849
추천수 :
88
글자수 :
135,994

작성
20.05.19 09:54
조회
86
추천
5
글자
11쪽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DUMMY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급히 달려간 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가해자라는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연신 미안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보험 회사에서 나온 사람의 사고 경위를 들어보니 건널목을 무시하고 차도로 뛰어 들어 무단 횡단한 아버지가 더 잘못했다.


수술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응급실 앞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다급하게 집에서 나가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수술을 마치고 응급실에서 마취되어 침대에 누워 나오시는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에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 아들?”


아버지를 쫓아가는 나를 의사 선생님이 불러 세웠다.


“ 네. 수술은 잘 되었나요?”


“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라 생명에 지장은 없으셔. 그런데 오른쪽 무릎에 충격을 크게 받으셔서 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어서 나중에 퇴원 하시게 되더라도 치료를 한참 받아야 하실 것 같아.”


“ 네.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때에는 나에게 좋은 결과가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나서 말해야 한다고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감사하다는 말을 남발하는 것은 예의바른 것이 아니라고


아버지는 퇴원 하신 후 물리치료를 받으시다가 그 의사가 수술한 부위의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치료를 포기하셨고 평생 절름발이 판정을 받으셨다.


다음날 새벽에야 눈을 뜬 아버지는 나를 확인하고 바라보며 내 손을 꼭 잡고는 눈물을 흘리셨다.


“ 정규야. 아빠가 이대로 죽었으면 너한테 정말 몹쓸 사람이 될 뻔 했다. 미안하다. 미안해”


나도 눈물이 나왔다.


“ 아빠, 물 좀 떠 드릴까요?”


“ 엄마가 병원에서 자살 했다고 연락 받아서 정신없이 나오다가 그랬다. 아빠가 정신을 똑바로 차렸어야 됐는데 이렇게 너한테 마음에 상처랑 부담만 얹어주고... ”


“ 엄마가 뭘 했다고요?”


동이 트자마자 정신병원으로 정신없이 달려가 영안실에서 엄마의 고이 잠든 시신을 확인했다.


사인은 자살.


집착으로 인한 우울감이나 계속되는 삶의 절망감이 자살의 유일한 원인인 줄 알았던 그 당시에는 가족들을 놔두고 정신병원에서 목을 매고 떠나가 버린 엄마가 한 없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그 해 겨울, 아버지도 없이 조문객이라고는 우태와 세빈이를 비롯한 친구 서너 명 밖에 없었던 엄마의 장례를 치렀다.


무당에게 영혼을 빼앗겨 장가간 아버지와 신내림을 받아 저주를 퍼붓는 무당에게 연락을 하고 지내는 가까운 친척과 이웃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장례를 마치고 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며칠간 돌보고 있다가 잠시 필요한 것들을 가지러 집에 잠깐 들렀을 때였다.


주방 옆 작은 방에 차려놓은 엄마의 신방은 언젠가 엄마가 정신을 차리고 퇴원하시면 사용할 수 있게 몇 년째 비워 놓고 있었는데 무언가 홀린 듯 그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외할머니를 만난 기억 이후로는 손님들이 자주 드나들기도 했었지만 아버지와 나도 엄마가 접신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하여 들어가지 않았었다.


엄마의 향기가 그리웠었을까? 아버지가 엄마가 정신 병원으로 입원하러 가실 때에 청소하고 나서도 꽤 오래 되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신방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 머리가 띵할 정도로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났지만 그 사이에서 엄마의 체취를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어린 나를 무릎에 앉혔던 그 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눈을 감아 보았다.


고요의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귀 뒤쪽의 양쪽 뼈 부근에서 무언가 가볍게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더니 그 무언가가 점점 눈썹 양쪽 끝으로 올라오고 정수리까지 천천히 올라오고나니 그것들은 이마 한가운데로 천천히 내려와 모였다.


작은 책상 앞에 놓인 딸랑이를 흔드셨었지.


이마가 점점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는데 실눈을 뜨고는 딸랑이를 잡아 세차게 흔들어 보았다.


‘ 엄마 와 계신가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엄마 흉내를 내보면 외할머니처럼 돌아가신 엄마와 소통을 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다니 내가 잠깐 미쳤었나 보다.


‘ 부르셨습니까? 신령님!’


‘ 엄마?’


분명히 엄마가 제정신 이었을 때의 목소리였는데 대답이 없었다.


‘ 엄마 여기 있는 거지?’


‘ 네’


‘ 왜 나한테 존대 말을 해?’


‘ 지금 이 세계에 와 있으니까요. 이 세계에서는 모두가 신령님께 기도를 드려요.’


‘ 엄마 나 대학 합격했어.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가 병원에 급하게 가다가 교통사고 크게 났고’


‘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엄마가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하자 부아가 나기 시작했다.


'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아빠랑 내가 얼마나 슬퍼하고 보고 싶어 할 지 생각 안 해봤어? 고민이 있으면 우리한테 털어놓고 얘기했었어야지. 가족인데“


‘ 그 세계에서는 털어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답니다. 저는 신령님이 내려주신 소임을 이승에서 다 마쳤기 때문에 다시 저승으로 돌아온 것뿐이에요. 희망도 원망도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은 조금 더 나이 드시면 알게 될 거에요.’


‘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러면 이 세계에서 엄마는 왜 내 엄마가 된 거고 나는 희망도 원망도 필요 없이 왜 태어난 건데? ’


‘ 신령님이 제 아들이 되는 것이 신령님께서 비천한 저에게 내려주신 임무 중에 하나였죠. 모든 만물을 깨닫고 있는 분이 육체를 빌어 임무를 주고 보내주셨으니까 저는 신령님이 왜 그러셨는지 그 뜻은 모르겠지만 따른 것 뿐 이랍니다.’


야속한 엄마를 만나면 반가워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대화 내용은 정신병원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를 하던 엄마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 그럼 엄마, 그 쪽 세계에서는 여기서 고생했던 것보다 훨씬 더 행복 하고 아프지 마.’


‘ 네. 감사합니다.’


엄마와 작별을 하고 서서히 눈을 떴다.


이마 가운데의 후끈한 열기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밖에 나와 시계를 보고 조금 당황했다.


30분 정도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신방에 들어간 지 5분도 채 안 되었다.


귀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귀신을 불러올 수도 있는 진짜 무당 아들이 되어 버렸지만 그 이후로 다시는 영혼을 부르는 일은 하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다.




가평 M팬션, 송골매 다섯 명 모두 게임에 한참 집중하고 있었는데 명호 형 폰에 진동이 울렸다.


게임을 하다가 옆에 놓아둔 핸드폰을 들어 문자 내용을 힐끗 본 명호 형의 표정이야말로 옆에 있는 귀신을 본 것 같은 놀란 표정이었다.


“ 이런 미친년이”


명호 형 입에서 갑자기 처음 듣는 욕이 튀어나와 모두 깜짝 놀랐다.


“ 왜요 형?”


“ 누군데요?”


“ 아니야. 아무것도”


또 한 번 명호 형의 폰에 진동이 울렸다.


명호 형이 스테이지의 보스를 다 같이 깨고 있는 중요한 상황이라 차마 게임은 로그아웃 하지 못하고 또 다시 곁눈질로 문자 내용을 확인한다.


“ 에이 씨”


“ 여자 친구가 오래요?”


“ 회사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모두 눈과 손은 게임과 일체되어 있으면서 입으로만 명호 형 문자내용을 궁금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 욕은커녕 우리에게까지 항상 젠틀하고 매너있고 스마트한 말투와 행동이었으니 오히려 안 궁금한 것이 이상한 거였다.


“ 그게 아니고 아는 여자 후배가 이 근처에 왔다고 하네. 이건 뭐 스토커야 뭐야.”


“ 예뻐요?”


“ 형 자주 괴롭혀요?”


“ 그게 아니고 미국에서 공부할 때 잠깐 사귀었던 사인데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주변에 연락해서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만나기 싫어서 계속 도망 다니고 했었지. 내가 졸업 먼저하고 한국에 와서 이제 안 본지 몇 년 되었는데 한국에 들어 왔나봐. 여기서도 나를 미행할 줄 몰랐네.”


“ 예뻐요?”


“ 왜 헤어지셨어요? 결혼 생각하고 만나셨던 거 아니에요? 그냥 엔조이?”


“ 나중에 알았는데 대단한 집이더라고. 아버지가 이번에 사고로 자식들 잃은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막말해서 욕 시원하게 먹고 있는 국회의원이고 엄마는 MK그룹 유영금 사장. 우리 부모님 기죽이기 싫어서 안 만나겠다고 했지.”


“ 예뻐요?”


상율 선배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결국 명호 형이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 특별하게 얼굴이 예쁜 건 아닌데 키가 크고 스타일은 좋아”


“ 여기 근처까지 오셨는데 한 잔 하고 가시라고 하지 왜”


거실에서 피트니스 게임을 끝내고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들어오던 대식이 형이 특유한 가래 섞인 허스키한 큰 목소리로 말했는데 진심이 안 섞인 예의상 하는 말이라는 것을 누구나 눈치 챌 수 있었다.


“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형”


오늘 새로 알게 된 점은 명호 형은 유학파 출신이었던 것이다.


부럽다. 영어 잘 하겠네


아니, 지위 명예 돈 여자 그 무엇이 부럽겠는가.


송골매의 행복과 인생의 낙은 온 종일 게임에 몰두하다가 지쳐서 잠이 드는 것.


아버지 말씀대로 만고 땡


시간 부자들이 그 파라다이스에 와 있는 지금 이 순간 송골매에게 부러운 건 없다.


우리는 그렇게 새벽 언제쯤 뻗어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나는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 위를 걷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곧 수평선 끝에 도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의 허리를 무언가 세게 잡아당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니 한 걸음 내딛기가 힘들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파란 여객선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며 급한 마음에 허우적대고 있는데 여객선에서 큰 경적 소리를 내뱉었다.


부앙


배의 경적에서 나오는 바람이 내 얼굴에 날아왔고 큰 경적소리는 내 귀를 때렸다.


그런데 이 계란 썩는 냄새는?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대식이 형 파란색 츄리닝 엉덩이가 보였고 명호 형 다리는 내 허리 위에 올라와 있었다.


술과 전자파로 얼룩진 송골매의 끝은 항상 피곤하다.


오전 10시,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욕실에서 대충 세수하고 나왔더니 상율 선배도 부스스 일어나 방에서 나와 마루에 있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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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망각의 여행 (완결) +2 20.06.24 53 2 9쪽
29 29화 미래의 유토피아 +2 20.06.23 31 2 10쪽
28 28화 악마의 눈빛 +3 20.06.22 29 3 10쪽
27 27화 말고문 +2 20.06.19 29 2 9쪽
26 26화 무도인의 따귀 +2 20.06.18 26 2 10쪽
25 25화 어제 만난 인연 +2 20.06.17 31 2 10쪽
24 24화 빈집털이 +1 20.06.16 32 1 10쪽
23 23화 사탄의 인형 +3 20.06.15 30 3 10쪽
22 22화 보디가드 +2 20.06.12 52 3 10쪽
21 21화 병맛 커밍아웃 +2 20.06.11 38 2 10쪽
20 20화 물아일체의 경지 +3 20.06.10 62 4 10쪽
19 19화 원초아와 초자아 +1 20.06.09 37 1 10쪽
18 18화 높은 차원의 절대 권력자 +2 20.06.08 46 2 10쪽
17 17화 이름 없는 포비아 +1 20.06.05 50 1 10쪽
16 16화 처량한 영혼들 +2 20.06.04 43 1 10쪽
15 15화 천진난만했던 그 때 20.06.03 40 0 10쪽
14 14화 나비효과 +2 20.06.02 44 1 10쪽
13 13화 미지의 영혼 20.06.01 51 4 10쪽
12 12화 개똥같은 프로포즈 +2 20.05.29 57 2 10쪽
11 11화 날벼락 20.05.28 45 1 10쪽
10 10화 의미없는 기도 20.05.27 133 1 10쪽
9 9화 악몽의 순간 20.05.26 59 1 10쪽
8 8화 수호자의 운명 20.05.25 57 3 11쪽
7 7화 사랑의 파수꾼 20.05.22 79 1 10쪽
6 6화 계절은 없다 20.05.21 76 0 11쪽
5 5화 룰도 모른다 20.05.20 75 3 11쪽
»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20.05.19 87 5 11쪽
3 3화 꿈을 향한 노력 20.05.18 92 4 11쪽
2 2화 소리없는 눈물 20.05.15 11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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