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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우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하고 탑코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두둥이아빠
작품등록일 :
2021.12.13 13:54
최근연재일 :
2022.01.06 14: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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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6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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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163

작성
21.12.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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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회귀하고 탑코더 18화

DUMMY

[18화]


현재 연봉의 3배.

오영수가 비장한 얼굴로 제안한 액수는 성훈을 움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꽤나 구미가 당기는 금액임은 성훈도 부정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훗날 국내를 넘어 세계 최대 가전기업이 될 대기업에서의 오퍼였기에, 성훈은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전생에선 상상조차 못 해 본 파격적인 제안과 40 평생 한번도 받지 못해 본 대우.

그 두가지를 지금 동시에 받고 있었다.


“어떠십니까? 이 정도면 아무리 명성전자라 해도, 책임 급의 급여 보다도 높은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오영수가 두 손을 곱게 모은 상태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번에는 기필코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란 굳은 의지가 몸에 그대로 베어져 나온것이다.


‘이 정도 제안이면 충분하겠지.’


누가봐도 이 제안에 ‘Yes’를 하는 것이 당연지사 이자 사필귀정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훈은 20대의 평범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니었다.

만약 전생에서 20대의 성훈이었다면 이 금액에 혹해 스카웃 제의를 냉큼 받아냈을지 모르겠지만, 40년이란 개발자 인생을 이미 한번 밟아본 성훈의 안목은 ‘Well(글쎄)···’을 대답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높은 금액에 놀라 잠시 흔들렸지만, 성훈은 이내 마음을 다시 잡고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흠··· 글쎄요.”

“네?”

“그보다 저에게 왜 이런 제안을 하시는 건지, 그 이유가 더 듣고싶은데요?”


성훈의 예상치 못 한 대답에 오영수의 미간이 순간 좁혀 졌다가 금방 다시 펴졌다.

보통 IT 회사가 이런 고연봉의 스카웃 제의를 한다는 것은 둘중의 하나이다.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을 선도해 나갈 고급 수준의 개발자가 필요한 상황이거나, 혹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당장의 필요한 개발자가 부재인 상황 이거나.

하지만 두 이유 모두 현재 삼지전자의 인력 규모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부분이었다.

만약 예상치 못한 티오(T.O)가 생겼다하더라도, 수시채용을 통해 인재 확보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 대기업의 시스템이다.

뒤이어 이어지는 오영수의 답변은 성훈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사실··· 국내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에 관한 논의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때 부터 계속적으로 이뤄졌지만, 까다로운 채용 조건 때문에 인재를 발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까다로운 채용 조건이요?”

“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조건과 함께 뒤에 이러한 문구가 함께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필수 자격 요건, 임베디드 OS 아키텍쳐 및 성능 최적화 유경험자.”

“아···”


성훈은 오영수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임베디드 OS.

덩치가 큰 PC용 OS와 달리, 각 기기의 특성에 최적화, 최소화 된 OS를 통해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여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바로 임베디드 OS이다.

이에따라 OS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임베디드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던 시대가 바로 2000년 초반, 바로 현재의 시대였다.

과거 PC산업에서 머물어 있던 IT시대가 모바일 기기 시장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과도기인 시대.

그렇기에 국내에 임베디드 OS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소수였다.

그 소수의 개발자들 조차도 제대로 번역되어 있지 않은 기술 용어들로 채워져 있는 외국 서적을 보며 맨 땅의 헤딩 식의 개발이 전부였다.

하나의 OS 라이브러리 소스를 분석하고 응용후, 적용하는데는 짧으면 한달, 길면 일년까지의 개발 기간이 소요된다.

성훈 역시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기술적 지식을 파악하기 위해 하루종일 책에 메달리고 있을 때, 성훈은 손가락만 몇번 움직이면 단 몇분안에 파악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저희 회사에 그런 인재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성훈씨도 전에 보셨다시피 현재 저희 회사의 PDA 개발자들은 PDA의 기술적인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있습니다. 특히 임베디드 OS(운영체제)에 아직 미숙한 개발실력을 갖고 있어 시스템 안정화 단계에서 좀처럼 맥을 잡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연회를 강행하는 바람에··· 그런 불미스런 일이 생긴거구요. 다행히 성훈씨가 그자리에 계셔서 망정이었지, 만약 안계셨더라면···.”


오영수는 그다음말을 차마 다 잇지 못했다.

그날의 아찔한 기억은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고개를 두어차례 저어대던 오영수가 다시금 말을 꺼냈다.


“그 날이 있고 며칠이 지난 후에 성훈씨가 PDA에 올라가있는 윈도 OS에 대한 연구개발에 직접 참여한 경험까지 있으시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되었습니다. 이 얘기를 듣자마자 연구소장님과 저는 성훈씨야 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이 되었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렇게 수차례 찾아와 제안을 드렸던 것입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다.

그리고 그 회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그것만으로도 내심 뿌듯하면서도 코 끝이 찡한 기분이 든 성훈은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던 박기남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똑.똑.

불안한 기운이 조금씩 엄습하기 시작하자 박기남은 자신의 손톱을 있는대로 물어뜯었다.


‘뭐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거야···’


성훈의 표정이 기분탓인지 처음보다 조금 밝아보였다.

언뜻 풍기는 분위기로 봐서는 긍정적인 대화가 이어지는 듯 했다.


‘설마···’


성훈이 삼지전자의 스카웃 제의를 받아들인다?

순간 박기남의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성훈이 지금까지 회사에서 보여준 성과만 보더라도 놓치기 아쉬운 인재였다.

아니, 놓치면 안되는 인재였다.

인턴으로 들어온지 겨우 2달 뿐이 안된 성훈의 크고 작은 디버깅(버그소스 수정)작업을 혼자서 수행하였다.

뿐만 아니라 코드 리뷰라는 개발 문화의 장을 열어 각 파트가 맡은 모듈단위의 코드 품질을 향상시켜주었다.

그 덕분에 작년에 출시한 PDA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 새로 개발한 PDA는 시스템 안정화, 속도 향상, 버그 개선, 효율적인 메모리 관리 등과 같은 성능적인 부분에서 눈에 보일정도의 차이를 보인바 있었다.

복잡한 상념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박기남은 어느새 단 한가지만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무조건 잡아야 한다.’


성훈과 오영수를 바라보던 박기남이 결심한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수화기 반대편에서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저 PDA 개발팀 박기남 입니다.“

-오 그래그래. 박팀장. 자네가 이 시간에 무슨일로···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렸습니다.”

-실례라니 이 사람아. 우리 박팀장 말이라면 내 귀는 언제든 열려있다는거 모른가? 허허. 그래, 할 말이란게 뭔가?

“저, 그게···”


박기남은 자신이 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그에게 전달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지나고,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다시금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흠. 얼마전 자네의 강력한 추천으로 초고속 승진한 그 친구를 말하는건가? 자네가 젊은 천재 개발자라고 했던?

“네. 맞습니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자네가 유일하게 코딩 실력을 인정한 친구인데 그렇게 또 허무맹랑하게 삼지로 가게 내버려 둘 순 없지.

“혹시 방법이 있을까요?”

-방법이야 수두룩하지.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명성만의 정공법(正攻法) 으로 나가는게 좀 더 수월하지 않겠나? 일단 연구소장과 인사팀 팀장에게 먼저 얘기해보겠네. 지금 마침 연구소 임원들 끼리 회식 자리가 잡혀있어 그쪽으로 가는 길이니까.

“이렇게 또 도움을 주시니··· 매번 감사드립니다.”

-내가 고맙지 이사람아. 앞으로 우리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런 훌륭한 인재는 우리에겐 훗날 보석과 같은 존재가 될터인데. 안 그런가?

“천부당만부당 지당하신 말씀 이십니다.”

-하하. 난 자네가 이래서 좋아. 자신과 회사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평소에 하지 않는 입발린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자네가 말이야.

“제, 제가요? 그··· 그렇지 않습니다.”

-농담이야 농담. 허허.


그렇게 전화통화를 마친 박기남은 전보다 한층 개운한 표정으로 다시 성훈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


“뭐?! 일···일억 오천만원?!”


그야말로 억소리나는 액수였다.

보고를 하는 남성도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의 앞에는 한손에는 지원서를, 다른 한손에는 담배를 쥐고 있는 중년이 가죽의자에 앉아 노발대발 하고 있었다.


-명성전자 디지털 미디어 총괄 사업부 사장 정종찬


책상 앞에 비치된 명패가 오늘은 유난히 더 커보였다.


“이런 젠장! 이 자식들이 진짜 해보자는 거야 뭐야!”


자본은 자본으로 누르는 것이 명성의 정공법 이었지만, 상대는 그보다 더 큰 자본으로 눌러버리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보고자의 말은 그의 화를 돋구었다.


“뿐만아니라··· 그 친구가 어제 삼지전자 R&D 센터에 갔다 왔다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그건 또 뭔 소리야?”

“저희가 얼마전 근 친구에게 비밀리에 제안한 연봉이 어디론가 세어간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쪽에서 더 큰 금액을 제시한거라고···”


어느 순간부터 명성의 전문인력들이 하나, 둘 빠져나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그 수가 많아지다보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조용히 그들의 뒷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일 후, 삼지측에서 명성의 핵심인력들만 골라 거액의 돈을 미끼로 무더기로 빼내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실은 알게된 명성은 고급 기술인력 스카웃을 둘러싼 삼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게 불과 1년도 채 안된 일이었으며, 아직까지도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종찬은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저···부사장님?”


고뇌에 차있던 정종찬 앞에 정자세로 서 있던 남성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런 질문 드리기가 조심스럽지만··· 그 친구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친구 일까요? 제가 보기엔 이번에 출시한 PDA에 올라가는 OS 연구개발에 참여한 것과 통합 테스트를 전담한 것 말고는 별다른 성과로 보여 질만 한게 없어 보입니다만···”


순간 정종찬의 낯빛이 바뀌었다.

삼지와의 스카웃 싸움에만 너무 집중한 탓에 그의 머리속엔 성훈에 대한 가치를 판단할 근거 보다 오롯이 더이상 그들에게 인력을 뺏기지 않아야 겠단 생각만 잡혀있었다.

PDA 개발팀장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지만, 그걸로는 그의 가치를 뒷받침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아직 들어 온지 얼마 안된 풋풋한 신입.

아무리 천재 개발자라고 한들, 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인물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정종찬은 말없이 손에 들고있던 이력서를 다시 훑어봤다.

하지만, 어딜봐도 별다른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동안 깊은 고민을 하던 정종찬이 이윽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 PDA 개발팀은 뭘 하고 있지?”

“네? 아··· 네. 현재 차기 프로젝트를 위한 선행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장서게. 내가 그 윤성훈이라는 자를 직접 만나봐야겠어.”

“지···지금요?”

“당장!”


그의 불호령에 남자는 서둘러 사무실 방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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