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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우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하고 탑코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두둥이아빠
작품등록일 :
2021.12.13 13:54
최근연재일 :
2022.01.06 14: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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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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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163

작성
22.01.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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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회귀하고 탑코더 20화

DUMMY

[20화]


#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 같았다.

3개월차 개발자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구체적이고 세밀한 기술적 내용 하나하나를 마치 이미 모든걸 경험 한 듯 상세하게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어렵고 복잡한 개발 로드맵이 머릿속에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만약 가능하다면, IT 시장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혁신을 넘어 혁명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어 보였다.

정종찬은 더욱 더 성훈의 말에 빠져들었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위해 두 귀를 쫑긋 세웠다.

그의 머릿속엔 이제 성훈의 개발 자질에 대한 의구심 보다 확신이 차지하고 있었다.


‘확실히 보통 내기가 아니야··· 삼지전자가 왜 그토록 이 친구를 데려가려는 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군.’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던 정종찬이 이내 옆에있던 비서의 어깨를 툭 쳤다.

입을 벌린채 그저 넋놓고 성훈을 바라보고 있던 비서는 그제야 한 껏 벌린 입을 꽉 다물며 정종찬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정종찬은 한심하다는 듯 미간을 살짝 좁히고는 조용히 그에게 속삭였다.


“입에 파리 들어가겠어. 이 사람아.”

“죄···죄송합니다.”

“됐고. 자넨 지금 당장 연구개발기획팀 팀장이랑 마케팅기획팀 팀장, 제품기획··· 아니다. 그냥 우리 사업부에 있는 기획부서에 있는 대가리들 전부 다 모이라고 연락 돌리게.”

“네?”

“내 말 못 들었나? 전부 여기로 집합 시키라고 지금 당장!”

“아···네!”


정종찬의 비서가 전화를 돌리기위해 황급히 회의실 문밖을 나서자, 정종찬이 손을 들어 올렸다.


“잠시만.”


보드마카를 들고 한참을 화이트 보드에 설명을 이어가던 성훈의 손이 순간 멈췄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 정종찬을 빤히 쳐다봤다.

잠시 머뭇거리던 정종찬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조금 이따가 다시 설명 해줄 수 있겠나?”

“네. 알겠습니다.”


성훈은 정종찬의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반해 성훈 옆에 뻘쭘히 서 있던 박기남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정종찬과 성훈을 번갈아 가며 살펴보기에 바빴다.

하지만, 곧이어 그 말에 의미를 대번에 알아 챌 수 있었다.


명성전자의 실세.

한때 현재 그룹 총수인 이준만 회장과 함께 경영활동을 나란히 했던 핵심중에 핵심인 인물, 정종찬.

그의 말 한마디면 디지털 미디어 사업본부 전체가 들썩거렸다.

바로 지금과 같이 말이다.

정종찬의 불호령이 떨어진지 30분도 안되서 디지털 미디어 사업부에 몸을 담고 있던 모든 기획부서들 팀장, 부팀장들이 하나 둘 PDA팀 사무실로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었다.


웅성웅성

좁은 회의실안은 어느새 각 부서의 장 들로 부쩍거렸다.

그로인해 회의실 의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고, PDA팀 팀원들은 눈치껏 직급이 낮은 순서대로 회의실 밖을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루종일 못마땅한 표정을 일삼고 있던 정지만 마저 조용히 회의실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해서 남은 PDA 개발팀 인원은 박기남과 성훈, 단 둘 뿐이었다.

성훈 옆에서 쭈뼛거리며 있던 박기남이 어수선한 틈을 타 성훈에게 속삭였다.


“이거 참··· 성훈아. 뭔가 일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인데?”

“제가 다 알아서 할테니, 걱정 붙들어 매세요. 팀장님.”

“거···걱정은 무슨 걱정. 발표 중간에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고.”

“네. 감사합니다.”


박기남은 말과는 다르게 걱정스런 얼굴로 성훈을 바라봤다.

아무리 성훈이 뛰어난 코딩 실력을 갖췄다 한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자신이라도 어려운 일이 었다.

게다가 각 부서의 장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무거운 분위기 속에 회의가 진행될 터.

하지만, 그의 걱정과는 달리 성훈은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회의실 정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녀석은 떨리지도 않나···’


박기남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이, 성훈의 짧은 소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


들뜨고 흥분한 마음을 좀처럼 가라앉힐 수 없었다.

성훈은 이런 시간이 오기만을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최초 스마트폰의 탄생.

적어도 앞으로 수십년간은 길이길이 남을 역사의 현장에 와 있는 듯 했다.

그 첫 번째 계단에 첫 발을 이제 막 올리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개발 필요성 인식과 동기부여.

이 두가지를 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관건, 즉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다.

우선적으로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품성이 될만한 타당한 근거와 충분한 이해를 돕는 폭넓은 지식이 필요했다.

박기남이 얘기한 뜬구름 잡는 듯한 허황된 개발 계획을 내 놓아서는 안되는 노릇.

성훈은 전생에서 공부하며 개발했던 스마트폰의 개발 내용들을 떠올리며 (물론 집에서 조사를 하는 중간중간에 지식의 한계에 부딪히는 영역에 들어설때면, 스마트폰이 부족한 점을 바로 채워줬다.) 안드로OS의 전체적인 구조와 컨셉, 개발 방향 등을 다시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이미 성훈에 대한 소문들을 심심치 않게 듣고 온 사람들은 가만히 그의 말을 들을 뿐 쉽사리 반박할 만한 문제를 꺼내지 못 하고 있었다.

어느새 얘기는 PDA와 핸드폰의 가장 큰 차이점인 무선인터넷과 통화기능에 대한 설명에 다 다르고 있었다.


“···또한 현재 시중에 나가있는 핸드폰에 경우 CDMA(CDMA : Code Division Multiple Acess)라는 무선통신모듈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를 PDA에 장착하여 전화 기능을 추가하고, 무선 데이터 통신을 통해 유선 케이블 없이도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을 모두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하드웨어 프로토타입 제작에 돌입하여야 할 것입니다.”


성훈의 말을 그저 끄덕이며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중 한명이 손을 들어 보였다.


“연구개발 기획 팀장 이무열입니다. 방금전에 CDMA모듈을 말씀하셨는데, 현재 저희 명성전자가 보유한 PDA용 WinCE OS와 CDMA 모듈은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충분히 검토가 된 사항인가요?”


이 말을 시작으로 그는 미리 메모해둔 여러가지 질문들을 숨 돌림 틈 없이 마구잡이로 쏘아대기 시작했다.

수많은 질문의 요지는 결국 명성전자의 소프트웨어 협력사 인 나노소프트가 제공하는 WinCE와 휴대폰에 탑재된 모듈 과의 호환성에 대한 문제였다.

그에비해 성훈의 답은 오히려 간단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나노소프트사의 WInCE OS를 다른 OS로 교체하면 호환성 문제는 해결이 될 겁니다.”

“다른 OS라면··· 설마 신비안 OS를 염두하고 계신건가요?”


신비안 OS.

나노소프트 다음으로 PDA OS 시장을 선도하고 있던 신비안 사의 임베디드 운영체제이다.

현재 세계 최대 휴대폰 회사이자, 명성전자의 경쟁사인 노기아에서 개발한 PDA의 전용 OS이기도 하다.

가만히 앉아있던 경영지원팀 팀장 박규선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들고있던 펜을 책상에 탁 내리치며 말했다.


“신비안 OS라뇨! 지금 나노 소프트와의 제휴 계약을 무시하고, 경쟁사의 OS를 똑같이 그대로 따라가자는 말입니까!”


순간 회의실 안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성훈의 대답을 듣기위해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좁혀졌다.

여전히 그는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없이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입가엔 옅은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다.


“그럴리가요··· 오히려 그들이 우리의 꽁무늬를 쫄쫄 따라오게 될 겁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들이 왜···”

“앞으로 외산 상용 OS에 더이상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OS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명성전자만의 자체 OS를 말이죠.”


풋.

회의실 안 여기저기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세어 나왔다.

질문을 쏟아낸 이무열 팀장 역시 코 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허허. 윤.성.훈. 선임 연구원님. 아직 회사에 들어오신지 얼마 안되셔서 잘 모르나본데··· 자체 OS. 좋죠. 그럼요.상용 OS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로열티로 지불되고 있는 실정인데, 자체 개발하면 너무 좋죠. 그런데··· 누가 합니까 그걸? 하드웨어는 그렇다 쳐도, 임베디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작할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우리 회사에는 없다는게 현실 아닙니까?”


그건 국내 어느 기업이든지 간에 마찬가지 문제였다.

2000년 초반, 우리나라는 아직 임베디도 OS를 전문으로 하는 개발자층이 그리 두텁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그의 말에 기대에 차있던 몇개의 눈빛들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결국 소스를 깔 수 밖에 없는 건가···’


현실성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단순한 이론적 지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고전적이면서도, 눈에 보이는 확실한 무언가가 이들에게 필요한 듯 보였다.

성훈은 손에 쥐고 있던 빔 프로젝트 리모콘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삐익.

그러자 프로그래밍 언어인 java 소스로 가득찬 화면이 회의실 한쪽 벽에 들어섰다.

방금전까지 코 웃음을 치던 이무열 팀장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였다.


“이··· 이게 뭡니까?”

“저희 PDA 소프트웨어 팀이 내부적으로 선행 개발해왔던 임베디드 OS의 일부 소스코드 입니다. 이 소스를 이자리에서 컴파일 하여 말씀하신 CDMA와 같은 모듈과 OS의 상호통신이 문제없이 잘 구동되는 것을 직접 보여드리죠.”


금시초문.

박기남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자리에서 어쩔줄 몰라하던 박기남이 성훈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선행 개발이라니···’


이를 알아챈 성훈이 박기남을 보며 눈을 지긋이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할테니 걱정 하지 말라’


순간 성훈이 회의전에 했던 말이 떠오른 박기남은 이내 들썩 이던 엉덩이를 잠시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만 15년.

자신도 소프트웨어의 세계에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성훈이 보여주고 있는 건 차원이 다른 수준의 소스코드들과 설계방식이었다.

끼고있던 안경을 벗어 재낀 박기남은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성훈의 말대로 CDMA모듈과 PDA OS의 통신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말은 즉, 단지 개인 전자수첩의 기능만 가지고 있던 PDA가 휴대폰처럼 통화기능까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서 말이다.


“오···”

“호오···”


짧은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성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소스파일 중 기능 별로 짜여진 함수들과 문서로 따로 정리한 아키텍쳐를 스크린에 띄우고는 다시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스크린에 띄어진 수천줄의 소스를 눈으로 따라가던 회의실 안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 했다.

그들이 소스를 이해할만한 머리를 가진건 아니었지만, 확실한 건 성훈의 주장이 빈 깡통에서 나온 허황된 망상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각 부서의 팀장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속삭이는 목소리가 하나 둘 섞이더니, 이내 회의실 안은 다시금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그들 사이에서 몇마디 대화가 오가던중, 익숙한 이름의 세글자가 성훈의 귀에 어렴풋이 들려왔다.


“이길태 사장님께 먼저 보고를 올리는게 어때요? 생각보다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기술적인 부분도 완전히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고요.”

“맞아요. 우리 선에서 끝낼 일은 아닌거 같은데···”

“흠··· 그럼 일단 오늘 들은 내용과 자료들을 정리해서 저에게 메일로 보내주세요. 제가 취합해서 신규제품 개발 기획서 작성 후, 이길태 사장님께 보고 올리겠습니다.”


’애니웨어콜의 신화의 주역’, ‘애니웨어콜 맨’.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이러한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명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사 이길태.

명성 휴대폰 사업을 초창기 부터 현재까지 진두지휘한 그의 업적은 A4용지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를 모를리 없는 성훈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생각보다 일이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 되어가는 듯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나의적은나
    작성일
    22.01.03 14:09
    No. 1

    스마트폰이 출시되도 국내에서는 WIPI로 꿀빨던 통신사들의 반대로 상용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릴듯.

    사과사의 얼라폰 출시가 다른 나라보다늦은것도 빌어먹을 WIPI때문이였음.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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