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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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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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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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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8화 - 2

DUMMY

“그럼 이제, 꿈에 대해 말해볼까요.”

“후후. 애써 말 돌리는 것 같네.”

“제 전 여친 보러 온 게 아니잖아요!”

“그치그치. 후훗.”



라나 누나는 우리의 과제는 뒷전이고 실은 나를 놀려주려고 온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반응할 리 없잖아. 주문한 커피도 나왔고, 그나마도 희세가 전달해주러 오지 않고 하린이가 받아 왔다. 과제 얘기 하러 온 거잖아, 우리. 희세 얘기를 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



“근데 좀 이거, 조별과제라고 하기엔 애매하지 않아요?”

“뭐가?”



드디어 과제에 대한 얘기를 처음 꺼내는 하린이. 사건 물어오기만 하고 정작 나 당하는 것만 잔뜩 구경하는 녀석이었는데. 과제에 대한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격해선 얼른 반응한다.



“조별과제면 뭔가, 누구는 조사, 누구는 정리, 누구는 발표 이런 식으로 공동의 어떤 것을 분담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아마 그 과제를 한 명이서 하겠지.”



내 말에 하린이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라나 누나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오직 소미만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다소 멍청해보이는 귀여운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본다.



“근데 이거는, 각자의 꿈을 조사해서 직업 사람 인터뷰해서 발표하는 거잖아요? 발표도 자기 것 자기가 발표하는 거 아녜요? 그러면 완전······ 개인플레이 아니에요? 조별과제라고 할만한 게 아닌뎅.”

“그렇네.”



조별과제는 그런 숙명을 갖고 있는데. 하린이 말대로 이 과제는, 조별과제라기보다는 개인 과제로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교수님이, 타 조원이랑 같이 직업체험 했던 걸 물어볼거래. 그걸 통해 자기 장래희망 직업군에 대한 생각이 더 확고해졌는지, 아니면 흔들렸는지. 다른 시각이 생겼는지 보게 할 거래. 그러니까 즉, 다같이 인터뷰를 가라는 소리.”

“Aㅏ······.”



라나 누나는 정보통이 있는 모양. 다른 친구한테 물어봤으려나. 어쨌든 본인 꿈 하나만 하라는 게 아니라, 같이 공유하면서 여러 직업군을 보면서~ 뭐 그러라는 것 같은데. 참, 명분은 좋다. 하는 우리는 죽도록 귀찮은 일이지만.



“아~ 뭐 그렇게 복잡하게 해~ ○○○ 진짜 극혐.”

“아무리 그래도, 너보다 30살은 많을 교수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건 아니지 않냐.



○○○는 교수님 이름. 얼마나 짜증나면 하린이가 저럴까. 아니 뭐, 브레이크가 없는 건 하린이 종특이니까. 남자친구로서 점잖게 훈계를 한다.



“네에네에 할아버지.”

“애미는 애기를 어떻게 가르친 거냐. 으잉~ 쯧쯧쯧. 여하간 요즘 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대번에 나를 할아버지 취급하는 하린이. 나는 즉시 그 드립을 이어받아 꽁트 상황극으로 진화시키려 한다. ‘애미’ 역할은 라나 누나. 하지만 라나 누나,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잠자코 나를 바라만 본다.



“아 상황극 좀 받아줘야죠 여기선!”

“내가 왜 그래야 돼?”

“죄송합니다······.”



하린이라면 충분히 받아줄 수 있는 드립인데, 하필 정상인인 라나 누나인지라. 하긴, 소미였어도 안 되었겠다. 얼른 꼬리를 내리는 나.



“그럼, 이제 꿈에 대해 얘기해보자.”

“음.”

“엄~”



말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게 생겼으니 소미가 얼른 정리한다. 장난하는 말을 할 때엔 누구보다 입을 잘 놀리지만 막상 과제를 할 타이밍이 되니 조용해지는 나와 하린이. 적당히 생각하는 신음소리만 난무한다.



“한 명씩 자기 지금 취미나 성향이랑 꿈 말하기 하자.”

“네 언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라나 누나. 소미는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정상인 두 사람의 의견을 잘 따라야지. 나나 하린이는 그저 개드립 칠 궁리나 하고 있으니.



“먼저 얘기 꺼냈으니 소미가 먼저 해봐.”

“네, 네?! 엣, 저······ 저요?”

“응, 너요.”



적지 않게 당황하는 소미. 아니 뭐, 크게 당황할 건 아닌데. 맨 처음에 운을 떼기 좀 힘들긴 하겠지만.



“어······ 저······.”



머뭇거리며 우리의 눈치를 살피는 소미. 나도 하린이도 라나 누나도 별다른 말 없이 소미의 말을 기다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니 소미는 얼굴이 점점 빨개지기 시작한다.



“으아앙 모르겠어요!”

“뭐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 우선 자기 취미랑 특기랑 하고 싶은 것부터 말하면 되지.”

“그치만······ 그치마안······!”



같은 여자인 라나 누나에게도 앙탈을 부리는 소미. 어떨 때엔 맏이누나 같은 면이 있다가도 어떤 때엔 또 생떼쟁이가 되기도 하네.



“좋아하는 거······. 딱히 없는데······.”

“그래도 뭐라도 말해야 같이 실마리 찾지. 꿈은 뭔데?”

“꿈도······.”



소미는 거의 울상이 되어선 대답한다. 하긴, 생각해보면. 소미 이미지도 그렇잖아? 되게 예쁘고, 아가씨 같고, 야무지고 똑부러지는 착한 아이인데─ 뭔가, 개성은 없어. 모범생이기도 하고 활달하기도 하고 치유계이기도 한데, 개성이. 아. 소미 개성 있잖아. 그것도 어떤 누구보다도 엄청난 개성이.



“소미 너 엄청 짧은 변태 같은 옷 입는 거 좋아하지 않았던가.”



경솔의 아이콘 정웅도. 말해놓곤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는다. 소미가 꽁꽁 감추는 비밀이었을 텐데.



“······!”



화들짝 놀라는 소미. 놀라서 소리 지르거나 그런 것보다는 슬쩍 라나 누나와 하린이의 반응을 살핀다.



“에?”



전혀 의외라는 반응으로 소미를 보는 하린이. 그도 그럴 게, 소미 절대 그렇게 안 보이는 이미지잖아.



“응?”



라나 누나도 마찬가지. 하린이와 라나 누나 두 사람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소미를 바라보고, 소미는 그런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는다.



“네, 제가 그랬어요! 제가 그랬다구요, 으흑흑······.”

“······???”



마치 코난에서 범인이 추궁당해서 자백하는 것처럼, 외마디 말하고는 고개를 책상에 파묻고 우는 소리를 내는 소미. 그저 다들 의문에 찬 눈을 할 뿐이다. 음······ 소미도, 좀만 더 하면 프로드리퍼의 길에 입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게······ 학기 초에, 제가 아침에 운동하려고 공원 갔는데, 엄청 야하게 옷 입은 여자애가 지나가더라구요. 야한 정도가, 막 그런 거 있죠. 핫팬츠인데 너무 짧아서 엉덩이 시작되는 라인 보일락말락 하는 그런 정도.”

“으아아아앙앙아아! 말하지 마아!!”

“아니, 어차피 경솔하게 말을 꺼내버렸으니 다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낫지 않아! 흐아앙!”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다 말해버려야지 하고 썰을 풀려고 하니 소미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켜 팔을 휘저으며 날 말린다. 아하하, 귀여워라.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의 하린이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짓는 라나 누나. 역시 라나 누나가 눈치가 빠르구나.



“야 한소미.”

“으흐으으으윽······.”

“뭐야 너 왜 울고 있는 거야.”

“몰라······ 이게 다 웅도 때문이야······ 시집 다 갔어······.”

“소난다.”



천천히 드립 테크를 쌓고 있는 나. 기-승-전까지 훌륭하게 잘 쌓였다. 이제 ‘결’로 터뜨리기만 하면······!



“넣지 마요, 저한테나 넣어요.”

“아니 너는 꼭 이런 때에! 내가 공공장소에서 그런 섹드립 치지 말랬지?!”

“그거 다음 주문이 ‘넣을게’ 잖아요. 소미 언니한테 넣을 거에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



빠꾸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도저로 싹 다 밀어버리는 수위의 하린이 드립. 나는 졸지에 소미에게 넣는(!) 섹드립을 치는 불한당이 되었고, 소미는 어리둥절해하며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하린이의 손에 놀아나는 나. 대체 언제쯤 하린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소미 씨는, 언제부터 그런 성향인 걸 깨닫게 되었나요.”

“으······ 고등학생 때부터요······.”

“그렇군요. 언제 처음, 그런 야한 옷을 입게 되었나요?”

“고등학교 축제 때······ 반 장기자랑으로 춤 췄는데, 여자애들은 다들 짧은 치마 입었었거든요······ 그 때부터, 그랬어요.”

“깨닫게 된 것이군요. 자신의 진정한 성향을.”



라나 누나는 무슨 미국 TV 프로그램에서 성 정체성 깨달은 사람 인터뷰 하는 MC처럼 소미에게 질문한다. 근데 소미도 소미대로 곧이곧대로 대답 잘 하고 있어. 아까 방금 전에, 소미하고 라나 누나 정상인 두 사람이라고 했는데. 취소해야 할 것 같아. 둘 다 좀 안 정상이야.



“그, 그건 근데 꿈이나 진로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취미 같은 거예요, 그냥······ 좋아서, 기분 좋아서 하는 거예요.”

“변태네.”

“변태네요.”

“그치 변태지.”

“으아앙!”



어떻게든 다시 과제 쪽으로 대화 주제를 옮겨 보려 애쓰는 소미. 하지만 나와 하린이와 라나 누나는 미리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하나같이 변태라고 그녀를 매도한다. 울상이 되는 소미.



“그렇잖아요?! 전 늘 주변의 기대와 부모님의 바람과 이런저런 압박들로 가득한 삶을 살았다구요! 교복 치마도 짧게 줄이는 친구들처럼 하고 싶은데 한복치마처럼 무릎 아래로 치렁치렁하게 하고 다니구! 얼마나 멍청하고 찌질해보이는 줄 알아요! 그래서, 그래서······!”

“그치만 그 엄청난 바지는 엄청나긴 했어. 엉덩이가 다─”

“우와아아아앙! 그걸 왜 보는데!”

“아니 그럼 그걸 왜 입고 나오는데?!”

“해! 방! 감!!”



미쳐 날뛰는 소미. 어차피 들킨 거, 이미지도 복구 안 되니 아주 아무렇게나 다 말해버리는 것 같다. 그런 유래가 있었구나.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운데. 내가 지적하는 건 바깥에 나온 걸 말하는 거지.



“완전 바바리맨이네.”

“그, 그런 게 아니에요! 흐앙! 언니도 충분히 입을 수 있을 정도라구요!”



라나 누나의 강력한 일침에 정말 울 것 같은 표정이 되는 소미. 상식인인 라나 누나마저 자신을 변태라고 매도하는 이 상황이 싫은 건가. 아니면 ‘바바리맨’에 비교당하는 처지가 정말 싫은 걸까. 라나 누나는 소미의 애원에 힐끔 나를 바라본다.



“내가 입을 수 있을 정도 수위야?”

“그건 좀······ 그 정도로 짧은 옷 안 입으시잖아요, 누나.”

“그치.”

“으아앙!”



라나 누나도 때때로 과감한 옷을 입고 오긴 한다. 확 짧은 핫팬츠라던가, 푹 파인 옷이라던가. 근데 그 때 소미가 입었던 건 정말······ 레전드지. 내 대답에 소미는 절망하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징징댄다. 이 와중에 손도 참 작은데 두 손으로 얼굴이 가려지네. 소미는 얼굴 진짜 작구나.



“뭐, 그렇잖아?”

“안 그래요.”

“아니 듣지도 않고 뭘.”

“오빠도 늘 그러잖아요, 제가 ‘있잖아요’ 하면 ‘없어’ 하고 맥 끊잖아요.”



하린이의 말에 한숨이 탁 나온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스스로 부른 재앙에 짓눌려······ 어쨌든 말을 이어 나간다.



“우리는 다 같은 변태잖아. 나는 기본적으로 변태고······ 소미는 노출증 변태고······.”

“내, 내가 왜 노출증 변태야!”



자연스럽게 말하니 빼애액 소리치는 소미. 그랬다가 카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자 화들짝 작은 손으로 작은 입을 가리며 얼굴을 붉히는 소미. 귀여워라.



“하린이는 뭐······ 주체 못 하는 변태고. 라나 누나는 은근한 변태고.”

“뭐······ 그나마 제일 온건하네. 은근한 변태 정도는 인정해줄게.”



그래도 소미처럼 부정하지는 않는 라나 누나. 부정하면 안 되지, 나한테 은근히 섹드립 치는 게 있는데. 하린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친개고. 근데 뭐, 예상은 했지만. 하라는 과제는 안 하고 이런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으니. 우리 과제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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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12화 - 6 +5 20.04.23 65 4 13쪽
335 12화 - 5 +1 20.04.22 55 4 14쪽
334 12화 - 4 +1 20.04.20 81 4 15쪽
333 12화 - 3 +1 20.04.19 53 4 13쪽
332 12화 - 2 +1 20.04.17 51 3 14쪽
331 12화.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1 20.04.16 48 3 12쪽
330 11화 - 5 +7 20.04.13 58 5 14쪽
329 11화 - 4 +5 20.04.11 55 5 15쪽
328 11화 - 3 +1 20.04.09 56 5 11쪽
327 11화 - 2 20.04.07 58 5 12쪽
326 11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이렇게 돼 버렸어. +1 20.04.06 54 5 13쪽
325 10화 - 6 +1 20.04.05 45 5 11쪽
324 10화 - 5 +3 20.04.03 49 5 13쪽
323 10화 - 4 +1 20.04.02 43 5 13쪽
322 10화 - 3 +3 20.03.31 54 5 14쪽
321 10화 - 2 20.03.26 58 4 15쪽
320 10화. 나 이제 괜찮아 +3 20.03.20 59 5 13쪽
319 09화 - 5 +3 20.03.16 45 5 11쪽
318 09화 - 4 +1 20.03.14 49 5 13쪽
317 09화 - 3 +1 20.03.12 68 5 16쪽
316 09화 - 2 +1 20.03.10 49 5 12쪽
315 09화. 난 괜찮은걸까. +7 20.03.07 54 5 12쪽
314 08화 - 5 +2 20.03.06 47 4 16쪽
313 08화 - 4 20.02.25 41 3 13쪽
312 08화 - 3 20.02.24 42 4 12쪽
» 08화 - 2 +3 20.02.23 4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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