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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래 님의 서재입니다.

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안달래
작품등록일 :
2020.05.14 08:54
최근연재일 :
2020.06.24 08:5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42
추천수 :
88
글자수 :
135,994

작성
20.05.18 10:02
조회
90
추천
4
글자
11쪽

3화 꿈을 향한 노력

DUMMY

3화 꿈을 향한 노력


방에 들어온 상율은 게임기를 켜고 신나게 게임을 즐길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 그래서 이혼이라도 하자는 거야?’


밖에서 속삭이며 얘기하던 아버지가 감정이 격해졌는지 아이가 듣던 말던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그 젊은 계집애가 그렇게 좋으면 그 년이랑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엄마 왜 이래


‘ 그래. 꼴도 보기 싫다 이거지? 그럼 그렇게 하자. 상율이 데리고 잘 살아줘. 위자료는 넉넉히 줄게’


이제 더 듣기 싫었다. 게임에 집중했다.


‘ 돈 때문에 환장한 년 취급하지 말고 나갈거면 지금 당장 나가 버려요. 상율이는 내가 뭘 해서라도 키울 테니까’


‘ 위자료랑은 별도로 상율이 한테 돈은 매달 부쳐줄게’


오늘 부로 이제 더 이상 존경하는 아버지는 없다.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돈으로 지불하면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던 한심한 배신자 아저씨가 17년 동안 나와 함께 살고 있었을 뿐...


게임기의 볼륨을 크게 틀었다.




“ 패스”


안으로 파고들어가 외곽에 있는 명호 형에게 빠르게 패스를 했다.


유연하게 점프 후 그림 같은 점프슛


착 소리와 함께 그물에 정확하게 꽃혔다.


오후쯤 팬션에 모두 모이게 되면 이제 송골매 다섯 명은 족구나 농구를 하면서 먼저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 몇 번 팬션에서 모였을 때 술 먹고 게임부터 시작했더니 저녁이 되면 하나 둘 지쳐서 싫증이 나고 집에 가고 싶은 분위기가 되어 버리니 명호 형이 도착해서 오후에 간단히 운동을 하고 저녁 일찍 먹고 밤새 게임하는 게 낫겠다고 제안을 해서 항상 다섯 명이 모두 모이면 운동부터 하게 됐다.


다섯 명이서 편을 어떻게 나누나 하겠지만 양과 질의 분배를 보면 코미디언 세 명과 그나마 운동 신경이 조금 나은 명호 형과 내가 한 팀이 되면 족구든 농구든 밸런스가 맞았다.


키가 작고 마른 체구의 요한이가 공을 잡고 노인네 지팡이 짚고 걷는 것 같은 특유의 웃기는 폼으로 한 손 드리블을 하기 시작했다.


요한이는 지난번 송골매 모임 때 대식이 형이 리바운드를 하고나서 우리 팀이 못 빼앗도록 팔을 허공에 휘휘 젓는 바람에 옆에 서 있다가 근육질 팔뚝에 턱을 맞아 잠시 기절했었다.


멀쩡한 체격과 키를 가진 상율 선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은 안 하고 명호 형만 팔을 번쩍 들고 열심히 쫓아 다녔다.


슛이 한 번도 안 들어갈 뿐만 아니라 세기 조절을 못해 링도 못 맞추는 게 다반사이니 대식이 형이 명호나 따라다니면서 잘 막으라고 작전지시를 내렸다.


명호 형을 밀착수비 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내가 요한이 공을 빼앗으려 달려들자 요한이는 얼른 공을 잡아 골밑에 있는 대식이 형에게 바운드 패스했다.


골밑 슛 50프로의 성공률을 가진 낮은 점프력의 소유자 대식이 형의 골밑 슛은 링을 맞고 튕겨 나갔다.


명호 형이 슛을 보고 있다가 리바운드를 하기 위해 앞에 있는 상율 선배를 속임 동작으로 제친 후 공을 잡으러 링으로 뛰어왔다.


그런 명호 형을 공도 안 쳐다보고 손들고 뒤쫓아 가다가 튀어나온 공이 상율 선배 머리에 정통으로 맞고 튀어나가 헤딩 터치아웃.


며칠 전 가평에서의 송골매 정기모임은 그렇게 시작을 알렸다.


이른 저녁식사로 바이럴 마케팅의 최강호구인 상율 선배와 내가 숙소에 도착하기 전 언제나 그랬듯 가평 맛집 검색을 통해 제일 위에 있는 음식점을 방문하여 포장해서 가져온 닭갈비를 모두 맛있게 먹고 난 다음 우리는 바로 전투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일단 소주 한 병과 소주 잔을 개인별로 지급하여 따라주고 받는 번거로움을 생략한다.


모두 각자의 게임기를 가지고 넓은 온돌방 안에서 나만의 영역을 차지한다.


오늘 밤을 함께 지내줄 비상식량이자 안주인 컵라면 오징어 과자 등을 가운데 펼쳐 놓는다.


농구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누군가의 발 냄새가 솔솔 올라오고 있었지만 그런 것 따위를 지적할 여유는 없었다.


각자 가장 편한 자세를 선택했다면 바로 밤샘 전투에 들어간다.


오늘은 열외가 한 명 있었다.


열외 사유는 대식이 형이 TV에 연결해서 즐길 수 있는 피트니스 게임 타이틀을 새로 샀다고 해 보겠다고 했다.


대식이 형이 마루에서 TV를 보며 운전대 같이 생긴 이상한 게임기를 들고 쿵쿵대고 뛰고 있었고 나머지 네 명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방 안에서 게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 형님들 콰이어트 크러셔 이벤트 됐어요?”


송골매의 막내 요한이의 역할은 게임 정보에도 밝고 워낙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은 동생이라 정보를 알려주는 비둘기 역할이다.


“ 로또 한 장 편지봉투에 넣어서 왔던데?”


상율 선배가 게임을 하며 무심하고 시크하게 대답했다.


“ 응 그걸 전문용어로 꽝 이라고 하는 거다. 악세사리랑 타이틀 준다는 것도 별거 없는 것 같아서 난 안했는데?”


명호 형이 대답했다.


“ 하지 그랬어. 너한테 오는 로또가 일등 됐을텐데”


모르는 목소리


귀신의 목소리였다.


육체를 가지고 싶어 하는 어느 떠도는 영혼이 사람들의 지나가는 생각을 살짝 엿듣고는 참견하며 혼잣말을 하는 목소리.


이 병은 무당 엄마한테 받은 유전병인가 아니면 옮아버린 전염병인가.


오로지 이 병이 시작된 시점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엄마의 직업이 무당이라는 것도 모를 때, 엄마는 나를 신방이라 불리 우는 알록달록한 방에 처음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 정규야! 외할머니 만날래?”


“ 외할머니 하늘나라 가셨잖아?”


엄마는 그런 나를 꼬옥 껴안으시고는 말씀하셨다.


“ 외할머니가 정규한테 꼭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대”


“ 어떻게 만날 수 있는데?”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혹시 엄마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어린 아이의 상상속의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 여기 엄마 앞에 눈감고 잠깐만 앉아있어”


엄마는 나를 안아 엄마의 한복 치마 위에 앉혔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엄마가 뒤에서 무어라고 중얼대면서 한 쪽 손에 쥔 딸랑이를 한 번씩 세차게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귀가 따가웠다.


‘ 정규야’


엄마의 목소리?


‘ 엄마’


눈을 뜨고 엄마를 향해 뒤돌아 보았다.


엄마는 아무 표정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분명히 엄마 목소리 였는데?


나도 다시 앞을 바라보고 눈을 감았다.


‘ 정규야 엄마 목소리 들리면 그냥 눈 감고 있어. 외할머니 모시고 올게’


‘ 정규야’


‘ 외할머니?’


생전에 나를 그렇게 이뻐해 주시던 외할머니가 기억나 목소리만 듣고도 눈물이 핑 돌았다.


‘ 내 새끼. 이렇게 만나네.’


‘ 외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 우리 정규 살다보면 조심해야 할 것 많을 텐데 할미가 지켜줄 테니까 항상 당당하고 굳세게 자라야 한다.’


‘ 네. 외할머니 나중에 우리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죠?’


‘ 그럼 우리는 인연이 있으니까 다음에 꼭 다시 만나지. 그렇지? 정규 애미야.’


‘ 정규는 우리 세계랑 달라요. 엄마. 하실 말씀 다 하셨으면 가세요.’


그냥 다시 만날 거라고 말해주면 안 됐나?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를 외할머니를 그렇게 작별인사도 못하게 하며 돌려보내다니


초등학교 2학년 꼬마의 동심을 파괴했던 엄마의 냉정한 한마디가 가끔 귓가에 맴돈다.


그 날 이후 나는 문득 문득 귀신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무서웠지만 내가 그들을 듣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니 그들의 혼잣말에 굳이 대꾸할 필요도 없었고 누구에게 아는 척 할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떨리는 마음으로 폰을 터치, ‘수험번호 920번 전 정규 합격’


그 동안 졸였던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 아빠, 됐어요.”


오전에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아버지가 나에게 뛰어오셨다.


폰에서 이름을 확인한 아버지가 내 등을 두드려 주셨다.


“ 고생했다. 정규야”


나의 공부를 위해 어려운 형편에 엄마 없이 혼자 뒷바라지 해준 아버지께 먼저 이 영광을 돌립니다.


아빠 덕분에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어요.


폰이 울렸다.


“ 어떻게 됐어?”


“ 응. 합격이네.”


“ 축하해. 세빈이는 안 됐대. 저녁에 같이 축하겸 위로주 한 잔 하자.”


“ 너는?”


“ 나도 됐더라.”


“ 잘됐다. 축하해. 그래 저녁에 세빈이랑 보자”


우태는 어쩌면 공부를 포기하고 허송세월하며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아싸로 살고 있을 나의 학창 생활을 이끌어준 내 인생의 등대라고 말할 수 있다.


우태는 세빈이와 나와 같이 형편이 넉넉하지도 못하고 외모도 잘난 것 없는 평범한 친구였지만 항상 1등과 2등을 번갈아 하는 우등생이었고 꿈을 향한 노력의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희망을 가슴 깊게 믿고 정진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친구였다.


“ 아빠, 엄마한테는 내일 가요.”


“ 그래. 엄마도 기뻐할 거야.”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엄마는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셨다.


엄마는 이제 나를 봐도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셨고 제 정신이 돌아와 소통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게임에만 빠져있던 걱정거리였던 아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대학 합격이라는 인생의 목표과제 중 한 문턱을 자랑스럽게 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는 모습을 엄마를 만나 보여드리고 알려드리고 싶었다.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잠들어 있던 다음 날 오전 어디에선가 전화가 왔다.


“ 네. 네? 언제요?”


아버지가 거실에서 전화를 받고는 놀라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더니 아버지가 급하게 어디를 나가시는 듯 아무 말 없이 굵은 한숨과 함께 옷을 입고 계셨다.


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길했다.


“ 무슨 일이에요?”


“ 아냐. 조금 더 자고 있어라. 나가지 말고 내가 먼저 병원에 가 있을 테니까 전화하면 와”


“ 엄마한테 무슨 일 있는 거 에요? 저도 갈게요. 잠시 만요”


“ 아니야. 이따가 전화할게”


아버지는 그렇게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셨다.


마음은 걱정이 됐지만 전화하시겠지 하고 거실 바닥에 누워 무슨 일일까 생각을 하고 있으니 못 다한 잠이 밀려와 눈이 감겼다.


얼마나 잠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거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연서병원 응급실인데요. 전영문씨 보호자신가요? 전영문 씨가 교통사고가 나서 지금 응급수술 중이라 연락 드렸습니다.’


‘ 아빠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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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완결 공지입니다. 20.06.24 29 0 -
30 30화 망각의 여행 (완결) +2 20.06.24 51 2 9쪽
29 29화 미래의 유토피아 +2 20.06.23 27 2 10쪽
28 28화 악마의 눈빛 +3 20.06.22 25 3 10쪽
27 27화 말고문 +2 20.06.19 25 2 9쪽
26 26화 무도인의 따귀 +2 20.06.18 23 2 10쪽
25 25화 어제 만난 인연 +2 20.06.17 28 2 10쪽
24 24화 빈집털이 +1 20.06.16 29 1 10쪽
23 23화 사탄의 인형 +3 20.06.15 29 3 10쪽
22 22화 보디가드 +2 20.06.12 51 3 10쪽
21 21화 병맛 커밍아웃 +2 20.06.11 36 2 10쪽
20 20화 물아일체의 경지 +3 20.06.10 59 4 10쪽
19 19화 원초아와 초자아 +1 20.06.09 32 1 10쪽
18 18화 높은 차원의 절대 권력자 +2 20.06.08 42 2 10쪽
17 17화 이름 없는 포비아 +1 20.06.05 38 1 10쪽
16 16화 처량한 영혼들 +2 20.06.04 39 1 10쪽
15 15화 천진난만했던 그 때 20.06.03 37 0 10쪽
14 14화 나비효과 +2 20.06.02 42 1 10쪽
13 13화 미지의 영혼 20.06.01 46 4 10쪽
12 12화 개똥같은 프로포즈 +2 20.05.29 52 2 10쪽
11 11화 날벼락 20.05.28 42 1 10쪽
10 10화 의미없는 기도 20.05.27 130 1 10쪽
9 9화 악몽의 순간 20.05.26 58 1 10쪽
8 8화 수호자의 운명 20.05.25 53 3 11쪽
7 7화 사랑의 파수꾼 20.05.22 73 1 10쪽
6 6화 계절은 없다 20.05.21 70 0 11쪽
5 5화 룰도 모른다 20.05.20 72 3 11쪽
4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20.05.19 83 5 11쪽
» 3화 꿈을 향한 노력 20.05.18 91 4 11쪽
2 2화 소리없는 눈물 20.05.15 11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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