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당우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하고 탑코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두둥이아빠
작품등록일 :
2021.12.13 13:54
최근연재일 :
2022.01.06 14: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1,828
추천수 :
626
글자수 :
131,163

작성
21.12.13 14:04
조회
1,829
추천
34
글자
13쪽

회귀하고 탑코더 2화

DUMMY

[2화]


“뭐···뭐야?”


성훈이 침대에서 헐레벌떡 일어나며 내뱉은 첫 마디였다.


‘여기가 어디지?’


성훈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고개를 돌려 주위를 찬찬히 둘러봤다.

금방이라도 떨어질거 같은 낡은 벽지.

벌겋게 녹슨 싱크대 선반위에 가지런히 놓여진 접시.

바닥에 질서없이 널부러진 옷가지들.

그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C 프로그래밍 책.

어찌된 일인지 성훈은 대학생 시절을 함께했던 자취방 공간안에 들어 와 있었다.

설마하는 마음에 성훈은 재빨리 벽 구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달력을 쳐다봤다.


“2···2000년?!”


그 순간 성훈은 본능적으로 배게안으로 손을 넣어 TV 리모컨을 집어들고는 곧 바로 전원버튼을 눌렀다.

때마침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아나운서가 화면에 나타났다.


“···다음 소식입니다. 어제 저녁 서울 종로에서는 20세기의 마지막 삼일절을 기념하기 위해 시민 2000여명이 거리로 나와 가두행진 행사를···”


성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TV 화면 왼쪽상단으로 옮겨졌다.


2(목)

9:03


‘2000년, 삼일절, 2일, 목요일.’


성훈은 TV를 통해 현재의 정확한 날짜를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2000년 3월 2일.

24개월 동안 국가에 대한 충성을 무사히 마치고 대학교에 복학해 3학년의 새학기를 맞는 날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머릿속이 복잡해진 성훈은 잠시 숨을 크게 들이 마신 후 방금 전에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입 안에서 중얼거렸다.


“중국 상하이···컨퍼런스 홀···정체를 알 수 없는 빛들이 나를 휘감았고 한동안 정신을 잃은 뒤··· 눈을 떠보니 2000년···”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자신에게 왜 일어난 것인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궁금해 하던 찰나.


“크읍!”


성훈은 아까부터 타 들어갈 듯한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성훈의 발앞으로 무언가 툭 떨어졌다.

성훈은 자세히 보기위해 허리를 굽혀 바닥을 빤히 쳐다봤다.


“아···아니 이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성훈이 컨퍼런스 복도에서 주웠던 주인모를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은 성훈은 액정에 비친 잠금화면을 골똘히 쳐다봤다.


[Monday, 11 May 2020, 11:43]


정확히 과거로 돌아오기 전 날짜와 시간.

핸드폰의 시간은 이동통신사의 표준시를 기준으로 동기화가 되어 표시한다.

만약 과거로 와서 이동통신사와의 통신이 끊겼을 지언정 GPS가 탑재된 핸드폰은 위성의 시간과 위치정보를 가져와 표시한다.

하지만 성훈이 주운 핸드폰의 시간은 어찌된 영문인지 과거로 돌아오기 전 시간을 나타내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핸드폰 상단에 위치한 샐롤러/모바일 네트워크, Wi-FI 네트워크 의 신호상태의 강도가 최대치를 표시하고있었다.

Wi-FI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가 한국에 최초로 도입된 건 2007년도.

그로부터 3년후에 와이파이 존이 전국에 설치된다.

지금으로부터 10년후에야 잡혀야 할 신호들이 멀쩡히 터지고 있었다.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던 성훈은 핸드폰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엄지손을 액정위에 올리고 위로 쓸어 올렸다.


그때.


쿵쿵쿵.


“야 윤성훈! 왜 안나와? 수업 늦겠어 인마!”


밖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성훈의 대학동기이자 성훈과 같은 컴공과 정윤섭의 목소리였다.


“어?!···어··· 이제 나가!”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성훈은 얼떨결에 현관문을 향해 대답했다.


“술 덜깼냐? 크크··· 빨랑빨랑 나와라.”


성훈은 그제서야 바닥에 굴러다니는 옷 중 아무거나 집어들어 황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20초만에 모든 준비를 마친 성훈은 뒤를 돌아 매트리스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슬쩍 쳐다봤다.

잠금이 풀려있는 핸드폰은 메인화면을 표시하고 있었다.

화면 중앙에는 단 한개의 어플만이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었다.


[Wow]


‘Wow’는 세계 최대의 검식엔진 회사인 ’Wow’사가 2008년 9월에 야심하게 출시한 대표적인 웹 어플리케이션이다.

조심스레 어플에 엄지를 갖다댄 성훈은 인터넷이 될 리없는 핸드폰에 당연히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창이 뜰거라 예상했지만.


Wow

[| ] 검색


Wow사의 대표적인 로고와 함께 검색창이 떴다.

즉, 인터넷 연결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


쿵쿵쿵.


“야! 이러다 진짜 지각하겠어! 첫 수업부터 지각하면 교수가 가만 안둘걸?”


정윤섭의 재촉에 성훈은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잠금상태로 돌려놨다.


“이제 나가!”


성훈은 재빨리 핸드폰을 자켓 안쪽 주머니에 넣어 놓았고 의자에 걸려있는 가방을 챙겼다.

현관옆에 비치된 스캔드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젊어진 얼굴을 확인한 성훈은


‘정말 과거로 돌아왔구나.’


라고 생각하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켓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Monday, 11 May 2020, 11:45]


여전히 시간은 2020년을 표시하고 있었다.


#


성실대학교 컴퓨터 실.


수업을 모두 마친 성훈은 같은과 친구들과 함께 교수가 내준 알고리즘 문제를 풀기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2000년에는 개인용 데스크톱 PC의 상용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때이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 일반 대학생들에게 개인 PC는 꿈도 못꾸던 시대였다.

그렇기에 프로그램 과제를 하려면 하는 수 없이 방과후에 학교에 남아 컴퓨터 실에서 코딩을 해야만 했다.


“교수님 너무해. 이걸 내일까지 풀어 오라는게 말이돼?”


수업이 끝나고 남자친구와 약속이 잡혀있던 이영지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영지 뒤에 앉아있던 박동현이 그녀의 말에 거들었다.


“별수 있겠냐? 까라면 까야지 뭐. 그리고 교수님 스타일 알잖아. 내일까지 이거 못 풀어가면 아마 다음 과제는···아윽”

“아 졸라 싫다···과제 또 엄청 내겠지?”

“말해 뭐해···”


그 순간.


탁탁탁탁.


어디선가 키보드를 빠르게 치고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 PC 전원도 키지 않고 잡담을 하던 학생들의 시선은 일제히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컴퓨터 모니터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성훈의 얼굴.

박동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훈이 앉아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야 윤성훈! 지금 타자연습할 때냐?”

“···”


성훈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채 박동현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박동현은 어느새 성훈의 옆으로 다가섰다.


“짜식. 집중하는 것봐라. 몇 점인데 그래?···어?”


박동현이 성훈의 모니터를 본 순간 그는 마치 못 볼 걸 봐버린 사람마냥 낯빛이 어두워졌다.

성훈의 모니터 화면을 꽉 채운 C언어 소스들.

박동현은 두 눈을 질끔 감았다가 다시 크게 뜨고 봤지만 변한건 없었다.


“얘···얘들아··· 와서 이것 좀 봐봐.”


박동현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성훈의 자리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고, 성훈의 모니터를 본 이들은 모두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다.


“유···윤성훈··· 너 뭐 잘 못 먹었냐?”

“대박! 짱이다. 윤성훈!”

“너 언제 우리 몰래 코딩공부 했냐?”

“오 마이 갓! 이게 무슨 외계인 같은 언어야?”


친구들의 관심이 온통 성훈에게 쏠렸지만 성훈은 주위를 신경쓰지 않고 오직 소스코드에만 집중했다.

한줄···두줄···

성훈은 C언어의 문법과 함수들을 마치 한글을 쓰듯 막힘없이 빠른 속도로 써내려 갔다.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은 정교한 알고리즘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정체이다.

보통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누군가 만들어놓은 알고리즘 라이브러리를 구입하여 사용하거나 C++ STL과 같은 표준 라이브러리들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다보니 자료구조나 알고리즘을 터득하는 것 보다는 라이브러리를 잘 쓰는 법만 익히는게 당연시됐고,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되지’ 라는 마인드가 자리잡게 된다.
직접 알고리즘을 구현하라고 하면 아무리 능력있는 개발자라도 쉽게 키보드에 손이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성훈은 달랐다.

성훈은 전생에서 개발을 할 때, 프로그램에 알고리즘을 적용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응용했다.

심지어는 알고리즘을 자신이 직접 짜서 적용한 적도 더러 있었다.


‘이건 루프가 두번 돌아야 하고, 반환값은··· 그래 이 변수를 넘기면 되겠군.’


교수가 내준 알고리즘 문제는 그런 성훈에겐 너무나도 쉬운 수준의 코딩이었다.

그렇게 15분만에 앉은자리에서 모든 문제를 푼 성훈은 CD-ROM에 소스파일을 저장 했다.

성훈이 CD를 PC에서 꺼내려하자 이를 기다렸다는듯 학생들은 득달같이 성훈의 자리로 몰려들었다.


“성훈아! 나 CD좀 빌려주면 안돼?”

“나도!나도! 이 문제는 도저히 못 풀겠어···”

“내가 먼저야!!”

“웃기시네! 내가 먼저 왔거든?”


성훈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떼려던 순간.


“거기 무슨일이지?”


컴퓨터실 뒤쪽 문에서 들려오는 굵은 중년의 목소리.

성실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 장대영 교수였다.

컴퓨터실을 지나가는 길에 학생들이 몰려있는 것을 본 장대영 교수가 찾아온 것.


“아..그게···”


뚜벅뚜벅


장대영 교수는 성훈이 들고있는 CD를 본 순간, 대충 상황이 짐작되었다.


“이 짜식들··· 다들 얼른 제자리로 돌아가!”


그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학생들은 일사분란하게 자리로 돌아갔다.

장대영 교수가 성훈에게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그래··· 보아하니 내가 낸 알고리즘 문제들을 몇문제 풀었나보군. 이리 줘봐.”


장대영 교수가 성훈에게 손을 내밀자 성훈이 말없이 CD를 건넸다.
별 큰 기대를 하지않는 눈빛으로 성훈을 노려보던 장대영 교수가 CD를 받자마자 다시 입을 뗐다.


“이 문제들을 얼마나 맞혔는지는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풀었다는게 중요한 거지. 아무튼 수고했고 이만 귀가하도록!”

“네. 교수님.”


성훈이 가방을 싸는 동안 장대영 교수는 다른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내가 수업시간에도 말했을텐대? 각자 스스로 풀어보라고. 문제를 다 못 풀어도 좋아. 단! 머리를 굴릴때로 굴려보고 그래도 정 모르겠다싶으면 비워두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해보는데까진 해보라는 말이야. 알아 들어? 그리고···”


그 사이 성훈은 조용히 뒷문을 열고 컴퓨터실 밖으로 빠져 나왔다.

등 뒤에서 장대영 교수의 잔소리가 문틈으로 세어나왔지만 성훈은 급히 자취방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아까부터 자켓 안주머니에서 울려대는 핸드폰 진동 때문이었다.


#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성훈은 핸드폰부터 꺼내어 하루 종일 울리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폰 알림창을 열어보니 Wow어플에서 보낸 알림 리스트내용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08:01 wow.com : “stack underflow”을(를) 방문했습니다.]

[08:01 stackunderflow.com : “Improving the Stack Underflow search algorithm using Semantic Search”을 검색했습니다.]

[09:23 stackunderflow.com : “How can solve java SE 13 exception error”을(를) 검색했습니다.]

[11:02 stackunderflow.com : “jquery ajax error function - Stack Overflow”을(를) 검색했습니다.]

···.


[오늘 총 89개의 Wow 검색 기록이 있습니다.]


성훈은 검색내용들을 훑어 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현재는 2000년.

세상에 아직 밝혀지지도, 알려지지도 않은 단어들이 곳곳에서 쓰이고 있었다.


‘Semantic Search’

‘Java SE 13’

‘jquery’

‘Ajax’


과거로 온 성훈이 미래에서 가져온 핸드폰을 그대로 챙겨왔다 해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와이파이, 네트워크 통신, 날짜, 시간, 그리고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알고리즘과 라이브러리 까지.

순간 성훈의 머릿속에 들어온 한가지.


‘펴..평행세계··· 영화에서만 보던 그 평행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는 과거로 왔지만 스마트폰은 아직 미래에 존재하는 오브젝트(개체) 이다?’


평행세계.

자기 자신이 살고있는 세계가 아닌 평행선 상에 위치한 또 다른 세계.

즉, 시간의 관점에서 따진다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세계.

성훈은 평행세계 외에는 이 상황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린 성훈은 다시 wow 어플로 들어갔다.


‘우선 아무거나 검색부터 해보자. 그럼 단서가 될 만한 무언가가 나올···엇?’


성훈이 검색창에 손을 갖다대니 핸드폰은 다음과 같은 에러메시지를 토해냈다.


[ Sorry, you can't search! just watch!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하고 탑코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회귀하고 탑코더 23화 +5 22.01.06 1,018 25 9쪽
22 회귀하고 탑코더 22화 22.01.05 912 16 11쪽
21 회귀하고 탑코더 21화 +1 22.01.04 1,003 24 13쪽
20 회귀하고 탑코더 20화 +1 22.01.03 1,070 20 13쪽
19 회귀하고 탑코더 19화 +5 21.12.31 1,240 25 11쪽
18 회귀하고 탑코더 18화 +1 21.12.30 1,247 24 12쪽
17 회귀하고 탑코더 17화 21.12.29 1,278 23 12쪽
16 회귀하고 탑코더 16화 +1 21.12.28 1,283 25 14쪽
15 회귀하고 탑코더 15화 +1 21.12.27 1,276 26 13쪽
14 회귀하고 탑코더 14화 +1 21.12.25 1,321 26 13쪽
13 회귀하고 탑코더 13화 +1 21.12.24 1,302 25 13쪽
12 회귀하고 탑코더 12화 +3 21.12.23 1,331 27 14쪽
11 회귀하고 탑코더 11화 +2 21.12.22 1,342 27 12쪽
10 회귀하고 탑코더 10화 +2 21.12.21 1,384 28 14쪽
9 회귀하고 탑코더 9화 21.12.20 1,423 26 14쪽
8 회귀하고 탑코더 8화 +5 21.12.20 1,449 33 13쪽
7 회귀하고 탑코더 7화 +1 21.12.17 1,477 33 13쪽
6 회귀하고 탑코더 6화 21.12.16 1,480 27 13쪽
5 회귀하고 탑코더 5화 21.12.15 1,550 29 12쪽
4 회귀하고 탑코더 4화 21.12.14 1,640 33 13쪽
3 회귀하고 탑코더 3화 21.12.13 1,693 34 13쪽
» 회귀하고 탑코더 2화 +3 21.12.13 1,830 34 13쪽
1 회귀하고 탑코더 1화 21.12.13 2,280 3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