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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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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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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75
추천수 :
112
글자수 :
591,161

작성
24.05.1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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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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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2 여장남자(2)

DUMMY

마영풍이 낙양에서 돌아왔다.

포숙정이 한 숨 자고 식사를 마쳤을 때였다.

포숙정은 세옥을 살펴보고 표국으로 건너갔다.

“어떻게 된 거요? 무림지보가 나타났다고 하던데······.”

마영풍이 포숙정을 살피면서 물었다.

“무림지보를 추적했는데 찾지 못했어요.”

포숙정은 마영풍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낙양에는 그의 첩과 자식들이 살고 있다.


포숙정이 아기를 낳지 못하니 첩을 두어도 어쩔 수가 없다.

“부상을 당했다고 하는데 괜찮소?”

“네.”

“쇠노로 공격을 하다니··· 어떤 놈인지 알고 있소?”

“모르겠어요. 갑자기 공격을 당해서······.”

“그런데 왜 당신을 공격했지? 소문의 서생도 아닌데······.”

포숙정은 마영풍에게도 세옥이 양생당 별채에 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세옥은 무림인들의 눈을 피해 여자로 위장을 하고 있다.

“그러게요. 혹시 짐작 가는 자는 없어요?”

“우리 부부가 강호에서 악행을 쌓은 일도 없는데··· 원한을 맺은 일도 없고······.”

마영풍은 중년인이었다.

전쟁이 하루도 그치지 않고 휘몰아치는 중원에서 표국을 경영하느라고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우뚝 섰다.


표국 주인으로서의 당당한 면모와 무림인으로서의 풍모를 갖추고 있었다.

포숙정도 특별한 악행을 하지는 않았다.

양생당을 운영하면서 부자에게는 좋은 약을 쓰고 가난한 자에게 좋은 약을 주지는 않았지만.

“고생했소. 내가 표국에 있어야 했는데······.”

마영풍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백만겁이 들어와서 표국의 일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나는 의원으로 돌아갈게 말씀들 나누세요.”

포숙정은 양생당으로 돌아왔다.


용문표국은 두 채의 장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표국 쪽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표국청, 표물을 보관하는 창고, 표사들의 숙소와 식당, 표사들을 교육하는 훈련장이 있고,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에는 양생당, 본채, 서재, 본채 하인들 숙소인 행랑채, 부엌 등이 있다.

그리고 맨 뒤에 별채가 있다.

별채에는 색색의 꽃이 피어 있는 화원이 있고, 화원에는 아름다운 연못과 정자가 있었다.


양생당은 포숙정이 경영하는 의원이다.

표국청과 양생당 사이에 문이 있고, 행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쇠노에 맞은 포숙정의 몸은 깨끗이 나았다.

그녀도 의원이지만 어떤 약을 써도 이와 같은 회복력은 없다.


서생의 피가 영약이야.


포숙정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서생이 용의 내단을 얻은 것이 확실하다.

만독불침.

기시화생의 영약.

서생이 기연을 얻었다.

거기에 이갑자의 내력까지.

그렇다면 세옥은 보물 같은 존재다.

이갑자의 내력은 아직 발현되지 않았다.


포숙정은 천천히 걸어서 별채로 갔다.

별채에 서생과 해연화 일행이 보이지 않았다.

별채가 조용하다.


갈대밭에 나갔나?


포숙정은 뒷문으로 향했다.

문을 나서자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졌다.

갈대는 비가 그친 뒤라 녹색이 더욱 선연하다.


솨아아아.


바람이 일 때마다 갈대가 일제히 쓰러졌다가 일어난다.

마치 녹색의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다.

‘무공을 연마하고 있네.’

세옥이 검을 들고 초식을 전개하고, 해연화가 지적을 해주고 있었다.

포숙정은 미간을 살짝 접었다.

‘무공을 모르는 공주가 무공을 지도해?’

수상쩍기 짝이 없다. 서생은 아직도 내력이 없다. 용의 내단을 내력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손이 아직 낫지 않았나?’

세옥의 손에 하얀 헝겊이 감겨져 있다. 세옥은 자신의 손목을 베어 포숙정에게 피를 주었다.

그 손목이 다 나았으리라고 생각했는데.

포숙정의 시선이 해연화에게 향했다.


삼음절맥.


음한지기가 가득한 해연화에게도 피를 주었는가.

창백한 해연화의 얼굴에 화기가 도는 것 같았다.

기운이 하나도 없던 소녀였다.

그녀가 언제 이토록 활기가 있었는가.


서생 관리를 잘해야겠네.


포숙정이 갈대밭으로 나가자 해연화와 월화부인이 인사를 했다.

월화부인 능옥은 무공 고수다.

포숙정은 한 번도 그녀의 무공을 본 일이 없었으나 남편 마영풍에게 들었다.

요동에서 그녀들을 호송해 올 때 녹림당을 만났는데 월화부인 능옥이 수십명을 베었다고 했다.

얼굴을 못 보던 여자도 함께 있었다.

저 여자는 누구지?

“점심 식사했어요?”

포숙정이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네.”

해연화가 밝게 웃었다. 바구니를 들고 있는 여자가 포숙정에게 인사를 했다.

“누구신지?”

포숙정은 의아했다. 무림인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서방님 부인이에요.”

여자가 세옥의 팔짱을 끼었다.


해연화와 월화부인 능옥은 야릇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네?”

이게 무슨 소리야?

“제가 모시고 가시려고요.”

“어디로요?”

“만두가게요. 서방님 만두가게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그렇구나.

서생은 만두가게 주인이지.


부인이 수십명이나 된다는 음란서생······.


*


용문표국 총표두 백만겁은 혼자서 술을 마셨다.

대량성에 있는 만두가게 운봉교점.

만두맛이 유난히 좋았다.

가게가 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백만겁은 천천히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청룡사걸의 얼굴이 떠올라왔다. 그들과 이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먹었었다.


멍청한 놈들.


청룡사걸을 생각하자 울화가 치밀었다.

청룡사걸 넷 중에 셋이 죽고 하나만 살아서 도망을 쳤다.


청룡사걸을 죽인 놈은 누구지?


살아남은 한 놈은 그들을 죽인 자가 맹인이라고 했다.

그들이 포숙정을 향해 쇠노를 쏘고 있는데 어디선가 맹인이 나타났다고 했다.

“죽여!”

청룡사걸은 맹인도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맹인이 지팡이에서 검을 뽑았는데 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고 했다.

무림에 맹인 무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없었다.

포숙정을 살해하려는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고,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만두가게는 손님이 없었다.

여자들은 문이라도 닫으려는지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게가 조용해서 좋았다.

여자들의 옷차림도 소박했다.


그때 지우산을 들고 양생당 총관인 서달이 들어와 백만겁의 앞에 와서 앉았다.

백만겁이 그를 힐끗 쳐다보고 술을 따라주었다.

“고맙습니다.”

서달이 두 손으로 술잔을 들고 마셨다.

“어떤가?”

백만겁이 서달을 쏘아보았다.


서달은 의원이라 샌님 같았다.

세상 물정을 제대로 모른다.

양생당의 주인인 포숙정이 대우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에게 돈을 찔러주고 심복으로 만들었다.

“해연화 일행은 별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의원이라고 하는데 젊은 여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서달이 공손하게 말했다.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때마다 서달에게 돈을 주었다.

서달은 돈을 바라고 포숙정에 대한 정보를 미주알고주알 백만겁에게 고해 바치고 있는 것이다.

“해연화가 데리고 온 사람이 의원이야?”

“예.”

“해연화가 처음 왔을 때는 의원을 데리고 오지 않았는데······.”

백만겁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만두가게의 여자들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의원이 확실합니다. 포 의원님의 어깨와 등에 박힌 쇠노를 뽑고 치료를 했다고 합니다. 의술이 좋은 것 같습니다. 부상이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젊은 여자가 그렇게 의술이 좋아?”

백만겁도 해연화와 함께 별채에 머물고 있는 젊은 여자를 얼핏 본 일이 있었다. 여자와 말을 섞은 일은 없었다.

“총표두님,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서달이 백만겁을 쳐다보았다.

“그 여자가 수상하지 않아?”

“제가 철저하게 지켜보겠습니다.”

“그래. 자네만 믿네.”

백만겁이 소매에서 은자를 꺼내 서달에게 주었다.

“고맙습니다.”

서달이 비굴한 표정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가봐.”

“예.”

서달이 허리를 숙여 보이고 물러갔다.


백만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포숙정을 죽이는 일에 실패했다.

포숙정을 죽이고 마영풍까지 살해하려고 했는데.

용문표국은 마영풍과 백만겁이 같이 세운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백만겁은 총표두가 되었으나 막대한 수익은 모두 마영풍의 소유가 되었다.

20년 전부터 평생을 바쳤는데 총표두라는 직책 하나뿐이었다. 그 직책마저 최근에 위태로워졌다.

백만겁이 마영풍의 명령을 듣지 않고 도박을 했기 때문이다.

마영풍은 두 번 다시 도박을 하면 처벌하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조만간 그가 용문표국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평생 총표두 노릇이나 하고 살 수가 없어.’


백만겁은 눈을 부릅떴다.

포숙정과 마영풍을 죽이고 용문표국을 손에 넣어야 했다.

그러나 마영풍과 포숙정은 백만겁보다 무공이 높다. 그들을 죽이려면 암살을 하거나 독살을 해야한다.


‘사혼곡(死魂谷)을 만나야겠네.’


사혼곡은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살수집단이다.

돈을 주면 누구든지 암살한다.

마영풍과 포숙정이 무공이 높으니 살수들 중에도 가장 뛰어난 자가 암살을 해야한다.

백만겁은 술을 마시고 일어났다.

“안녕히 가세요.”

계산대의 여자가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백만겁은 비가 오는 길을 내다보다가 삿갓을 쓰고 큰길로 나갔다.


계산대의 여자는 객청으로 나와 밖을 내다보다가 식탁을 정리했다.

“언니, 어떻게 된 거예요? 우리 서방님이 위험해요?”

주방에 있던 여자들이 계산대의 여자에게 우르르 달려왔다.

계산대의 여자는 이름이 운봉이었다. 낮에 양생당에 가서 세옥을 만나고 왔다.

“어머, 우리 서방님이······.”

세옥이 여장을 하고 무공연마를 하고 있었다. 운봉은 그 모습이 기이해서 깔깔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서방님, 예쁘다.”

운봉은 세옥이 여장을 하고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저 자가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아.”

운봉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세옥이 운봉에게 만두가게에 오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살피라고 당부했었다.

“내가 서방님한테 가봐야겠다. 맛있는 요리를 해가지고······.”

운봉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서방님을 이리로 모시고 와요. 요즘 우리 서방님을 해치려는 무림인들이 너무 많아요.”

“서방님이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운봉이 말했다.

세옥을 생각하면 가슴속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운봉은 농사꾼 아낙이었으나 비적들에게 끌려갔고, 전쟁이 일어나자 적국의 노예가 되었다. 적국에서 몇 년 동안 이리저리 노예로 팔려 다니다가 돌아왔다.


‘아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운봉의 고향은 해골과 뼛조각만 나뒹구는 폐허로 변해 있었다.

5호16국 시대였다.

여러 나라들이 잇달아 전쟁을 벌였다.

전쟁이 계속되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가 없었다.

운봉은 구걸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전쟁에 이어 전염병까지 휩쓸었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쓰러져 죽었다.


겨울이었다.

운봉은 골목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굶주림과 추위에 벌벌 떨다가 길바닥에 쓰러졌다.

눈이 자욱하게 날리고 있었다.

날씨는 춥고 배는 고팠다. 여러 날을 굶어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쯧쯧··· 어찌 이런 곳에서 잠을 자냐? 이러다가 얼어 죽지.”

누군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운봉이 간신히 눈을 뜨자 어떤 사내가 그녀를 업고 가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운봉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 물었다. 그는 만두가게의 젊은 주인 세옥이었다.


세옥은 그녀를 업고 가게로 돌아온 뒤에 따뜻한 물로 씻겨주기까지 했다.

‘나를 씻겨서 잡아먹으려는 것인가?’

운봉은 공포가 엄습해 왔다.

시장에서 인육을 팔고, 다른 마을을 습격하여 촌민들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나돌고 있었다.

세옥은 그녀를 씻기고, 옷까지 갈아입힌 뒤에 죽을 끓여서 손수 떠먹여주었다.

운봉은 살면서 이런 대접을 받은 일이 없었다.


‘나를 잡아먹지만 말아주세요.’


운봉은 속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현실이 아니라 꿈이라고 생각했다.

세옥은 그녀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따뜻한 옷을 입게 해주었다.

만두가게에서 일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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