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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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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06 10:00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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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3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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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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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4 천 년 전의 여자(4)

DUMMY

아향이 보이지 않았다. 물은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물에 떠내려갔나 보네.’

세옥은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찾아봐야지.”

세옥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의외로 깊고 깨끗하고, 어디론가 흐르고 있었다. 동굴속이라 어디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어디까지 떠내려갔지?’

세옥은 거의 한식경을 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물가에 쓰러져 있는 아향을 발견했다.


세옥은 아향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아향은 의식을 잃고 있었다.

아향의 팔다리를 주무르자 비로소 깨어났다.

“여기가 어디예요?”

아향은 코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떨어질 때 물에 부딪친 모양이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굴속이겠지. 발을 잘못 디뎌 떨어졌잖아? 물에 떨어져 다행이야. 돌에 떨어지거나 흙에 떨어졌으면 죽었을 거야.”

아향이 일어나 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캄캄해서 아무 것도 안 보여요.”

세옥에게는 사물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나는 희미하게 보이는데······.”

“정말 보여요?”

“응.”

세옥은 용의 내단 때문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향은 옷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대충 짰다.

“어떻게 하죠?”

“빠져 나가야지.”

“어떻게요? 나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내 등에 매달려. 내가 업고 물을 따라 내려가 볼게.”

아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서생의 등에 업히라니. 그러나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알았어요.”

아향이 세옥의 등에 업혔다. 세옥은 아향을 업고 물로 들어갔다.

물은 깊이가 1장이 넘는다.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이동했다.

세옥은 견딜 만 했으나 아향이 견디지 못했다.


“하악··· 하악······.”


아향은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세옥은 그녀가 진정될 때를 기다렸다.

“잘 들어.”

세옥이 물에 흠뻑 젖은 아향에게 말했다.

아향이 세옥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살아나가려먼 비상한 방법을 써야 돼.”

“어떻게요?”

“내가 아향을 데리고 나가다가 입을 맞출 거야. 그래도 거부하면 안 돼.”

“왜, 왜요?”

“숨을 쉬어야하니까. 나는 물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어. 수영도 배웠고······.”

“누구한테요?

“서악교라는 여자와 같이 밤에 강에서 목욕도 하고 수영도 했어. 나를 키워 준 분인데 밤에 수영을 가르쳐주었어. 물속에서 숨을 쉬어야 하니까 내가 입으로 아향의 입에 공기를 불어넣어 준거야.”

아향은 할 말이 없었다.


망했다!


속으로 그런 생각만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자꾸 엮이는 거야?

이러다가 합방까지 하게 되는 거 아니야?

아향은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지만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냐?


칼도마 위에 올라가 있는 생선처럼 얌전하게 있을 테니 마음대로 해라. 지지고 볶던지 날 걸로 먹던지.


아향은 그런 생각을 했다.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서 살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옥이 아향을 끌고 조심스럽게 물속으로 들어갔다.


*


아향은 물에서 나와 바닥에 엎드렸다.

정신이 혼미했다.

무공을 할 줄 몰랐다면, 세옥이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물귀신이 되었을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물속을 지나왔는지 몰랐다. 숨이 차고 기운이 탈진되었다.


세옥도 무사하다.

옆에서 코를 골면서 자고 있다.

피곤하기도 했겠지.

그렇다고 이 판국에 잠이 오냐?

아향은 일단 좀 쉬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등에 업히고, 입을 맞추고······.

내가 서생의 여자가 되고 말았구나.

아향은 세옥에게 엉금엉금 기어가 그의 가슴에 엎드렸다.

오늘 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옥이 눈을 떴다.

아향은 세옥에게 떨어져 몸을 추슬렀다. 주위를 둘러보자 불빛이 희미했다.

야명주다.

석실이구나.

여기가 마왕퇴인가?

아향은 가슴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세옥도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석실의 한쪽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석실은 제법 넓었다.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여기가 마왕퇴예요?”

아향이 세옥에게 물었다. 무덤은 보이지 않았다.

관도 없었다.

“잘 모르겠어.”

세옥이 고개를 흔들었다. 마왕퇴라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쉬익, 쉬이익--.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향이 소리가 나는 쪽을 보자 뱀이었다.

뱀이 석실 한쪽에서 몰려나오고 있었다.

세옥도 그쪽을 보았다. 뱀은 처음에 한 마리가 기어 나오더니 두 마리 세 마리··· 점점 많아져 석실 바닥을 가득 메웠다.

“이런 젠장!”

세옥은 재빨리 일어나 벽 쪽으로 피했다.

수많은 뱀 떼가 석실 어디에선가 나와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쉬익, 쉬이익--.


뱀이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에구머니.”

아향이 재빨리 세옥의 옆으로 달려왔다.

“검도 없는데······.”

아향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물에 떠내려 올 때 검을 분실한 모양이다.

“뱀들이 어디서 이렇게 많이 나온 거야?”

세옥은 침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독사인가?

아향이 세옥에게 바짝 달라 붙어섰다.

“뱀을 어떻게 해?”

아향이 울상을 지었다. 세옥도 난감했다. 뱀을 처리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뱀들이 아향의 발밑에까지 왔다.

“엄마야!”

아향이 세옥에게 바짝 안겼다.

세옥은 아향을 안아들었다. 아향이 세옥의 목에 두 팔을 감고 매달렸다.

“미치겠네.”

세옥은 답답했다. 그런데 발밑까지 가까이 온 뱀들이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저리 가!”

세옥이 발길질을 했다. 뱀들이 조금 물러섰다.

“저리 가!”

세옥이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뱀들이 더욱 물러났다.


어라?


세옥은 뱀들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뎠다. 그러자 뱀들이 더욱 멀리 물러났다.

“하아, 요것들 봐라.”

세옥이 다가가자 뱀들이 계속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세옥은 용의 내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용도 뱀과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는가.

어쩌면 자신보다 상위의 영물이라 뱀들이 덤벼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세옥은 그렇게 생각했다.


세옥이 뱀들을 향해 카악,하대고 소리를 지르자 결국 모두 물러갔다.

뱀들이 용의 내단을 알아본 것이다.

“헐, 뱀들이 다 물러갔어요.”

아향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용의 내단 때문일 거야.”

세옥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세옥은 나갈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석실은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바위와 흙뿐이었다.

“출구가 없어요. 무덤도 없고······.”

아향이 실망하여 말했다.

“물이 출구인 모양이네.”

“우리가 물길을 따라 내려왔잖아요?”

“물이 괴어 있지 않고 흐르잖아? 물이 흐르면 물속에 출구가 있는 거야.”

“좀 쉬어요. 힘들어 죽겠어요.”

아향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세옥은 사방의 벽을 살폈다.

“여기 뭐가 있어요. 그림인가 글자인가?”

아향이 석실 바닥을 보고 말했다. 세옥이 가까이 가서 보자 고문이었다.


타(打)······?


두드리라는 뜻이다.

세옥은 글자를 두드려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좀 더 힘을 주어 두드렸다. 그러자 상자 하나가 튀어 올라왔다.

세옥이 상자를 열자 서책 한 권이 나왔다.


무슨 책이지?


세옥은 서책의 첫 장을 열었다.

책은 고문으로 되어 있었으나 더듬더듬 글자를 해석하면서 읽기 시작하자 무공에 대하여 씌어 있었다.


정말 무공 비급이네.


세옥은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고서가 무공의 기원에 얘기하고 있었다.


스르르릉--.


그때 웅장한 소리와 함께 석벽이 열리고 사마염과 호일도가 들어왔다.

호일도는 부하들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그들이 세옥이 들고 있는 비급을 보았다. 그들의 눈이 번쩍 하고 빛을 발했다.

“앗!”

세옥은 당황했다.

호일도가 갑자기 신형을 날려 세옥이 들고 있는 비급을 낚아챈 것이다.

그가 경공을 전개했기 때문에 미처 방어할 틈도 없었다.

“무슨 짓이오?”

세옥이 눈을 부릅떴다.

“하하. 이런 비급을 한낱 서생이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호일도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석실을 나가려고 했다.

“비열한 놈!”

사마염이 호일도에게 일장을 후려쳤다.

호일도가 맞받아쳤으나 사마염에게 밀리면서 비급을 떨어트렸다.


“죽어랏!”


호일도의 부하들이 일제히 사마염을 공격했다.

사마염이 반격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흑연(黑煙)이 뿜어졌다.

세옥은 재빨리 손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흑연이 순식간에 석실에 가득해졌다.

“핫핫! 이 비급은 내가 가져간다!”

우문호가 비급을 낚아챘다.

“폭파해라.”

우문호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쾅--!


엄청난 폭음이 일어나고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콰쾅--!


석벽이 튕겨져 나가고 물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세옥은 아향을 살폈으나 그녀는 폭발에 날아가 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공자님!”

아향이 허우적거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세옥은 아향을 구하기 위해 재빨리 물로 뛰어들었다.

물은 폭발 때문에 엄청난 급류가 되어 소용돌이 쳤다.

황하의 둑이 터진 것처럼 거대한 물살이 덮쳤다.


세옥이 황급히 아향을 잡으려고 했으나 손이 닿지 않았다.

‘물살이 너무 강해.’

세옥은 정신없이 떠내려가다가 의식을 잃었다.


세옥이 정신이 돌아온 것은 어떤 석실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세옥이 사방을 살피자 석대(石臺) 위에 여인이 누워 있었다.

‘여기는 어디지?’

세옥은 몸을 일으켰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 오면서 부딪쳐 여기저기 상처가 생겼다.

성차가 쓰라리고 고통스럽다.

세옥은 억지로 통증을 참으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아향은 어디로 떠내려 간 거야?


아향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되었으나 일단 자신의 처지부터 살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세옥은 석대 위의 여인을 보았다.

여인의 시신은 부패하지 않았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피부가 온전하다.

눈은 지그시 감고 있고 입술은 봉긋하다.

다만 지나칠 정도로 입술에 붉은 연지를 발랐다.


이게 마녀의 시체인가?


시신이 악명 높은 마녀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녀라면 적어도 오랜 세월이 흘렀을 것이 아닌가.

시체가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시체는 부패하여 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문득 여인이 은은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조화야?


세옥은 무엇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옥은 벽으로 가까이 갔다. 벽이 부서졌으나 일부가 남아 있었다.

벽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글자는 모두 고문으로 더듬더듬 간신히 해석하면서 읽어야 했다.


-나는 무림인들의 음모로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들은 나를 마녀라고 부른다.

그동안 이곳에서 탈출하려고 부단하게 노력을 했으나 봉인은 밖에서 해제할 수 있어도 안에서는 해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아, 비열한 인간들.

나는 이제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생략-


지난 일을 돌이켜보니 나는 혼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을 때가 되었는데 처녀로 죽게 되다니.

후인이여,

인연이 있는 자여,

나와 혼인을 하지 않겠는가

그대가 나에게 입맞춤을 해준다면 그것으로 혼인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대는 비로소 석실을 나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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