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5.23 10: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11,791
추천수 :
110
글자수 :
461,275

작성
24.05.02 10:00
조회
116
추천
1
글자
12쪽

65 천 년 전의 여자(5)

DUMMY

세옥은 고문을 읽고 황당했다.

이게 뭐야?

마녀는 왜 이런 글을 남긴 거야?

마고라고 불리는 마녀가 강호에서 활약을 한 것은 2, 30대였을 때일 것이다.

그녀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죽었는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혼인을 하라고? 죽은 시체와?

혼인을 못한 것이 그렇게 가슴에 사무쳤는가.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던 마녀가 이런 글을 남기다니.

아귀가 맞지 않는다.

누가 이런 황당한 고문을 장난처럼 석벽에 새겨놓았는가.

세옥은 새삼스럽게 여인의 시체를 보았다.


수만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오가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글자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벽에 새겨져 있는 고문이 사용되던 시대가 언제인지도 짐작을 할 수도 없다.


세옥은 난감했다.

오래 전에 죽은 여자와 혼인을 하라니.

입을 맞추는 것 한 번으로 죽은 시체와 혼인을 해?

아향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되지?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나는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거야?


사방을 살폈으나 어디로 들어왔는지 입구도 없고 나갈 곳도 없었다.

배도 고파왔다.

낮인지 밤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세옥은 석실 안을 돌아다니면서 생각에 잠겼다.


마녀의 행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으름도 알 수가 없다.

피를 마시는 마녀.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악녀.

그런 소문만 나돌았다.

이제는 전설이 되었지만.

어찌 되었거나 석대 위의 여인이 마녀의 시체인가.

그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왜 입을 맞추라고 한 거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입을 맞추는 것으로 혼인을 대신한다고?

하아, 내가 아무리 음란서생이라고 해도 귀신, 아니 시체와 어떻게 입을 맞춰?

이게 무슨 벼락 맞을 일이야?

세옥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시신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묘한 기분.

석실 안에, 사방에, 공기 중에 마녀의 영혼이 떠돌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영혼은 신비스러운 존재, 넋이라고 할 수도 있다.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

세옥은 막연하게 그런 기운을 느꼈다.


입을 맞추면 서방님이 되는 것이고, 비로소 석실을 내보내 준다고?

그래 좋다.

세옥은 시체에 올라가 입술에 살며시 자신의 입술을 얹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시체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여자를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럴 수가!


여자가 두 팔을 뻗어 세옥을 안았다.


앗!


세옥은 소스라쳐 놀랐다.

시체의 입에서 이상한 향기가 풍기면서 입이 벌어지더니 무엇인가, 어떤 기운이 세옥의 입으로 쑥 들어왔다.


이, 이게 뭐야?


세옥은 경악했다.

그것은 세옥이 뱉을 새도 없이 입에서 스르르 녹아 목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여자와 일체가 되었다.

세옥은 자신이 완벽하게 시체와 한 몸이 되는 것을 느꼈다.

시체가 세옥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안고 있었다.


*


세옥은 눈을 떴다.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천 년 전의 여자와 사랑을 나누었다. 꿈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랑을 나눈 느낌만은 확실했다.

여자, 마녀는 사라졌다.

그녀가 누워 있던 석대에 미인도가 한 폭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이네.’

세옥은 미인도에 감탄했다.


크르릉--.


그때 석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앗!”

세옥은 깜짝 놀랐다.

석대가 내려가면서 사방에서 물이 솟아 올라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석실 전체가 흔들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놈의 석실이 걸핏하면 변화를 일으키네.


세옥은 당황했다.

재빨리 미인도를 챙겨 가슴속에 넣었다.


우르르--.


석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천장에서도 돌과 물이 쏟아지면서 캄캄하게 어두워졌다.

세옥은 무너지는 석벽과 천장을 피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석실만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산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석실을 나오자 동굴이었다.

세옥은 정신없이 동굴을 달렸다.


아······.


동굴을 나오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었다.

저 아래 까마득한 계곡에 급류가 흐르고 있었다.

밖은 밤이 지나가고 낮이 와 있었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세옥은 심호흡을 했다.

산에서도 바윗덩어리가 쏟아지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바윗돌에 깔려 죽는다.


“에잇!”


세옥은 눈을 감고 급류로 뛰어내렸다.


*


우르르.


흑암산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현무도원의 제자들이 숙소에서 몰려나와 흑암산을 바라보았다. 무너지고 있는 곳은 주봉 여산봉이었다.

여산진인 장한웅은 포원제와 함께 무너지는 여산봉을 바라보았다.

“후후. 이제는 여산진인이라는 내 별호도 바뀌겠군.”

장한웅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마치 여산봉이 무너지기를 바라고 있었던 듯한 표정이었다.

“사형, 봉인이 해제되면 마녀가 나올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포원제가 걱정이 되어 말했다.

“마녀가 천 년을 살겠나?”

마녀가 살아서 나올리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산은 왜 무너지고 있는 것인가.

산으로 올라간 무림인들이 산을 무너트린 것인가.

“그렇지만 마녀가 악마의 비급을 남기거나······.”

포원제가 다시 산을 바라보았다.

마녀가 마왕퇴에서 죽었다고 해도 무엇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우르르--.


산이 또다시 무너지고 있었다.

현무문의 도인과 수련생들이 모두 몰려나와 탄성을 내뱉으면서 웅성거렸다.

산이 무너지는 것은 처음 보는 장관이었다.

“장문인.”

그때 송하도장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장한웅이 그를 돌아보았다.

“부상자 둘이 급류에 떠내려 왔습니다. 부상자는 병사로 옮겼습니다.”

시체도 이미 여러 구가 떠내려 와 있었다.

“내가 가보지.”

포원제가 말했다.

“같이 가세.”

장한웅이 포원제를 따라 병사로 향했다.

도인들이 웅성거리면서 뒤를 따라왔다.


병사에는 이미 7명의 무사들 시체가 바닥에 눕혀져 있었다.

부상자는 금의위 출신 무사 한 명과 적의군 아향이었다.

금의군 출신 무사는 머리가 깨져 의식이 없고 아향은 다리가 부러지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포원제의 제자들이 그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때 부명화도 왔다.

“마왕퇴는 찾았느냐?”

부명화가 아향에게 물었다. 그녀의 뒤에는 장태화도 있었다. 아향이 눈을 뜨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향은 얼굴에도 흉측한 상처가 있었다.

“찾았습니다.”

“무엇이 있었느냐?”

“비급··· 우문호가 가지고 달아났습니다.”

“우문호가?”

부명화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졌다.

사람들이 일제히 웅성거렸다.

“누구 누구 있었느냐?”

“우문호··· 사마염··· 호일도··· 장전일··· 서생··· 서생은 죽었습니까?”

아향이 부명화를 쳐다보았다.


부명화는 서생도 있었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서생은 발견되지 않았다. 상황을 이야기 해봐라.”

아향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녀는 천천히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우문호가 부하들을 시켜 석실을 폭파했다고 하자 사람들이 탄식했다.


“명색이 3대 공자라는 놈이······.”


부명화가 눈을 부릅떴다. 부명화의 눈에서 살기가 폭사되었다.

“장태화!”

부명화가 눈에 핏발을 세웠다.

“예.”

장태화가 자세를 바로 했다.

“우문호를 추적하라! 죽여도 좋다. 누구든지 우문호에게서 무림비급을 찾아오는 자에게 포상을 하라!”

“옛!”

장태화가 부동자세를 취하고 물러갔다. 우문호에 대한 살인 명령이다.

“손삼랑!”

“옛!”

손삼랑이 부동자세를 취했다.

“군사 1천명을 동원하여 흑암산을 수색하라. 반드시 서생을 찾아야 한다.”

“옛!”

손삼랑이 물러갔다.


부명화는 아향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향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아향은 흑암산에서 이세옥과 함께 지냈었다. 그녀가 회복되어야 좀 더 자세한 상황을 보고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부님.”

부명화가 장한웅을 쳐다보았다.

“여기 일은 걱정하지 말고 황궁의 일에 전력을 다해라.”

“사형에게 맡겼습니다.”

“조광윤이?”

장한웅이 희미하게 웃었다.

“네.”

“너에게 해코지를 할 인물이 아니지.”

장한웅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부명화는 미간을 접었다. 그에게 무예를 배우고 학문을 배운 시영과 조광윤은 걸출한 인재들이다. 두 사람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다.

“서생은······?”

“천하의 음란서생인데 무얼 걱정해?”

장한웅이 고개를 흔들었다.


*


우문호는 서책을 펼쳤다.

이것이 마녀가 남긴 무공비급인가?

첫 장을 펼쳤으나 알아볼 수 없는 고문이라 실망했다.

천 년 전의 글자라 그런가.

중국의 문자는 상형문자라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읽는 법이나 쓰는 법이 다르다.


더구나 천 년 전인데······.


지금과는 글자가 훨씬 다를 것이다.

“공자님.”

고천범이 우문호를 쳐다보았다. 그는 무공비급을 읽을 수 없어서 답답했다.

“의원에 한 번 가봐라.”

우문호가 고천범의 어깨를 보고 말했다. 그는 마왕퇴에서 어깨를 다쳤다.

“괜찮습니다.”

고천범이 대답했다.


익주에 있는 만두가게다.

흑암산 여산봉에서 내려와 재상 백경천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만두를 주문하여 먹고 있었다.

“만두맛이 좋습니다.”

“대량성에도 이런 만두집이 있지.”

우문호는 만두를 천천히 먹었다.


그때 백경천이 부하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우문호와 고천범이 벌떡 일어나서 공손하게 맞이했다.

“수고했네. 어찌되었나?”

백경천이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시정의 만두가게에서 신분을 노출시킬 수 없다.

백경천의 호위대는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비급을 손에 넣었습니다.”

우문호가 비급을 품속에서 꺼냈다. 백경천이 천천히 비급을 살폈다.

“고문이 아닌가?”

백경천도 읽지 못하는 옛날 글자였다.

“예. 소인이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량성으로 가지. 한림원에 해석할 사람이 있을 거야.”

“예.”

그들이 앉은 자리 뒤에서 만두가게 여자 하나가 탁자를 닦고 있었다.


백경천은 여자를 힐끗 쏘아보고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

“마왕퇴에서 달리 나온 것은 없나?”

“없습니다.”

“마왕퇴만 무너진 것인가? 여산봉까지 무너진 것인가?”

“여산봉이 무너졌습니다.”

“그럼 마왕퇴는 봉인이 해제된 것인가?”

“해제되고 말고 할 게 있습니까? 완전히 파괴되었는데요.”

“다른 사람들도 마왕퇴로 들어가지 않았나?”

“무림맹주의 아들 사마염··· 총순찰 장전일··· 그리고 우리 쪽의 호일도··· 현무도원의 수련생도 들어갔습니다.”

“수련생?”

“서생이라고 합니다.”

“호일도는 어찌되었나?”

“살아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무공이 고강하여 어떨지 모르지만······.”

우문호가 말끝을 흐렸다. 그도 호일도의 시체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우문호!”

“예.”

“황후가 너에게 사살령을 내렸다.”

“조심하겠습니다.”

우문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황후가 사살령을 내릴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서생이라는 자는 뭐하는 놈이야?”

“음란한 놈입니다.”

백경천이 미간을 접었다.

“용의 내단을 얻었다는 놈이 그 놈이 아닌가? 용의 내단을 얻은 것이 사실인가?”

“소문뿐인 거 아닙니까? 닭모가지 비틀 힘도 없는 놈 같은데······.”

“서생이 어떻게 그곳까지 왔어?”

“적의군의 아향이 데리고 왔습니다. 둘 다 죽었을 것입니다.”

우문호가 불쾌한 듯이 말했다.

“음.”

백경천이 우문호를 노려보았다.


아향은 우문호의 정혼자였다.

정혼자까지 죽였다는 말인가.

게다가 그 계집은 황후 부명화의 직속부하인 적의군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씨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자님께 24.05.08 83 0 -
86 86화 여장남자(6) NEW 15시간 전 35 0 12쪽
85 85화 여장남자(5) 24.05.22 47 0 12쪽
84 84화 여장남자(4) 24.05.21 59 0 11쪽
83 83화 여장남자(3) 24.05.20 64 0 11쪽
82 82 여장남자(2) 24.05.19 80 0 12쪽
81 81화 여장남자(1) 24.05.18 75 0 11쪽
80 80화 무림지보(9) 24.05.17 74 0 12쪽
79 79화 무림지보(8) 24.05.16 73 0 12쪽
78 78화 무림지보(7) 24.05.15 75 0 11쪽
77 77화 무림지보(6) 24.05.14 88 0 12쪽
76 76화 무림지보(5) 24.05.13 85 0 11쪽
75 75화 무림지보(4) 24.05.12 100 0 12쪽
74 74화 무림지보(3) 24.05.11 90 1 12쪽
73 73화 무림지보(2) 24.05.10 96 0 12쪽
72 72화 무림지보(1) 24.05.09 86 0 13쪽
71 71화 마녀의 사랑(6) +3 24.05.08 101 0 12쪽
70 70화 마녀의 사랑(5) 24.05.07 116 0 13쪽
69 69화 마녀의 사랑(4) 24.05.06 100 0 12쪽
68 68화 마녀의 사랑(3) 24.05.05 109 0 12쪽
67 67화 마녀의 사랑(2) 24.05.04 106 0 12쪽
66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107 1 12쪽
» 65 천 년 전의 여자(5) 24.05.02 117 1 12쪽
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109 1 11쪽
63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24.04.30 105 0 11쪽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113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19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112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117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10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