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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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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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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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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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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1화 여장남자(1)

DUMMY

몽이는 백경천의 집 종이었기 때문에 백추설이 학대당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탁문정이 백추설의 밥을 굶기면 몽이가 몰래 갖다 준 일도 있었다.

“무림인이오?”

“예.”

“소살성 때문에 왔나보군. 관에서 내건 상금 때문에 왔나본데 어서 돌아가시오. 괜히 시체가 되어 들개밥이나 되지 말고······.”

“무슨 말씀입니까?”

“관에서 은자 100냥을 상으로 준다니까 무림인들이 많이 왔지. 살아서 내려온 사람은 없지만······.”

“그렇게 무공이 강합니까?”

“말도 마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칼을 한 번 휘두르면··· 모두 죽어요. 그래서 소살성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소살성이 왜 마을 사람들을 해칩니까?”

“소살성이 걸핏하면 양이나 닭을 잡아가서 마을 장정들이 견디다 못해 잡으러 적산에 올라갔어요.”

“한 사람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이 말했다.

“인간도 아니야. 살인귀야.”

“우리가 처음에 잘못했어. 아이가 어릴 때 동냥을 왔을 때 욕하고 때리고 쫒아 버렸잖아? 그래서 산에서 늑대와 같이 살았는데 사람의 인성이 남아 있겠어?”

늙수그레한 노인이 말했다.

몽이는 적산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백추설은 이 마을에서도 학대를 당했던 모양이다.


*


휘이이잉--.


바람이 사납게 불어왔다.

몽이는 갓을 잔뜩 눌러썼다. 산중턱에 이르자 바람이 더욱 사나웠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붉은 산이었다.

‘대체 아가씨는 어디에 있는 거야?’

해가 기울고 있었다.

노을이 물들어오자 산이 더욱 붉어 보였다.


휘이이잉--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날씨도 추워졌다.

몽이는 바위틈을 찾아 앉았다.

바위틈에서 밤을 새울 생각을 하자 쓸쓸했다.

어둠이 내리면 더욱 추워질 것이다.


으허어어엉--.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황량한 산속에 늑대가?

몽이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몽이는 칼을 앞에 놓고 음식을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아가씨가 이런 산속에 살고 있다는 말인가?


백추설이 늑대와 같은 맹수가 우글거리는 산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가씨는 어쩌다가 이런 황량한 산에 살게 된 거야?


백추설이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산속에 인가라도 있는 것인가. 이런 산속에서 백추설이 살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탁문정은 왜 백추설을 데리고 오라는 거지?

한때 그렇게 학대를 하더니.


으허어어엉--.


늑대가 계속 울었다.

몽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캄캄하게 어두운 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캐캥--.


그때 늑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늑대가 지덜끼리 싸움이라도 하나?

몽이는 눈을 부릅뜨고 검을 움켜쥐었다.

자칫하면 늑대에게 습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케엑--.


늑대가 숨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늑대무리가 싸움이라도 하는 거야?

몽이는 잔뜩 긴장이 되었다.

언제 늑대 무리가 습격을 해올지 알 수 없었다.

몽이는 검을 움켜쥐고 밤을 새웠다.

적산은 춥고 황량했다.


새벽이었다.

몽이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문득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풍겼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비몽사몽 중이었다.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풍겼다.

그때 엉덩이가 아팠다.

누군가 그녀를 발로 차고 있었다.

“야, 일어나라.”

몽이는 거친 발길질에 눈을 떴다.


“아, 아가씨.”


몽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늑대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소녀,

이제 막 떠오르는 역광을 받고 서 있어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백추설이 틀림없었다.

10년이 지났어도 자태만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너가 몽이냐?”

목소리가 찌르듯이 날카로웠다. 백추설도 한 눈에 그녀를 알아본 것이다.

“네. 저예요. 아가씨.”

몽이는 감격하여 벌떡 일어났다.

“왜 왔냐? 늑대밥이 되려고? 늑대가 요즘 굶주리고 있기는 하다.”

말투가 조롱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백추설이 비로소 몽이를 향해 몸을 돌렸다. 산발한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고 눈빛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

“아유, 그래도 저를 알아보시네요.”

몽이가 활짝 웃었다. 백추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늑대밥이 되러 왔냐?”

“아가씨.”

“그럼 네가 늑대를 먹던가.”

한쪽에 모닥불이 피워져 있고 늑대가 구워지고 있었다.

백추설이 모닥불 앞에 털썩 앉았다.

모닥불 근처에 늑대가 여러 마리 죽어 있었다.


아가씨가 늑대를 죽여서 나를 보호했구나.


몽이는 가슴이 뭉클했다.

백추설이 잠을 자지 않고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는 사실에 눈시울이 뜨거워져 왔다.

“아가씨, 이런 곳에서 얼마나 고생 많으셨어요?”

몽이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왜 울어? 늑대밥이 되기 싫어?”

백추설이 일부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몽이는 웃음이 나왔다.

울다가 웃었다. 백추설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혼자 왔냐?”

“네.”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고?”

몽이는 탁문정이 어떻게 알고 자신을 보냈는지 알지 못했다.

“몰라요. 마님이 보냈어요.”

“아침이나 먹자.”

백추설이 칼로 구운 늑대의 살을 베어 몽이에게 주었다. 털도 뽑지 않은 늑대의 살코기다.


몽이는 비로소 백추설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옛날 모습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저는 됐어요.”

“안 먹어?”

“건량을 싸온 게 있어요.”

몽이는 보자기에서 건량을 꺼냈다.


백추설은 소도로 불에 구워진 늑대를 베어 입에 넣고 씹어 먹기 시작했다.

“아가씨, 이거 하나 먹어 보세요.”

몽이는 만두 하나를 백추설에게 건네주었다. 백추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살코기만 뜯어 먹었다.

“아가씨가 이렇게 컸을지 몰랐어요.”

“너는 안 컸냐?”

“이 산속에서 혼자 사셨어요?”

“그럼 누구랑 살아?”

백추설의 말투가 싸움을 걸 듯이 통통 튀었다.

“언제부터 여기서 사셨어요?”

“10년은 된 것 같다.”

“얼마나 무섭고 외로우셨을까?”

몽이는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백추설도 몽이의 눈물을 보자 울컥하는 것 같았다.

“나를 데리러 온 거냐?”

“네.”

“그 인간들은 아직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모양이구나.”

백추설은 부모를 증오하고 있다.

옥소부인 탁문정이 생모도 아니고, 탁문정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을 학대했다고 생각했다.

“아가씨를 모셔 오래요.”

“그러잖아도 갈 생각이었다. 그 계집에게 복수를 해야지.”

“마님이요? 마님의 무공을 아시잖아요?”

몽이는 가슴이 철렁했다. 탁문정의 무공은 8대고수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흥! 그년이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도 소용이 없다.”

백추설의 눈이 표독하게 번들거렸다. 눈빛이 사나워 무서웠다.

“아가씨는 혼자서 무공을 연마하셨어요?”

“보면 모르냐? 이 산중에 누가 있냐?”

“혼자서 어떻게 무공을······?”

몽이는 백추설의 등에 있는 도를 보았다.

백추설의 도를 본 일은 없었으나 들은 일은 없었다.


설마 저 도가······.


비천혈도(飛天血刀).

백도교 교령 천태산의 애검(愛劍).


수많은 무림인들이 그 칼에 목이 베어졌다.

남북무림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천태산의 검법.

천태산은 죽었다고 알려졌으나 그의 검과 검법서는 사라졌다.

그런데 백추설이 갖고 있는 것이 천태산의 비천혈도란 말인가.

몽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이충은 시체 앞에 말을 세웠다. 군사들이 횃불을 들고 시체를 살폈다. 이충은 말에서 내려 시체로 가까이 갔다.

“장군, 연화사의 정일사태인 것 같습니다.”

군사 갈춘이 말했다.

이충이 거느린 군사들은 모두 무림인들로 조광윤의 별동대였다. 무림인들의 사정에 대해서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외상이 없지 않아?”

이충은 정일사태의 시신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하체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시체의 모습도 쭈글쭈글했다.

“독에 당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갈춘이 말했다.

“장군, 제가 전에 채음공에 당한 시체를 보았는데 흡사합니다. 아무래도 채음공에 당한 것 같습니다.”

군사 영록이 말했다.

“음.”

이층은 신음을 삼켰다.

정일사태가 채음공에 당했다면 사파의 고수에게 당했을 것이다.


이충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어서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또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수색을 계속한다.”

이충은 말에 올라탔다. 군사들도 일제히 말에 올라탔다.

그들은 한 식경도 되지 않아 세 여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매염방 여자들인 것 같습니다. 철궁 구세경에게 당한 모양입니다.”

죽은 여자들에게는 화살이 꽂혀 있었다.

“음.”

이충은 신음을 삼켰다.

적지 않은 무림인들이 와우산에 출현했고 죽었다. 시체는 함부로 버려져 있었다.


구세경은 왜 매염방 여자들을 죽인 것인가.

구세경은 함부로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다.

더구나 매염방은 여자들인데. 여자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충은 다시 말을 타고 수색을 시작했다.

“청룡사걸입니다.”

와우산 오솔길에 청룡사걸 중 셋이 죽어 있었다. 그들의 옆에는 쇠노까지 있었다. 쇠노를 사용하다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단 일검으로 죽었구나!’

엄청난 고수가 와우산에 출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군, 청룡사걸이 왜 쇠노를 사용했을까요?”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겠지.”

“용의 내단을 얻었다는 서생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닙니까?”

“서생이 아니야.”

“그럼 누구를 암습하려고 한 것입니까?”

“더 조사를 해야지.”

이충이 와우산의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


장전일은 대량성의 객잔에 이르렀다.

대량성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개방제자들에게 무림지보에 대해서 묻자 성밖 50리 지점에 무림지보가 나타났고, 옥소부인이 납치해 갔다고 했다.


옥소부인이 나타나다니······.


옥소부인은 무림 8대고수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었다.

“정일사태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다른 개방제자가 잇달아 보고했다.

개방제자 일부도 무림맹 총순찰대에 소속되어 있었다. 개방은 여러 지역에 분타가 있기 때문에 소식이 빠르다.

“살해당한 것이오?”

“외상은 없고··· 내력을 흡수당한 것 같습니다.”

“음.”

장전일은 신음을 삼켰다.


내력을 흡수당하다니. 그렇다면 흡성대법을 사용하는 자가 있다는 말인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무림이 발칵 뒤집힐 일이다.

더구나 비구니가 그런 짓을 당했다.

연화사의 비구니들은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서생이 그런 짓을 할 것 같지 않았는데······.


흑암산에서 용의 내단을 얻었다는 이세옥을 만났는데 사악해 보이지 않았다. 내단을 얻으면 이갑자의 내력이 생긴다는 소문이 퍼져서 무림이 들끓고 있었다.

“청룡사걸 셋이 시체로 발견되고··· 매염방의 제자들도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매염방 제자들은 활에 맞았습니다.”

“화살을 찾았나?”

“화살은 철궁 구세경의 것입니다.”

“철궁 구세경까지 온 것인가?”

장전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무림지보 때문에 수많은 무림인들이 대량성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장전일은 대량성에 어두운 기운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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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화 영웅호색(6) 24.06.02 106 0 12쪽
94 94화 영웅호색(5) 24.05.31 1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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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화 영웅호색(2) 24.05.28 9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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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여장남자(6) 24.05.23 103 0 12쪽
85 85화 여장남자(5) 24.05.22 103 0 12쪽
84 84화 여장남자(4) 24.05.21 110 0 11쪽
83 83화 여장남자(3) 24.05.20 1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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