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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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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06 10:00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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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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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5화 무림지보(4)

DUMMY

세옥은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옥소부인 탁문정은 무공이 높아서인지 세옥을 안중에 두지 않고 있었다.

‘이놈을 어떻게 하지?’

탁문정은 팔짱을 짚고 생각에 잠겼다.

무림지보가 그녀의 수중에 들어왔다.

이제는 용의 내단을 흡수해야 한다.

내단을 흡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와 한 몸이 되어 채음하는 방법,

흡혈하는 방법,

흡성공으로 내단을 빨아들이는 방법······.


흡성공은 사악한 무공이고 그녀도 배운 일이 없다.

흡혈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비교적 쉬운 방법이 채음법이지만 무림에서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러나 보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이놈의 내단을 흡수하고 죽여버리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탁문정은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갈대숲에 노을이 번지고 있다.


세옥이 탁문정을 쳐다보았다.

탁문정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하고 있었다.

눈매는 가늘게 찢어져 있다.

눈빛이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차가워 보인다.


‘어떻게 이 무림 고수를 요리하지?’


세옥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무림 고수를 상대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은 한낱 서생이 아닌가.

사람들은 항상 세옥이 닭모가지 비틀 힘도 없는 서생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탁문정도 주위를 살피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난감한 일이다.

보물이 수중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채음을 해야하는데 내가 어떻게 일개 서생놈과······.’


탁문정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막상 무림지보라는 그가 수중에 들어오자 망설여졌다.

무림에 배분조차 없는 일개 서생과 몸을 섞을 수는 없다.

몸을 섞는 것보다는 입을 맞대고 내단을 빨아들여 볼까?

그냥 입을 맞댈 수는 없으니 면사로 놈의 얼굴을 덮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놈아, 너를 죽이지는 않겠다.”

탁문정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서릿발이 날리는 목소리다.

원래 그녀는 잔인하고 냉혹한 성품이다.


탁문정이 세옥의 복부에 걸터앉았다.

“무얼하는 거요?”

세옥이 눈을 크게 떴다.

“너의 내단을 흡수하려는 것이다.”

“입을 맞추고?”

“그렇다.”

“그럼 부인이 내 여자가 되는 거요?”

“무슨 헛소리냐?”

“하하. 입을 맞추면 당연히 내 여자가 되는 거지.”

세옥이 조롱을 하듯이 웃었다.


탁문정의 마수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일부러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후후. 그래서 네 놈 얼굴을 면사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헐! 그런다고 입을 맞추지 않는 게 되나? 내단을 제대로 흡수하지도 못할 걸.”

세옥이 비웃었다.


‘이놈이 뭘 믿고 큰소리를 치는 거지?’


탁문정은 세옥의 반응이 의아했다.

무림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무림인들에게는 하늘과 같은 존재다.

명색이 8대고수가 아닌가.

웬만한 무림인들은 그녀의 별호만 들어도 벌벌 떤다.

그런데 이놈은··· 얄미운 놈이다.

과연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내단을 흡수할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면사가 방해가 될 것이다.


‘젠장······!’


탁문정은 면사를 걷어치우고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놈의 입에 진기를 불어넣으면서 그의 몸속에 있는 내단을 찾기 시작했다.

내단이 어떤 형태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세옥은 눈을 감고 내공심법 구결을 외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이 뭘하는 거야?’


탁문정은 당황했다.

집중을 해야하는데 서생놈이 눈을 감고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놈아, 뭘 중얼거리는 거야?”

탁문정은 빠르게 서생의 옷을 벗겼다.

바지를 벗기자 알몸이 드러났다.

‘미치겠네.’

날은 점점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그녀가 옷을 벗기고 있는데도 서생은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이놈아!”

탁문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놈의 괴이한 짓거리에 불길한 생각이 엄습해 왔다.

서생이 눈을 떴다.

“혹시 남정네가 있소? 남정네가 있는데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거요? 부인이 이런 짓을 하면 남편이 얼마나 실망하겠소?”

세옥이 계속 나불댔다. 탁문정은 대꾸하지 않았다.

“장성한 자식도 있겠지. 에그 창피해라. 음란한 여편네.”

탁문정은 노기가 치밀어 올라왔다. 놈이 야실대고 있었다.

“자식을 생각해 보시오. 어머니가 이런 짓을 하는 걸 알면 얼마나 부끄러워하겠소?”

“무슨 개소리냐? 자꾸 개소리를 하면 입을 찢어버리겠다.”

탁문정이 반발을 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세옥은 눈을 감고 내공심법 구결을 외기 시작했다.

놈이 말을 못하게 해야할지 모른다.

“부인의 남편을 생각해 보시오. 부인이 젊은 남자를 끌어안고 이러는 것을 안다면······.”

“천한 놈! 나를 파렴치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냐?”

탁문정이 두 눈에서 불을 뿜었다. 눈에서 살기가 번들거렸다.

무림을 종횡했어도 이와 같은 말을 처음 듣는다.

그러나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

이갑자의 내력을 얻을 기회가 평생 다시 오겠는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이놈이 뭘 믿고 이따위 헛소리를 하는 거지?’


문득 서생놈이 천하제일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머리를 강타했다.

부인이 50명이 넘는다고 했던가?

무림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음탕한 놈이다.

“이놈아.”

탁문정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부인, 고맙소.”

“뭐가 고맙다는 거냐?”

“내가 부인 같은 여인과 언제 정을 통하겠소? 그러니 고마울 수밖에··· 나는 서방님이 되고 그대는 나의 부인이 되는 것이 아니오? 클클······.”

세옥이 낄낄댔다.


이런 미친놈!


조롱을 하는데 이상하게 그의 화술에 말려들어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너, 너의 부인?”

“서방님이라고 한 번 불러보시오.”

“이 미친놈!”

“다짜고짜 입부터 맞추면 무슨 흥취가 있겠소? 그러니 서방님이라고 한 번 불러보시오. 그래야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법이라오.”

세옥이 야실대고 웃었다.

“닥쳐라! 네놈이 아주 실성을 했구나. 내가 어떻게 너처럼 천한 놈을 서방님이라고 부른단 말이냐?”

탁문정이 세옥의 뺨을 후려치려고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놈에게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옥은 여전히 태평한 표정이었다.


‘뭐 이런 놈이 있지?’


탁문정은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호호. 네놈이 나를 격발시키려는 수작이냐? 안 속는다.”

탁문정이 세옥을 내려다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놈과 실랑이를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서둘러 내단을 흡수해야 한다.

“부인.”

세옥이 탁문정을 불렀다.

“뭐냐?”

“내 내단을 흡수하지 말고 나를 도와주는 것이 어떻소?”

“뭘 도와줘?”

“내단을 내력으로 만들어주면 내가 그대를 돕겠소. 8대고수라니 내 내단을 내력으로 만들 어 줄 수 있지 않소?”

“나에게 그럴 시간이 없다.”

탁문정이 세옥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세옥의 내단을 빨아들이려고 했다. 그러나 내단이 빨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내력이 세옥에게 흡수되고 있는 것 같았다.


안 돼!


탁문정은 황급히 입을 떼었다.

소름이 쫙 끼치는 기분이었다.

탁문정은 경악하여 세옥을 노려보았다.

세옥이 오히려 그녀의 내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무공도 모르는 놈이.


탁문정이 다시 입술을 갖다댔다.

그녀는 이미 서생과 한 몸이 되어 있었다.

서생이 그녀의 몸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세옥은 탁문정의 강한 내력이 자신에게 끌려오는 것을 느꼈다.

탁문정이 강제로 진기를 주입하자 오히려 스스로 작동을 하여 그녀의 내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이, 이놈이 흡성공을······?


탁문정은 뒷덜미에 차가운 손이 얹혀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경악하여 세옥을 노려보았다.

놈의 내단을 빼앗기는 틀렸다.

그렇다면 놈을 죽여버려야 한다.

탁문정은 손바닥으로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일장을 놈의 얼굴에 때려 숨통을 끊어버리려고 했다.


“윽······!”


한순간 탁문정이 흠칫했다.

내력을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진기가 모이지 않고 있었다.

“왜 그러시오?”

세옥은 눈을 감고 있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독, 독에 당했다.”

탁문정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하필이면 이 순간에 독을 당하다니!


세옥은 탁문정과 같은 고수도 독에 당한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탁문정이 세옥의 가슴에 풀썩 쓰러졌다.


세옥은 혈도가 찍혀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여자가 가슴에 엎드려 있는데 떼어낼 수가 없다.

탁문정의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이게 뭐냐?


세옥은 난감했다.

혈도를 풀어야하는데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마녀가 가르쳐준 내공심법 구결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이씨······.”

짜증이 확 밀려왔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갈대숲에서 밤을 새우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이 상태로 죽을 수도 있다.

“호호호.”

그때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날아왔다.

부용선자 옥비연이었다.


*


‘에그··· 이 여자는 객잔에 있던 여자인데······.’


세옥은 옥비연에게 안겨서 난감했다.

객잔에서 끈적거리는 눈길을 보내면서 그를 유혹하던 여자, 채음공을 연마했다는 여자였다. 그녀가 세옥을 안고 날아가고 있었다.

얼굴로 바람이 휙휙 스치고 지나갔다.


‘이 여자도 내단 때문에 나를 납치하는 건가?’


세옥은 자신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옥비연이 탁문정을 버려두고 그를 안고 경공을 전개하고 있었다.

갈대숲을 지나 산으로 달리고 있다.

“부인,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요?”

세옥이 섭은랑에게 안겨서 물었다.

여자에게 안기는 것이 오늘만 벌써 두 번째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옥비연은 누가 추적을 할까봐 잔뜩 경계를 하면서 경공을 펼치고 있었다. 탁문정보다는 경공이 떨어졌다.

무공 역시 하수일 것이다.

‘능력도 안 되는 여자가······.’

세옥은 옥비연이 자신을 납치하는 것이 마뜩치 않았다. 그의 내단은 무공 하수가 내력으로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옥비연이 빠르게 신형을 날렸다.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옥비연은 일각 정도를 달려서 한 폐가에 이르렀다.

빈 집이다.

세옥은 눈알을 굴려 사방을 살폈다.

사람은 살지 않고 마른짚이 바닥에 수북하게 깔려 있었다.

어쩐지 음산해 보였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처럼.

귀신이 두렵지는 않았다.


‘천 년 전의 마녀와도 사랑을 나누었는데······’


그래도 숲속의 오두막은 아니다.

옥비연이 세옥을 물건처럼 마른풀 위에 내던졌다.

“어이쿠!”

세옥은 엉덩이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

옥비연은 헐떡대고 가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세옥을 안고 경공을 전개하는 바람에 내력을 많이 소모한 모양이다.


옥비연이 단정하게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했다.

세옥이 눈을 말똥말똥 굴리다가 옥비연을 쳐다보았다.

옥비연은 30대로 보였다.

옥소부인 탁문정은 40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부인, 내 혈도 좀 풀어주시오.”

세옥은 얼굴에 웃음기를 가득 담고 옥비연에게 말을 건넸다.


옥비연이 눈꼬리를 치켜세웠다.

“호호. 혈도를 왜 풀어주냐?”

옥비연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부터 끈적거린다.

“내 내단을 흡수할 생각이 아니오?”

“맞다. 네놈은 이제 나의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도 상관이 없지만 나를 도와줄 수는 없소?”

“내가 왜 도와줘?”

옥비연은 세옥의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놈이 야실대고 있었다.

바람둥이라더니 야비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자는 나와 정을 통할 생각이 아니오? 내 내단을 흡수하기 위해서······.”

“그, 그건··· 그렇다. 네놈 뱃속에 있는 내단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흐흐······.”

옥비연이 유쾌하게 웃었다.

“쯧쯧······.”

세옥이 혀를 찼다.

“이놈아, 왜 혀를 차는 거냐?”

“한심해서 그렇소.”

“뭐가 어째? 네놈이 죽고 싶은 것이냐?”

옥비연은 분노가 치밀었다.

그런데 이놈이 뭘 믿고 큰소리를 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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