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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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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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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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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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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화 용의 내단(2)

DUMMY

포원제가 작은 호리병을 꺼내주었다.

황제 시영의 치료약이다.

부명화가 쓸쓸한 눈빛으로 포원제를 쳐다보았다.

“새 살이 돋아나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 연장은 되나요?”

“길면 2년··· 짧으면 1년······.”

포원제가 한숨을 쉬듯이 말했다. 부명화의 처지를 안쓰러워하고 있다. 황제의 죽음이 임박해 오고 있다.

“용의 내단이 출현했다고 들었어요. 내단이 있으면 가능할까요?”

부명화는 우울했다. 기대를 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희망이 없다.

용의 내단이라도 있다면.

어쩌면 시영이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늘의 뜻을 내가 어찌 알겠냐?”

포원제가 고개를 흔들고 모태주를 한 모금 마셨다.


용의 내단을 얻은 자가 있다면 하늘이 준 것이다.

과연 내단을 빼앗아 황제를 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역천(逆天),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다.

“계집애야.”

“이숙, 왜 아직도 계집애라고 부르는 거예요?”

부명화가 소리를 질렀다.

어릴 때부터 현무문에서 무예를 배웠기 때문에 포원제는 그녀를 어린 아이 취급하고 있다.

“그럼 네가 사내냐?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용의 내단을 찾을 생각이에요.”

“네가 용의 내단을 빼앗으려고?”

현무문에서 수행을 한 부명화는 불의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현무문은 도교의 정종이다.

“폐하가 조광윤에게 서찰을 보냈어요.”

“왜?”

“자신이 죽은 뒤에 나하고 황태자를 보호해 달라고요. 저도 모르게 썼어요.”

“잘했구나.”

부명화가 포원제를 쏘아보았다. 무엇인가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잔뜩 불편한 표정이다.

“왜?”

“조광윤에게 나를 부인으로 삼고 황태자를 양자로 삼아 달랬어요.”

이런 고약한 작자.

황제가 어찌 그런 서찰을 쓴 것인가.

제 아내를 친구에게 부인으로 삼아달래? 미친놈이구나.

포원제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잘했구나.”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포원제는 황제 시영의 의도를 파악했다.


부명화가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자기 부인을 친구에게 주는 게 말이 돼요?”

“너희들 목숨을 살리고 싶은 것이겠지. 조광윤은 어떻게 한대?”

황제 시영은 자신이 죽은 뒤에 반란이 일어나 부명화와 어린 아들이 비참하게 죽을까봐 걱정하고 있다.

제 아내와 아들을 살리려는 고육책이다.

그래도 비루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가.

“일언지하에 거절했대요.”

부명화는 모태주를 빼앗아 한 모금을 마시고 건네주었다.

“조광윤은 그런 자지. 때가 되면 여기에 와서 수행이나 해라. 수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원제가 낮게 말했다. 부명화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권력을 버리고 산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숙, 흑암산이 운다면서요?”

“산에 명약은 없다.”

포원제가 잘라 말했다.


흑암산에는 천 년 동안 봉인되어 있는 마왕퇴(魔王堆)가 있다.

마왕퇴는 현무문의 금역 안에서 누구도 출입을 하지 못한다.

“봉인이 풀릴까요?”

“내가 하늘의 뜻을 어찌 알겠냐?”

“폐하를 구해 주세요.”

“내가 구할 수 있으면 구해주었지.”

포원제가 우두커니 흑암산을 바라보았다.

불길한 일이라도 예고하듯이 흑암산에 어두운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


조가군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길에 이어졌다.

세옥은 양곡 수레에 앉아 깃발을 나부끼면서 행군해 가는 조가군의 선두행렬을 바라보았다.

선두의 행렬은 주(周)와 조(趙)라는 깃발을 앞세우고 있었다.

기치창검이 삼엄하다.


군기가 엄정하구나.


세옥은 군대의 행군을 보고 감탄했다.

조광윤이 군대를 잘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을 따라 당가촌을 떠난 지 열흘째였다.

조광윤은 그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세옥의 부탁대로 당가촌에서 무림인들의 살인을 금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어떻게 하든지 내단을 내력으로 만들어야 돼.


세옥은 조가군을 따라 행군하면서 오로지 그 생각에 몰두했다.

용의 내단을 얻은 것은 희귀한 사건이었다.

사례가 있을 리 없었다.


내단을 내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세옥은 계속 그 생각을 했으나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일단 자신이 절대고수가 되어야 했다.

밤마다 계속되는 통증을 조금 안정이 되었으나 여전히 괴로웠다.


주나라의 도읍 대량성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군사들과 헤어질 때가 되었다.

세옥은 대량성이 가까운 상강촌에서 내렸다.


“형님들, 고맙습니다.”


세옥이 보급품을 운반하는 수레에서 내려 군사들에게 인사를 했다.

“잘 가게.”

“부모님에게 효도하게.”

군사들이 웃으면서 세옥에게 손을 흔들었다.

군사들은 세옥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나중에 인연 있으면 또 만나요.”

세옥도 군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이는 스무 살이 넘었는데 얼굴은 애들 같네.”

군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세옥을 보고 웃었다.

“부인이 수십명이래.”

“샌님 같은데 그 많은 부인을 어떻게 감당해?”

군사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기이한 사내였다.

일개 서생이라고 하는데 부인이 수십명이라고 했다.


*


세옥은 조광윤의 군대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조광윤의 보호로 무림맹주 사마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는 세옥이 용의 내단을 얻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물어본 뒤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조광윤이 군사를 잘 훈련시켰네.’


조광윤의 군대는 백성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있었다.

백성들이 원하면 그들은 무엇이든지 들어주었다.

도적들이 무서워 군사들과 함께 가기를 원하면 기꺼이 군사들의 행렬과 함께 가게 해주었다.

군사들은 조광윤을 하늘처럼 받들고 있었다.


‘조광윤이 민심을 얻고 있어.’


조광윤은 전쟁에 승리한 뒤에 전리품을 모두 군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군사들은 고향에 돌아가면 부자로 살 수 있었다.

개선군에 대한 포상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즐겁게 도성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도 평화롭구나.’


세옥은 황제 시영, 주나라의 세종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란의 사악한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주나라의 도읍 대량성에서 1백리 떨어진 상강촌이었다.

세옥은 군대의 행렬이 멀어지자 시장으로 향했다.

사마독의 추적을 따돌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픈 것도 줄어들고······.’


사마독에게 일장을 맞고 죽을 뻔했으나 그 후에 통증이 줄어들고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상강촌은 시장이 왁자했다.

황제 시영이 나라를 잘 다스려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었다.


세옥은 상강촌의 만두가게를 찾아갔다.

세옥의 만두가게다.

음옥여라는 30대 여자가 녹수와 장화를 데리고 가게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었다.

“의부(義父, 양부)님.”

세옥이 만두가게 앞으로 가자 마당에서 놀고 있던 여자 아이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달려왔다.

만두가게를 맡고 있는 음옥여의 딸이다.


음옥여는 한겨울에 어린 딸을 끌어안고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세옥이 그녀를 데리고 와서 만두가게에서 일을 하게 하고 부인으로 삼았다.

“청아.”

세옥은 팔을 벌려 아이를 번쩍 안았다.


아이는 성도 이름도 없이 아가라고만 불렀는데 세옥이 이름도 지어주고 성도 그를 따르게 했다.

이제 여섯 살이다.

“우리 청이는 더 예뻐졌구나.”

“호호. 내가 의부님 많이 기다렸어요.”

청이가 생글거리고 웃었다.

“왜 나를 기다려?”

“의부님이 보고 싶어서요.”

“하하. 나도 청이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왜 이제야 오세요?”

“의부가 바빴어.”

세옥은 청이를 난전으로 데리고 가서 양꼬치를 사주고 여자들에게 줄 머리꽂이를 샀다.


청이를 안고 만두가게로 돌아왔다.

“서방님······.”

계산대에 앉아 있던 장화가 깜짝 놀라 반색을 했다.

“잘 있었어?”

세옥은 장화를 안아주었다.

음옥여는 보이지 않았다.

세옥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장화가 주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주방에는 녹수가 일을 하다가 입을 벌리고 세옥을 쳐다보았다.

놀라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세옥은 녹수도 살짝 안아주었다.

녹수는 20대 중반이었다.

그녀들은 노예상인들에개 학대를 받으면서 팔려다니는 것을 세옥이 사왔다. 학대만 하지 않으면 평생 주인님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주인으로 모실 필요는 없고 내 부인이나 해.”

세옥이 웃으면서 말했다.

“네?”

“떠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떠나게 해줄게.”

“우리를 첩으로 삼는 거예요?”

“첩은 무슨··· 그냥 부인이야.”

여자들은 어리둥절했으나 학대를 받지 않게 되자 세옥을 따랐다.


세옥은 그녀들에게 만두가게를 경영하게 했다.

좋은 옷을 입게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고, 이익을 나누어주었다.

그녀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떠나라고 했다.

여자들은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서방님을 너무 사랑해요.”

여자들은 세옥을 좋아했다. 세옥은 자신의 만두가게가 여러 곳에 있고, 부인이 여러 명이라는 사실도 말해 주었다.

“무슨 부인이 그렇게 많아요? 40명이 넘는다고요?”

여자들이 입을 딱 벌렸다.

“음란서생이야.”

장화가 킥킥대고 웃었다. 그러나 떠나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갈 곳이 없었다.


상강촌의 만두가게는 이름이 상강교점이었다.

객청에는 점심시간을 지난 시간이어서 손님이 없었다.

“어떻게 갑자기 오셨어요?”

장화가 물었다. 세옥은 당가촌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여자들이 놀란 눈으로 세옥을 쳐다보았다.

“그럼 아픈 건 다 나았어요?”

녹수가 물었다. 음옥여는 시장에 갔다고 했다.

“아니야. 지금도 밤이 되면 아파. 전보다 좀 낫기는 하지만.”

“의원을 부를까요?”

“서방님도 의원인데······.”

장화가 말했다. 그녀들도 세옥에게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의원의 치료법은 모두 다르고 숨은 명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쉬었다가··· 내가 찾아볼게.”

녹수가 차를 따라주었다.

세옥은 천천히 차를 마셨다.


*


당가촌의 만두가게 운래교점은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서생과 여자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교활한 놈!’

사마독은 눈에서 불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한낱 서생에게 농락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만두가게는 서생은 물론 여자들까지 모두 사라졌다.

서생이 조광윤의 개선군이 당가촌에 주둔했다가 떠날 때 합류하여 사라져버린 것이 분명했다.

“맹주, 이제는 무림맹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양설부가 물었다.


용의 내단이 존재한다면 기연이다.

기연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기연을 얻을 수 없으니 포기해야 한다.

서생에게 농락당한 사실을 생각하면 당가촌을 쑥밭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조광윤이 포고령까지 내렸다.

당가촌에서 무림인들의 살인을 금한다는.

조광윤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맹주, 황숙은 어떤 사람입니까?”

사마독은 당가촌에 오기 전에 황숙 시진국을 만났다. 당가촌에 늦게 온 것도 그 까닭이다.

“야망이 있는 자였소.”

“무림인들도 거느리고 있습니까?”

“별로··· 그래서 나와 손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았소.”

양설부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업을 이루려면 그와 손을 잡는 것이 상책이군요.”

양설부도 황숙 시진국과 손을 잡으라고 권하고 있었다.

“그렇소. 우리가 언제까지나 칼부림이나 하고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소?”

사마독이 입술을 깨물었다.

사마독은 무림맹을 내세워 강호를 지배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있다.


사마독은 만두가게를 노려보았다.

“육천서!”

“예!”

“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가 서생이 돌아오면 보고하라.”

사마독은 서생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존명!”

육천서가 머리를 조아렸다.


사마독은 양설부와 함께 비밀무사들 앞으로 걸어갔다.

비밀무사들이 말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무림맹으로 돌아간다.”

사마독과 양설부가 말에 올라탔다.

“예.”

비밀무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이랴!”

사마독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랴!”

비밀무사들도 일제히 말을 달렸다. 그들은 순식간에 당가촌을 벗어나 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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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화 무림지보(7) 24.05.15 75 0 11쪽
77 77화 무림지보(6) 24.05.14 88 0 12쪽
76 76화 무림지보(5) 24.05.13 85 0 11쪽
75 75화 무림지보(4) 24.05.12 100 0 12쪽
74 74화 무림지보(3) 24.05.11 90 1 12쪽
73 73화 무림지보(2) 24.05.10 9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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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마녀의 사랑(5) 24.05.07 116 0 13쪽
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100 0 12쪽
68 68화 마녀의 사랑(3) 24.05.05 109 0 12쪽
67 67화 마녀의 사랑(2) 24.05.04 106 0 12쪽
66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107 1 12쪽
65 65 천 년 전의 여자(5) 24.05.02 117 1 12쪽
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109 1 11쪽
63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24.04.30 105 0 11쪽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113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19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112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117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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