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17,596
추천수 :
112
글자수 :
591,161

작성
24.05.23 10:00
조회
103
추천
0
글자
12쪽

86화 여장남자(6)

DUMMY

황제와 황후의 궁전이었다.

포숙정은 황궁의 전각을 보자 10여 년 전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꿈 많던 소녀시절, 그녀는 태의원에서 의술을 배우면서 안락궁에서 일을 했다. 당시 해귀비와 어린 황자를 담당하면서 태의가 될 꿈을 꾸고 있었다.

새 왕조가 들어선 뒤에 태의원에서 나왔다.

“들어가시지요.”

장태화가 앞서 걸었다.


포숙정은 장태화를 따라 전각으로 들어갔다.

전각 안의 대청에 기품있는 여자가 앉아 있고, 궁녀들이 좌우에 시립해 있었다. 환관들은 멀리 떨어져 도열해 있었다.

“황후마마입니다. 예를 올리세요.”

장태화가 말했다.

“황후마마, 민녀 포숙정이 문후를 드립니다.”

포숙정이 공손히 예를 올렸다. 민녀는 벼슬을 하지 않는 일반 백성이다.

“그대가 신의 포숙정이오?”

황후가 포숙정을 아래위로 살피면서 물었다. 범상치 않은 기도가 풍기는 여인이었다.

“황송하옵니다. 포가인 것은 맞지만 신의라는 것은 당치 않습니다.”

포숙정은 머리를 잔뜩 조아렸다.


황궁에 태의들이 있는데 자신의 의술을 내세울 수 없었다.

“무림에는 꽤 이름이 알려져 있던데··· 무공도 높고······.”

“송구하옵니다. 그저 심신을 수행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환자를 한 번 보시오.”

“황궁에는 태의원이 있는데 어찌 민간의 의원이 진맥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라의 안위가 달렸소. 따라 오시오.”

포숙정은 황후를 따라 침전으로 들어갔다. 황금색 천이 드리워진 침상에 한 사내가 누워 있었다.


‘황제폐하구나!’


포숙정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황제는 잠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진맥을 하시오.”

황후가 명을 내렸다.

포숙정은 조심스럽게 황제의 손을 잡고 진맥을 했다. 등으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포숙정은 정신을 집중했다.

황제의 상태는 모든 기운이 막혀 있고 맥이 약했다.

병은 위장에서 시작되어 전신으로 퍼져갔다.

‘독기가 오장육부를 파괴했네.’

포숙정은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황제의 병이 위중했다.

살아난다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마.”

포숙정이 황제의 손목에서 손을 떼고 머리를 조아렸다.

“어떤가?”

황후가 침통한 목소리로 물었다.

“망극하옵니다. 위중하시옵니다.”

포숙정은 사실대로 말했다.


태의원에서도 이미 진맥을 했을 것이고, 황후는 황제의 병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무슨 병인가?”

“위가 파괴되어 손 쓸 수가 없습니다.”

황후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얼굴로 어두운 그림자가 지나갔다.

“방법이 전혀 없겠는가?”

“소인의 능력으로는··· 송구하옵니다.”

“신의도 허명뿐이구나.”

황후가 차갑게 말했다. 이미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녀를 부른 것은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일어나라.”

“예.”

포숙정은 황제를 향해 절을 올리고 일어섰다.

“모처럼 황궁에 들어왔으니 차 한 잔 마시고 가라. 의자를 내줘라.”

황후가 궁녀들에게 명을 내렸다. 궁녀들이 의자를 갖다가 주었다.


포숙정은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궁녀가 차를 갖다가 주었다.

“폐하께서는 중원을 통일하여 전쟁을 끝내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계셨는데 하늘이 돕지 않는구나.”

황후가 가만히 탄식했다.


중원은 갈기갈기 찢어져 여기저기서 왕조가 일어나고, 왕조가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망한 나라가 많았다.

왕조가 망하면 새로운 왕조가 일어나 전쟁이 계속되었다.

후주는 후한을 계승한 나라고, 후한은 왕조가 불과 4년밖에 버티지 못했다.


포숙정은 조심스럽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강호는 어떠하냐?”

“예?”

“강호는 신기한 일이 많이 있다고 하던데··· 기사회생의 명약 같은 것은 없느냐? 무림지보 같은······.”

황후의 말투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투였으나 은근히 포숙정을 시험하고 있었다. 간접적으로 세옥의 행방을 묻는 것이다.

“마마, 그런 약은 전설에나 있지 않겠습니까?”

포숙정은 일단 부인했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구중궁궐에 있는 황후가 왜 무림지보의 행방을 묻는 거지?

“강호에는 혹시 있지 않나 해서 물어본 것이다.”

“소인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포숙정은 황후라고 해도 세옥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겠나?”

“하늘이 도우면 신기한 약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상시에 물러설 길도 열어 놓았다.

상대는 황후니까.

누군가에게 세옥에 대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약을 찾으면 언제든지 적의군을 찾아오라.”

“예.”

“영패를 주라.”

황후가 장태화에게 지시했다.

“예.”

장태화가 머리를 조아렸다.


포숙정은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가시지요.”

장태화가 포숙정을 향해 말했다.

포숙정은 뒷걸음으로 물러나왔다.

“영패요. 무림지보에 대한 소식이 있으면 적의군을 찾아오시오.”

장태화가 황궁 앞에서 포숙정에게 적의군 영패를 건네주었다.

포숙정은 더욱 긴장했다.


‘큰일 났네. 잘못하면 서생을 빼앗기겠어.’


포숙정은 적의군 마차를 타고 양생당으로 돌아왔다.

포영창은 돌아가고 포원외가 서재에서 세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옥의 피가 황제폐하를 살릴 수가 있을까?’

포숙정은 세옥을 뚫어지게 살폈다. 그러나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의 피가 자신의 몸을 회복시킨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황제는 중병이었다. 내단이라면 몰라도 그의 피로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의 피를 시험해 보아야 했다.


세옥은 포원외와 책을 읽으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소형제, 내 조카인데 어때요?”

포숙정이 세옥에게 미소를 건넸다.

“성품이 바르고 예의범절이 뛰어납니다.”

세옥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포숙정의 조카인 원외가 보기 드물게 총명했다.

“고모, 이 형님은 어진 성품을 갖고 계십니다.”

원외가 말했다. 원외도 세옥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느냐?”

“서책을 좋아하시고 바둑을 잘 두십니다.”

“바둑도 두었느냐?”

“예. 바둑에 대해 자세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포숙정은 세옥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는 어린아이와도 친밀하게 지내고 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황궁에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세옥이 포숙정에게 물었다.

“잘 다녀왔어요.”

포숙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황후는 무림지보를 찾으라는 명령을 간접적으로 내렸다.

그녀의 지시를 거역하면 멸문의 화를 당할지 모른다.

그 생각을 하면 몸이 떨리고 눈앞이 캄캄했다.


*


포숙정은 양생당에서 환자들을 보았다.

양생당에는 여러 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환자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환자들이 있는 병실을 일일이 회진하고 하루에 몇 명은 자신이 직접 진맥을 했다.

환자를 보지 않으면 의술도 쇠퇴한다.

세옥은 서적을 읽거나 혼자서 무공 연마를 했다.

포숙정이 황궁에 다녀온 지 이틀이 되었을 때 황숙인 시진국이 왕진을 청했다.


‘황숙이 왜 나를 부르는 거야?’


포숙정은 서달과 함께 마차를 타고 황숙 시진국의 집으로 갔다.

시진국은 이미 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갖고 있었다.


보친왕부(寶親王府).


저택의 대문에 웅장한 현판이 걸려 있고, 군사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황제가 병으로 쓰러지자 권력이 급속하게 그에게 쏠리고 있었다.

시진국은 보친왕부 대청의 태사의에 앉아 있었다.

‘왕진을 청하더니 멀쩡하네.’

포숙정은 왕진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했다.

“보친왕 전하를 뵈옵니다.”

포숙정은 서달과 함께 그에게 예를 올렸다.

“예는 거두시오.”

시진국이 손을 내저었다.

“황송합니다.”

“앉아서 차 한 잔 하시오.”

시진국이 의자를 권했다.


포숙정은 의자에 앉고 서달은 뒤에 섰다. 하녀가 찻잔을 갖다가 놓았다.

“황궁에 갔다가 왔소?”

“예.”

보친왕은 몸이 뚱뚱하고 눈빛이 탐욕스러웠다.

형의 권세를 빌어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하여 원성이 높았다.

휘하에 무림인들 수십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대부분 사파의 인물이라 그들도 살인을 밥 먹듯이 했다.


“보친왕은 살인마귀다. 법도 없고 눈물도 없다!”


백성들은 그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했다.

“누구를 진맥했소?”

“전하······.”

황제의 병을 누설하면 안 된다.

“괜찮소. 폐하께서 환후 중인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숨길 필요가 없소.”

시진국이 웃으면서 말했다.

“송구합니다.”

“폐하께서는 환후가 어떻소?”

시진국이 다그치듯이 물었다.


포숙정은 그의 말대로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황궁에 첩자를 심어 알고 있을 것이다.

“위중하십니다.”

“얼마나 사실 것 같소?”

“소인의 생각에는 1년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포숙정은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후가 무림지보를 찾고 있다는데 사실인가?”

포숙정은 긴장이 되었다. 시진국의 목적도 서생 세옥이었다.

“황후마마께서 그런 일을 소인에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무림지보는 어디에 있을 것 같소?”

“강호의 일이라··· 지난번에 무림이 발칵 뒤집혔으니 도성에는 없을 것입니다.”

“도성을 떠났다는 말이오?”

“소인의 생각일 뿐입니다.”

시진국은 세옥이 환자로 위장을 하여 양생당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무림맹에서도 조사를 하기 위해 고수들을 파견했다고 하오.”

“무림맹에서요?”

“모르고 있었소? 포 의원은 무림인이 아닌가?”

“소인은 명색만 무림인이지 의원입니다. 누구를 파견했다고 합니까?”

포숙정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무림맹에서 고수가 왔다면 비밀리에 조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무림맹의 총순찰 무영검 장전일······.”

“아······.”

“아는 자요?”

“한 번 치료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장전일이 중독이 되어 찾아왔을 때 치료를 해준 일이 있었다. 독을 몰아내는데 자그마치 열흘이 걸렸다.


포숙정은 장전일이 왔다는 사실에 다소 안심이 되었다.

맹주는 사악한 인물이지만 장전일은 드물게 공명정대한 인물이다.

포숙정이 치료를 해준 일도 있으니 곤란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전하께서는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포숙정이 시진국에게 물었다. 황제는 폐하, 태자나 황숙은 전하로 호칭한다. 그의 마수가 자신을 향해 뻗쳐오는 기분이 들었다.

“아··· 아침에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괜찮소. 공연히 번거롭게 한 것 같소.”

“아닙니다. 전하께서 무탈하시면 됩니다.”

포숙정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배웅해 드려라.”

시진국이 하녀에게 지시했다.

“전하, 물러가겠습니다.”

포숙정은 시진국에게 예를 올리고 물러나왔다.

“의원님, 보친왕이 아프지도 않은데 불렀네요.”

양생당으로 돌아오는 마치에서 서달이 말했다. 그는 시진국 앞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황족의 일이니 소문을 내지 마.”

포숙정이 마차의 창으로 거리를 내다보면서 말했다. 번화한 거리에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무림맹?’


거리에 한 떼의 무사들이 말을 달려가는데 장전일의 얼굴이 보였다.

시진국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들이 양생당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


장전일은 양생당에 이르자 말에서 내렸다.

‘옛날과 변함이 없구나.’

양생당을 쳐다보자 어떤 감회가 밀려왔다.

몇 년 만에 오는 양생당이었다.

양생당은 여전히 번창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환자들과 환자를 돌보는 의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누구 좀 만나고 갈 테니까 객잔에 돌아가 쉬게.”

장전일은 천보에게 말고삐를 건네주었다.

“공자님, 제가 모실까요?”

천보가 물었다.

“아니야.”

장전일은 손을 내젓고 양생당으로 들어갔다.

“장 공자님이 아니십니까?”

장전일이 양생당으로 들어가 주위를 살피고 있을 때 금화가 달려왔다.

“금화낭자로군.”

장전일이 얼굴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금화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나 옛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씨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자님께 24.05.08 169 0 -
109 109화 강호출도(3) NEW 12시간 전 33 0 14쪽
108 108화 강호출도(2) 24.06.15 46 0 11쪽
107 107화 강호출도(1) 24.06.14 63 0 15쪽
106 106화 밤을 걷는 아이들(7) 24.06.13 61 0 12쪽
105 105화 밤을 걷는 아이들(4) 24.06.12 66 0 12쪽
104 104 밤을 걷는 아이들(3) 24.06.11 86 0 12쪽
103 103 밤을 걷는 아이들(2) 24.06.10 78 0 12쪽
102 102화 밤을 걷는 아이들(1) 24.06.09 86 0 13쪽
101 101화 여장남자(2) 24.06.08 86 0 12쪽
100 100화 여장남자(1) 24.06.07 86 0 15쪽
99 99화 영웅호색(10) 24.06.06 87 0 13쪽
98 98화 영웅호색(9) 24.06.05 88 0 13쪽
97 97화 영웅호색(8) 24.06.04 85 0 12쪽
96 96화 영웅호색(7) 24.06.03 87 0 13쪽
95 95화 영웅호색(6) 24.06.02 106 0 12쪽
94 94화 영웅호색(5) 24.05.31 117 0 13쪽
93 93화 영웅호색(4) 24.05.30 93 0 12쪽
92 92화 영웅호색(3) 24.05.29 98 0 12쪽
91 91화 영웅호색(2) 24.05.28 98 0 13쪽
90 90화 영웅호색(1) 24.05.27 101 0 12쪽
89 89화 여장남자(9) 24.05.26 106 0 12쪽
88 88화 여장남자(8) 24.05.25 102 0 12쪽
87 87화 여장남자(7) 24.05.24 104 0 12쪽
» 86화 여장남자(6) 24.05.23 104 0 12쪽
85 85화 여장남자(5) 24.05.22 103 0 12쪽
84 84화 여장남자(4) 24.05.21 110 0 11쪽
83 83화 여장남자(3) 24.05.20 116 0 11쪽
82 82 여장남자(2) 24.05.19 126 0 12쪽
81 81화 여장남자(1) 24.05.18 12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