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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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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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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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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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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0 마왕퇴의 비밀(10)

DUMMY

마왕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오래전부터 현무도원이 금역을 설치한 이유가 마왕퇴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었다. 그것은 너무나 오래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오히려 잊혀져 가고 있었다.

현무도원 도인들조차 마왕퇴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그것은 전설이 되어 아무도 그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다만 마녀의 무공이 너무나 악독하여 천 년 전에 봉인되었다는 것이다.


천 년 전 일인데 마녀가 살아나기라도 하는 것인가?


사람들이 고개를 흔들었다.

“천 년 전 마녀의 비급이라고? 옛날이야기는 아이들이나 좋아하지.”

“천 년 전의 책이 아직도 남아 있어? 바스러져 먼지가 되었을 거야.”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저 옛날이야기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천 년 전의 일이 갑자기 몇 년 전부터 은밀하게 나돌았다. 그것은 계곡에 떠내려온 바위 때문이었다. 바위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고문이었다.

현무도원에서 탁본을 했으나 옛날 문자라 누구도 해석하지 못했다.

“누가 그런 헛소문을 내? 밥 먹고 할 일이 없나보다.”

사람들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도 소문이 계속 돌았다.

상아검법은 해씨보전과 쌍벽을 이루는 무공이라고 했다.


“악마의 무공이 나오면 안 된다.”


정파 무림에서 바짝 긴장했다. 그들은 소문의 출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사파에서도 마왕퇴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소문이나 전설은 보태지고 각색되기 미련이다.

마왕퇴에 대한 기록이 탁본에 있다니.

포원제는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어디에 있는지는 글자가 빠져 있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어디서 탁본을 한 것입니까?”

세옥이 조용히 물었다.

마왕퇴에 대한 기록인데 담담하다.

무공을 모르기 때문인가.

“골짜기에 떠내려 온 바위에서 탁본을 한 거야.”

탁본은 커다란 바위에서 한 것이다. 일부에 지나지 않았지만 석벽(石壁)의 조각으로 추정되었다.

다만 오랜 풍상에 삭아 원형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음.”

세옥이 신음을 토했다.

“내용이 그것밖에 없는가?”

포원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마침내 마왕퇴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인가.

“제가 해석한 내용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마왕퇴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마녀를 지하에 가두고 봉인한 것인가?”

“바위의 글자가 일부분이어서 전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세옥의 설명은 기승전결이 분명하지 않다. 오히려 궁금증을 더 자아냈다.

아향도 눈을 반짝이면서 세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녀는 마왕퇴에서 죽을 것이고, 죽기 전에 세상을 저주하는 악의 주문(呪文)을 남겼을 것이라고 합니다.”

주문이라니. 주문이 무엇인가? 마녀가 악마의 비급이라도 남긴다는 것인가?

“그게 전부야?”

“예.”

포원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결국 마왕퇴가 흑암산에 있었던가.

현무문이 생긴 지 천 년이 지났는데도 마왕퇴의 위치를 정확한 아는 사람이 없었다.

현무문은 금역을 지키는 일이 문파의 중요한 일이었다. 사정도 모른 채 대를 이어 금역을 지켰다.


세옥과 아향이 숙소로 돌아갔다.

포원제는 암자로 올라갔다.

암자에는 현무문의 문주이자 현무도원의 원장인 여산진인 장한웅이 명상에 잠겨 있었다. 하인 같은 허름한 옷차림이다.

“장문인.”

포원제가 예를 올렸다. 그는 조용히 서책을 읽고 있었다.

“어찌 한가한 것인가?”

장한웅이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현무도원이 풍파에 휩싸일 것 같습니다.”

“음.”

“금역을 침입하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올 것이 왔구먼.”

장한웅이 탄식을 했다. 그의 늙은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는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가.

“마왕퇴에 대해 들으신 일이 있습니까?”

포원제는 마왕퇴가 흑암산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들은 일이 없네.”

“서생이 암석의 탁본을 해석했습니다.”

“무슨 내용인가?”

장한웅의 눈이 번쩍하고 빛을 뿌렸다. 일개 서생이? 서생이 용의 내단을 얻은 것 같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가.

“금역에 들어가지 말라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탁본이 일부밖에 없어서 더 이상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음.”

장한웅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의 시선이 암자 앞의 홰나무를 더듬고 있었다. 홰나무의 무성한 잎사귀들이 불길한 일을 예고라도 하듯이 검푸르게 나부끼고 있었다.


*


하늘이 잿빛으로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방은 손님들 앞에 만두를 갖다가 놓았다. 손님들이 흑의를 입고 있어서 불안했다. 그러나 그들은 주문한 만두를 먹고 부지런히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유난히 손님이 많네.”

주여랑이 계산대에서 말했다. 음식을 나르던 연방과 채령이 계산대로 왔다.

“저 사람들도 현무도원으로 가는 모양이야.”

채령이 낮게 말했다. 많은 무림인들이 벌써 현무도원으로 가고 있었다. 만두를 먹고 그들에게 길을 물어 가르쳐주기도 했었다.

“현무도원에는 서방님이 계신 곳인데······.”

연방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모화와 소소는 뒤꼍에서 채소를 다듬고, 석작은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만두를 삶고 있었다.

연방은 만두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모화라는 여자는 딸 연춘을 데리고 만두를 빚고 있다.

모두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타타타타--.


연방이 칼질을 하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다.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연춘이 신기한 듯이 연방을 바라보았다.

“누나. 칼질을 잘하시네요.”

석작이 연방을 보고 말했다.

“자꾸 하면 누구나 다 이렇게 할 수 있어. 그리고 누나라고 부르지 말고 의모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연방이 석작에게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다.

“꼭 그렇게 불러야 돼요?”

석작은 연방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의모라니. 여자들이 모두 세옥의 부인이니 당연한 말이기는 했다.

“우리도 전부 서방님이라고 부르잖아?”

여자들이 모두 세옥을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세옥은 여자들을 부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


석작은 그 바람에 헷갈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만두가게 여자들이 서로 질투를 하거나 시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구나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부리지 않았다.

야단도 치지 않았다.

일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한다.

모르는 것은 서로 가르쳐 준다.

마치 진짜 가족들보다 더 우애가 있었다.

“의부님은 왜 여자들을 사서 부인을 삼아요? 노비로 거느려도 되는데······.”

석작은 그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는 노비가 좋아?”

“아니요.”

“서방님은 우리를 위해서 부인으로 삼는 거야.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보내줘. 우리가 일한만큼 섭섭하지 않게 돈도 나누어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여자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그럼 그에게 남는 것은 뭐야?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서방님을 떠난 여자들도 있어.”

“그래도 그냥 보내줘요?”

“여자들이 일한만큼 챙겨서 보내주지.”

“왜 서생이라고 불러요?”

“책을 많이 읽으니까.”

“좋은 분인 거 같네요.”

“그래. 아주 좋은 분이야.”

석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옥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채령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서방님이 어떤 여자하고 음탕한 짓을 저질렀대.”

“엥?”

채령의 말에 연방이 칼질을 멈추었다.

“저기 앉아 있는 무림인이 그러는데 무림 3대 공자라는 우문호 공자의 정혼자와 음탕한 짓을 했대.”

석작은 객청에서 만두를 먹고 있는 무림인들을 보았다. 무림인 4, 5명이 만두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서방님은 부인들이 몇 십명이나 되는데······.”

“그러게.”

“우문호가 화가 나서 서방님을 공격했대. 서방님이 현무도원 병사에 입원해 있대.”

“어머 어떻게 해?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서방님은 치료를 받아 많이 회복되었대.”

“벼락을 맞아죽을 놈!”

연방이 식칼로 칼도마를 탁 내리쳤다.

“누구?”

“우문호라는 놈! 감히 우리 서방님을 건드려?”

연방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졌다.

“우리가 서방님을 도와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채령도 옆에서 거들었다.

“잠자코들 있어. 무공도 못하면서 왜 나서?”

주여랑이 참견을 했다.

“우리 서방님 잘못되면 어떻게 해요?”

“서방님은 머리가 좋은 분이야.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계실 거야.”

주여랑의 말에 연방과 채령이 입을 다물었다.


그때 요란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들이 밖을 내다보자 붉은 옷을 입은 여자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말을 타고 달려가고 있었다.

“이랴!”

적의군은 기세가 삼엄했다. 순식간에 말을 휘몰아 저 멀리 달려갔다

“적의군 아니야?”

주여랑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적의군이 이 먼 곳까지 달려오다니.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의군이 뭐야?”

채령이 의아하여 물었다.

“여자 군인들··· 황후마마 직속이래.”

주여랑이 대답했다.

“와아.”

연방이 탄성을 내뱉었다. 여자들이 군인이라는 것도 놀라웠고, 황후가 군사를 거느린다는 사실도 기이했다.


*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세옥은 정자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저기서 뭘하고 있는 거야?’

아향은 숙소에서 나와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

세옥이 병사에서 돌아온 지 사흘째가 되었다. 그는 오늘도 훈련을 했다.

오늘의 훈련은 기마자세에서 정권으로 상단 지르기, 하단 지르기를 했다.

기마자세는 어제 했다.

세옥은 빠르게 수련생들을 따라했다. 그러나 어두운 기운이 현무도원을 짓누르고 있었다. 수련생들에게 숙소 이탈 금지령이 내렸다.


아향은 전서구로 세옥이 우문호에게 장풍을 맞아 중상을 입었으나 회복했고, 마왕퇴에 대한 단서를 찾은 것 같다고 부명화에게 보고했다.

부명화는 적의군을 파견하니 마왕퇴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역시 전서구로 명령을 내렸다.


아향은 세옥의 앞에 이르렀다.

‘우문호의 장풍을 맞고도 죽지 않다니.’

세옥이 신비로웠다.

아향이 가까이 오자 그가 돌아보았다.

“무얼하고 계세요?”

“지원군은 오고 있나?”

“네?”

“마왕퇴에 대해 보고했을 거 아니야?”

아향은 가슴이 쿵 했다.

이 사람 귀신이야 뭐야? 어떻게 내가 보고한 것을 눈치 챘지? 머리 하나는 비상하네.

이렇게 되었으니 사실대로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오고 있을 거예요.”

아향이 샐쭉하여 대꾸했다. 머리가 너무 좋은 것도 밉상이다. 세옥이 피식 웃었다.

“마왕퇴는 어디에 있어요?”

아향은 노골적으로 물었다.


세옥은 포원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탁본의 내용은 유실된 부분이 많지만 추정할 수 있을 것이고, 포원제도 나름대로 추리했을 것이다.

“이 산 어딘가에 있겠지.”

세옥은 태평한 표정이었다.

“그럼 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가다가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렇다고 안 가요? 마왕퇴에 상아검법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때 금역 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쾅--!


아향이 멍한 표정으로 금역 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금역 쪽을 폭파시킨 모양이다. 그쪽을 쳐다보자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사마염도······?”

숙소에서 사마염과 그의 시동무사가 나와 금역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희들은 안 가느냐?”

언제 왔는지 등 뒤에서 창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향이 돌아보자 여산진인 장한웅이다.

“왜 현무문에서는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입니까?”

세옥이 빙긋이 웃으면서 물었다.

“때가 온 것이지. 비가 내리고 눈이 오는 것은 다 쓰임이 있기 때문이야.”

장한웅이 잔잔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뭐야? 서로 아는 사이야?’

아향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향도 몇 번 그 노인을 보기는 했으나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노인과 세옥은 흑암산에 변고가 일어났는데도 놀라지 않고 있었다.

아향은 그들이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고 있는 기분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진인께서는 올라가시지요.”

세옥이 장한웅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허허. 그럴까?”

장한웅이 헐헐대고 웃으면서 암자를 향해 휘적휘적 걸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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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무림지보(1) 24.05.09 6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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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75 0 12쪽
68 68화 마녀의 사랑(3) 24.05.05 86 0 12쪽
67 67화 마녀의 사랑(2) 24.05.04 85 0 12쪽
66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85 1 12쪽
65 65 천 년 전의 여자(5) 24.05.02 97 1 12쪽
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92 1 11쪽
63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24.04.30 88 0 11쪽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95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01 0 13쪽
»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96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101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95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101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00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101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24.04.21 105 1 11쪽
53 53화 마왕퇴의 비밀(3) 24.04.20 106 1 11쪽
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98 1 11쪽
51 51화 마왕퇴의 비밀(1) 24.04.18 109 1 13쪽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106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02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10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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