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당우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하고 탑코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두둥이아빠
작품등록일 :
2021.12.13 13:54
최근연재일 :
2022.01.06 14: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1,861
추천수 :
626
글자수 :
131,163

작성
21.12.25 14:00
조회
1,322
추천
26
글자
13쪽

회귀하고 탑코더 14화

DUMMY

[14화]


#


“휴.”


성훈이 기지개를 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살펴봤다.

박기남과 정지만은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방금전까지 성훈 옆에서 멀뚱히 모니터를 쳐다보던 오영수도 어느샌가 박종수 옆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행히 자신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눈은 없었다.

다들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성훈은 황급히 스마트폰과 USB케이블을 가방에 다시 집어넣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 끌리는 소리가 사무실 전체를 울리자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그 중 먼저 입을 연건 박종수였다.


“해···해결 한 겁니까?!”


그 말에 박기남과 정지만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대답하라는 얼굴을 하고 있는 박종수에 비해 성훈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리에 와서 직접 확인하시죠.”


박종수가 왼손에 걸쳐있는 손목시계를 찰랑거리며 시간을 확인했다.

13시 2분.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지 불과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박종수가 오영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회사에서 연락 온건 아직 없지?”

“네? 네. 아··· 아직 원인을 못 찾은거 같습니다. 뭐라도 발견하면 바로 연락 달라고는 했었는데···”

“일단 저 친구 자리로 가보자고, 뭔가 해낸거 같으니까.”

“···”


오영수가 설마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곧바로 성훈의 자리로 가는 박종수의 뒤를 따랐다.


“이···이럴수가!”

“말도안돼···어떻게···”


책상위에 올려놓은 흰 배경의 PDA 첫 화면이 그 주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분명 1시간전만해도 화면에 온통 까만 화면만 보이던 PDA였다.

박종수와 오영수가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한채 서로를 한번 쳐다보고는 PDA가 놓여진 책상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의 표정을 가만히 보고있던 성훈은 아무도 눈치 못채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해. 아마 나였어도 저런 표정을 지었을거야.’


그사이 PDA를 이것저것 조작하던 오영수가 성훈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저··· 윤성훈씨 라고 하셨죠? 대단합니다. 이걸 단 몇 분만에 해결하시다니···”


처음 성훈을 무시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사람의 태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정도로 상냥한 태도.

하지만 성훈은 그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은 채 고개만 살짝 숙였다 올렸다.


“네. 그럼 이만···”


성훈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 하자 오영수가 한 손을 앞으로 올리며 성훈의 앞길을 막아섰다.


“자..잠시만요. 성훈씨. 이대로 가시면 어떡합니까?”

“네? 왜 그러시죠?”

“버그의 원인이 정확히 뭐 였는지, 어떻게 해결 하셨는지 말씀은 하고 가셔야죠.”


성훈이 버그를 해결한 건, 그저 PDA 한대 뿐이었다.

부스안에 있는 나머지 여러대의 PDA에도 똑같이 적용하려면 정확한 버그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알아야 했다.

어색한 웃음을 짓던 오영수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성훈은 일관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거 까지 제가 말씀드려야 한다는 조건은 애초에 없었던걸로 아는데요?”

“아···아니 그래도 간단하게 구두로라도 설명을 해주셔야 저희쪽에서 확인하고, 나머지 PDA들도 마저 수정작업을 할거 아닙니까?”

“그건 제 사정과는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그리고··· 제가 수정한 소스를 역 추적해서 분석하시면 금방 해결 될 일 아닌가요?”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요! 시연회 전에 똑같은 버그가 또 터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언제 또 소스를 분석하고 원인을 찾고 앉아있어!”


단호한 성훈의 태도에 순간적으로 흥분한 오영수의 입에서 반말이 세어나왔다.

오영수의 미간이 전보다 깊게 파인채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박종수가 오영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살짝 뒤로 당겼다.


“어허. 그만해 오팀장. 발벗고 우리를 도와주신 분께 그러면 쓰나.”

“···”


박종수는 목을 가다듬으며 성훈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크흠. 이해해주십시오. 저희가 워낙 급박한 상황인지라···”


두 손을 모으며 조금씩 성훈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하더니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렇다면 제가 한가지 제안을 추가로 드려도 되겠습니까?”

“추가 제안이요?”

“네. 만약 제안을 받아 들이신다면 천만원을 추가로 즉시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순간 천만원이란 말에 속으로 움찔한 성훈이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움켜 잡으며 태연하듯 대답했다.


“일단 한번 들어보고 결정하죠.”


#


삼지전자 PDA 개발팀 회의실.


PDA 외주 업체 개발자들과 삼지전자 OS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 가져온 노트북을 펴놓고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몇시간전, 버그의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모두 한자리로 모여 PDA 부팅시 뜨는 에러창을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누구하나 명확하게 아는사람이 없었다.

그 후 각자 자리로 돌아가 인터넷을 뒤져보며 해당 버그에 대한 내용을 찾았지만, 단순한 버그의 증상만 나올뿐 해결방법은 그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았다.

인터넷 웹 검색기술이 발달 되지 않은 시절. 그들은 텅텅 비어있는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기 바빴다.

게다가 느려터진 인터넷 모뎀 속도에 여러차례 마우스를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들뿐ㅇ이었다.

처음엔 서로의 탓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기에만 급급했던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그저 누군가가 시간내에 버그를 찾아내어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들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숨소리와 앓는 소리는 그 희망적인 마음 마저 한줌의 재로 만들고 있었다.


그때.


띠리리링 띠리리링


테이블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눈치없이 큰 소리로 울려댔다.

삼지전자의 한 직원이 핸드폰을 잽싸게 들고는 액정을 쳐다봤다.

순간 그의 일그러진 표정에서 누구의 전화인지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예 오팀장님. 네? 지금요? 네네. 아···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짧은 통화에 모니터에 집중하던 개발자들의 시선이 핸드폰을 들고있는 그에게로 옮겨졌다.

그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조심히 입을 뗐다.


“그··· 외주 개발자 분들은 그··· 그만 귀사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 그리고 저희 회사 분들은 지금 바로 엑스존 전시장으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회의실 안에 있던 모든이가 무슨말인가 싶어 고개만 갸웃거렸다.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르자,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외주업체 개발자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서···설마 시연회를 취소한 겁니까?”

“그···그게 말이 됩니까? 시연회를 취소하면. 그 후폭풍은 누가 책임지라고요? 이번에도 저희 회사에 떠넘기려는거 아닙니까 지금!”

“어허. 이대리. 목소리 낮춰요. 죄송합니다. 저···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저희가 어떻게든 해결해서 시연회 마무리까지 시키겠습니다.”


전전긍긍하는 외주업체 개발자들을 앞에두고 테이블 반대편에 있던 삼지전자 개발자들은 손을 떨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혹시나 담담자인 자신들에게도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엄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그 모든 걱정을 씻겨주는 단비와 같은 말이었다.


“진정하세요. 시연회는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버그를 현장에서 해결한 분이 있으시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시장 부스에 가봐야 알거같습니다. 안심하시고 귀사로 복귀해주시기 바랍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모든이들이 놀랄 노자의 표정으로 일순간 바뀌었다.


#


엑스존 4층 사무실앞에 도착한 삼지 전자 직원들이 나란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안으로 들어서자 얼핏봐도 이제 갓 20살이 된 듯한 대학생 청년이 먼지가 수북힌 쌓인 테이블에 엉덩이만 살짝 걸터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옆에는 연구소장과 오영수 팀장이 일어서서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설마 저 대딩이 버그를 찾은거야?”

“에이 설마··· 그냥 홍보하러 온 알바생이겠지.”

“근데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사무실안에 들어와 있는거야? 거만하게 테이블에 앉아서. 주제도 모르고.”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 뭐. 말세야 말세.”


그들의 속담거림이 성훈의 귀를 간지르자 테이블에서 껑충 뛰어 내려서며 말했다.


“다들 모이신건가요?”

“네. 시작하셔도 될거같습니다.”


삼지전자 연구소장이 두손을 모은채 고개를 끄덕이자, 삼지전자 직원들의 표정이 한 순간 굳어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성훈은 자기소개 없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먼저 이 버그는 여러분들도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운영체제상의 커널단에서 발생하는 에러였습니다. 그리고 에러코드를 보시면 0x0000001E. 즉, 커널모드에서의 Exception에러가 발생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커널모드에서의 Exception에러는 크게 세가지로 나뉩니다. 메모리 구조 결함, 하드웨어의 인터럽트 요청 과부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문제. 이 중 문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메모리 구조 결함 이슈였습니다. 여기보시면···”


성훈의 설명은 막힘이 없었다.

그의 말을 경청하던 삼지전자 개발진들 중 소수인원만 고개를 끄덕였고,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중 후자에 서 있는 누군가가 한손에는 메모장을, 나머지 한손에는 연필을 집은 손을 들며 말했다.


“말씀중에 죄송합니다만···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 아까 커널모드에서의 Exception에러부터···”


그는 성훈의 말을 놓치거나, 못들은게 아니라 못 알아들은거였다.


커널(Kernel).

운영체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으로, 하드웨어의 CPU와 메모리, 입출력 장치 등과 같은 중요한 자원을 초기화하고 관리하는 부분을 뜻한다.

쉽게말해, 운영체제가 사람이라고 치면, 사람에게 생명이 붙어있는 한 쉴새 없이 온 몸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해주는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게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OS 개발자라도 커널이라는 거대하고도 복잡한 프로그램 앞에서는 움츠려들기 마련.

그만큼 범접하기 힘든 소프트웨어 분야 이었기에 성훈은 질문을 준 직원에게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수분이 지나자, 성훈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성훈도 해당하는 버그 부분만 스택언더플로우에서 알아낸 지식이라 한계가 있었다.

하여 추가적인 질문은 받지 않은채, 바로 소스수정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갔다.


“방금전 말씀드린 바와 같이 메모리 주소 경계에 맞지 않는 주소를 엑세스를 할 경우에 부팅시 Exception 에러가 나면서 비정상적인 종료현상이 나옵니다. 이는 Datatype Misalignment 문제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소스를 보시면서 말씀드리죠.”


성훈은 곧바로 키보드에 손을 올려 수정하기 전 소스파일을 화면에 띄었다.

그리고 문제가 된 라인을 보기 쉽게 드래그하였다.


LPBITMAPINFOHEADER lpbi = recvTouchScreenData + 0xe;


“BITMAPINFOHEADER의 포인터를 얻기 위해 그것의 크기인 0xe(정수:14)를 바이트 포인터에 더하는 연산입니다. 이 부분에서 Datatype Misalignment 에러가 발생합니다. 메모리 구조체에 바이트가 odd number(4바이트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숫자)를 가지고 바이트 포인터 연산을 할 경우 memcpy() 함수를 사용하면 쉽게 해결됩니다.”


성훈은 설명과 동시에 소스를 바로바로 수정해갔다.


LPBITMAPINFOHEADER  lpbi = (BITMAPINFOHEADER *)malloc(hdr.bfSize-0xe);

memcpy(lpbi,(void *)(recvTouchScreenData +0xe),(hdr.bfSize-0xe));


“이에대한 부연설명은 다들 아시리라 믿고 넘어가겠습니다. 다음은 Side Effect로 인해 꼬여버린 메모리 구조 영역을 리팩토링한 소스입니다···”


그렇게 의자에 앉은 상태로 30분여동안 소스설명을 마친 성훈은 깊은 날숨을 뱉었다.


‘가만··· 뒤가 왜이리 조용하지?’


초반에 이것저것 질문하던 사람들이 어느샌가 꿀먹은 벙어리마냥 누구하나 말을 걸지 않았다.

성훈은 의아함에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픽하고 콧웃음이 세어나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마치 외계인을 보는 듯한 표정이 가득했고 심지어는.

툭 툭.

몇명 사람들은 손에 집고 있던 연필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하고 탑코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회귀하고 탑코더 23화 +5 22.01.06 1,020 25 9쪽
22 회귀하고 탑코더 22화 22.01.05 913 16 11쪽
21 회귀하고 탑코더 21화 +1 22.01.04 1,004 24 13쪽
20 회귀하고 탑코더 20화 +1 22.01.03 1,071 20 13쪽
19 회귀하고 탑코더 19화 +5 21.12.31 1,241 25 11쪽
18 회귀하고 탑코더 18화 +1 21.12.30 1,249 24 12쪽
17 회귀하고 탑코더 17화 21.12.29 1,280 23 12쪽
16 회귀하고 탑코더 16화 +1 21.12.28 1,284 25 14쪽
15 회귀하고 탑코더 15화 +1 21.12.27 1,278 26 13쪽
» 회귀하고 탑코더 14화 +1 21.12.25 1,323 26 13쪽
13 회귀하고 탑코더 13화 +1 21.12.24 1,303 25 13쪽
12 회귀하고 탑코더 12화 +3 21.12.23 1,333 27 14쪽
11 회귀하고 탑코더 11화 +2 21.12.22 1,343 27 12쪽
10 회귀하고 탑코더 10화 +2 21.12.21 1,385 28 14쪽
9 회귀하고 탑코더 9화 21.12.20 1,425 26 14쪽
8 회귀하고 탑코더 8화 +5 21.12.20 1,451 33 13쪽
7 회귀하고 탑코더 7화 +1 21.12.17 1,478 33 13쪽
6 회귀하고 탑코더 6화 21.12.16 1,481 27 13쪽
5 회귀하고 탑코더 5화 21.12.15 1,552 29 12쪽
4 회귀하고 탑코더 4화 21.12.14 1,641 33 13쪽
3 회귀하고 탑코더 3화 21.12.13 1,694 34 13쪽
2 회귀하고 탑코더 2화 +3 21.12.13 1,831 34 13쪽
1 회귀하고 탑코더 1화 21.12.13 2,282 3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