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2,968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20.02.24 22:42
조회
42
추천
4
글자
12쪽

08화 - 3

DUMMY

“책 읽는 거 좋아하구······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 TV 보는 것도 좋아하고······ 아, 친구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좋아해.”

“딱히 특징적인 게 없는데. 그건 그냥 사람이면 대부분 좋아하는 거 아니야?”

“히잉······. 그치만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걸.”



내 디스에 소미는 울먹인다. 이래서 과제가 과제구나. 진짜로 꿈을 찾아 떠나게 되었어. 사실 다들 그렇겠지. 꿈이 확실한 사람이 어디 있어.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는 더더욱. 자기 꿈은 자기가 정하는 것이니, 누가 섣불리 조언해주거나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꿈은.”

“음······.”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눈을 올려 뜨며 소미를 바라보며 취조하듯 묻는 라나 누나. 라나 누나 가끔 저렇게 쳐다보면 꽤 무서운데. 소미는 그런 두려움을 느끼는지 머뭇거리며 망설인다. 뭐 사실 생각이 안 나서 그런 것 같긴 하다만.



“잘 모르겠어요······”

“그럼 소설가로 해.”

“네?!”



5초 정도 고민한 뒤에 나온 대답은 허탈한 ‘모름’. 이에 이어지는 라나 누나의 독단. 소미는 깜짝 놀란다. 좀 뜬금없긴 하잖아, 소설가는?



“국문과에, 책 읽는 거 좋아하고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거 좋아하면. 소설가 해야지.”

“그,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대충 해, 아직 꿈 모르는데. 그냥 찾아보는 거지. 혹시 알아? 나중에 소미 유명한 드라마 작가 같은 거 하고 있을지.”

“저 글 못 써요오!!”



정말 편의 위주로 말하는 라나 누나. 소미는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조장이자 서기의 위치에서 ‘소미 : 소설가’ 하고 꿈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음은, 라나 누나가 좋아하는 것과 꿈에 대해 말씀해보시죠.”

“······나?”

“네, 누나요.”



어느 정도 소미의 복수를 포함해서 라나 누나에게 질문의 방향을 돌리는 나.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라나 누나의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눈빛. 아 뭐, 마음에 안 들어도 언젠가 누군가는 말해야 하는 거잖아.



“나는, 음······ 뭐 좋아하더라.”

“장난치는 거 좋아하지 않나요.”



막상 본인 차례가 되니 바로 말하지 못 하고 다소 고민하는 라나 누나. 봐봐, 소미한테 그렇게 밀어붙이더니 정작 자기도 못 하잖아.



“후훗. 그건 너한테만.”

“어, 그거 반칙이에요 언니!?”



그윽한 눈빛으로, 손으로 턱을 괴고는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라나 누나. 흠칫 놀라게 만드는 대답이다. 옆에서 하린이가 빼애액 소리친다. ‘웅도 오빠가 여친 없는 백수 상태면 상관없지만! 이미 제가 입찰 땅땅땅 해서 제 꺼거든요?!’ 하고는 항변한다. 라나 누나는 ‘아하하, 농담이야 농담.’ 하고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휴우. 농담이구나. 괜히 뭔가 기대(?)했는데.



“나는, 돈이 좋아.”

“돈 싫어하는 사람 어디 있어요.”

“그렇긴 한데. 난 더 좋아.”



갑작스런 자본주의. 돈 좋지요, 근데 좋아하는 거를 돈이라고 말하면 뭔가······ 이미지적으로 속물처럼 보이니까 다들 감추는 면이 있지. 근데 라나 누나는 그냥 말한다.



“장사 하려고.”

“장사?”



꿈 얘기하는데 갑자기 장사라니. 너무 단계를 몇 개 뛰어 넘어 결론이 나온 것 같아 다소 당황하게 된다. 라나 누나는 본인이 생각해도 좀 너무 뜬금없는지 생각을 잠깐 정리한다.



“사업 같은 거 해보고 싶어. 분야는 아직 안 정했지만······ 나만의 가게가 있으면 좋겠어.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있고······ 방학 때는 더 많이 할 거고.”

“사업······.”



또 이건 너무 구체적이라 살짝 소름 돋는다. 보통 우리는, 회사에 들어간다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거나, 어쨌든 그런 식으로 ‘고용’되는 걸 생각하는데. 소위 말하는 화이트 칼라, 사무직 회사원을 생각하곤 하는데. 사업이 꿈이라니. 이건 정말 전혀 의외인걸?



“그럼 경영학과나 무역학과 가시지 국문과는 왜 오셨어요 언니?”

“시끄러.”

“아 말은 바로 해야죠! 안 그래요? 안 그래 오빠?”



바로 치고 들어오는 하린이의 디스.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사업을 하는 데에, 국어국문학과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겠어. 라나 누나는 약점을 공격당한 듯 예민하게 반응한다. 하린이는 그저 더욱 미쳐 날뛸 뿐이고. 근데 그 와중에 나한테 반말하는 부분이 귀엽다.



“그러면 누나는 사업가. 가 꿈이구요. 자영업자라고 할까요?”

“뭐 그런 셈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대답하는 누나.



“너는?”

“저요?”



갑작스런 질문에 또 말문이 막히는 나. 음······ 그러니까······ 나는 꿈이······ 꿈이 뭐였을까. 힐끔 소미를 바라본다.



“저도 소설가 같은데.”

“엣!”



강제로 소설가로 꿈이 정해진 소미와는 달리, 나는 꽤 확고하게 소설가 쪽이다. 좀 흐릿하긴 하지만. 라나 누나는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으며 팔짱을 낀다.



“호오. 왠 소설가?”

“근데 그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국문과인데, 소설가가 꿈인 게 이상한 건가요?”

“소설 쓸 거면 문창과 갔어야지.”

“문창과가 뭐에요?”

“문예창작학과. 거긴 과 자체가 글 쓰는 과야.”

“Aㅏ······.”



잠깐만. 나 그런 학과 있는 줄 몰랐는데. 국어국문학과가 글 쓰는 학과 아니야? 국어 점수 제일 높으면 가는 그런 과 아니었냐구! 문예창작학과는 또 뭔데! 그런 멋진 학과가 있었으면······ 거기로 갔지! 우와아아앙!



“뭐, 우리 학교는 문예창작학과 없지만.”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다른 학과를 갔다면 멋진 누나나 예쁜 소미를 못 봤을 거 아니에요.”



사실 이 학교를 온 건 순전히 ‘희세랑 같은 대학교를 가고 싶다!’ 라는 마음 때문이었지만. 그 중에 그나마 내 적성하고 내 성적에 맞는 게 국어국문이었구. 거창하고 어색하게 핑계를 댄다. 아 어쩔 수 없네~ 문예창작학과가 없다면~ 국어국문을 갈 수밖에 없잖아~



“뭐예요 오빠. 왜 저는 빼요?! 다른 누구보다 저를 먼저 말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하린이도 못 만났겠네~”

“그냥 하린이는 뭐예요 진짜!”



오늘따라 질투가 심한 하린이. 귀여워 죽겠다. 게다가 리액션이 과하니까 놀리는 맛도 있고. 라나 누나나 소미 얘기 조금만 해도 막 이러네.



“그럼 그냥 단순히 소설가? 이유는 없고?”

“이유라는 것도 사실 갖다 붙이기 나름인데······ 음. 크흠.”



라나 누나의 질문에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소설가’라는 꿈은 드립성이 아니라 정말로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라. 생각을 잠깐 정리하고 말을 잇는다.



“저는, 딱히 잘 하는 게 없어요. 뭐 타고난 재능도 없고······ 그나마 나은 게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 정도겠네요.”

“자학 그만하고.”

“아 네, 그래가지고─”



본의 아니게 또 자학꾼이 된 나. 이것도 버릇이라니까. 칼 같이 자르는 라나 누나의 진행 솜씨에 나는 얼른 정신을 차린다.



“그래서, 그러니까. 저하고, 친구들하고, 다른 사람들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잖아요? 즐거운 일, 재미있는 일, 좋은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사랑, 미움, 분노, 질투, 짜증, 고민, 두려움, 뭐 이런 것들. 그런 걸 적어서, 글로 써서, 다른 사람들하고 또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마음 먹었죠.”

“······.”



그래서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진짜. 라나 누나는 잠자코 듣고만 있는다. 소미는 눈을 반짝이며 내 말을 경청하고. 하린이는 뭔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가슴을 쭉 펴고 자랑하는 듯한 느낌으로 있는다.



“그래도 우리 중에 제일 꿈다운 꿈은 웅도네.”

“제 꿈은 듣지도 않고 기각이예요 언니!?”



라나 누나에게 들은 최고의 극찬. 후후, 그래도 뭔가 제일 그럴듯한 꿈을 말했나봐. 옆에서 하린이가 호다닥 태클을 건다. 태클과 섹드립을 빼면 하린이에게 남는 게 뭐가 있겠어.



“그래, 넌 꿈이 뭔데. 하고 싶은 게 뭐야.”

“저는요! 하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아요! 남자친구도 사귀어보고 싶고! 섹X도 해보고 싶고!”

“야야야!”



선심 쓰듯 물어보는 라나 누나의 질문에, 하린이는 또 폭주기관차가 되어 달려 나간다. 아니 거기서 ‘그 단어’가 왜 나오는데. 게다가 여기 공공장소라고. 제발 톤 좀 다운 시키라고, 늘 말해도 하린이는 듣지 않는다. 이 정도면 그냥 원래 성격이 저런 거야. 컨셉이 아니라.



“······안 했어? 둘이?”

“어, 어음······.”



은밀한 라나 누나의 눈빛. 그 눈빛이 나를 관통하니, 나는 잠자코 시선을 피한다. 이 누나 애 이래.



“에헤헤☆”

“······!”



하린이는 좋다고 또 은근한 눈으로 나 쳐다보고, 소미는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곤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한다. 그래, 좀 소미처럼 소녀다운 모습을 보이라고. 이건 좀······.



“그래서, 하린이 넌 꿈이 뭔데.”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어요! 에헤헤. 그치만 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이만큼 귀엽고 예쁜데다가 붙임성도 좋고 사교성도 좋으니까! 뭘 해도 좋을 거 같지 않아요? 요리사도 괜찮을 거 같고! 아, 미용사는 어떨까요? 말 잘하니까! 오 말 잘하면 텔레마케터도 좋지 않나? 아, 그건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는다니까. 예쁘고 귀여우니까 광고모델 표지모델 같은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저 이래봬도 벗으면 굉장한 몸이니까 꺄아─ 에헤헷☆”

“······.”



내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좋아라 마구잡이로 말하는 하린이. 너무 이것저것 많이 말하니까 다들 어안이 벙벙하다. 정리도 안 되고, 너무 많은 장래희망 때문에 더 혼돈스러운 느낌. 하긴 뭐, 하린이 우리보다 2살 어리니까. 막말로 지금 우리 과 한 1년 정도 다니다가······ 아니다 싶으면 재수하면 되지. 하린이의 어린 나이는 분명 강점이다.



“하긴, 넌 나보다 3살이나 어리니까······ 그렇게 대충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지껄여도 되겠지.”

“힝! 지껄이다니 너무해요!”



정말 뼈가 담긴 라나 누나의 대답. 하긴, 또 라나 누나 입장에선 썩 그렇게 유쾌하게 들리진 않을 거다. 라나 누나는, 어떻게 보면 1년 허비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우리보다 1살 많은데 정상 나이로 대학교 오는 스무 살, 우리보다도 2살 더 어린 18살짜리 하린이가 저런 말 하면 무슨 기분이겠어.



“그럼 넌 회사원 해.”

“제일 재미 없을 것 같은 직군을! 왜 저한테 그런 시련을 주시는 거예요 언니!”

“이것도 저것도 다 좋다고 못 고르니까, 제일 노말한 걸로 봐봐. 그러면 또 어떤 답이 있겠지.”



라나 누나는 결정력과 판단력이 있는 것 같다. 뭐, 귀찮아서 대충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하린이는 라나 누나의 말에 또 눈을 반짝인다.



“오. 그 말도 일리 있는 것 같아요! 전 사교성 좋으니까 분명 회사 생활도 잘 적응할 거예요! 게다가 예쁘고 귀여우니까 남자 선배들한테 귀여움 독차지 받고~ 부장님 과장님들한테 미스 안 오늘은 히프가 장난 아닌데 하는 직장 내 성희롱도 당하고~ 질투에 눈이 먼 다른 여직원들 정치질에 스트레스 받다가 자살하는 거예요!”

“쟤 좀 입 좀 막아라. 남자친구 아니냐 너.”

“죄송합니다······ 그저 제가 죄송합니다······.”



오늘따라 마구마구 폭주하는 하린이. 섹드립은 아닌데, 뭔가 결말의 상태가······ 얘 왜 이러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9 13화 - 3 +1 20.04.30 96 4 14쪽
338 13화 - 2 +1 20.04.29 52 4 12쪽
337 13화.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1 20.04.27 61 4 12쪽
336 12화 - 6 +5 20.04.23 65 4 13쪽
335 12화 - 5 +1 20.04.22 55 4 14쪽
334 12화 - 4 +1 20.04.20 81 4 15쪽
333 12화 - 3 +1 20.04.19 53 4 13쪽
332 12화 - 2 +1 20.04.17 52 3 14쪽
331 12화.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1 20.04.16 48 3 12쪽
330 11화 - 5 +7 20.04.13 58 5 14쪽
329 11화 - 4 +5 20.04.11 55 5 15쪽
328 11화 - 3 +1 20.04.09 56 5 11쪽
327 11화 - 2 20.04.07 58 5 12쪽
326 11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이렇게 돼 버렸어. +1 20.04.06 54 5 13쪽
325 10화 - 6 +1 20.04.05 45 5 11쪽
324 10화 - 5 +3 20.04.03 49 5 13쪽
323 10화 - 4 +1 20.04.02 43 5 13쪽
322 10화 - 3 +3 20.03.31 54 5 14쪽
321 10화 - 2 20.03.26 58 4 15쪽
320 10화. 나 이제 괜찮아 +3 20.03.20 59 5 13쪽
319 09화 - 5 +3 20.03.16 45 5 11쪽
318 09화 - 4 +1 20.03.14 49 5 13쪽
317 09화 - 3 +1 20.03.12 68 5 16쪽
316 09화 - 2 +1 20.03.10 50 5 12쪽
315 09화. 난 괜찮은걸까. +7 20.03.07 54 5 12쪽
314 08화 - 5 +2 20.03.06 47 4 16쪽
313 08화 - 4 20.02.25 41 3 13쪽
» 08화 - 3 20.02.24 43 4 12쪽
311 08화 - 2 +3 20.02.23 47 3 12쪽
310 08화.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어요. +1 20.02.22 54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