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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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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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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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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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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9화 마녀의 사랑(4)

DUMMY

몽이는 탁문정을 향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탁문정의 사나운 성품을 알고 있어서 바짝 긴장했다.

탁문정이 그녀를 호출했다.

몽이는 탁문정의 친정인 변하방 출신이다.

“적산을 아느냐?”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습니다.”

“적산에 다녀와야겠다.”

“예?”

적산은 무슨 일로?


몽이는 의아했다.

적산은 대량성에서 천리가 넘는다.

“적산에 추설이 있다. 데리고 오너라.”

오래 전부터 백경천에게 딸이 있다는 말은 들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백추설(白秋雪).

어릴 때 행방불명이 되었다.


집안의 두통거리라고 하여 집에서 쫓겨났다고 하더니 왜 데리러 오라고 하는 거지?


몽이는 의문이 일어났다. 그러나 꼬치꼬치 캐물을 수는 없다.

탁문정은 성격이 난폭하다.

“추설이 백도교의 무공을 배운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의 대업을 도우라고 해라.”

“부인, 저는 아가씨를 잘 알지 못합니다.”

몽이는 어릴 때 백추설의 시중을 들었다.

“추설도 집이 그리울 것이다. 재상가의 딸로 대우해 줄 테니 오라고 해라. 재상은 이 나라에서 황제 다음으로 높은 사람이다. 그 권력을 누리게 해주겠다고 해라.”

“네.”

몽이는 대답을 했으나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쫓겨난 백추설이 다시 돌아오려고 할까? 쫓아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부르는 거지?

그러나 주인의 명령이다.

“어떻게 하든지 데리고 와라.”

“네.”

몽이는 절을 하고 물러나왔다.


잠시 정원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백추설이 백도교의 무공을 배웠다고?

백도교의 무공은 사파 최고의 무공이라는 혈수장과 비천검법이다.


무림맹주 사마독만이 그 무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백추설이 그 무공을 익혔다는 말인가?

몽이는 총관에게 적산에 간다는 보고를 하고 방에 돌아와 행장을 꾸렸다.

적산까지 다녀오려면 빨라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다.


몽이는 변하방에 가서 통행증도 얻었다.

운하를 변하방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통행중이 있으면 여행을 하기에 편리하다.


‘만두나 먹고 갈까?’


천리가 넘는 먼 길을 가야한다.

한동안 좋아하는 만두를 먹을 수 없을 것이다.

몽이는 번화가로 걸음을 옮겨 만두가게로 들어갔다.


경성 제일의 만두가게니······.


항상 손님들이 많았다.

주인은 서생이라고 하는데 얼굴을 본 것은 딱 한 번 뿐이다.

그날도 만두가게에 왔다가 가게로 들어오는 그를 보았다.

그는 한가하게 부채를 흔들고 있었다.


임풍옥수.


몽이는 서생의 모습이 임풍옥수 같다고 생각했었다.

“서방님.”

만두가게 여자들이 일제히 반색을 하며 그에게 매달렸다.

만두가게 여자들이 모두 그의 부인들이라고 했다.


미쳤네. 무슨 부인이 넷이나 돼?


만두가게 여자들이 모두 부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하품이 나왔다.

그러나 더욱 놀랄 일이 있었다.

그의 부인이 자그마치 수십명이나 된다고 했다.


뭐? 부인이 수십명이 넘는다고?


서생은 만두가게가 여러 곳에 있는데 그곳에 있는 여자들이 모두 부인들이라고 했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서생에 대한 소문이 무수하게 나돌았다.

음란한 놈, 이재민과 걸인들을 돕는 생불(生佛).

그러나 부인이 수십명이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부인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운봉이라는 여자가 반갑게 몽이를 맞이했다.

만두가게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서생 대신 만두가게의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는 여자였다.

손님들에게 항상 웃는다.

“만두 좀 주세요.”

“네.”

몽이는 창가에 앉았다.


창밖으로 번화가를 오가는 행인들이 보였다.

“맛있게 드세요.”

운봉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갖다가 놓았다.

“고마워요.”

몽이는 젓가락을 들어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여전히 만두맛이 좋다.

“어서 오세요.”

그때 대장군 조광윤이 청수한 중년문사 차림으로 부하 한 사람과 함께 들어왔다.

몽이는 깜짝 놀라 긴장했다.


이충 장군······.


조광윤을 따라 들어온 장수다.

이씨세가 출신인데 조광윤의 군영에 들어갔다.

그들은 하필 몽이의 뒷자리에 앉았다.

평범한 무림인들처럼 칼 한 자루를 들고 있을 뿐이다.


설우가 주문을 받아서 돌아갔다.

“대장군, 서생이 용의 내단을 얻었다고 합니다. 사실일까요?”

용의 내단 때문에 무림이 떠들썩했다.

서생이 용의 내단을 얻어?

어쩐지 사실이 아닐 것 같았다.

“그게 궁금한가?”

“대장군께서는 서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바둑을 한 번 두고 싶은 친구야.”

조광윤이 낮게 말했다.

조광윤은 왜 서생과 바둑을 두고 싶은 거지?

몽이는 만두를 먹으면서 조광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갑자의 내력을 얻으면 무림의 판세가 달라지겠지요. 마왕퇴에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서생이 마왕퇴에도 갔다고? 글 읽는 서생이 마왕퇴에는 왜 가?

“서생이라고 마왕퇴에 가지 말라는 법이 있나?”

조광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마왕퇴의 봉인이 해제되어 마녀가 나오면······.”

이충은 서생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그때 조광윤에게도 만두가 나왔다.

마녀라고?

마녀는 악귀와 같은 존재인가?

천 년 전의 마녀가 어떻게 봉인되어 있었지?

그리고 왜 이제 와서 봉인이 해제된 거야?


마녀를 생각하자 소름이 끼쳐왔다.

“서생이 대량성으로 오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만두나 들게.”

“무림의 여자들이 들끓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왜?”

“서생과 동침을 하고 내단을 빼앗겠다고 합니다.”

“쯧쯧······.”

조광윤이 혀를 찼다.


동침을 하고 내단을 빼앗아? 설마 체음공을 말하는 것인가?

무림 여자들이 서생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려고 한다는 말인가?


몽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몽이는 만두를 다 먹고 가게를 나왔다.

그녀가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가고 있을 때 요란한 말발굽소리와 함께 적의군이 달려왔다.


황후 부명화의 군대다,

어디를 갔다가 오는 거야?

몽이는 눈살을 찌푸리고 적의군을 노려보았다.


*


대량성에서 남쪽으로 300리 떨어진 객잔이었다.

점심 때 찾아온 서생이 정자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명상에 잠겨 있었다.

‘무공을 연마하는 것인가?’

객잔의 주인 허 노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생이 이따금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듯이 중얼대고 있었다.

간간이 웃기도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도 했다.


대량성으로 가는 길인데 비가 와서 쉬고 있었다.

객잔은 손님이 없어서 한가했다.

‘비가 오는데 차라도 한 잔 줄까?’

허 노인은 주방으로 들어가서 차를 끓여 가지고 나왔다.


서생은 여전히 중얼대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정자로 걸어갔다.

정원에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웠다.

“서생······.”

허 노인은 서생 앞에 찻잔을 놓았다.


여기는 왜 이렇게 서늘하지? 비가 와서 그런가?


허 노인은 정자 주위가 유난히 춥다고 생각했다.

“고맙습니다.”

서생이 물처럼 맑은 시선으로 주인을 쳐다보았다.

“비가 와서 따뜻한 차를 가져왔습니다. 무엇을 하십니까?”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무공이요?”

“그저 아직은 기초 단계입니다.”

“나는 서생이 중얼대고 있어서 귀신과 얘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예?”

“하하 실없는 소리였습니다. 서생 같은데 어찌 무공을 수련하십니까?”

“무공을 수련하면 건강해진다고 해서요.”

“나는 무공을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은 귀신과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서생이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허 노인이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하하. 농담입니다.”

서생이 웃으면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비가 와서 날씨도 음산한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나와 얘기하는 귀신은 나의 아내입니다. 옆에서 우리 얘기를 듣고 있어요.”

“옆, 옆이요?”

“바로 제 옆에 앉아 있지 않습니까?”

“아유,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마세요. 나는 갑니다.”

허 노인은 섬뜩한 기분을 느끼면서 정자를 나왔다.

“밤에 술상 좀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허 노인이 후닥닥 돌아갔다.


세옥은 객잔의 주인 허노인이 허겁지겁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마녀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가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저 사람 너무 순진해요.”

마녀는 목소리가 낭랑하다.

세옥은 마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천 년 전의 마왕퇴에서 나온 마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세옥의 눈에만 보인다.

세옥은 때때로 자신이 마녀에게 홀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쁘지 않다.

마녀는 그의 부인이 되었다.


후후. 많은 여자들을 부인으로 거느리다가 이제는 마녀까지 부인으로 거느리게 되었네.


세옥이 허허롭게 웃었다.

“귀신이 있다고 믿지는 않겠지.”

세옥이 마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마녀라고 해도 예쁘다.

눈은 크고 콧날은 오똑하다.

입술은 봉긋하고.

“믿지 않아도 무서워는 하죠.”

마녀가 생긋 웃었다.

천 년 전의 여인.

그녀는 왜 나에게 나타난 것인가.

“부지런히 내공 수련을 하세요.”

“하루에 몇 시간씩 하는데··· 언제까지 해야 돼?”

마녀에게 내공심법을 배우기 시작한지 여러 날이 되었다. 그녀가 대량성으로 가자고 하여 가는 길이다.

“나는 10년이 걸렸어요.”

“그럼 나도 10년이 걸려야 돼?”

“그럴 수는 없죠.”

“내공 수련만 계속해야 하는 거야?”

“초식은 천천히 수련해도 돼요.”

“오늘 밤에 술 마실까?”

세옥은 아름다운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어쩐지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호. 그럼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 드릴게요.”

마녀가 하얗게 웃었다.


*


주룩주룩.

빗줄기가 굵어지는 것 같았다. 밤이 오래 되었다.

허 노인은 잠이 오지 않았다.

서생의 방에서 또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남녀가 유쾌하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꾸룩꾸룩 물수리새

하수의 물가에 있도다.

요조숙녀는

군자의 좋은 짝이로다.


시경 국풍편에 나오는 관저(關雎, 물수리새)라는 노래다.

여자는 모름지기 전쟁과 정사에 지친 남자를 보듬어주는 심성이 맑고 아름다운 자태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시다.

그런 여자가 요조숙녀(窈窕淑女), 훌륭한 남자의 짝이라는 것이다.


제목은 물수리새지만 요조숙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대체 뭘하는 서생이야?’

허 노인은 서생을 생각하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서생이 부탁한대로 밤이 되자 술상을 차려서 그의 방으로 가지고 갔다.


벽에 걸린 족자의 미인도가 눈에 들어왔다.

“미인도군요.”

족자의 그림이 아름다워 허 노인이 말했다.

“하하. 내 부인입니다.”

서생이 조용하게 웃었다.

“예? 아주 오래된 그림 같은데······.”

“오래 전에 죽었지요.”

“그런데 왜 그림을 가지고 다니십니까?”

“그림을 가지고 다니면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아닙니까?”

허 노인은 그림을 다시 보았다. 그림 속의 여인은 금방이라도 밖으로 걸어나올 것 같았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허 노인은 뒷덜미가 서늘하여 서둘러 그의 방을 나왔다.

그런데 그의 방에서 비파소리가 들리고, 여인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와 방을 살피자 남녀가 어울려 춤을 추는 그림자가 문에 비치고 있었다.


아아, 이게 무슨 조화지······?


허 노인은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서생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비는 이튿날도 왔다.

서생은 비가 오는데도 아침을 먹자 객잔을 나섰다.

“비가 오는데도 길을 나섭니까?”

“주인장에게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서생이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등에는 족자를 매고 있고, 우산을 들고 있다.

비가 오는데 길을 가다니.

서생이 빗속으로 천천히 걸음을 떼어놓았다.


뭐지?


허 노인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순간적으로 서생의 등에 여자가 업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림속의 여인이.

서생이 여자를 업고 빗속으로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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