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달래 님의 서재입니다.

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안달래
작품등록일 :
2020.05.14 08:54
최근연재일 :
2020.06.24 08:5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850
추천수 :
88
글자수 :
135,994

작성
20.05.20 09:56
조회
75
추천
3
글자
11쪽

5화 룰도 모른다

DUMMY

5화 룰도 모른다



“ 우리가 나가서 해장국 집에 가서 사오자. 저 인간들 안 일어난다.”


“ 네”


나와 상율 선배는 어제 밤 별을 바라보던 팬션 앞 마당을 지나 입구 쪽에 주차해 놓은 아우쥐에 탔다.


오전인데도 햇볕이 따갑고 눈부시다.


운전석 시트에 명함이 한 개 있었다.


상율 선배가 무심히 명함을 집어 대충 읽어보더니 컵 홀더에 팽개치듯이 놓고 차를 출발했다.


어떤 음식점에서 홍보를 위해 창 틈으로 명함을 집어넣은 거겠지 하고 신경쓰지 않았다.


조수석에 앉아 창문을 내렸다.


시원한 시골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상쾌했다.


어느 산의 중턱 초입에 만들어 놓은 넓은 부지의 펜션은 운동하기도 좋고 바비큐장도 따로 있어 가족 단위로 놀러 와서 일요일 오전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훗날 결혼해서 애들과 함께 이 펜션에 놀러온 상상도 즐겁게 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의 비탈길을 내려와 이차선 차도로 진입하려고 하는데 도로 건너편에 어떤 여자가 홀로 서 있었다.


갈색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는 여자는 모델같이 큰 키에 작은 얼굴이었다.


마네킹처럼 무표정하게 우리 펜션 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것 같았다.


명호 형 말처럼 예쁘지도 않지만 못 생기지도 않은 얼굴이지만 큰 키에 스타일은 멋있었다.


어제 얘기한 그 스토커?


“ 형도 같은 생각?”


“ 뭐가? 지나왔던 여자? 그 여자가 명호 형 스토커 아냐?”


“ 응 나도 그 생각 했어요”


“ 이따가 해장국 사 올 때도 거기 있으면 세워서 명호 형 찾아왔나 한번 물어보자.”


음식점이 있는 시내 쪽으로 나가려면 10분 정도 더 가야했다.


어제 올 때처럼 폰으로 사이트를 찾아 구매해둔 인강을 듣기로 마음 먹었다.


조수석 창문을 닫고 주머니에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 그 건축사 공부하는 거야?”


“ 건축설비기사요. 건축사는 실무 쌓이고 나이 먹어서 따는 거라니까요?”


열 번은 얘기한 거 같다.


관심도 없으면서 항상 물어보는 이상한 철학과 선배이다.


이어폰을 귀에 꽃고 친숙하고 나긋나긋한 강사님 강의를 듣다보니 자장가가 되어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잠이 들었다.


“ 기다리고 있어. 내가 금방 사 올게. 총무님 카드 줘봐”


도착했나보다.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카드를 건네주었다.


“ 네. 다녀오세요.”


다시 눈을 감았다.


갑자기 내 옆 조수석 문이 벌컥 열려 놀라서 눈을 번쩍 떠 옆을 돌아 보았다.


하얀 마스크를 쓴 얼굴과 검은 무언가가 나를 덮쳤다.




이 놈이 무언가를 나에게 뿌렸다.


이상한 냄새가 콧 속에 확 퍼졌다.


이게 무슨 냄새지?


다시 잠이 들었다.


그것이 기억의 마지막이다.


그리고 지금 이 개 같은 상황.


옆으로 누워있는 자세에서 힘겹게 목을 쳐들어 반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이 곳은 창문이 있는 어떤 컨테이너 안이었다.


다시 목을 편하게 앞을 바라보니 영안실에서 보았던 엄마의 얼굴처럼 싸늘하게 보이는 상율 선배의 눈을 감은 얼굴이 있었다.


또 다시 한 번 나한테 벌어졌던 과거의 일들을 생각해보자.


안 그러면 배고파서 뒤지겠다.


잠깐! 왜 상율 선배는 아까 깨어나서 갑자기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지?


그냥 본인이 해장국 사오자고 해서 나오다가 이렇게 된 거니까 미안하다고 하는 줄 별 생각 없이 아무 대답 안 했었는데 혹시 상율 선배는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훅 스치고 지나갔다.


쿵 끼익


발밑에서 컨테이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릴 가둔 의문의 그 놈들이 들어오나 보다.


빨리 머리를 굴려 보았다.


지금으로서는 힘을 써가며 놈들과 싸울 수는 없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무조건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하는 수 밖에 없다.


“야 이 개새끼들아. 왜 우릴 가둔 거냐. 죽고 싶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은 듯 눈감고 있었던 상율 선배가 깨어나 안간힘을 다해 객기를 부리며 소리친다.


아직도 상황 판단 안돼서 똥오줌 못 가리고 독립투사가 된 것 마냥 소리치는 저 주둥이를 틀어막고 싶다.


적어도 이 형은 조금 전 잠깐 의심했던 내가 한심할 만큼 나와 같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의자에 팔 다리가 묶여 옆으로 넘어져 있어 아래로 보는 시야에는 한계가 있었다.


모두 검은 점퍼를 입고 등산화를 신고 있었고 손에는 007 가방을 들고 있었다.


잠깐 보인 얼굴에는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어 확인이 어려웠다.


그들이 각자 한 명씩 우리들 머리맡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 너희들 !내가 나가면 읍..”


이 놈들이 우리 입에 물을 붓는다.


드디어 물고문 인가.


아니었다.


입에 물을 축이고 물을 먹고 나니 살 것 같았다.


두 놈이 우리 뒤에서 서로 대화를 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일본어였다.


일본말로 잠깐 대화가 오가더니 가지고 온 가방에서 무언가 꺼낸다.


주사기.


“ 으악.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한껏 객기를 부렸던 상율 선배는 주사기를 보더니 어린 아이처럼 비굴해진다.


뒤로 묶인 팔에 따갑게 주사가 박히는 것이 느껴진다.


이 새끼들 정체는 뭐고 이게 뭐 하는 짓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정신이 흐릿해진다.




4년 전, 수능시험에 떨어지자 미란의 집안은 초상집 이었다.


국회의원이셨던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근엄하게 말씀 하셨다.


“ 미란이 1년 동안 고생 많았고 어떻게 1년 더 해볼래?”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학교 공부는 더 이상 하기 싫었고, 유학 말씀 하실 게 뻔한데 외국에 나가기도 싫었다.


초등학교 때 인종 차별을 받아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 중간에 돌아 왔었고 한국에서는 친구들이 많이 생기고 공부도 고등학교 때까지 곧잘 했었다.


“ 다른 애들이 커뮤니티 컬리지 가려면 랭귀지부터 가야 되는데 너는 토플로 바로 갈 수 있으니까 얼마나 유리하니? 등록금 걱정을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엄마는 마음을 굳힌 듯 했다.


“ 네. 그렇게 할게요.”


“ 최사장 딸도 너랑 같은 학교지? 걔도 이번에 안 됐나 보던데”


“ 현주는 이과에요”


부모님과도 친하게 지냈고 나와는 어렸을 때 친한 친구였던 현주는 고등학교는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같은 반이 된 적도 없고 어쩌다 만나면 눈인사만 나누던 아이였다.


그렇게 현주와 나는 함께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서 두 집안에서 정해놓은 샌프란시스코의 커뮤니티 컬리지와 현지에서 학교 근처에 구입해 놓으신 숙소에 같이 입학했고 같이 살면서 학교를 다녔다.


나는 비즈니스 학과, 현주는 테크놀로지 학과여서 건물이 정반대에 떨어져 있어 오후까지 수업을 받고 집에서는 수많은 학교 과제와 시험공부를 해내느라 정신이 없었고 가끔 시간이 맞으면 저녁에 식탁에 앉아 집 안에 항상 한 병씩 비축해 놓았던 위스키를 과자 안주와 함께 먹으면서 현주와 한국어로 수다를 떠는 시간이 유일한 재미였다.


봄 학기를 마치고 여름 방학 때 한국에 잠깐 갔다가 돌아온 현주와 나는 새로운 가을 학기를 위해 서로의 공부에 바빴을 때였다.


“ 미란아, 나 조금 있다가 집에 손님 와야 될 것 같은데 괜찮아?”


“ 그래. 도서관에 가 있을까?”


“ 아니야. 그럴 필요 없고 같은 과 한국 선배인데 잠깐 들어와서 다음 학기 과목 코치만 해주고 식사 같이 하고 갈 거야. 같이 먹자.”


“ 뭐 먹을건데? 내가 뭐 도와줄 거 있어?”


“ 아냐. 우리가 먹던 밥이랑 반찬 그냥 먹으면 되고 선배가 낙지볶음 만들어서 가져 오기로 했어.”


“ 낙지볶음? 우와 맛있겠네.”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운 음식에 침부터 고인다.


“ 이따가 올 때까지 공부하고 있자.”


“ 그래”


현주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 유학 보내졌다면 아마 나는 우울증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현주가 같이 와서 공부에 빠져있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공부에 빠져들 수 있었고 비즈니스 학과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다음 외할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에 입사하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오늘은 손님도 온다는데 조금 쉬자.


내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 엎드려 노트북을 펼치고 리한나의 신작 뮤직 비디오를 몇 번쯤 돌려보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벨이 울리고 현주의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 선배 잘 찾아왔네.”


“ 응 어렵지 않던데?”


남자? 이런 쓋 남자라고 얘기를 해 줬어야 될 거 아냐?


미란은 침대에서 튕겨나듯 일어나 급히 화장대로 달려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었다.


“ 미란아, 선배 왔어. 나와봐”


현주가 방문을 벌컥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 응, 나갈게 잠깐만”


틴트를 살짝 바를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안 발랐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더니 어디선가 빛이 환하게 비춘다.


오 마이 갓! 잘생긴 그 남자의 아우라였다.


틴트 바를 걸 쓋


“ 얘가 내가 얘기했던 룸메이트에요. 어렸을 때부터 친구고 이름은 김미란. 예쁘죠?”


제시 이년아.


“ 응. 줄리아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반가워요. 박 명호에요. 미국 이름은 제임스”


악수를 청하는 그 남자 제임스.


쑥스럽게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 네. 제시에요.”


“ 두 분이 키 차이가 많이 나네요 하하”


“ 오빠가 먹을 거 안 사줘서 그런 거 아냐”


현주가 주먹을 쥐어 제임스를 한 대 툭 쳤다.


오빠? 기집애. 저런 면도 있네.


“ 밥부터 먹고 해요. 낙지볶음 맛있겠다. 미란이가 선배가 낙지볶음 해온다고 하니까 얼마나 먹고 싶어 했는데요.”


제시 이년아. 그리고 내가 뭘 그렇게


현주와 함께 밥상을 차리러 주방으로 갔는데 제임스가 다가왔다.


“ 제가 같이 도와드릴까요?”


“ 그냥 앉아서 쉬고 있어 선배. 여기 세 명이 몰려 있으면 복잡해”


“ 네. 앉아서 쉬고 계세요. TV 틀어드릴게요.”


TV를 켜니 미식축구 중계가 한참이었다.


“ 포티나이너스네. 미란씨도 NFL 보세요?”


“ 네.. 가끔”


룰도 모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입니다. 20.06.24 31 0 -
30 30화 망각의 여행 (완결) +2 20.06.24 53 2 9쪽
29 29화 미래의 유토피아 +2 20.06.23 31 2 10쪽
28 28화 악마의 눈빛 +3 20.06.22 29 3 10쪽
27 27화 말고문 +2 20.06.19 29 2 9쪽
26 26화 무도인의 따귀 +2 20.06.18 26 2 10쪽
25 25화 어제 만난 인연 +2 20.06.17 31 2 10쪽
24 24화 빈집털이 +1 20.06.16 32 1 10쪽
23 23화 사탄의 인형 +3 20.06.15 30 3 10쪽
22 22화 보디가드 +2 20.06.12 52 3 10쪽
21 21화 병맛 커밍아웃 +2 20.06.11 38 2 10쪽
20 20화 물아일체의 경지 +3 20.06.10 62 4 10쪽
19 19화 원초아와 초자아 +1 20.06.09 37 1 10쪽
18 18화 높은 차원의 절대 권력자 +2 20.06.08 46 2 10쪽
17 17화 이름 없는 포비아 +1 20.06.05 50 1 10쪽
16 16화 처량한 영혼들 +2 20.06.04 43 1 10쪽
15 15화 천진난만했던 그 때 20.06.03 40 0 10쪽
14 14화 나비효과 +2 20.06.02 44 1 10쪽
13 13화 미지의 영혼 20.06.01 51 4 10쪽
12 12화 개똥같은 프로포즈 +2 20.05.29 57 2 10쪽
11 11화 날벼락 20.05.28 45 1 10쪽
10 10화 의미없는 기도 20.05.27 133 1 10쪽
9 9화 악몽의 순간 20.05.26 59 1 10쪽
8 8화 수호자의 운명 20.05.25 57 3 11쪽
7 7화 사랑의 파수꾼 20.05.22 79 1 10쪽
6 6화 계절은 없다 20.05.21 76 0 11쪽
» 5화 룰도 모른다 20.05.20 76 3 11쪽
4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20.05.19 87 5 11쪽
3 3화 꿈을 향한 노력 20.05.18 92 4 11쪽
2 2화 소리없는 눈물 20.05.15 117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