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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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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05 10: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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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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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4화 무림지보(3)

DUMMY

군웅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도 바짝 얼어붙은 표정이다.


‘엄청난 고수네.’


세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삼스럽게 청의부인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면사로 얼굴을 가려 나이를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그러나 옷과 면사가 모두 고급지다.

황실에서만 사용한다는 주나라 양읍지방의 금사(錦絲, 실크)로 짠 천이다.


군웅들은 청의부인의 놀라운 무공에 경악했다.

그들은 청의부인이 어떤 무공을 펼쳤는지도 보지 못했다.

그녀의 무공은 절대고수의 것이었다.


장내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음.”

군웅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신음을 토했다.

“옥소부인!”

혜초대사가 입을 벌리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옥소부인(玉簫婦人).


옥소부인은 정사간의 인물로 무림 절대고수 8명이 대결을 벌였던 곤륜대회전(崑崙大會戰)의 한 명으로 꼽혔다.

그녀의 이름이나 신분은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무림맹주 사마독, 소림사 방장 혜원대사, 우문세가 가주 우문석렬, 벽해도 도주 황운하를 비롯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절대고수 4명이 참여했는데 5번째 인물이 옥소부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었다.


옥소부인!


세옥은 눈을 크게 떴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무림의 상상할 수도 없는 고수다.

객잔의 무림인들도 혼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옥소부인이 무림에 나타난 것은 딱 두 번 뿐이었다.

첫 번째는 곤륜대회전이었고 두 번째는 해씨보전(解氏寶典) 사건 때였다.

해씨보전은 무림의 절대비급이었다.

한때 당가촌에 나타났다고 하여 무림이 들끓었었다.


옥소부인은 무림의 8대고수다.

그 정도의 고수라면 자신의 내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세옥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옥소부인은 나이도, 출신도, 심지어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하얀 퉁소를 가지고 다니고, 청의를 입고 다녀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일설에는 그녀가 하얀 퉁소를 갖고 다니기 때문에 옥소부인으로 불린다는 말도 있었다.

음공(音功)에 뛰어난 여인이었다.


재상 백경천의 부인.


변하방 방주 탁왕손의 딸이라는 사실은 극소수 무림인만 알고 있었다.

“시주는 무슨 일로 여기에 오셨소?”

혜초대사가 옥소부인 탁문정에게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그도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대사와 똑같은 목적이지 무엇이겠소?”

옥소부인은 혜초대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나무아무타불······.”

혜초대사가 옥소부인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뒤로 물러났다.

옥소부인이 나타났으니 자신은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 여자는 나를 치료할 수 있을까?’


세옥은 옥소부인을 만나게 되어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소형제, 나와 함께 같이 가지 않겠나?”

옥소부인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의외로 부드러운 목소리다.

무공이 저승사자처럼 무시무시하다는데.

매염방 여자들은 멀리 떨어져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들도 옥소부인에게는 감히 맞서지 못하고 있었다.

“옥소부인이라고 하던데 누구의 부인이오?”

세옥이 빙그레 웃었다.

“그, 그건··· 말할 수가 없네.”

옥소부인이 당황한 듯이 얼버무렸다.

“나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미라오. 누구의 부인인지 밝히지 않으면 같이 가지 않겠소.”

“인간들이 좋게 말하면 듣지 않고 사람을 귀찮게 하는구나.”

옥소부인의 눈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세옥의 혈도를 찍었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것도 보지 못했다.


“헉!”


세옥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옥소부인이 재빨리 세옥을 안고 신형을 솟구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앗!”


군중들이 경악하여 입을 벌렸다.

옥소부인이 세옥을 안고 빠르게 객잔 밖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아······.


군웅들은 마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넋을 잃었다.

그녀가 벌써 저 멀리 지붕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


창가에는 창백한 얼굴의 소녀와 중년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옥소부인이 세옥을 납치하듯이 안고 날아가자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무림의 군웅들도 웅성거리면서 술을 마시거나 흩어졌다.

옥소부인이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객잔은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간 것 같았다.

“가자!”

매염방의 나부약과 제자들이 객청을 나갔다.


그들이 나가는 모습을 중년여인과 소녀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중년여인은 40세 정도 되어 보였고, 소녀는 15, 6세 정도 되어 보였다.

그들은 하얀 백의를 입고 있었다.


먼 길을 온 탓에 지쳐 있었다. 그런 가운데 소녀의 맑은 눈이 알 수 없는 슬픔에 잠겨 있었다.

“유모, 옥소부인에게 잡혀 간 서생이 정말 무림지보일까요?”

소녀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소녀는 살결이 눈처럼 하얗고, 눈이 컸다.

몸은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 것처럼 가냘팠다.

음지에서 자란 풀잎처럼 생기가 없어 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기운도 느껴졌다.

“아직 모르겠어요.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어요.”

중년부인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그 서생이 무림지보라니 나에게 내력을 조금만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무림지보가 맞으면 제가 죽여서 피를 모두 뽑아 아가씨께 드릴게요.”

중년부인의 목소리가 잔혹했다.

“안돼요. 죽이지 말아요.”

소녀가 재빨리 반박했다.

“네?”

“나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싫어요.”

“아가씨, 대업을 이루셔야죠. 아가씨는 반드시 우리 해국(解國)을 세워야 돼요.”

“대업은커녕 나는 몇 달을 더 살지도 몰라요.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게 좋을 거예요.”

소녀는 지친 듯한 말투였다.

“아가씨, 약한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내가 어떻게 하든지 아가씨를 살릴 거예요.”

중년여인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은 저 멀리 미타호에서 수천리를 달려온 해연화와 월화부인 일행이었다.

오로지 무림지보를 찾아서.

그러나 세옥이 무림지보인지 아닌지 먼저 확인을 해야했다.


소녀가 천천히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식욕이 일어나지 않는지 금세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


무림맹 앞에는 총순찰대 무사들 40명이 도열해 있었다.

총순찰 장전일의 직계 부하들이었다.

“공자님.”

총순찰대의 무사 천보가 장전일에게 다가왔다.

장전일의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무림맹주인 사마독이 그의 요청을 거절하고 대량성으로 가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경성으로 간다.”

장전일이 말에 올라탔다.


경성은 대량성이다.

“경성으로 간다.”

천보가 복창했다.

“예!”

무사들이 일제히 말에 올라탔다.

“이랴!”

장전일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랴!”

무사들도 채찍을 휘두르면서 일제히 말을 달렸다.


두두두두.


말발굽이 지축을 울리고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대량성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부용선자 섭은랑은 옥소부인이 세옥을 안고 날아가자 희미하게 웃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저 멀리로 사라졌다.

옥소부인의 경공은 놀라울 정도였다.


‘후후. 내가 이럴 줄 알고 서생놈의 몸에 천리향(千里香)을 발라놓았지.’


섭은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리향은 천리까지 냄새가 풍긴다는 천리초(千里草)의 잎에서 추출한 향이었다.

섭은랑이 강호 제일의 추적술을 갖고 있는 것은 천리향과 경공 때문이었다,

‘저 계집은 추적술을 갖고 있어.’

정일사태가 섭은랑이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


휘이이익--.

휘이익--.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옷자락이 펄럭거렸다.

옥소부인은 세옥을 안고 가볍게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초상비(草上飛).


풀잎 위를 난다는 경공이다.

세옥은 당약란과 천기노인의 경공 외에는 이렇게 빠른 경공술을 본 일이 없었다.

그것도 남자를 안고서.

혜초대사가 양보를 하는 것을 보면 무공도 보통이 아닐 것이다.


세옥은 눈을 감고 옥소부인에게 매달렸다.

처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나 점점 익숙해져 갔다.

당약란도 세옥을 안고 경공을 펼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는 자존심이 몹시 상했었다.

당약란이 전개하는 녹수소요보도 옥소부인 못지않았다. 어쩌면 옥소부인보다 더 뛰어난 경공인지도 몰랐다.


‘사내대장부가 이게 무슨 꼴이냐? 여자에게 안겨서 날아야 하니······.’


세옥은 뺨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면서 코를 킁킁거렸다.

옥소부인에게서 알 수 없는 향기가 풍기는 것 같았다.

여자의 향기, 가슴에서 풍기는 향기다.

옷도 최고급 비단이라 부드러운데 향기까지 좋았다.


‘절대고수인 것 같은데······.’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무림의 배분도 높을 것이다.

세옥의 얼굴은 옥소부인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세옥은 하체에서 무엇인가 뜨거운 기운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부인, 어디로 가는 거요?”

세옥이 옥소부인에게 물었다.


들판을 지나자 울창한 죽림이 보였다.

죽림 너머 거칠게 흘러가는 황하가 눈앞에 나타났다.

황하는 붉은 흙탕물이다.

“후후. 조용한 곳으로 간다.”

옥소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설마 이 여자가 나를······?’


세옥은 옥소부인에게 무슨 일을 당해도 좋으니 내단만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에 그녀의 면사가 펄럭거렸다.

펄럭이는 면사 사이로 아름다운 얼굴이 흘깃 보였다.

“조용한 곳에는 왜 가는 거요?”

“몰라서 묻냐? 소형제의 내단을 취하기 위해서지.”

“내단을 어떻게 취하려고······?”

“내단을 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 호호······.”

옥소부인이 풀숲으로 날아내렸다.

세옥의 말에 꼬박꼬박 대꾸를 해준다.

기분이 좋은 것인가.

옥소부인이 세옥을 풀숲에 내던졌다.


“아이쿠 내 엉덩이.”


세옥은 엉덩이가 부서질 듯이 아팠다.

어디까지 날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반 시진은 족히 날아왔을 것이다.


풀숲은 조용하고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옥소부인도 세옥의 옆에 앉아서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경공이 보통이 아니네. 무공도 뛰어나겠지.’

세옥은 옥소부인에게 위압감이 들었다.


졸졸졸.


어디선가 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냇물이 가까이 있는 모양이다.

세옥은 옥소부인을 쳐다보았다. 나이가 몇 살인지 알 수 없다.

가슴은 둥글게 솟아나와 있고 허리는 잘록했다.


둔부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무공을 연마해서 몸매가 날씬했다.

‘아이고, 몸매 한 번 죽이네.’

세옥은 속으로 헐헐대고 웃었다.

세옥은 긴장이 되었다. 그녀가 세옥을 납치한 것은 내단 때문이다.


옥소부인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부인, 내 혈도를 풀어주면 안 되겠소?”

세옥이 눈치를 살피다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시끄럽다. 생각 좀 하게 입 다물고 기다려라.”

옥소부인이 풀숲에서 일어섰다.

깊은 생각에 잠겨서 풀숲을 서성거렸다. 무엇인가 그녀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이 여편네가 나를 따먹으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것인가? 크크······.’

세옥은 야릇하게 웃었다. 여자가 작정하고 그를 납치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러지?


세옥은 평소의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몸이 더워지고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마녀가 장난을 하는 것인가?


세옥은 고개를 흔들었다.

“부인, 나와 놀려는 거요?”

“이놈이!”

옥소부인이 세옥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어이쿠! 왜 발로 차는 거요? 나와 놀려면 말로 하지. 내가 그렇게 좋은 거요?”

세옥이 의도하지 않는데 이상한 말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계속 떠들어대면 입을 찢어버릴 것이다.”

옥소부인이 세옥을 노려보았다.

말투가 거칠게 변하고 눈빛이 사나워져 있었다.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인가?’


세옥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옥소부인에게 대처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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