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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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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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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글자수 :
591,161

작성
24.05.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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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84화 여장남자(4)

DUMMY

포숙정은 그의 주인이다. 배신을 하게 되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내 손님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이 밖으로 나가게 하지도 말고······.”

포숙정이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예.”

“나가면서 금화에게 차 두 잔 가져오라고 그래요.”

포숙정의 말은 전에 없이 냉랭했다.

“예.”

서달이 허리를 숙이고 물러갔다.


‘아랫사람에게 칼날 같네.’


세옥은 포숙정을 쳐다보았다.

포숙정은 단정하게 옷을 입고 있었다.

우아한 중년부인의 모습이다.

포숙정은 오전 내내 환자들을 보았다. 그녀의 제자나 다름없는 젊은 의원들도 여럿이었다. 그들과 함께 환자를 치료하고 약을 처방했다.


포숙정이 세옥을 쳐다보았다.

그가 전 왕조의 황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나 놀랐다. 그 사실은 남편 마영풍도 모르고 있었다. 그가 전 왕조의 황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조정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

“소형제, 몸은 좀 어때요?”

포숙정이 세옥 앞에 앉았다.

세옥을 황자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 고마움은 있었다.

궁녀일 때도 구원해 주었고, 와우산에서도 그녀를 업고 달렸다.

그리고 피까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무공 수련은 잘 되고 있어요?”

“아직 기초를 연마하고 있을 뿐입니다.”

“무공 수련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아요.”

세옥이 무공을 수련하는 것을 보았었다. 초식이 엉성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으나 기괴하기도 했다.


포숙정이 익혀 온 무공과는 전혀 다르게 수련하고 있었다.

“어느 파의 무공을 수련하고 있어요?”

“파요?”

“무공도 문파나 세가가 있잖아요?”

“하하.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포숙정은 세옥이 또 다른 기연을 얻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


세옥은 녹수소요보를 조심스럽게 펼쳐 보았다.

멀리서 금화가 지켜보다가 피식 웃었다.

세옥의 경공이 술에 취한 것 같았다.

걸음이 비틀거리고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그러다가 앞으로 꼬꾸라지고는 했다.


‘뭐야? 술마신 사람처럼······.’ 


금화의 얼굴에 비웃음기가 떠올랐다.

세옥은 권법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두 다리를 벌리고 중단지르기와 상단지르기를 반복했다. 현무도원에서 배운 기초 무공이다.

“여자가 춤을 추나? 호호······.”

금화가 한심하다는 듯이 깔깔대고 웃었다.

“무슨 소리야?”

세옥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금화를 쏘아보았다.


이놈의 계집애가 왜 나와서 염장을 질러?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 싶었으나 참았다.

“주먹을 힘차게 뻗어야지 그게 뭐예요. 애들이 해도 그보다 낫겠다.”

세옥은 금화의 비아냥에 불쾌했다. 그러나 반박하지 않았다.

“나를 공격해 봐요.

“뭐?”

“나를 공격하라고요.”

“여자한테 어떻게 공격을 해?”

“흥! 나를 때릴 수나 있고요? 해봐요. 나를 한 대라도 때리면 내가 절을 할게요.”

금화가 약을 올리듯이 말했다.


이 계집애가 나를 조롱하는 거야?


세옥은 짜증이 났다.

금화를 향해 주먹을 살짝 뻗었다. 그러자 금화가 가볍게 피했다. 의외로 빠른 동작이다.

요것 봐라.

세옥은 계속해서 금화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금화의 옷자락도 건드릴 수 없었다.

‘엄청 빠르네.’

세옥은 가슴이 뜨끔했다. 일각 동안 금화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는데도 한 번도 맞출 수 없었다.

세옥은 숨이 차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금화는 조롱이라도 하듯이 비웃음기를 띄우고 슬쩍 발을 걸어 세옥을 엎어지게도 만들고, 뒤에서 엉덩이를 걷어차기도 했다.

“됐어요. 혼자 잘해 봐요.”

금화는 이각이 지나자 흥미 없다는 듯이 가버렸다.

세옥은 망연자실했다.


망할년! 나를 갖고 노네.


세옥은 눈을 부릅떴다.

금화가 멀어지는 것을 노려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금화가 조롱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은 무공초보가 아닌가.

세옥은 다시 연마를 계속했다. 특히 녹수소요보의 구결을 생각하면서 연마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이 땅에서 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기했다.

내력이 생기는 것일까.

휘청대고 발을 잘못 떼어 앞으로 꼬꾸라지기는 해도 수련을 계속하여 조금씩 경공을 전개할 수 있었다.


*


한밤중이었다.

세옥은 눈을 번쩍 떴다.

멀리서 발자국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사사사삭―.


지붕위를 달리는 소리였다.

용의 내단을 취한 뒤에 눈과 귀가 밝아졌다.

멀리서 사람들이 낮게 이야기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사사사삭--.


소리는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세옥은 바짝 긴장했다.

‘밤도둑이 왔나?’

세옥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숨소리로 보아 여자다.

지붕위의 인영이 창문 앞으로 살짝 내려왔다.


‘여자인 것 같네?’


세옥은 여자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창밖으로 날아내린 인영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방안의 동정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왜 왔어요?”

세옥이 창밖의 여자를 향해 조용히 물었다.


천면마희 섭은랑은 흠칫했다.

와우산에서 세옥에게 내단을 취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그의 몸에 천리향을 발라놓았기 때문에 추적해 올 수 있었다.

그런데 방안에 있는 그가 눈치를 챈 것이다.

“왔으면 들어오시오.”

세옥의 낮은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섭은랑은 망설여졌다.

‘이놈이 눈치 챘는데 어떻게 하지?’

마치 세옥이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섭은랑은 등으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들어오지 않을 거요?”

세옥이 재촉했다.

섭은랑은 창문을 열고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방안은 불이 꺼져 있었으나 세옥이 침상에 일어나 앉아 있었다. 불이 꺼져 있었으나 희미하게 놈의 윤곽이 보였다.

“내가 온 것을 어떻게 알았지?”

섭은랑이 긴장하여 세옥을 노려보았다.


어둠 때문에 그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내단을 빼앗아 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요.”

“내가 쉽사리 포기할 것 같으냐?”

“정일사태도 죽고··· 청룡사걸도 셋이나 죽었소.”

“어차피 한 번은 죽는다.”

섭은랑이 세옥에게 다가왔다. 와우산에서 많은 무림인들이 죽었다. 그러나 용의 내단을 얻어야 했다.

용의 내단을 취했어도 놈은 무공을 모르는 초짜가 아닌가. 그런데 이놈이 왜 이렇게 침착하지?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

섭은랑은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방안에서 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방안이 어둡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공자님.”

그때 밖에서 금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섭은랑은 가슴이 철렁했다.

젠장, 이럴 때 사람이 오다니! 어쩐지 이놈이 침착하더라니. 섭은랑은 바짝 긴장했다.

“누구요?”

세옥이 물었다. 침입자가 있다고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금화입니다.”

여자가 대답했다.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섭은랑은 재빨리 침상으로 뛰어 올라가 세옥의 혈도를 찍었다.

“잘 대답해라. 여차하면 숨통을 끊어 버린다.”

섭은랑은 바짝 긴장하여 세옥을 위협했다.


문이 열리고 금화가 들어왔다.

불을 꺼놓고 있어서 방안이 캄캄하게 어두웠다.

섭은랑은 세옥의 침상에 납작 엎드려서 숨을 죽였다.

“무슨 일이요?”

세옥이 금화에게 물었다.

“공자님, 어두운데 불을 켤까요?”

“아니오. 나는 발가벗고 있소. 망측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면 나가시오.”

“공, 공자님······.”

금화가 당황하여 우물쭈물했다.


진짜야? 진짜 발가벗고 있는 거니?


섭은랑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그러고보니 그가 옷을 입지 않은 것이 느껴졌다. 세옥의 맨살이 섭은랑의 몸에 닿고 있었다.

“포 의원이 내 지시에 따르라고 하지 않았나?”

세옥이 당황한 목소리로 금화에게 대답했다.

“그, 그럼··· 가보겠습니다.”

금화는 망설이는 듯하다가 방을 나갔다.

“혈도를 풀어주시오.”

세옥이 낮게 말했다.

“헛소리!”

섭은랑은 코웃음을 쳤다.

“움직이지 마시오. 밖에서 금화낭자가 엿듣고 있소.”

섭은랑은 가슴이 철렁했다.

대체 이놈의 귀는 얼마나 밝은 거야?

섭은랑은 긴장하여 밖의 동정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여, 여기는 어떻게 찾아온 거요?”

세옥이 당황하여 속삭이듯이 물었다. 여자로 위장하고 숨어 있는데 섭은랑이 찾아와 당혹스러웠다.

“네놈이 어디에 있던지 찾아낼 수 있어. 후후.”

섭은랑이 음침하게 웃었다.

세옥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옥비연의 품에 안겨 꼼짝을 하지 못했다.

금화가 방밖에서 방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섭은랑이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갔소. 이제 혈도를 풀어주시오.”

세옥이 낮게 말했다. 금화가 멀어지는 발작국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흥!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왜 풀어줘?”

“내 내단을 취하려고 온 거요?”

“잘 알고 있네. 후후.”

섭은랑이 세옥의 위로 올라왔다. 부드러운 여체가 세옥을 짓눌렀다.

“선자, 이런 짓을 하면 안 되오.”

“시끄럽다.”

“잘못하면 그대가 죽을 수도 있소.”

“뭐?”

“정일사태도 강제로 내 내단을 취하려고 하다가 죽었소.”

“네놈이 죽였냐?”

“나는 무공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이겠소?”

세옥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여자들에게 속절없이 당한다고 생각하자 씁쓸했다.

“그럼 잠자코 있어라. 내가 극락으로 보내줄 테니··· 후후······.”

섭은랑이 기분좋게 웃었다. 그녀는 빠르게 치마를 걷어 올리고 세옥에게 달려들었다.

‘이 여편네가 속옷도 안 입고······.’

세옥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용의 내단 때문에 여자들이 제 정신이 아니었다.

가슴이 밀착대고 입술과 입술이 닿았다.


‘젠장······.’


세옥과 섭은랑이 하나가 되었다.

섭은랑은 서서히 내력을 끌어올려 서생의 내단을 흡수하려고 했다.

그런데 놈이 저항했다. 무엇인가 놈의 내부에서 버티더니 갑자기 그녀의 내력이 역행하고 있었다.

‘왜, 왜이래?’

섭은랑은 당황하여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내력이 계속 빠져 나가고 있었다.

“아, 안 돼!”

섭은랑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내력이 모두 빠져 나가게 되면 무공을 할 수 없게 된다.

섭은랑은 내력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전력으로 버티었다. 그러나 흡인력이 너무나 강했다.


‘이놈이 흡성대공을 익혔어. 나는 아작이 난 거야.’


섭은랑은 온 몸을 전율했다. 눈이 하얗게 뒤집어졌다.

“안 돼. 제발 그만해.”

섭은랑은 울상이 되어 애원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다. 그녀의 내력이 모두 빠져 나가게 되면 무공을 할 수 없게 된다.

섭은랑은 내력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전력으로 버티었다. 그러나 흡인력이 너무나 강했다.

내력이 자꾸 빠져 나가고 있었다.

피한 방울까지 모조리 빠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아이고··· 나 죽네.”


섭은랑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내력이 놈에게 급속하게 빨려가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 죽일 놈!’


섭은랑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하여 세옥을 향해 일장을 후려쳤다.

“억!”

세옥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섭은랑이 나가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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