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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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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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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2.2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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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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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8화.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어요.

DUMMY

“으와아아아─ 오빠 오빠 우리 조졌어요!”

“또 뭔데.”



보통 어떤 사건을 물어오는 건 활달하기 그지없는 하린이의 몫. 그리고 오늘도, 마치 ‘호외요 호외~’ 하는 활자신문 시대의 어떤 소년처럼 후닥닥 달려와 인생을 조진 소식을 전하려는 하린이. 여러분, 저 귀여운 여자아이가 제 여자친구입니다. 뿌-듯.



“저희 과제가 있었어요!”

“과제야 늘 있잖아.”



하린이의 말에 나는 별 것 아니라는 느낌으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옆에 앉아 있던 라나 누나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치, 지금이 과제철이긴 하지.”

“말도 마세요, 요즘은 게임도 못 해요, 과제하느라.”

“에이, 그러면서 할 거 다 하잖아.”

“그렇긴 한데요.”



뭔가 라나 누나에게는 심리전으로 못 당할 것 같다. 라나 누나 말대로, 요즈음은 과제철이다. 시기적으로도 그렇잖아 중간고사하고 기말고사 사이. 아직 기말고사까지는 좀 기간이 남긴 했지만. 그 조금 남은 기간이 바로 과제철. 아 뭐, 과제라고 해봐야 쉬운 단어로 말하자면 숙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때도 선생님이 숙제 내줬잖아. 고등학교 때는 수능이 최종 목표라 실질적으로 숙제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과제가 막 엄청 쉬운 건 아니다. 그렇다고 몇 날 며칠 걸릴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다면, 교수님들은 우리가 자기 수업만 듣는 줄 아신다는 것. 여섯 과목의 수업을 듣는데, 그 과목 교수님들이 일제히 비슷한 시기에 과제를 내주시면······? 게다가 과제 납입 기한(??)까지 같다면······? 이제 뭐, 멘탈 깨지는 거지.



“과제가 더 있었어요!”

“뭐······라고?!”



아니 잠깐만······ 이 이상은······ 이 이상 들어오면······! 가득차버렷♡ 내가 내가 아니게 돼버렷♡ 아니 X발 잠깐만 진짜 안 된다고! 이미 과제들로 가득 차 있는데!



“게다가 X같은 조별과제!”

“뭐라고!”



점입가경. 아니 혼자 뭐 읽고 감상문 써 오세요 자기 생각 써오세요 교재 정리해오세요 이런 것도 거지 같은데, 뭐? 조별과제! 이런 X발!



“우리 조별과제······ 할만한 과목이 있었어?”

“그러게.”



소미의 의문문에 특유의 느긋한 말투로 대답하는 라나 누나. 성실한 소미가 모른다면 확실히 없는 게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어. 아니 그럴 거야. 과제가 있을 리 없어! 제발! 아무리 여자친구라지만, 하린아, 여기에 더 과제를 더하지 마오.



“비전 있는 대학생활 있잖아요!”

“그거 과제 없지 않아?”

“있데요! 히잉.”



비전 있는 대학생활. 교양인지 전공인지 애매한 과목. 아니 우리과 교수님이 강의 하시거든. 근데 과목 이름에서 보면 알 수 있듯 국문과하고는 하등에 상관없는, 교양 같은 느낌의 과목이야. 내용도 뭐, 대학생활을 슬기롭게 하려면 뭐 해야 할까, 회의 같은 것도 하고 한 명씩 나와서 발표하기도 하고. 근데 그거, 딱 봐도 과제 없을 것 같은데. 이미 수업시간에 다 하잖아. 이런저런 활동들을.



“조별로, 자기 꿈에 관련된 사람 인터뷰랑 각자 자기 꿈에 대해 3분 브리핑 하는 거 영상으로 찍어오래요!”

“에에엥?!”



말만 들어도 엄청 시간 많이 잡아먹을 것 같은 과제. 그러니까······ 직접 나가서 인터뷰 따오고 영상으로 촬영까지 하라는 거잖아?! 그런 구체적인 과제를, 이렇게 갑자기 낸다구?! 아니 이건 너무하지! 상도덕이라는 게 있는데!



“그런 과제를 이제 와서 내?”

“각 조별로 조장한테 처음에 말했었데요······.”

“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라나 누나. 근엄한 표정으로 하린이에게 묻는다. 하린이는 진이 다 빠진 느낌으로 시무룩하게 대답한다. 날카로운 라나 누나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이윽고 소미까지 나를 바라본다. 그 ‘각 조별 조장’이 나거든. 우리 조는.



“어, 어음······.”

“들었어?”

“들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책임 소재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 같은 불리한 형국. 라나 누나의 눈이 더욱 서슬퍼렇게 변한다. 나는 와이프 몰래 비자금을 썼다가 걸린 남편마냥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 말을 머뭇거리게 된다. 사실 기억이 안 난다. 학기 초면 나 어리버리 까고 있을 땐데 그 때 공지한 걸 어떻게 기억해.



“조장 카톡방이 있다던데?!”

“휴대폰 2주간 압수.”

“으아아아─!”



하린이의 말에 바로 내 휴대폰을 가져가는 라나 누나. 치밀하게도 휴대폰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내 손목을 강제로 비틀어 잡아 지문인식까지 시켜 휴대폰을 열어 본다. 아니 그거 프라이버시라구요······!



“여기 있네. 3월 22일에 공지 있었네.”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불성실한 탓에······ 공지를 못 드렸읍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아!”



전혀 기억이 안 나기에, 내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건 진심을 담은 사죄뿐이다. 라나 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힐끔힐끔 상황과 눈치를 보고 있는 소미가 한 마디 꺼낸다.



“과제 언제까지래?”

“다음 주 목요일 비전 수업날까지요······ 그 날까지 제출하고 발표하는 거래요.”

“아······ 그러면 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네. 주말 있으니까, 그 동안 빨리 알아봐서 하면 되지 않을까?”



역시 긍정적인 소미. 이미 공지를 안 해서 망한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해결책을 제시해서 나를 구해주려 하는 거구나. 라나 누나도 수긍한 듯 일단 나에게 향하는 날카로운 시선은 거둔다.



“그래 뭐, 어차피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니. 다음부터는 소미를 조장 시켜야겠다. 웅도는 아무리 봐도, 뭐든 덤벙대.”

“넵. 죄송합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게요. 베푸신 은혜 꼭 갚겠습니다.”

“게다가 노잼에 너무 오바해.”

“······죄송합니다.”



내 딴에는 분위기 전환이랍시고 하는 건데.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것 같다.



“됐어. 짜져 있어.”

“넵.”



우리 밥 패밀리의 구성은 대충 이런 느낌. 하린이가 행동대장(?) 포지션이라 일감이나 사건을 떠오고, 대내외적인 활동을 담당하고. 라나 누나가 실질적인 보스. 비선실세 같은 거다. 누나이기도 하고, 누나를 떠나서 제일 결정을 잘 한다. 나는 바지사장. 아니 지금 조장도 그런 꼴이잖아. 조장이랍시고 어떤 권위도 없고 그냥 누나나 애들이 시키는대로 하는 꼴이니. 소미는 그런 우리들을 중간에서 조율하고 어그러짐 없이 이끌어주는 성녀님 포지션. 근데 하나같이 다들 포지션이 극단적이네. 무난한 위치가 하나 없어.



“음─ 좋아. 그럼.”

“네. 네? 뭐가요?”

“아니야.”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결정을 내리는 듯한 라나 누나. 잘못한 게 있으니 나는 라나 누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얼른 물어본다. 하지만 여자의 심리는 참, 알 수가 없다. 뭐, 시키는 대로 해야지.








//








“아니 그러니까─ 왜 여기를 하필!”

“말했잖아?”



나는 요즈음, 불합리한 요청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꼭 하린이와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아니 예전부터 그랬던 거 같애. 애들은 날 놀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타고난 호구상이라 그런가. 지금 라나 누나도, 내 억울함을 보며 즐기는 것 같다.



“우리 과제가 뭐라구? 공지 받았음에도 조원에게 말하지 않아서 이렇게 허겁지겁 다른 과제 제치고 바삐 이것을 하게 해서 과제철에 다른 과제들 계획까지 엉망으로 만든 조장님?”

“······뭔 수식어가 그렇게 길어요. 잘못 했다니까요. 자기 꿈에 관련된······ 뭐 인터뷰 따오는 거 영상으로 만들어오기 그런 거 아니었나요?”

“그치.”



라나 누나는 껀수 하나 잘 잡아서 나를 하루종일 놀리고 있다. 옆에서 소미가 쿡쿡 웃는다. 진지한 게 아니라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금의 소미는 라나 누나의 눈치를 보거나 말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더 괴로워. 하린이는 여자친구라는 애가 쉴드쳐주기는커녕 옆에서 더 좋다고 낄낄대며 웃고 있고.



“그러니까, 우리 서로의 꿈을 정리하고 어떤 곳에 어떤 사람에게 인터뷰를 딸 지를 정해야겠지? 그 회의 하러 카페에서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얘기하자는 거잖아. 그게 잘못됐어?”

“잘못이 아니라! 다 좋아요, 근데 왜 하필 이 카페로 오냐구요!”



희세가 알바하는 이 카페로! 게다가 강의 끝나고 오후 5시부터는 딱 희세가 알바 시작하는 시간인데! 이건 140% 노린 거잖아. 라나 누나는 ‘후훗’ 하고 웃는다. 소미는 멋쩍게 ‘아하하’ 하고 웃는다. 다들 내 사정 아니까. 하린이는 ‘으헿♪’ 하고 즐거워한다.



“아니 너도 이상해. 라나 누나나 소미는 그럴 수 있지. 근데 너는 왜 웃어?! 내 전여친 알바하는 데인데! 넌 희세 보는 게 좋아? 안 껄끄러워?”

“뭐 껄끄러워요~? 이미 웅도 오빠는 내.차.지.인데. 뭐라고 할 것도 없잖아요. 오빠가 양다리 걸치거나 바람 피운 것도 아니고. 그 쪽이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진 다음 저랑 사귀는 건데. 뭐 문제 있나요?”

“아, 알았어. 왜케 얀데레처럼 말해.”



갑자기 눈을 희번덕하게 뜨고는 무섭게 말하는 하린이. 물론 반쯤 드립인지라 내 두려워하는 반응에 또 낄낄대며 웃는다. 그치만 반쯤은 진심인 것 같다구, 이 녀석······. 라나 누나는 그런 나와 하린이의 대화를 듯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뭔가 결론을 지으려 한다.



“뭐, 그러니까 우리만 괜찮으면 들어가자구. 우린 괜찮으니까.”

“아니 왜 그런 말을 누나가 해요! 제가 괜찮다고 하고 들어가면 들어가는 거지! 저 껄끄럽다구요! ‘괜찮아요, 애들이 그럴 수 있죠’를 가해자 쪽이 하는 꼴이잖아요 이건!”



그런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카페로 들어가는 라나 누나. 쫄쫄쫄 소미는 라나 누나를 따라 들어간다. 나만 듣지도 않는 항변을 할 뿐이다. 하린이는 그저 기분 좋은지 ‘그만 포기 하세요 아하핳♪’ 하며 두 사람을 따라 카페로 들어간다. 나도 시무룩. 결국 들어갈 수밖에 없다.



“어서오세요.”

“네. 저희 아메리카노 네 잔 주세요.”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아이스로 드릴까요?”

“어······ 너네 뭘로 마실래?”



방긋방긋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희세. 희세는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는구나. 뭔가 보자마자 아련한 느낌이 든다. 막 울컥 하고 그럴 시기는 지났지만. 뭔가, 그냥 더 표현할 어휘가 없네. 아련해. 희세와 눈이 마주친다. 움찔. 나는 분명하게 희세를 의식하게 되는데 희세는 전혀 그런 눈치가 안 보인다. ······나만 이러고 있는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이상하다.



“근데 언니 왜 자연스럽게 아메리카노로 통일하나요? 딸기 요거트 스무디 같은 거 시키면 안 돼요?”

“내가 사려구, 커피.”

“아 그렇다면 저는 아이스요.”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려는 하린이. 하지만 라나 누나의 대답에 바로 태세전환. 절로 피식 미소가 지어진다. 하린이 이런 건 참 귀엽다니까. 소미는 따뜻한 거, 라나 누나도 따뜻한 거. 나는 아이스.



“아이스 둘 따뜻한 거 둘이요.”

“네, 10000원입니다.”



생글생글 웃으며 안내하는 희세. 원래도 값이 싸서 괜찮게 장사가 잘 되는 가게인데, 희세 덕분에 이 가게는 장사가 더 잘 될 것 같다. 희세 정도로 예쁜 애가 이렇게 성심성의껏 서비스 하는 가게라면······ 분명 늑대 같은 남자들이 맨날 와서 커피 마시면서 작업 칠 텐데······ 이제 내가 뭐, 그런 거에 신경쓸 권리가 있나. 전 여친인데.



“다 되면 진동벨로 알려드릴게요.”

“넵!”



진동벨을 건네는 희세. 받아드는 하린이. 전 여친과 현 여친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장면을 보니, 나로서는 참······ 착찹하고 이상한 기분이다. 이런 엿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이 카페를 오게 하다니. 라나 누나도 참, 악취미다. 진짜 정상은 아니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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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23.04.18 17:32
    No. 1

    진도가 빨리 빨리 나가서 하린이도 따먹고 소미도~ 라나누나도~ 그러고 희세로 다시 돌아가서 둘이서 영원히 잘 살았습니다~ 로 끝내야죠~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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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11화 - 4 +5 20.04.11 55 5 15쪽
328 11화 - 3 +1 20.04.09 56 5 11쪽
327 11화 - 2 20.04.07 58 5 12쪽
326 11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이렇게 돼 버렸어. +1 20.04.06 54 5 13쪽
325 10화 - 6 +1 20.04.05 45 5 11쪽
324 10화 - 5 +3 20.04.03 49 5 13쪽
323 10화 - 4 +1 20.04.02 43 5 13쪽
322 10화 - 3 +3 20.03.31 54 5 14쪽
321 10화 - 2 20.03.26 58 4 15쪽
320 10화. 나 이제 괜찮아 +3 20.03.20 59 5 13쪽
319 09화 - 5 +3 20.03.16 45 5 11쪽
318 09화 - 4 +1 20.03.14 49 5 13쪽
317 09화 - 3 +1 20.03.12 68 5 16쪽
316 09화 - 2 +1 20.03.10 50 5 12쪽
315 09화. 난 괜찮은걸까. +7 20.03.07 5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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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08화 - 2 +3 20.02.23 46 3 12쪽
» 08화.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어요. +1 20.02.22 5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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