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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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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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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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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글자수 :
591,161

작성
24.05.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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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8화 무림지보(7)

DUMMY

정일사태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태!”

이번에는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정일사태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죽었네!’


세옥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지?’


세옥은 혈도가 찍혀 있어 정일사태의 시신을 밀어버릴 수가 없었다.

난감하여 당혹스러웠다.

세옥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저절로 혈도가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세옥은 시체에 짓눌린 채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자 막막했다.

‘이게 무슨 낭패냐?’

게다가 산속이었다. 산에는 짐승들이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다.


세옥은 몸을 움직이려고 애를 써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꼼짝을 할 수 없었다.

비가 오려는 것일까.

풀숲과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에 축축한 물기가 묻어 있다.


먼 산에서 횃불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세옥을 찾는 무림인들이 건너편 산을 수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짐승들이 몰려오면 큰일인데······.’

세옥은 씁쓸했다.

그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옥은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이게 뭐야?


자세히 보이지 않았으나 노루인 것 같았다.

노루가 가까이 와서 정일사태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세옥은 소름이 끼쳤다.


“저리 가!”


세옥은 소리를 질렀다.

노루가 육식동물은 아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해를 끼칠 것 같았다.


크르릉--!


어디선가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랑이가 포효를 하자 산이 울리고 공기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노루가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젠장, 이러다가 짐승들에게 잡아먹히는 거 아니야?’

세옥은 눈앞이 캄캄했다. 이렇게 무력해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그동안 겪은 수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가고 스쳐왔다.

혈도가 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산속에서 죽을 수도 있다.


망할놈의 노파······.


세옥은 정일사태에 분노가 일어났다. 그녀가 채음을 하려다가 오히려 내력을 흡수당해 죽었다.

엄중한 사태가 벌어졌다.

무림인들은 이제 세옥을 무림공적으로 몰아세울 것이다.


*


“워!”


장전일이 말을 세웠다.

“워!”

두향도 말을 세우고 장전일을 쳐다보았다.

말도 몇 시간씩 계속 달릴 수 없다. 준마라고 해도 한 시진 정도 달리면 일각 정도 쉰 뒤에 다시 달려야 한다.

“비가 올 것 같구나. 대량성까지 얼마나 남았지?”

장전일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리 정도 남았습니다.”

두향이 대답했다.

길가의 나무들이 검푸르게 나부끼고 있다.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었다. 처음 말을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달이 떠 있었는데.

바람결에 축축한 물기가 섞여 있었다.


장전일이 말에 매달아놓은 가죽주머니를 꺼내 물을 마시고, 두향에게 건네주었다.

“공자님.”

두향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왜?”

“공자님, 우리가 무림지보를 꼭 구해야 합니까?”

두향은 가죽주머니를 돌려주었다. 무림맹주 사마독은 무림맹주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가자.”

장전일이 말을 세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두향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공자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야?


두향은 장전일이 사마독과 대립하고 있어서 불안했다.

“이랴!”

장전일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랴!”

두향도 장전일을 따라 말을 달렸다.

“이랴!”

두향은 빠르게 말을 몰았다. 장전일은 벌써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달은 없었으나 대로를 달리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우리 공자님이 무림의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데······.


두향은 말을 달리면서 흥분이 되었다.

장전일은 광명정대한 인물이다. 음침한 무림맹의 인물들과는 다르다.

장전일은 그동안 무림맹의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무림지보를 위해서 수백리 길을 달려온 것이다.


무림지보가 누군데 공자님이 저렇게 신경을 쓰시지?


두향은 잿빛 도포를 펄럭이면서 말을 달리는 장전일을 따라 더욱 세차게 말을 달렸다.


*


흑의를 입은 무림인들이 줄줄이 날아왔다.

그들은 와우산(臥牛山) 능선에 이르자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소가 누운 것 같다고 하여 와우산이라고 부르는 산의 능선에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뺨을 스치는 바람에 물기가 실려 있다.

남쪽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의원님, 무림지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내가 취의궁장을 입은 여인을 향해 공손히 말했다.

그들은 무림지보가 대량성 50리밖에 나타났다는 정보를 듣고 달려온 용문표국(龍門漂局) 표사들이었다.


대량성에서 가장 크다는 용문표국.


표국의 국주는 마영풍(馬影風), 무공은 강호의 고수에 속한다.

표사는 수백명에 이르렀고, 여러 곳에 지국을 두고 있었다.

마영풍의 부인은 포숙정(包淑貞).

미모가 뛰어나고 의술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러나 소문은 인색하다는 평판이었다.

부자에게 굽실대고, 가난한 환자에게는 왕진을 가지 않는다고 했다.

포숙정은 용문표국 옆에서 의원 양생당(養生堂)을 운영하고 있다.


마영풍은 표물을 호송하러 요동에 갔다가 온 뒤에 낙양에 갔다.

낙양에는 마영풍의 첩이 있다.

포숙정은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남편이 첩을 두는 것을 허락했다.

그때 무림지보가 대량성 가까이에 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포숙정은 용문표국 표사들을 거느리고 달려왔다.

포숙정이 청풍객잔에 이르렀을 때는 옥소부인에 의해 무림지보가 납치되고, 무림인들이 뿔뿔이 흩어진 뒤였다.


포숙정은 표국의 표사들을 동원하여 무림지보를 추적하다가 와우산에 이른 것이다.

“총표두님은 표사들을 지휘하여 남쪽 봉우리를 수색하세요. 나는 혼자 북쪽 봉우리를 수색할게요.”

포숙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총표두 백만겁에게 지시했다.

“의원님,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백만겁이 포숙정을 쳐다보았다.

혼자서 북쪽 봉우리를 수색하다니.

뭔가 그녀만의 속셈이 있는 것 같았다.

“호호. 북쪽은 봉우리가 하나뿐이고 남쪽은 봉우리가 여러 개 있어요.”

혼자서 충분하다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총표두 백만겁이 인사를 하고 표사들과 함께 멀어져 갔다.


‘흥! 분명 수상한 짓을 저지르려는 거야.’


백만겁은 짙은 의혹이 일어났다.

포숙정이 표사들은 거느리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밤길이고 산속이었다.

이런 산속을 혼자서 가다니. 무림인이라고 해도 수상쩍기 짝이 없었다.


‘혹시 무림지보를 찾아가는 건가?’


백만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표국의 국주 마영풍은 최근에 백만겁을 멀리하고 있었다.

백만겁은 포숙정 부부가 노골적으로 자신을 내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국주인 마영풍과 포숙정을 가까이서 모셨다. 그들 자신들을 위해 일을 하는 표사들이나 의원들에게까지 인색했다.


포숙정은 백만겁과 표사들이 보이지 않자 오솔길로 신형을 날리기 시작했다.

일단 거추장스러운 백만겁은 떼어놓았다.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무림지보의 몸에는 천리향이 발라져 있었다.

추적술의 대가 부용선자 옥비연이 발라놓은 것이다.

무림에서 천리향의 냄새를 추적할 수 있는 인물은 옥비연과 의원인 포숙정 등 몇 사람뿐이었다.


무림지보 이세옥.


포숙정은 숲속을 달리면서 이세옥을 생각했다.

무림인들이 용의 내단 때문에 눈이 벌게져 그를 찾고 있었다.


‘뭐야?’


포숙정이 오솔길을 따라 달리고 있을 때 길섶에 하얀 물체가 보였다. 한 눈에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포숙정은 바짝 긴장했다.

말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나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산속에서 무얼하는 거야?’


포숙정이 잔뜩 경계를 하면서 가까이 가자 엎드려 있는 것은 여자였고, 그 아래 남자가 깔려 있었다.

포숙정은 얼굴을 찡그렸다.

괴상망측한 모양새다.

포숙정은 조심스럽게 그들을 살폈다.

그들은 죽어 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여자는 뜻밖에 반들반들한 민머리였다. 잿빛의 승려복을 입고 목에는 염주까지 걸려 있었다.

‘이런!’

포숙정은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둘이 모두 죽었나······?’


포숙정은 두 사람을 살피다가 경악했다.


‘정일사태······!’


포숙정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정일사태는 죽어 있고 남자는 혈도가 찍혀 있었다. 포숙정은 정일사태가 왜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

“누, 누구 짓이에요?”

포숙정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망측한 꼴이다. 정일사태는 하체에 아무 것도 걸치고 있지 않아 음행을 하다가 죽은 것으로 보였다.

사내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혈도를 풀어주시오.”

사내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형제가 살해한 거예요?”

“아니오. 나는 혈도가 찍혀 있는데 어떻게 살해하겠소?”

포숙정은 낯이 뜨거워졌다.

“그럼 왜 죽은 거예요?”

“나도 모르오. 갑자기 죽었소.”

“무공을 알아요?”

“모르오. 무공을 알면 내가 당했겠소?”

사내의 대답이 퉁명스러웠다.

포숙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그 짓을 하다가······?’


포숙정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남사스러운 일이다.

의서에는 남녀가 정사를 벌이다가 한쪽이 죽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정일사태가 용의 내단을 흡수하려다가 죽은 것인가?’


포숙정의 눈이 크게 떠졌다.

“혹시··· 소형제가 무림지보예요?”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남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소.”

세옥이 지겹다는 듯이 말했다. 포숙정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정일사태는 외상이 없었다.

무림지보는 혈도가 찍혀 있으니 그의 짓은 아니다.

주위에 인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림인이 숨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포숙정이 정일사태를 세옥에게서 밀어냈다.

“소형제는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었어요?”

“무림 여자들이 이 꼴로 만들었소. 내단을 빼앗으려고······.”

“내단을 빼앗겼어요?”

“그대도 내단을 취하려고 왔소?”

“아니에요. 나는 의원이에요.”

“의원이 무슨 일이오?”

“소형제와 상의할 일이 많이 있어요.”

“그럼 혈도를 풀어주시오.”

“알았어요.”

포숙정이 빠르게 세옥의 혈도를 풀었다. 그러나 옷이 벗겨져 있어서 난감했다. 상의는 벗겨지지 않았으나 하체는 알몸이었다.

“옷을 입어야 하는데······.”

세옥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포숙정이 정일사태의 옷을 벗겨 세옥에게 감싸주었다.

“소형제, 같이 도망쳐요.”

포숙정이 세옥을 안고 경공을 전개하려고 했다.

그때 풀숲에서 남자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위기에서 벗어나자 또 위기가 닥치고 있었다.

무림인들이 매복해 있다.


하나, 둘······.


암습자들은 뜻밖에 여러 명이었다.

“누가 오고 있소.”

세옥이 소리의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포숙정이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쇄애애액--.


그때 바람을 가느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쇠노가 날아왔다.

빗소리 때문에 신경을 집중해야 들을 수 있었다.

어두워서 쇠노가 날아오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윽!”

포숙정이 짧은 비명을 토했다. 그녀의 어깨에 쇠노가 깊이 박혔다.

“소형제, 이쪽으로 가요.”

포숙정이 세옥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에도 무림인들이 매복하고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쇠노를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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