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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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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5.13 10: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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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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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화 용의 내단(3)

DUMMY

세옥은 메기수염의 노인을 응시했다.

노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세옥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한 뒤에 배까지 만져보았다.

“몸속에 무언가 돌아다니고 있어.”

“예?”

세옥은 어리둥절했다. 노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불덩어리 같은 게 있어.”

노인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상강촌에 있는 의원이었다.

음옥여와 함께 의원을 찾아왔다.

“그게 뭐예요?”

음옥여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의원님이 모르면 누가 알아요?”

음옥여가 눈을 흘겼다.

음옥여는 의원을 마땅치 않아 하고 있었다.

“밤마다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진정시킬 방법이 없습니까?”

세옥은 지난밤에도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음옥여가 애가 탈 정도였다.

“나는 방법이 없어.”

노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용의 내단이 나를 죽이는 것인가?


세옥은 의원을 나오자 씁쓸했다.

의원이 고칠 수 없다니 어떻게 해야좋을지 난감했다.


용의 내단을 얻으면 이갑자의 내력이 생긴다더니 배만 아프구나.


세옥은 쓸쓸하게 웃으면서 타박타박 걸었다.

음옥여가 옆에 와서 세옥을 부축했다.

“서방님, 다른 의원으로 가요.”

음옥여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상강촌의 의원 다섯 곳을 돌아다녔으나 소용이 없었다.


세옥은 음옥여를 따라 다른 의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 의원도 뚜렷한 처방을 내지 못했다.

세옥은 의원을 나오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의원을 찾아다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옥도 의원이지만 내단에 대한 처방을 들은 일도 없었다.

내단을 내력으로 만드는 것은 의술보다 무공에 더 가깝다.


세옥은 상강교점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세옥은 서책을 읽었다.

“서방님.”

음옥여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음.”

세옥은 책에서 눈을 떼었다.

“무슨 책이에요?”

“묵자.”

“무슨 내용이에요?”

음옥여가 세옥의 무릎에 올라와 앉았다.

“타인을 나처럼 아끼고 사랑하라는 내용이야.”

“호호. 그럼 나를 사랑하세요?”

“엥?”

“책의 내용이 다른 사람을 나처럼 사랑하는 거라면서요?”

“겸애라는 것이다.”


묵자의 겸애······.


세옥은 묵자의 겸애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오늘이 옥여 차례야?”

“넵.”

음옥여가 반짝이는 눈으로 세옥을 응시했다.

세옥이 음옥여를 안아서 입술을 포갰다.

“음.”

음옥여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세옥의 시선이 어두운 하늘의 별을 더듬었다.

“서방님, 뭘 보고 계세요?”

“별을 보고 있어. 인간이 죽으면 별이 되는 것인가? 인간은 왜 죽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뭘해요?”

“누구나 죽으니까.”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을 생각해요.”

음옥여가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음옥여에게서 향긋한 지분냄새가 풍겼다.

눈이 야릇하게 번들거리고 있다.


여자들이 때때로 세옥에게 그윽한 눈빛을 보내고는 했다.

그것이 세옥을 원하는 눈빛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세옥은 그런 눈빛을 의식하고도 애써 자제해 왔다.

여자들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여자들이 원하지 않으면 먼저 원하지 않았다.

여자들이 즐겁게 일하고, 배를 주리지 않고 사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았다.


여자들이 웃는 모습,

만두 한 개를 동냥했을 때 행복해 하던 완아의 모습······.


그것을 반으로 쪼개 세옥과 나누어 먹으면서 해맑게 웃던 완아의 모습이 여전히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세옥은 여자들을 좋아했다.

여자들이 까르르 웃을 때 더욱 좋았다.

해맑게 웃던 완아의 모습이 여자들이 웃는 모습에서 떠오르고는 했다.


음옥여는 살결이 하얗다.

입술은 봉긋하고 가슴은 포근했다.

수줍어하면서 세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것처럼.

음옥여와의 합방은 달콤했다.

세옥은 그녀를 끌어안고 오래오래 엎드려 있었다.


날이 밝았다.

세옥은 아침에 일어나자 여자들을 위해 손수 요리를 했다.

중원 여러 곳에 있는 만두가게 지점에 들릴 때마다 여자들에게 아침 요리를 해주었다. 자주 찾아와 돌봐주지 못하는 일에 대한 보상이었다.


여자들은 세옥에게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했으나 세옥은 자신이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두가게에서 번 돈으로 그는 책을 살 수 있었고, 만두가게를 여러 곳에 낼 수도 있었다.


여자들은 더러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몇몇 여자는 남자와 눈이 맞아 만두가게를 떠나기도 했다.

세옥은 떠나는 여자에게도 일한 대가를 지불하고, 퇴혼서도 써주었다.

“서방님.”

음옥여가 주방에 들어와 눈웃음을 쳤다.

얼굴이 환하게 밝다.

“잘 잤어?”

세옥도 미소를 지었다.

“네. 몸이 아주 개운해요. 아픈 것도 나은 것 같아요.”

음옥여가 살며시 안기면서 입술을 내밀었다.


세옥이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얹었다.

“하하. 기분이 그런 거겠지.”

세옥은 유쾌하게 웃었다.

세옥은 문득 우부인의 말이 떠올랐다.

“몸이 아팠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서방님이 조제한 약도 큰 효과가 없었는데······.”

우부인이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음옥여가 갑자기 몸이 좋아졌다고?


세옥은 의원이다.

음옥여가 아픈 것이 좋아졌다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옥여의 반위(反胃, 위장병)는 고질병이다.

좀처럼 치료가 되지 않았었다.


노비나 걸인생활을 한 여자들은 겉은 멀쩡해도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었다.

세옥은 의원이었기 때문에 그녀들을 치료했다. 그러나 지병은 쉽사리 낫지 않았다.


지병이 그렇게 쉽게 나올 리 없지.


세옥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음옥여의 맥을 잡아보고, 배에 손을 얹어보기도 했다.


반위가 진정이 된 것 같네.


세옥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

세옥은 아침이라 가볍게 식탁을 차렸다.

청이를 깨우고 여자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오늘도 서방님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셨네.”

녹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녹수는 왼쪽 어깨가 아파서 왼쪽 팔을 쓰지 못했다.

처음에는 다른 여자들이 구박했으나 세옥이 못하게 했다.

“서방님 요리가 참 맛있어요.”

장화도 세옥에게 살갑게 눈웃음을 쳤다.


상강촌은 상수(湘水)라고 불리는 강으로 소상강(瀟湘江)의 지류에 있는 마을이다.

순 임금의 두 부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민정을 시찰하던 순 임금이 급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강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곳이기도 하다.


세옥은 아침식사를 마치자 청이를 데리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의 사람들에게 의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세옥은 청이를 데리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의술이 뛰어난 사람들을 수소문했다.

중원에서 의원들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사람은 신의라는 별호로 불리는 포승, 괴의로 불리는 포원제, 독의(毒醫)라는 별호로 불리고 있는 양춘보였다.


양춘보는 독을 연구하는 의원이었다.

그는 약왕곡에 있다는 사실만 겨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약왕곡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포승과 포원제는 친척이었다.

포승은 산동에 있고, 포원제는 흑암산의 현무문 사람으로 약초를 찾아 떠돌고 있다고 했다.


세 의원 모두 만나기 어렵구나.


세옥은 탄식했다.

그들을 만난다고 해도 치료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도 없었다.

세옥은 상강촌의 만두가게에 머물면서 음옥여의 딸 청이를 데리고 산책을 자주했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통증을 잊게 했다.

“서방님, 산동에 가서 포 의원에게 진맥을 받아요.”

음옥여는 세옥이 딸을 귀여워하자 더욱 살갑게 굴었다.

“포 의원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어?”

“그래도 신의라고 불리잖아요? 장화에게 모시고 가라고 갈게요.”

“녹수를 데리고 갈게. 녹수는 어깨가 아프니 좀 쉬게 해주지.”

세옥은 녹수와 함께 산동으로 향했다.


상강촌에서 산동까지는 수백리 먼 길이다.

“서방님은 왜 나를 데리고 오셨어요?”

마차를 타고 가면서 녹수가 물었다.

“어깨가 아파서 힘들지 않았어? 산동에 가면 혹시 고칠 수 있을지 모르잖아?”

녹수를 데리고 나온 이유였다. 의원에 따라 병을 고치기도 못 고치기도 한다.

“의원도 못 고치는 병이 많아요. 서방님도 의원이잖아요?”

세옥도 녹수의 어깨를 치료하지 못했다.


세옥은 의술을 책과 경험으로 배웠다.

용의 내단을 내력으로 흡수하는 일을 알지 못했다.

“나보다 더 좋은 의원은 많아.”

“서방님은 어디가 아픈 거예요?”

“나도 알 수가 없다.”

세옥은 답답했다. 여자들에게 용의 내단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었다.


산동으로 향하면서 곳곳에 있는 의원들에게 진찰을 받았다. 그러나 의원들은 뾰족한 수가 없었다.

잠은 객잔에서 잘 때도 있고, 마차에서 잘 때도 있었다.


산동으로 가는 길은 대촌이 많았다.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나라들이 부침했고, 한나라 시대에도 전쟁이 잦았다.

곳곳에 전쟁 유적지와 성터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원의 중심이 대량성으로 넘어갔다.


창주의 한 호수애서 쉬고 있을 때였다.

마차를 세워놓고 모닥불을 피웠다.

녹수는 탕약을 달이다가 마차를 보았다.

마차에서 또 세옥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많이 아프신가 보네.


마차 쪽을 돌아보던 녹수의 얼굴이 흐려졌다.

세옥은 밤마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그의 고통은 한 시진 정도 계속되었다.


빨리 나아야 할 텐데······.


세옥의 병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통에 신음하는 세옥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힘은 좋아지셨어. 후후······.


녹수는 마차 쪽을 힐끔거리고 미소를 지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몸이 아프면 남녀관계도 힘들어져야 하는데 더욱 강해진 것 같았다.


에그 우리 서방님······.


녹수는 그에게 안겨 있으면 행복했다.

세옥의 약을 달여서 식힌 뒤에 세옥에게 가지고 갔다.

상강촌의 의원이 처방한 약을 먹으면 고통이 조금 줄어들고는 했다.

그는 환단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탕약을 먹을 수 없을 때 한 알씩 먹으라고 했다.

“서방님.”

녹수가 탕약을 세옥에게 건네주었다.

세옥이 탕약을 마시기 시작했다.

“뜨겁지 않아요?”

“괜찮아.”

녹수는 세옥이 탕약을 다 마시자 수건으로 입가를 닦아주었다.

세옥은 산 위에 걸려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신비스러울 정도로 푸른 달빛이 온누리에 가득했다.


녹수가 세옥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서방님.”

녹수가 낮게 불렀다.

“응?”

“서방님하고 이렇게 달을 보고 있으니까 좋아요.”

녹수가 노래를 부르듯이 중얼거렸다.

세옥과 나란히 마차에 앉아서 달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좋았다.


세옥은 여자들에게 있어서 구름 위에 있는 사람 같았다. 그가 여자들에게 잘해 주어도 여자들도 바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어쩐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았다.

우리는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늙어서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녹수는 때때로 세옥과의 미래를 생각해볼 때가 있었다.

그의 부인이라도 해도 수십명의 여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수십명의 여자 중 하나로 사는 것은 허전한 일이었다.

“서방님.”

“응?”

“나중에 우리를 어떻게 할 거예요?”

10년 뒤 20년 뒤를 생각하면 불안했다.

“여자들 뜻대로 해야지.”

“서방님은 생각이 없어요?”

“없어.”

“늙은 뒤에도 우리를 다 데리고 살 거예요?”

“여자들이 원하면······.”

세옥은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일까.

“서방님은 원하지 않아요?”

“나는 이상한 약을 먹어서 아기를 낳을 수 없어. 자식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가족을 이루고 살아?”

“우리 끼리 모여 살면 안돼요?”

“어떻게?”

“산이나 골짜기 같은 곳에서 농사도 짓고 양도 키우고······.”

녹수는 미래를 생각해 본 일도 있었다.

“남자 혼자서 많은 여자들을 데리고?”

“의자(義子)도 있잖아요?”

세옥의 여자들 중에는 과부도 있어서 의자와 의녀들도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네.”

“나는 서방님하고 살 거예요.”

“내가 뭐가 좋아?”

“서방님은 내가 뭐가 좋아요?”

녹수가 반발을 하듯이, 장난을 하듯이 물었다.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 같은 것을 듣고 싶었다.

“예쁘니까 좋지.”

거짓말도 듣고 싶은 말이다.

“여자들을 다 예뻐하잖아요?”

“병인가?”

“에유.”

녹수가 세옥을 자신의 가슴에 껴안았다.

세옥이 녹수의 저고리를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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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화 무림지보(1) 24.05.09 63 0 13쪽
71 71화 마녀의 사랑(6) +3 24.05.08 78 0 12쪽
70 70화 마녀의 사랑(5) 24.05.07 93 0 13쪽
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78 0 12쪽
68 68화 마녀의 사랑(3) 24.05.05 88 0 12쪽
67 67화 마녀의 사랑(2) 24.05.04 87 0 12쪽
66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87 1 12쪽
65 65 천 년 전의 여자(5) 24.05.02 98 1 12쪽
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93 1 11쪽
63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24.04.30 89 0 11쪽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96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02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97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102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96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102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01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102 0 12쪽
54 54화 마왕퇴의 비밀(4) 24.04.21 106 1 11쪽
53 53화 마왕퇴의 비밀(3) 24.04.20 107 1 11쪽
52 52화 마왕퇴의 비밀(2) 24.04.19 99 1 11쪽
51 51화 마왕퇴의 비밀(1) 24.04.18 110 1 13쪽
50 50화 현무도원(5) 24.04.17 107 2 13쪽
49 49화 현무도원(4) 24.04.16 103 1 13쪽
48 48화 현무도원(3) 24.04.15 11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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