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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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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07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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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0,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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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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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6화 무림지보(5)

DUMMY

여자들은 강명학과 옥비연의 동정에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그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로 갔지?”

강명학의 물음이다.

“누군가 납치해 간 것이 분명해요.”

옥비연은 짜증스러워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세옥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저쪽으로 가봅시다.”

강명학과 옥비연이 달빛 속으로 달려갔다.

조금 전까지 죽일 듯이 싸우다가 이제는 서로 협력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요사스러운 여자들에게서 도망치지?’


세옥은 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자들이 다섯명이나 되네!’

세옥은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내 강명학과 옥비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매염방의 여자들은 한참동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놈을 어떻게 하지?”

나부약이 몸을 일으켰다.


나부약은 30대고 네 여자는 20대였다.

지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대사저, 여기서 내단을 취하고 죽여 버립시다.”

여자들의 말에 세옥은 소름이 끼쳤다.

그녀들은 사람을 죽이는 일을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좋아. 내가 먼저 이놈의 내단을 취한다.”

나부약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대사저가 먼저 하겠다는 거예요?”

다른 여자가 반발했다.

“춘란, 내가 대사저야. 당연히 내가 먼저 내단을 취해야지. 걱정하지 마. 2할만 취할게. 공평하게 다섯이 나누는 거야.”

나부약이 음침하게 웃었다.


여자들은 모두 다섯이었다.

내단을 다섯으로 나누어 흡수하겠다는 수작이다.

“사부님이 알면 우리를 죽이려고 할 텐데요.”

“우리만 입 다물면 사부님이 어떻게 알아? 너희들은 망이나 잘 보고 있어.”

나부약이 음침하게 웃었다.

“알았어요.”

여자들이 등을 돌렸다. 그녀들은 망을 보고 나부약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 여자들도 채음공으로?


나부약이 기분좋은 표정으로 세옥을 내려다보았다.

무림지보 세옥을 손에 넣어 입이 잔뜩 벌어져 있다.

“이놈아, 누나들이 귀여워해줄 테니 고마워해라. 호호······.”

나부약이 세옥의 뺨을 톡톡 쳤다.

인형처럼 가지고 놀겠다는 수작이다.


‘아무리 매염방이라고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세옥은 불쾌했다.

매염방은 기루 출신 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닳고 닳은 여자들이다. 그러니 남자를 희롱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평소에 남자들에게 희롱만 당해 왔으니 그대로 되갚아주려는 수작인가.

나부약이 쓰러져 있는 세옥에게 올라왔다.


‘젠장 이게 뭐야?’


세옥은 일진이 사납다고 생각했다.

매염방의 여자들은 일이 끝나면 그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호호호.”

나부약이 부드러운 손으로 세옥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의 뺨을 만지면서 자세히 살핀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네.’


세옥은 눈을 감았다.

나부약에게 저항할 수 없어서 난감했다.

나부약이 스스로 치마를 걷어올렸다. 그녀는 빠르게 속바지까지 벗어던졌다.

“낭자, 이러지 말아요. 협녀가 이런 짓을 하면 되겠소?”

세옥은 다급하게 나부약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혈을 찍었다면 말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개뼈다귀 같은 소리 작작해라. 내단이나 나한테 줄 준비를 해.”

“내단은 절대 가져갈 수 없소.”

“흥! 네놈 뱃가죽을 갈라서라도 내단을 취할 것이다.”

나부약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뭐 이따위 계집이 있어?’

세옥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나부약이 너무 사납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꼼짝없이 당하게 생겼다.


그때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려왔다.

세옥은 다른 사람들보다 귀가 몇 배나 밝다.

세옥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나부약의 어깨 너머로 어두운 하늘이 보였다.


쐐애애액--!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다.

세옥은 그 소리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소리에서 무서운 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화살은 보이지 않았다.


“아악······!”


매염방의 여자 하나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나뒹굴었다.

그녀들은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누구야?”

“화살이다!”

여자들이 우왕좌왕하면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살폈다.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화살이 잇달아 날아왔다.


“아악······!”


또 한 명의 여자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화살이 너무 강해 여자는 화살과 함께 저만치 날아가 처박혔다.

화살이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철궁 구세경······.”

나부약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철궁(鐵弓) 구세경(丘世慶)!


백발백중의 명사수로 강호에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는 당가촌에도 나타나 용을 향해 활을 쏘았었다.

그의 활은 너무나 강해서 시윗줄을 당기는 사람도 없었고, 그가 쏜 화살은 판자를 뚫고 벽을 뚫는다고 했다.

9품에 이르는 절대고수들도 구세경에게는 한 수 양보한다는 명궁이다.

“피하자!”

나부약이 사색이 되어 신형을 날렸다. 그녀는 납작 엎드려 엉금엉금 기어 달아났다. 어둠 속에서 하얀 엉덩이가 기괴해 보였다.


*


구세경이 세옥의 혈도를 풀었다.

세옥은 일어나 앉아서 구세경을 빤히 쳐다보았다.

혈도가 풀렸다고 해도 그에게서 달아날 수는 없다.

달아나려고 하면 그의 화살이 등짝을 꿰뚫을 것이다.


구세경은 30대의 장년이다.

활을 들고 어깨에 화살통을 메고 있었다.

그만한 나이에 9품고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무림지보인가?”

구세경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물었다.

수염이 덥수룩했다. 무림 고수의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남들이 그렇다고 하오.”

세옥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아, 이게 무슨 망신인가. 여자들에게 수모를 당하더니 이제는 철궁 구세경의 포로가 되다니.


세옥은 무공을 할 수 없어서 절망했다.

마녀는 어디로 갔는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가촌에서 멀리도 달아났군.”

구세경이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세옥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소형제를 추적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의 목소리는 냉막했다.

“소형제에게 용의 내단이 있는가?”

“대답하지 않겠소.”

“흥! 미안하지만 소형제의 내단은 내가 가져갈 것이다.”

“남의 것을 왜 가져가시오?”

세옥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무림 고수라고 해도 스스로 굽히고 들어갈 수는 없다.

“소형제에게 있어도 쓸모가 없을 것···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야지.”

“나를 죽일 생각이오?”

“흐흐··· 죽이지는 않겠다.”

“내단을 흡수하면··· 결국 나는 죽게 되지 않겠소?”

“내력으로 흡수하는 방법도 있다.”

구세경이 세옥의 앞에 단정하게 앉았다.

내력으로 흡수한다는 것은 흡성공(吸成功)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말 내력으로 내 내단을 흡수할 작정인가?’


세옥은 수상쩍은 눈빛으로 구세경을 살폈다.

구세경이 흡성공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흡성공은 사파의 무공이 아닌가. 그런데 구세경이 소상신경을 알고 있다고?

구세경이 세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뜨거운 기운이 밀려왔다.

세옥은 조용히 내공심법의 구결을 외기 시작했다.


순간 세옥의 몸에서 무엇인가 반응이 일어났다.

그의 몸에서 내단을 흡수하려는 구세경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어, 어떻게······.”

구세경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세옥도 당황했다. 그의 내부에서 구세경의 내력에 반응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세옥은 의아했다.

구세경이 세옥의 몸에서 무엇인가 빨아들이는 듯하자 그의 몸이 거부를 하고, 구세경이 이에 대항하여 내력을 잔뜩 끌어올리자 오히려 세옥을 향해 그의 내력이 끌려오고 있었다.

구세경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흡, 흡성지공······!”


구세경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구세경이 경악하여 힘껏 손을 내쳤다.


펑--!


요란한 굉음과 함께 세옥이 나가떨어졌다.

세옥은 흡사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가슴이 부서지는 것처럼 아팠다.

“윽!”

세옥은 피를 왈칵 토했다.

튕겨져 나간 구세경은 단정하게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코끝으로 희미하게 꽃향기가 풍겨왔다.

세옥은 순간적으로 여자의 짓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이것은······?’


구세경이 중얼거리다가 풀썩 쓰러졌다.

코끝에 풍기는 것은 강력한 미혼향이다.

잠을 재우는 독가루가 뿌려진 모양이다.

세옥은 가까스로 일어나 앉았다.

“호호. 결국 무림지보가 내 손에 들어왔구나.”

옷자락이 펄럭이면서 한 여인이 날아왔다.


자색 옷의 여인이었다.

“소형제, 소형제는 왜 멀쩡해요?”

세옥은 용의 내단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용의 내단이 만독불침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대는 객잔주인이 아니오?”

“호호. 맞아요. 천면마희 섭은랑이에요.”

“천면마희······.”

“천의 얼굴을 가진 여자죠. 그런데 소형제는 왜 독에 중독되지 않았어요?”

천면마희가 세옥을 빤히 쳐다보았다.


세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용의 내단 때문인가?”

“구세경에게 무슨 짓을 한 거요?”

세옥이 천면마희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호호호. 무공이 약한데 어쩌겠어요? 강호에서 살아남으려면 방책이 있어야지요. 미혼약을 뿌렸어요.” 소형제 많이 다쳤어요?”

천면마희가 다정하게 눈웃음을 쳤다.


‘무림에 음탕한 여자들이 왜 이렇게 많아?’


세옥은 손으로 입가를 문질렀다. 손바닥에 끈적거리는 것이 묻어났다.

“저런! 피를 흘렸나봐.”

천면마희가 세옥에게 다가와서 혀로 피를 핥았다.

“이러지 말아요.”

“호호. 천하제일 풍류남아께서 뭐가 부끄러워요?”

“피가 뭐가 좋다고?”

“보통 사람 피가 아니에요. 무림지보의 피는 보약이래요.”

천면마희가 혀로 제 입술을 핥았다.

“누가 그런 헛된 말을 하는 거요?”

“내단만 효력이 있는 게 아니에요. 소형제의 피도 효능이 있어요. 신농본서에 씌어 있어요.”

“신농본서?”

신농본서는 오래된 의서로 세옥도 본 일이 없었다.

“고대의 의서예요.”

“그럼 그 책을 봤다는 말이요?”

“내가 본 건 아니고··· 호호··· 소형제, 나와 같이 가요.”

천면마희가 세옥에게 다가왔다.


세옥은 흠칫했다.

“어, 어디로 간다는 말이오?”

“설마 이 산속에 있을 건 아니죠?”

“그건 아니지만······.”

세옥은 뒷걸음을 쳤다.

천면마희를 따라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 하나? 개줄로 묶어서 끌고 가나?”

천면마희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


세옥은 천면마희를 쳐다보았다.

천면마희가 그의 혈도를 찍은 뒤에 그를 안고 신형을 날리기 시작했다.


‘내가 악몽을 꾸는 것도 아니고······.’


세옥은 골머리가 아팠다.

오늘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옥소부인에 이어 부용선자, 도신 강명학, 매염방의 제자들, 철궁 구세경이 나타나더니 천면마희까지 출현한 것이다.


천면마희도 세옥의 내단에 눈이 벌게져 있었다.

“소형제, 내가 편안한 곳으로 모실게요. 호호.”

천면마희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이게 무슨 꼴이야?’


세옥은 천면마희에게 납치되고 있었다.

오늘 밤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마치 현실 같지 않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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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무림지보(6) 24.05.14 1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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