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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우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하고 탑코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두둥이아빠
작품등록일 :
2021.12.13 13:54
최근연재일 :
2022.01.06 14: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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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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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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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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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회귀하고 탑코더 13화

DUMMY

[13화]


#


“오영수 팀장 어딨어? 뭐?! 회의? 지금 장난해? 당장 가서 오팀장 바꿔!”


흥분한 이종수가 고막이 찢어질 듯한 호통을 치자, 어쩔줄 몰라하는 직원의 목소리가 수화기 밖으로 세어 나왔다.

잠시후.


-예. 전화 바꿨습···

“야 오팀장. PDA가 갑자기 작동을 안해. 부팅이 안된다고! 그리고 부스안에 왜 아무도 없는거야? 다 어디갔어!”

-저···그게 사실 그 건 때문에 지금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뭐···뭣?! 대체 그런 중대사항을 왜 이제와서 보고 하는거야?

-저희도 오늘 아침에 부스 설치하던중 발견한거라 급하게 사무실로 오는 바람에 미쳐 말씀을···

“아오. 됐고! 그래서 상황은? 바로 해결 가능한 거지?

-지···지금 담당 외주 개발자들도 와서 달라붙어 확인중입니다만··· OS 커널 쪽에 문제가 있다는거 외에는 이렇다할 원인은 아직 못 찾은 상태입니다.

“이런 젠장! 지금 당장 회사내에 있는 OS 관련 개발자들 모두 투입시키고 2시전까지 당장 원인 찾아내서 정상으로 만들어놔! 알겠어?”

-예 소장님.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끊어!”


전화를 끊은 이종수가 시뻘개진 얼굴을 한채 테이블위에 올려진 생수를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그사이 대충 전화내용을 파악한 박기남이 조용히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서···선배.”

“으휴···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게 이런 사나운 꼴을 보여주다니··· 미안하다.”

“저야 뭐. 선배 이런 모습 예전에도 많이 봤는데요 뭘. 하하···”

“···”


박기남의 시시한 농담은 이종수의 근심을 풀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했던 농담이 오히려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자, 보다 못한 박기남이 한마디 거들었다.


“선배. 제가 도움이 될만한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맡겨만 주시면···”


고개를 푹숙인채 관자놀이를 주무르던 이종수가 그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엄지와 중지 손가락을 튕기며 검지로 박기남을 가리켰다.


“그렇지! 너 PDA 개발자라고 했지? 하하. 내가 왜 그생각을 못했지?”

“···네?”

“팀원 분들도 전부 똑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분들이고. 맞지?”

“네··· 그렇긴 한데··· 왜요?”

“잠시 저쪽가서 둘이서만 애기하고 싶은데··· 시간되지?”


그렇게 이종수와 박기남은 부스안 구석에 마련된 원테이블에 앉아 한참을 얘기하더니 이윽고 박기남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가만히 서있던 성훈과 정지만을 불러 세웠다.


“정주임! 윤인턴! 잠깐만 여기로 좀 와봐.”


박기남은 이종수와 얘기하며 열심히 적어내렸던 메모지를 펴서 보여주었다.

대충 글을 휘 갈겨 쓴 탓에 얼핏보면 낚서처럼 보였지만 그 중 눈에 띄는 동그라미 표시가 두군데 보였다.


-1,000

-오후 2시전까지 가능?


“두 사람 모두 내 얘기 잘들어. 자그마치 천만원이 우리 중 한 사람한테 갈 수도 있어.”

“네?”

“그게 무슨말씀···”


박기남을 쳐다보던 성훈과 정지만이 놀란듯 동시에 입을 열었다.


“박선배가 우리중 누구든지 시간내에 저 PDA의 버그를 찾아내면 천만원을 주기로 약속하셨어. 그것도 현금으로 즉시지급하는 걸로 해서.”


천만원.

명성의 신입사원 초봉이 천 팔백만원 임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액수였다.

평소, 돈이 될 만한 일이라면 물 불가리지 않던 정지만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정말 이 버그를 해결하면 처···천만원을 현금으로 주시는 겁니까?”


그러자 뒤돌아 서있던 이종수가 몸을 돌려 보였다.


“믿기 어려우시다면 내 각서라도 써드리죠.”


정지만을 쳐다보는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는 일말의 거짓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시연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시간.

게다가 오늘은 시연회 첫날인 만큼 삼지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급 인사들의 방문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전달하는 이종수의 얼굴엔 촉박함과 절박함이 묻어있었다.

사태가 더욱 악화 되어 언론사에게 까지 이 사실이 흘러가기라도 한다면 정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퇴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목을 점점 메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작년에도 무리한 개발 일정으로 인해 완벽하지 못한 제품을 시연회에 내보내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 전과가 있었다. 다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기억이었기에 이종수는 눈을 질끔 감았다 뜨며 말을 이어갔다.


“아···암튼 내 사정이 지금 이러하니. 세분 께 이런 제안을 드린 겁니다. 물론 말씀드린 보상금은 먼저 버그를 찾아 해결하시는 분에게 돌아가는 걸로 하죠. 어떻습니까?”


그 말에 모두가 움찔했다.

입으로는 쉽사리 대답을 하진 못했지만, 암묵적인 긍정의 눈빛들이 이종수에게로 향했다.

성훈에게도 나름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긴 마찬가지 였을터.

성훈의 손끝이 점점 날카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현금 천만원.

그돈이면 어머니 병원비와 밀린 월세값을 한번에 내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더구나 대기업의 수많은 석박사 출신인 연구원들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연구소장 앞에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문제는 버그를 어떻게 해결하냐 인데···’


그때 성훈의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가 부스 입구쪽에서 들려왔다.


“소장님!”


성훈은 초면이지만 그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삼지전자 PDA개발팀 오영수 팀장


만약 그의 목에 걸린 명찰 목걸이가 없었더라면 연구소장이라해도 손색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정수리까지 벗겨진 머리위에 후 불면 날아갈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가느다란 긴 머리카락들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성훈은 전생에서의 자신의 모습이 순간 눈앞에 오버랩되어 보였다.

성훈 또한, 팀장이란 직책이 주어진 이후부터 머리카락이 한가닥 두가닥씩 빠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적이 있었다. 거기에 개발실무와 조직관리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까지 더해져, 신체적 노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었었다.

PDA개발팀 오영수 팀장.

그가 딱 그때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한가지 다른 점을 꼽자면,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없으면 절대로 생기지 않는 미간의 주름들 이었다.


“얘기한건 다 준비 했어?”


이종수는 소개도 없이 다짜고짜 오영수를 향해 차갑게 물었다.


“네··· 일단 여기···”


오영수가 가방에서 큼지막한 노트북 3대를 연달아 꺼내며 성훈과 박기남, 그리고 정지만 에게 건넸다.

팬티엄3 CPU와 128MB 램 디스크를 갖춘 고성능의 GS전자 최신 노트북, 땡큐패드.

성능이 뛰어난 만큼 고가의 제품인데다, 개발용으로 최적화된 제품이다 보니 개인 보다는 주로 대기업 혹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종사중인 개발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노트북이었다.


“그리고 이건 보약서약서 입니다. 저희 삼지전자의 PDA 내부 소스코드와 기술의 유출을 막기위한 통상적인 절차이니 협조부탁드립니다.”


보약서약서에 대한 부분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에, 셋은 군말없이 서명을 써내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종수가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보더니 어딘가로 안내했다.


“다 쓰셨으면 이제 저를 따라오시죠.”


이종수의 뒤를 따라가니 전시회장과 같은 건물 4층에 위치한 허름한 사무실 문앞에 도착했다.

오영수가 황급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사무실 문을 열었다.


“저희가 임시로 마련한 사무실입니다. 급하게 마련하느라 사무실 내부 상태가 좋진 않지만 작업하시는데는 크게 어려운점은 없을 겁니다.”


오영수의 말마따나 넓은 사무실 안에는 책상과 의자들이 무질서하게 섞여있었고, 아직 초여름이지만, 밀폐된 공간에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의 열기가 마치 찜질방에 온 듯 사무실안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게다가 한발짝 한발짝 걸음을 옮길때마자 주먹만한 먼지들이 사방에 흩날렸다.

그야말로 최악의 작업 환경.

그때 선뜻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박기남과 정지만 사이로 누군가가 성큼성큼 지나갔다. 성훈이었다.

사무실 중간을 거침없이 파고들던 성훈은 가장 먼저 구석자리를 선점한 후 곧바로 노트북을 펼쳤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박기남과 정지만도 부랴부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 사이 오영수가 벽쪽 칠판쪽으로 다가갔다.

칠판에 쌓여있는 먼지를 무시한 채, PDA의 개발 환경과 OS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를 칠판에 적어가며 간단히 설명해 나갔다.

설명을 듣던 박기남과 정지만이 안도의 한숨을 짧게 내 쉬었다.

다행히도 개발 환경과 OS 모두 명성과 동일한 것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금방이라도 버그를 쉽게 찾아 낼 수 있을것만 같은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채웠다.

같은 생각을 하던 성훈이 노트북 모니터를 빤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WinCE OS도 우리제품이랑 비슷한 구조로 되어있긴 하네.”


임베디드 OS의 구조가 비슷하다는 뜻은 OS 커널의 구조, 메모리 구조, 인터럽트 구조가 레퍼런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이 진행되었다는 뜻이었으며 이는 곧, OS 이미지 빌드, 프로세스 스타트업, 메모리 초기화 등의 부팅 절차가 현재 명성의 PDA와 일치한다는 뜻이었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성훈이 도맡았던 통합 테스트 과정에서 했던 디버깅 작업을 그대로 삼지전자 PDA에 대입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성훈은 조용히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를 살핀 뒤, 곧바로 챙겨온 가방을 뒤적거렸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준비해놓은건 아니었는데··· 휴. 그래도 챙겨오길 잘 했네.’


성훈은 가방안에 몰래 숨겨놓은 스마트폰과 집에서 직접 개조해서 제작한 USB 케이블을 꺼냈다.

그리고는 USB 케이블을 이용해 스마트폰과 땡큐패드 노트북을 연결 한 후, PDA 관련 소스파일과 바이더리 파일파일들을 전부 스마트폰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파일 옮기는 중···.(2030byte/123232133byte)

남은시간 : 약 18분 남음

속도 : 18.8MB/sec


성훈은 파일이 스마트폰으로 옮겨지는 동안, Wow어플을 실행하여 지금까지 검색된 기록들을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PDA에서 나온 에러코드가 무엇을 의마하고 또 어떤 원인에 의해서 부팅 멈춤 현상이 발생한건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사전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다행히 누군가 해당 에러코드에 대해 질문을 올린 스택언더플로우 게시판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질문이 올라온 글 아래는 외국 개발자들이 세세하게 적어놓은 답변글들이 수없이 이어져있었다.

성훈은 한글자도 빠짐없이 답변글을 읽어내려갔고, 필요하다 싶은건 따로 공책에 적어두어 머리에 숙지시켰다.

시연회 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한 시간 남짓.

성훈의 턱에서 똑하고 떨어진 땀방울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등 위로 뚝뚝 떨어졌다.


#


버그 수색 작업을 시작한지 수분이 지나고 얼마 되지않아 박기남과 정지만이 프로그램적인 지식이 바닥을 드러난 듯 방금전까지 사무실 전체를 울린 안도의 한숨이 점점 고뇌의 한숨으로 변해갔다.

그러자 오영수가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쳐다봤다.

아까의 그 자신만만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가 그들의 현재 심정을 대신 알려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비웃던 오영수가 한쪽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물었다.


“왜요? 잘 안되세요?”


마치 ‘너네도 별거 없구나.’ 라고 말하듯 오영수의 말투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오영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일부러 개발관련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제가 아까 회사에서 볼 땐 커널쪽 문제로 보이던데,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커널 인터럽트 IRQL(요청레벨)이 너무 높아서 생길 수 있는 Exception(예외) 버그로 보이기도 하고요. 그렇죠?”

“···”

“ACPI 펌웨어 설정이 변경되었을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걸로 알고있는데. 혹시 알고 계셨나요?”

“···”


그칠지 모르는 그의 거만함이 두사람의 귀를 찔러댔다.

그러나 그저 눈앞에 모니터만 빤히 쳐다볼 뿐 질문에. 대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채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그 모습을 오영수가 한심하듯 쳐다봤다.


‘명성애들 실력도 실제로 까보면 별 볼일 없다더니···쯧쯧. 틀린말이 아니었네···’


라는 생각이 피어날때 쯤, 무심결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응?’


그 생각이 잠시동안 휘청거렸다.

아까부터 자리에 망부석처럼 앉아 모니터에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성훈의 날카로운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뭐···뭐지’


그는 뭔가에 홀린듯 천천히 성훈의 자리로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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