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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래 님의 서재입니다.

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안달래
작품등록일 :
2020.05.14 08:54
최근연재일 :
2020.06.24 08:5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51
추천수 :
88
글자수 :
135,994

작성
20.05.14 10:15
조회
242
추천
24
글자
12쪽

1화 출구는 없다

DUMMY

프롤로그



당신은 어떻게 영혼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셨죠? 왜 그런 능력이 생긴 거죠?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이런 질문들이 두려워 어느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었다.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


평범하게 일해서 돈 벌고 미래에 생길 나의 가족과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를 활짝 웃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여가 시간에는 한가하게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살 것이다.


이 평범한 소원이 왜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건가?


영혼들의 목소리가 또 들려온다.


자기편이 되어서 자기를 도와 달라고, 그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선악을 빠르게 구분해서 그들의 편에 서야 하는가? 아니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이 생의 삶은 저주받은 운명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그들을 무시해야 할 것인가?


갈등을 끝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1화 출구는 없다



고급 외제 차 아우쥐를 운전하고 학교에 통학하는 직업이 부잣집 아들인 상율 선배.


아버지가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 하셨다지?


늙은 아저씨가 딸 같은 여자랑 침대에서 벗고 뒹구는 야한 상상을 이 와중에 해버렸다.



팬티만 입고 의자에 묶여 옆으로 넘어진 채 건너편에 같은 자세로 마주보고 넘어져 있는 상율 선배의 시체를 벌써 몇 시간 동안이나 마주보고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딘지 모를 여기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도 사라진지 오래


우릴 가둔 놈이 궁금하고 꼭 잡아 족치겠다는 분노와 복수심도 사라진지 오래


같은 자세로 몸이 움직이지 못한 채 시간이 점점 지나니 머리로 과거의 기억과 상상들만 계속하게 된다.


드디어 기초 수급자가 되셨다고 정부에서 돈 나온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던 가난한 아버지의 웃는 얼굴이 불현듯 생각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으..”


차갑게 식어있는 맞은 편에 있는 시체가 살아났다.


죽은 게 아니었고 잠깐 정신을 잃었었던 거였나 보다.


“형!”


반가워 불러보았지만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잠시 찡그리더니 이내 바보처럼 울기 시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잠시 내버려뒀더니 곧 숨을 가늘게 몰아쉰다.


“ 미안하다. 정규야”


뭐가 미안 하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가느다란 목소리와 함께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한없는 진심이 느껴진다.


“ 형 뭐 기억나는 거 있어요? ”


상율 선배가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고 또 다시 주변에 정적이 흐르고 고요해지니 갑자기 이 인간한테 유언을 남기고 싶어졌다.


“ 형 혹시 제가 죽고 형이 살게 된다면 저희 아버지에게 재혼 못하게 반대해서 그 때는 죄송했다고 꼭 얘기해주세요”


“ 응? 그래 그래”


기대도 안 했지만 상율 선배의 영혼 없는 대답


보기 싫어도 계속 보고 있어야 하는 얼굴




우리는 2년 전 온라인 카페 콘사모 (콘솔게임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 신작 콰이어트 크러셔 출시회 콘사모 회원 초대장 다운로드>


클릭!


무심코 한 클릭이 무서운 건 바이러스뿐 만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 클릭 한 번으로 지금 이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토요일, 혼자 방문한 게임회사 사옥 1층 강당에는 70명 가량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이 어린 유저들이어서 그런지 떠들썩하고 어수선했다.


일찍 와야 앉을 수 있다는 남자들의 불문율 최우선 픽 , 맨 뒤쪽 줄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같은 줄에 나와 같은 20대 초반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보여 잽싸게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 실례합니다. 자리 있나요?”


“ 네. 앉으세요”


이 사람도 나와 같이 게임에 빠져 카페에 가입하고 초청장 다운받아 혼자 온 노땅이 분명했다.


“ 우리가 제일 나이 많은가 봐요”


“ 아뇨. 저기 맨 앞에 앉은 분 보이세요?”


앞이 보이지 않아 엉거주춤 일어나 앞자리를 확인했다.


맨 앞에 앉아있는 근육이 빵빵한 흰색 반팔 티 아저씨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처럼 보였다.


“ 아.. 그러네요.”


“ 여러분, 콰이어트 크러셔 게임 출시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드디어 강당의 조명이 꺼지고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나와 게임 설명을 하는 순서였다.


200개의 난이도 있는 스테이지에 10개의 직업군을 가진 캐릭터가 성장을 하며 각 스테이지 보스를 물리친다는 스토리로 혼자서 만세 부르기 좋아하는 콘솔게임 싱글유저로써는 깊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 우와. 재미있겠는데요?”


무아지경인 옆에 앉은 노땅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


사회자의 순서를 마치고 줄을 서서 체험하는 순서에는 TV 10대와 연결된 콘솔게임기와 손에 들고 할 수 있는 포터블 게임기가 이 곳 저 곳 설치되어 있었는데 옆에서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 와. 포터블 게임기에 진동패드 연결하니까 타격감이 확실히 다르네요. 여기 진동패드도 파나요?”


“ 저기 양복 입은 사람 회사 사람 같은데 물어볼까요?”


마침 옆 쪽에 TV를 보며 양복을 입고 팔짱 끼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안경 쓴 조그만 얼굴이 강동원을 닮은 잘 생긴 아저씨였고 2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였다.


“ 저.. 여기서 진동 패드도 파나요?”


“ 진동 패드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 아. 죄송합니다. 여기 회사 분 인줄 알고”


“ 아니에요. 카페에서 초청장 받아서 구경 왔어요.”


“ 네. 실례했습니다.”


그냥 같은 카페 늙은 오타쿠 회원 동지였다.


“ 먼저 해보세요. 얼른”


“ 아이 괜찮아요. 얘가 먼저 줄 서 있었는데”


“ 괜찮지? 나이 많은 아저씨한테 양보해야 예의지.”


조금 떨어진 옆 쪽 TV 주변이 소란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순서였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20대 남자가 게임기를 뺏어 아까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근육 아저씨한테 건네주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빨리 주세요”


만만치 않은 초딩 서너 명이 20대 남자, 상율 선배에게 달려들어 떠들썩하게 항의하자 옆에 있던 근육 아저씨는 얼굴이 시뻘개 졌다.


“ 어허 그런데 이놈의 자식들이.. 이거 출시회 초청장을 보냈으면 연령 제한을 해 놓던가 그러면 안 왔을 거 아냐. 애들이랑 싸워 가면서 여기서 이 짓을 해야 돼? 안 그래요?”


상율 선배가 애들에게 들고 있는 게임기를 기어코 빼앗기자 객기를 부리면서 옆 TV 쪽에 가만히 서 있는 잘 생긴 오타쿠 아저씨에게 큰 소리로 따지듯이 물었다.


“ 네. 알았으면 저도 안 왔을 텐데요.”


오타쿠 아저씨가 젠틀 하게 대답했다.


“ 죄송합니다. 여기 행사 주최측에서 나오신 분인줄 알고”


당황한 상율 선배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또 큰 소리를 쳤다.


“ 그러지 말고 우리 집 여기서 가까운데 우리 집에 가서 한 판 합시다. 시끄러운 초딩 새끼들 떠들면서 신나게 하라 하고 우리는 맥주 한 잔 하면서...가요 형님!”


분명히 여기서 처음 본 사이일 텐데 형님이란다.


근육 아저씨와 오타쿠 아저씨도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 거기 두 분도 같이 가시죠”


나?


옆에 있던 노땅 동지도 눈이 똥그래졌다.


1층 강당을 나와 상율 선배가 모두에게 물었다.


“ 혹시 차 가져오신 분 계세요?”


“ 네. 가져 왔는데 같이 타고 가실래요?”


오타쿠 아저씨는 차를 가져왔단다.


“ 아뇨 제가 태워서 모셔다 드리려고 했는데 번호 주시면 저의 집 주소 찍어드릴게요.”


둘이 번호를 교환하며 문자를 보냈다.


“ 그럼 두 분이 제 차 타고 형님은 이 분 차 타고 오시죠”


상율 선배와 노땅 동지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에 가면서 생각했다.


여기가 강남 테헤란로인데 집이 주변이면 나이는 나와 비슷해 보이는데 잘 사나보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하늘색 아우쥐가 우리들 앞으로 도착했다.


“ 타세요”


뭐하는 새끼지? 그런데 이 차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차를 타고 도착한 강남의 고급 빌라는 내가 살아 온 곳에 비하면 다른 세상이었다.


빌라를 지키는 경비원이 차고 문을 직접 열어주고 집안에 들어가니 커다란 거실과 높은 천장과 안 그러리라 다짐해도 나의 눈이 이미 집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근육 아저씨와 노땅 동지가 더 놀란 듯 보였다.


상율 선배가 우리들을 자신의 게임룸 이라는 2층으로 안내했다.


와우! 방문을 여는 순간, 우리들 게임 마니아들의 파라다이스가 펼쳐졌다.


대형 벽걸이 TV와 가죽소파, 한 가운데는 안마의자와 테이블 위의 게임기.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상율 선배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 친구들이 많이 왔네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고 배고프면 마음대로 시켜먹고 하세요. 의자가 모자란 거 아니야?”


“ 아이 엄마! 알았으니까 나가있어요.”


싸가지 없는 놈


돌아가신 엄마가 잠깐 생각났다.


“ 그럼 누가 먼저 시작해 볼까요?”


“ 게임 하기 전에 이렇게 만나서 여기까지 온 것도 인연인데 잠깐 나이랑 자기소개 짧게 하고 시작할까요?”


성급하게 신작을 해보겠다고 게임기를 스타트 하는 상율 선배를 가로막고 근육 아저씨가 나섰다.


“ 참! 맥주 안 사왔다. 엄마!”


갑자기 상율 선배가 엄마에게 부탁하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고놈 참!  


엄마에게 싸가지 없이 이것저것 주문하는 상율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며 모두 잠시 기다리다가 상율 선배가 들어오자 양복 입고 온 오타쿠 아저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저는 에스증권에 다니고 있는 회사원이고요. 나이는 스물 여섯입니다.”


“ 네. 성함이?


“ 아, 박 명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멀쩡한 사람 소개가 끝나고 옆에 앉아 있는 내 차례인 것 같아 입을 열었다.


“ 저는 한국 대학교 건축학과 2학년 다니고 있는 스물 두 살 전 정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어? 나도 한국 대학굔데?”


옆에 있는 노땅 동지를 건너뛰고 상율 선배가 끼어들었다.


생각났다. 하늘색 아우쥐. 학교에서 몇 번 봤었네.


“ 저는 이름은 김 상율 이라고 하고 얼마 전에 군대 제대해서 2학년 2학기 복학 앞두고 있고요. 과는 철학과고.. 또 뭐였죠? 아 나이는 스물 네 살입니다.”


군대도 갔다 왔다는 양반이 엄마한테 심부름이나 시키고 쯧쯧


“ 저보다 다들 형님들이시네요. 저는 스무 살이고 이름은 안 요한이라고 합니다. 동남식품 평택공장에서 얼마 전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노땅 동지 나랑 비슷하게 봤는데 두 살 동생이었다.


“ 네. 모두 반갑고요. 상율 씨 집에 초대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아까 거기 줄 서있는데 한 판만 해보고 얼른 토껴야겠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었을 거 에요”


하하 맞아 맞아


“ 저는 송 대식이라고 하고 운동하고 있습니다. MMA 선수인데 UFC 도전하고 있고요. 아직은 밥벌이를 병행해야 돼서 몸으로 벌 수 있는 건 노가다 세신사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스물 여덟입니다.”


까불면 죽겠구나.


상율 선배 어머니가 아이스박스 한가득 사다주신 맥주를 마시며 모두 즐겁게 게임에 빠져 있다 보니 취기가 오르면서 신기하게도 모두 두 살 터울이라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형 동생이 되어 있었다.


대식이 형이 크게 하품을 하는 바람에 확인하게 된 시간, 새벽 한 시.


나와 마찬가지로 모두들 게임에 빠져있다 보면 누가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이상 그 계속 이어지는 유혹에 출구는 없다.


모두들 헤어지는 순간이 아쉬웠다.


마음 같아서는 다 같이 여기서 자고 내일 집에 갔으면 좋겠지만 안녕.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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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망각의 여행 (완결) +2 20.06.24 51 2 9쪽
29 29화 미래의 유토피아 +2 20.06.23 28 2 10쪽
28 28화 악마의 눈빛 +3 20.06.22 25 3 10쪽
27 27화 말고문 +2 20.06.19 25 2 9쪽
26 26화 무도인의 따귀 +2 20.06.18 24 2 10쪽
25 25화 어제 만난 인연 +2 20.06.17 28 2 10쪽
24 24화 빈집털이 +1 20.06.16 30 1 10쪽
23 23화 사탄의 인형 +3 20.06.15 29 3 10쪽
22 22화 보디가드 +2 20.06.12 51 3 10쪽
21 21화 병맛 커밍아웃 +2 20.06.11 37 2 10쪽
20 20화 물아일체의 경지 +3 20.06.10 59 4 10쪽
19 19화 원초아와 초자아 +1 20.06.09 32 1 10쪽
18 18화 높은 차원의 절대 권력자 +2 20.06.08 43 2 10쪽
17 17화 이름 없는 포비아 +1 20.06.05 39 1 10쪽
16 16화 처량한 영혼들 +2 20.06.04 39 1 10쪽
15 15화 천진난만했던 그 때 20.06.03 37 0 10쪽
14 14화 나비효과 +2 20.06.02 42 1 10쪽
13 13화 미지의 영혼 20.06.01 47 4 10쪽
12 12화 개똥같은 프로포즈 +2 20.05.29 52 2 10쪽
11 11화 날벼락 20.05.28 42 1 10쪽
10 10화 의미없는 기도 20.05.27 130 1 10쪽
9 9화 악몽의 순간 20.05.26 58 1 10쪽
8 8화 수호자의 운명 20.05.25 54 3 11쪽
7 7화 사랑의 파수꾼 20.05.22 73 1 10쪽
6 6화 계절은 없다 20.05.21 70 0 11쪽
5 5화 룰도 모른다 20.05.20 72 3 11쪽
4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20.05.19 83 5 11쪽
3 3화 꿈을 향한 노력 20.05.18 91 4 11쪽
2 2화 소리없는 눈물 20.05.15 11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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