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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우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하고 탑코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두둥이아빠
작품등록일 :
2021.12.13 13:54
최근연재일 :
2022.01.06 14: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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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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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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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회귀하고 탑코더 11화

DUMMY

[11화]


웹 브라우저를 꽉 채운 하얀바탕의 에디터(Editor : 소스 편집기).


“Is there a bug? Put it here···?”


성훈은 에디터 정가운데에 적힌 문구를 소리내어 읽었다.

에디터 화면 바로 위에 ‘How to use it’라고 적힌 버튼을 터치하자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영상과 튜토리얼 영상이 차례대로 재생됐다.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서픽스 버그(SUFIX Bug : Stack Under Flow Fix Bug).

스택 언더 플로우에서 2022년도에 개발된 이것은 1200만개 넘는 질의응답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분석, 학습한 AI 기반의 프로그램이었다.

화려한 영상 만큼이나 꽤나 강력한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버그를 알아서 찾아낼 뿐 아니라, 버그의 원인 부터 해결 방법까지 알려주었고, 필요하면 자동으로 수정까지 가능했다.

사용방법 또한 간단해보였다.

그저 버그가 의심되는 소스를 에디터에 옮긴 후 ‘Start’버튼만 누르면 끝이었다.


“그럼 한번 시험해 볼까?”


성훈은 몇줄 안되는 간단한 소스를 단숨에 작성한 뒤, ’Start’버튼을 터치했다.

그러자.


Int main(void){

std::cout << “Hello, World!” << std:endl; <——— “iostream no such file or directory“

return 0;

}


[원인 : iostream 헤더파일이 존재하지 않아, 2번라인에 fatal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해결방법. : iostream 헤더파일을 헤더에 추가하십시오.]

[버그를 수정해드릴까요?]


프로그램이 버그가 있는 라인을 정확히 짚어내었고, 친절하게 오류의 원인과 해결방법까지 알려주었다.

성훈은 그 이후에도 몇번의 테스트를 더 해나갔다.

어느새 소스의 양은 100줄이 훌쩍 넘어갔고, 그때까지 단 한차례의 오차 없이 완벽히 버그를 찾아냈다.


“휴···”


하지만, 키보드가 아닌 터치로 코딩 하려니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순간 성훈의 머릿속에 마치 느낌표가 찍힌 듯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


짧은 외마디를 던진 성훈이 TV 옆에 놓인 집 전화기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허겁지겁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윤섭아. 난데.”

-나가 누군데?

“윤성훈 인마. 그세 친구 목소리도 까먹었냐?”

-오! 윤짱. 첫 출근은 어땠냐?

“그것보다 너네집에 안쓰는 컴퓨터 있다고 전에 말했었지?”

-에? 컴퓨터는 갑자기 왜?

“있어? 없어?”

-이···있긴 있지. 왜 그러는데? 설마 회사 첫날부터 사고 친거야?

“나 그것 좀 월급나오긴 전까지만 쓰자.”

-으휴. 기다려. 엄마한테 물어보고 올게. 엄마~


잠시후 성훈의 한쪽입가가 씩 하고 올라가고 있었다.


#


일주일 후.

PDA 소프트웨어 개발팀 팀원들이 회의실에 자리를 채웠다.

예전 같았으면 각 파트별로 뭉쳐서 따로 앉았겠지만, 지금은 서로 섞어 앉아 담소까지 나누고 있었다.

일주일간의 코드리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소스를 남들에게 여가없이 공개했고 그걸 본 타 파트 개발자들은 너나 할거 없이 발 벗고 나서며 피드백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조금씩 쌓여갔고, 먹먹했던 사이가 이제는 형, 동생 하는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어느새 성훈과도 친숙해진 팀원들이 편안한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성훈아. 오늘도 코드리뷰 하는거야?”

“그럼 나 먼저 해도 될까? UI부분에 탐색기능을 추가할까 해서.”

“그 다음은 내 차례! 지저분한 소스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팁을 공유하고 싶어서. 헤헤”


일주일만에 달라진 팀원들의 적극적인 자세에 박기남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옆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있던 성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가담듬었다.


“오늘부터 저는 코드리뷰 회의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자 모두가 하나같이 놀란 토끼눈을 뜨고 ‘왜?’ 라고 물어보는 듯한 표정으로 성훈을 바라봤다.

코드리뷰.

성훈이 곧바로 그 다음말을 이어갔다.


“각 파트별로 수고해주신 덕분에 코드리뷰때 나온 버그들은 모두 수정된거 같습니다.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걸 유닛 테스트를 통해 금일 아침 확인했습니다. 저는 이쯤에서 리뷰시간에 잠시 빠져, 본격적인 통합 테스트틀 진행하려 합니다.”

“아! 그렇지 테스트. 하하하. 그거 때문에 코드리뷰 시작한거였잖아?”

“네. 제가 없더라도 기능 개선사항이나, 추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 생각되시는 분들은 이제까지 해왔던 그대로 코드리뷰 회의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아쉽다. 성훈이가 있어줘야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팔짱을 낀채 가만히 듣던 박기남이 거들었다.


“윤인턴에게 맡긴 통합 테스트는 불과 3주뿐이 남지 않았어. 그 기간동안 윤인턴 혼자서 통합 테스트를 진행하지만,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할때가 중간중간 계속 있을거야. 그때마다 옆에서 잘들 알려줄거라 믿네.”

“네!”

“이상!”


회의가 끝나자 밖으로 나가려는 성훈을 누군가 붙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얼굴 가득 걱정스런 기색에 박기남이 서 있었다.


“윤인턴. 3주네. 3주. 그 안에 정말 가능하겠나?”

“걱정마십시오. 전체적인 소스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덜 쌓인 부분도 있지만, PDA 시스템의 구조와 동작 플로우 등의 전체 내용들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일주일간 코드리뷰만 했을 뿐이었다.

코드의 소스레벨만 보고도 어느정도 전체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은 적어도 7, 8년차 정도 되는 과장급 이상 경력이 되어야 생기는게 일반적이다.(물론 그 정도 경력이 되어도 제대로 알지 못 하는 사람도 허다 하다.)

하지만, 들어온지 이제 일주일 된 인턴이 전체 시스템을 소스만 보고 충분히 파악했다?

박기남은 그런 성훈이 믿기 어려운 나머지, 속에 있던 말이 그대로 입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흠··· 눈빛을 보니 거짓말하는 거 같진 않고··· ”

“네?”

“아···아닐세. 이해가 됐다니 안심이 좀 되는구만. 이만 나가지.”


회의실 밖으로 나가는 성훈의 모습을 박기남이 턱을 쓸며 한동안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쪽으로는 튼(?) 녀석이야. 완전 물건이란 말이야 물건···’


#


같은시각.

서울시 서초구 동동에 위치한 엠지전자 디지털 미디어 연구소.

연구소장 사무실 안.


똑똑똑


“네.”

“소장님. PDA 통합개발팀 팀장 오영수 부장 입니다.”

“네. 들어오세요.”


끼익


“부르셨습니까? 소장님”


오영수가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엠지전자 디지털 미디어 연구소장 박종수.

그가 읽고있던 신문지를 반으로 접으며 일어섰다.


“그래.. 일단 여기 좀 앉지.”


연구소의 최고권위자 답게 그의 자리 앞에는 최고급 가죽 쇼파가 비치되어 있었다.

박종수가 쇼파를 가리키며 자리에 앉자, PDA 개발팀 팀장 오영수도 뒤이어 자리에 앉았다.

진한 가죽냄새가 오영수의 코를 찔렀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입을 살짝 벌렸다.

그사이 박종수가 먼저 말을 걸었다.


“자네 오늘자 신문에 실린 엑스존 전시회 관련 기사 봤나?”

“엑스존 전시회라면··· 넥스트 코리아 2001 말씀하시는 거죠? 네. 봤습니다. 다음달 초에 개최한다고···“

“그날 명성전자 부스에서 PDA 신제품 출시기념으로 시연회를 한다고 하더군.”

“아 네···”

“그리고 우리 엠지전자도 명성전자 부스 바로 옆에서 전시를 할 예정이네.”

“그렇군요···”


오영수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는 테이블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후후 불어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종수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

평소같았으면 한마디 쏘아붙였을 박종수 였지만, 오늘만큼은 끓어오르는 화를 꾹 눌러담아야했다.


“흠··· 내 말을 아직 이해 못했나 보군”

“네?”

“우리도 같은 날 시연회를 열걸세. PDA 시연회 말이야.”


이제야 눈치를 차렸는지, 오영수가 들고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더듬었다.


“개발 프로세스상 아직 테스트단계에 머물러있는 제품을 무슨수로 시연회에 내보냅니까?”

“이번달. 이번달까지 크리티컬한 버그들만 확실히 처리하고, 시연회 끝나면 남은 테스트들 마무리 짓는 그림으로 가자고.”

“하···하지만 소장님. 현재 개발된 소프트웨어 버전에서 테스트 도중 Side effect 로 인해 발생한 버그들이 이곳저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상황에서 어떻게···”


점점 일그러지는 박종수의 표정에 오영수가 움찔하며 말끝을 흐렸다.

잠시 동안의 무거운 침묵이 흐르자, 박종수가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PDA가 정식 출시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시연회일 뿐이야. 시연회. 너무 어렵게 생각 할 필요 없어.”

“소장님.···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건 불가능할거 같습니다. 아직 테스트할 항목이 수백, 수천개 입니다. 테스트가 완료되려면 적어도 한달이란 시간이 더 필요하고요. 테스트가 아직 덜 된 이런 불안정한 상태로 PDA 시연회를 무리하게 강행하는건··· 그야말로 자살행위 입니다. 자살행위.”


오영수가 목소리를 높여 하소연을 했지만 돌아오는건 차가운 대답 뿐이었다.


“오늘 아침회의때 결정된 사안이야. 모래시계는 이미 뒤집어졌어.”

“그래도 이번만큼은 소장님께서 나설···”

“위에서 이미 내려버린 결정을 내가 나선다고 바뀌겠나? 늘 그래왔듯 우린 위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면돼.”

“···”

“그럼 자네만 믿고있겠네. 이만 나가봐.”

“···”


박종수의 냉랭한 반응에 오영수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문밖을 나섰다.

오영수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박종수가 곧바로 인터폰 수화기를 들었다.


“박종수 입니다. 얘기 잘 끝냈습니다. 예.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일처리는 확실하게 하는 팀인거 아시잖아요. 하하···”


박종수의 억지스런 웃음은 통화가 끝날때까지 이어졌다.


#


PDA 통합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성훈은 테스트 하다 중간중간 발생한 버그들을 따로 체크해두었고, 각 파트 담당자에게 가 버그 내용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묵직한 버그는 곧장 잘 찾아내어 수정까지 완료했지만, 간헐적으로 자잘하게 나오는 버그들은 쉽사리 찾아내지 못했다.

보다 못한 성훈이 발벗고 나섰다.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오. 성훈~ 이제 좀 안다 이거지.”

“박대리님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죠. 하하”

“짜식. 크리티컬한 버그는 내가 고쳐놨으니까 나머지는 한번 너가 해봐.”

“네.”

“대신! 수정한 파일은 FTP서버에 바로 올리지 말고, 그전에 나한테 먼저 와서 검사맡고 올려. 오케이?”


이렇게 해서 얻은 소스파일의 양만 72MB.

라인수로만 10만줄이 훨씬 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성훈은 소스파일을 CD에 옮겨놓은 후 빠르게 퇴근했다.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버그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집으로 돌아온 성훈은 오자마자 주말에 직접 개조한 PC에 CD를 삽입했다.

그러자 CD에 있던 소스파일들이 CD드라이버와 연결된 하드디스크로 복사가 되었고, 복사된 파일은 USB 케이블을 통해 성훈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됐다.

OS 파일 시스템의 구조와 파일 데이터 엑세스 기술만 알면 집에서도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모니터에는 DVI 케이블을 비롯한 여러 입출력 케이블들이 스마트폰과 연결되어있어, 스마트폰을 마치 미러링 한듯 그대로 화면에 출력되고 있었다.


“소스를 통째로 복사해서 붙여넣으면···됐다.”


서픽스 버그를 실행하자, 10만줄이 넘는 소스의 버그들이 속속히 등장했다.


“언제 이걸 다 일일이 고치냐. 끄응.”


[버그를 수정해드릴까요?]


서픽스 버그의 버그수정 기능은 이제까지 여러번 사용해왔었다.

처음 테스트면목으로 사용 할때 는 걱정반 기대반이 었지만, 몇번 프로그램을 돌리다보니 걱정은 이내 확신으로 변했다.

버그를 수정하고 나서 나오는 또다른 버그, 즉 Side Efffect 까지 말끔히 고쳐주니.

사람보다 더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컴퓨터가 버그도 알아서 고쳐주는 시대가 왔다니···’


라는 생각에서 잠시 머물던 성훈은 곧바로.


톡.


‘Try modify’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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