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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우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하고 탑코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두둥이아빠
작품등록일 :
2021.12.13 13:54
최근연재일 :
2022.01.06 14: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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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56
추천수 :
626
글자수 :
131,163

작성
21.12.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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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회귀하고 탑코더 17화

DUMMY

[17화]


#


“여기에도 방금전과 비슷한 현상의 버그가 발견됐습니다.”


각 개발파트 대표들의 시선이 성훈이 가르키고 있는 화면으로 모아졌다.

성훈이 PL로 임명되고 처음으로 진행되는 회의인 만큼 모두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회의는 성훈이 따로 박기남에게 제안하여 마련된 자리였다.

버그 사항 체크 회의.

PDA 신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자, 여기저기서 고객 클레임을 비롯한 프로그램 버그사항들이 폭죽처럼 쏟아졌다.

하여 이제까지 나온 버그들을 취합하여 버그가 생긴 원인과 그에 대한 조치사항들을 분석하고, 다음 개발을 함에 있어서 똑같은 버그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일종의 예방 차원에서 열린 회의였다.

이미 몇차례 성훈과의 코드리뷰를 진행해왔던 개발자들은 묵묵히 성훈의 말에만 집중했다.


“Java의 동시성 프로그래밍 특성상 동기화된 블록을 사용하여 멀티스레드 시스템에서의 공유 자원 엑세스를 보호하는 상호베제 잠금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변경 가능 필드를 대상으로 동기화를 하는 경우에는 허점이 생기고 이로인해 상호베제 규칙을 위반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


PDA 어플리케이션 개발 담당을 맡고있는 김호중 전임 연구원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트렸다.

회의 내내 팔짱을 끼고있던 박기남이 그를 한심하듯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성훈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현재 상태에서 동기화된 블록을 private final로 선언하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으로 보입니다. 동기화된 블록은 필드 자체보다는 동기화 필드에서 참조된 오브젝트에 의해 보호됩니다. 이렇게 되면 잠금 오브젝트가 변경되지 않아 상호베제가 보장이 됩니다. 또한 다수의 스레드가 공유자원을 엑세스하는 방법이 제어가 가능 상태가 되죠.”

“아···”


김호중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세어 나왔다.

회의실 안에 있던 이들 모두가 김호중과 별 다를게 없는 반응을 보였다.

성훈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거기에 대한 반론을 내놓지 않았다.

박기남은 그런 직원들이 한심하기이 짝이 없어 따끔한 한마디를 들 준비를 하려던 찰나, 곧바로 꿀꺽 말을 삼켜냈다.

성훈이 또 다른 버그에 대한 설명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


“이 부분은 데이터베이스의 쿼리 응답속도가 느려져서 발생하는 미들웨어단의 버그로 보입니다.”


이번엔 미들웨어 파트장 유승훈 선임 연구원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 그럴리가요. 저희 쪽에서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테스트를 이미 충분히 진행해왔습니다. 이제까지 별다른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고···”

“제가 따로 단일 테스트 한 결과, 말씀하신대로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조회속도도 200ms 이내로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고요. 하지만.”


성훈은 PDA 통합테스트 때, 간단한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 놓았던 데이터 베이스 전용 테스트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리고 클릭 한번에 쿼리가 자동으로 생성되었고, 곧 바로 테스트가 시작됐다.

수초후, 테스트 결과가 모니터 화면에 표시됐다.


-쿼리 응답시간 : 3200.23ms


“아···아니. 이럴리가 없는데.”

“보시는 바와 같이 다중 테스트시에 다음과 같은 결과가 튀어나옵니다. 확인해보니 현재 작업이 다른 프로세스에 의해 블로킹 당하여 생기는 문제로 보입니다. 즉, 현재 실행중인 쿼리가 다른 프로세스가 먼저 걸어놓은 잠금 때문에 대기하고있는 상태란 뜻입니다.”


유승훈은 살짝 입술을 깨물더니 이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박할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간과했던 부분이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터.

성훈은 담담히 말을 다시 이어갔다.


“사실 이 부분은 데이터 베이스 관리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중에 하나입니다. 이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sp_who2 시스템 저장 프로시저를 실행해서 BlkBy 컬럼의 값을 확인하거나 sp_lock시스템 저장 프로시저로 모니터링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점 꼭 유념하여 DB 설계하시면 더 효율적인 인덱싱이 가능할겁니다.”

“그래. 아, 아니··· 네. 참고하겠습니다.”


이제는 프로젝트 전체를 아울러 보는 위치에 선 성훈.

그는 회의실 안에 있던 각 파트의 개발자들이 단번에 알아들을 정도로 세밀하면서도 간단, 명료하게 버그사항을 지적해나갔다.

그런 그에게서 뭔지 모를 아우라가 등뒤에서 뿜어져 나온걸 느낀 유승훈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가 삼지전자의 PDA 버그를 혼자서 해결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해도, 겉으로는 박수를 쳐주었지만 속으로는 ‘운이 좋았겠지···’하며 긴가민가 했었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은 오늘로써 확실히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성훈을 바라보는 눈빛 또한 달라졌다.


‘대··· 대단한 녀석이야···’


성훈은 그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버그 사항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OS 쪽, 펌웨어 단에서 나왔던 버그입니다.”


성훈은 말하는 동시에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끗 쳐다봤다.


PM 6:32


점심시간 이후 부터 시작된 회의는 어느새 창밖의 붉은 저녁 노을이 회의실 안을 벌겋게 물들일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PDA 팀 파트 대표들은 대자연이 주는 활홀한 광경에 등을 진채, 단 한곳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PDA에서 발견된 버그의 소스코드, 그 위를 빨갛게 표시한 버그의 위치, 그리고 로직적인 결함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이 화이트 보드를 꽉 채우고 있었다.

그 앞에서 소매를 걷어 올린 성훈이 쉰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설명을 이어가는 성훈의 목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회의가 끝나자, 성훈은 다시 시계를 바라봤다.


‘늦었네···’


퇴근 시간이 훨씬 넘은 시각.

성훈은 황급히 짐을 챙기고 팀원들에게 인사하는것도 잊은채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때,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는 성훈의 뒤로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윤선임!”


성훈이 고개를 돌리자, 정장 자켓을 팔만 걸친채 부랴부랴 뛰어오는 이가 보였다.


“팀장님?”

“어딜 가는데 그렇게 후다닥 도망치듯 퇴근하는거야? 나한테 먼저 간다는 말도 없이···”


박기남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그의 표정엔 왠지모를 섭섭함이 묻어있었다.


“죄송해요.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약속?!”


약속이란 말에 박기남이 의아한듯이 성훈을 쳐다봤다.

성훈과 집 방향이 같았던 박기남은 이제까지 차로 성훈을 데려다주면서 성훈이 또래 애들처럼 친구들을 만나러 가거나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한창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훈의 목적지는 늘 한결같았다.

그럴때마다 박기남은 성훈이 아깝고 안타깝기까지 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친구가 간만에 약속이라니.

박기남은 마치 자신의 일인냥 속으로 기뻐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약속장소가 어딘데? 근처면 같이가자. 차로 데려다 줄게.”

“아, 아니에요··· 그러실 필요···”

“괜찮아 괜찮아. 나도 오늘 간만에 드라이브나 하지 뭐. 윤선임한테 할 얘기도 좀 있고. 그러니까 아무말 말고 따라 오기나 하셔.”

“···”


성훈은 박기남의 고집스런 성격을 잘 알기에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툭툭


“여기가··· 약속 장소···?”


박기남이 굳게 닫혀있는 병실앞에 멈춰선 성훈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병원앞에 성훈을 내려준 박기남이 어느새 성훈의 뒤에 떡하니 서 있었다.

성훈은 놀란 토끼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티, 팀장님··· 바로 댁으로 가신거 아니었어요?”

“궁금해서 그냥 갈 수 가 있나. 난 또 요즘 핫하다는 흥대앞이라도 가는 줄 알았더만···갑자기 병원에서 내려달라 그러길래 무슨일인가 싶어 곧바로 차에서 내려 뒤쫓아왔지. 그나저나 누구 다쳤어? 여긴 무슨일로 온거야?”


성훈의 자초지종을 듣던 박기남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릴 뿐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럼 오신김에 잠깐 인사라도 하고 가실래요?”
“그···그래.”


병실 문이 스르륵 열리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병실 한켠에 비치된 침대 위의 환자복 차림으로 누워있는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팔 엔 셀 수 없을 정도의 주사바늘이 꽂혀 있었고, 침대 옆엔 심장 박동기와 같은 차가운 의료 전자기기들이 탑처럼 쌓여져 있었다.

공허함속에서 들려오는 맥박 소리가 그녀의 현재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현재 의식은 없으신 상태지만, 의사말로는 외부의 접촉과 소리는 전부 다 느낀다고 합니다.”

“언제 쯤 깨어나실거란 얘기는 따로 없었고?”

“그건··· 아무도 장담 할 수 없다고···”


대답하는 성훈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성훈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적어도 15년동안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박기남이 성훈의 어머니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성훈과 함께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어머님 잘 보살펴드리고··· 난 이만 가볼게.”

“팀장님.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할 얘기라는게..?”

“응? 아냐아냐. 내일 회사에서 얘기하자고.”


그때.


뚜벅뚜벅.


병원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낯익은 얼굴의 중년이 성훈과 박기남의 눈에 들어왔다.

점점 가까이 다가올 수록 그의 정체는 뚜렷해지자, 성훈의 눈빛이 일순간 차가운 눈빛으로 변했다.


“오랜만입니다. 성훈씨.”


삼지전자 PDA 개발팀장 오영수.

그가 한손에 쥐고 있던 과일 바구니를 성훈에게 건네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렇게 사전에 동의도 없이 병원으로 찾아와 죄송합니다만··· 저희도 이 방법밖에 없더군요.”


성훈은 그의말에 불쾌 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어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이곳에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오, 오해는 하지 마십쇼. 저도 얼마전 우연히 알게 된 사실입니다. 팀원중 한명이 주말에 이 근처를 지나가다 성훈씨가 이 병원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저에게 얘기했습니다. 그 친구가 엑스존 전시회때 성훈씨 설명을 같이 들었던 친구인데, 그때의 충격이 꽤 컸는지 성훈씨 얼굴을 다행히 잊지않고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더군요. 마침 또 이 병원의 원장이 저희 삼지전자의 PC 사업부장님과 깊은 인연이 있으시···”


오영수는 쉬지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기에 바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이곳에 오는 건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던 오영수의 머리가 실시간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오영수의 말을 듣는 성훈의 표정은 조금의 변화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다고 제 생각이 바뀔거라 생각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오늘도 헛걸음 하셨네요. 이만 돌아가주세요.”


성훈의 냉랭한 반응에도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나지 않으리라 다짐한 듯, 오영수가 담담히 말을 꺼냈다.


“저희 소장님께서 이번엔 더 큰 금액을 부르셨습니다. 그러니 한번만이라도 깊이 고민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마지막 바람입니다.”


엑스존 전시회가 끝나고, 성훈은 삼지전자로 부터 스카웃 제의를 하는 전화를 수차례 받아왔지만, 한사코 거절 한 바 있었다.

하지만, 계속된 거절에도 현재보다 2배이상의 연봉을 제안하며 직접 성훈의 회사앞까지 찾아왔다.

삼지전자의 미래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성훈은 그때마다 단호하게 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성전자에 곧 다가올 절호의 기회를 성훈은 놓칠 수가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대충 무슨 상황인지 단번에 직감 한 박기남이 성훈과 오영수 사이를 가로막으며 앞으로 나섰다.


“하하. 뉘신가 했더니 전시회때 뵙던 분이었군요! 자자. 일단 저랑 먼저 얘기나누시죠. 이쪽으로..”

“저는 그 쪽 이랑 잡담하려고 온게 아닙니다. 비키세요. 성훈씨 다시한번 고려해주시면···”

“어허 이양반이 지금. 나랑 먼저 얘기 하자니까!”


박기남이 어깨위에 올린 팔을 오영수가 걷어 치우자, 그들을 감싸고 있던 공기의 흐름이 일순간 차갑게 역류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그들 사이에서 튀어오르는 스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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