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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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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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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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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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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5화 여장남자(5)

DUMMY

섭은랑은 서서히 상황을 파악했다. 그녀가 세옥에게 일장을 후려치면서 간신히 떨어질 수 있었다.

세옥은 침상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섭은랑은 황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조심해야 할 거요.”

세옥이 섭은랑연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녀를 해칠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오늘 일은 잊지 않겠다.”

섭은랑은 창밖으로 신형을 날렸다.

놈에게 어이없이 당했다고 생각했다.

지붕으로 솟구쳐 빠르게 양생당에서 벗어났다.


뒤는 황하강이다.

강물이 소리를 내면서 거칠게 흐르고 있었다.

강가에는 갈대숲이 우거져 있었다.

일단 갈대숲에서 운기조식을 했다.


‘놈이 흡성대공을 익히다니······.’


이제는 용의 내단이 문제가 아니다.

흡성대공은 악마의 무공이다.


설마 마왕퇴에서 마녀의 무공을······?


그렇다면 놈이 또 기연을 얻은 것이다.

‘일단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섭은랑은 갈대숲을 전력으로 달렸다.


“앗!”


섭은랑이 빠르게 달리는데 앞에서 검은 인영이 갈대숲에서 솟아 올라왔다.


내자불선(來者不善)······.


오는 자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섭은랑은 바짝 긴장했다. 그는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누구냐?”

섭은랑은 재빨리 검을 뽑아들었다.

상대방도 검을 겨누고 있었다. 자세가 빈틈이 없다. 한 눈에 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살겠느냐? 죽겠느냐?”

냉막한 음성이다. 여자의 목소리? 그렇다면 포숙정이다.

“포, 포숙정?”

섭은랑은 머리카락이 일제히 곧추섰다. 그녀가 포숙정이라면 섭은랑보다 고수다.

“한 가지만 묻겠다.”

포숙정이 싸늘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무엇이냐?”

“단천양은 어디에 있느냐?”

“그것은 왜 물어?”

섭은랑은 의문이 일어났다. 청룡사걸 중 셋은 이미 죽었는데. 막내인 단천양을 살해하려는 것인가.

“천리향······.”

포숙정이 단천양을 추적하고 있었다.

“단천양에게는 바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죽어랏!”

포숙정이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쳤다.

섭은랑을 향해 무시무시한 검기가 휘몰아쳐 왔다.

‘젠장.’

섭은랑은 전력을 다해 맞섰다.


창--!


검과 검이 부딪치고 불꽃이 튀었다. 섭은랑은 검을 쥔 손이 찌르르 울렸다.


불과 10여 초도 겨루지 못했을 때였다.

포숙정의 검이 그녀의 목에 바짝 닿았다.

섭은랑은 순간적으로 독을 살포하려다가 멈칫했다.

독을 뿌리기에는 늦고 말았다.

“목을 베어 줄까?”

포숙정의 검끝이 목을 찌르고 있었다.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힘을 주면 목을 깊숙이 찌를 것이다.


섭은랑은 소름이 쫙 끼쳤다.

“단천양은······.”

섭은랑은 몸을 떨면서 낮게 말했다. 그의 행방을 말해 주지 않으면 검이 목을 꿰뚫어버릴 것이다.

섭은랑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디에 있어?”

목소리에 전혀 감정이 실려 있지 않다.

“유하촌에.”

“오늘의 일은······.”

“입밖에 내지 않을게요.”

“강호에 이 말이 나돌면 지옥까지 쫓아가 죽일 것이다.”

포숙정이 검을 거두는가 싶더니 빠르게 허공을 그었다.

싸늘한 검기가 눈앞을 지나갔다.

“악!”

섭은랑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가슴까지 검날이 베고 지나갔다.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서생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어라.”

포숙정이 검을 칼집에 꽂고 신형을 날렸다.

천둥을 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녀의 신형이 빠르게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섭은랑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잔인한 계집······.’


섭은랑은 재빨리 점혈하여 피가 흐르는 것을 막았다. 목숨을 건진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포숙정의 무공이 그녀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욱 뛰어났다.

‘서둘러 돌아가서 치료를 하자.’

섭은랑은 어둠속으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


단천양은 유하촌으로 돌아오다가 걸음을 멈췄다.

유하촌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그는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유하촌은 대량성의 북쪽 가장 변두리다.

강가에 버드나무가 많아 유하촌이라고 부른다. 그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강도, 살인자, 좀도둑 등이었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도성으로 숨어 들어가 일을 저지른다.


촌민들은 매일 같이 술에 취해 살고 범죄를 일삼았다.

악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하촌이 조용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정적이 흐른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단천양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


억지로 발걸음을 떼어놓아 마을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

“무, 무슨 일이요?”

시체 앞에서 웅성거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어떤 여자가 단천양의 집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죽였어요.”

소년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단천양은 가슴이 철렁했다.


단천양은 집으로 뛰듯이 빠르게 걸었다.

집 앞에 이르자 사람들이 잔뜩 몰려와 있었다.

“무슨 일이오?”

단천양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그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


단천양은 방안의 모습에 경악했다.

눈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하여 가족들이 피투성이 시체가 되어 있었다.

“누, 누가 이런 짓을······?”

단천양은 가슴이 컥 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방안이 온통 피비린내로 진동하고 있었다.

“어떤 여자가 자네를 찾았어. 얼굴에 복면을 쓰고······.”

이웃의 노인이 마당에 서서 말했다.

단천양은 포숙정의 짓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와우산에서 청룡사걸 형제들과 함께 그녀를 쇠노로 공격했다.

소름이 끼치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일단 피해야겠어.’

단천양은 노인에게 장례를 치러 달라고 부탁했다.


포숙정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금방이라도 나타나 검을 휘두를 것 같았다.

“장례를 안 지낼 건가?”

노인이 얼굴을 찡그렸다.

상주가 장례도 치르지 않다니.

노인의 눈이 그를 비난하고 있었다.

“원수가 저까지 죽일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와서 꼭 신세를 갚겠습니다.”

단천양은 인사를 마치자 황급히 유하촌을 떠났다.


*


날이 밝았다.

포숙정이 별채를 살핀 뒤에 갈대밭으로 나가자 세옥이 무공 연습을 하고, 금화가 지켜보면서 웃고 있었다.

의원과 환자들도 구경을 하면서 비웃고 있었다.

막대기를 들고 검술을 연습하는 세옥의 모습이 엉성했다.

‘무공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 본 것 같네.’

포숙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두 물러가!”

포숙정은 세옥을 비웃는 사람들을 갈대밭에서 쫓아버렸다.


세옥이 머쓱한 표정으로 포숙정을 쳐다보았다.

“소형제, 무공은 보세(步勢)가 중요해요. 두 다리로 땅을 튼튼하기 디디고 서야 강하게 힘을 발출할 수 있어요.”

포숙정은 세옥에게 기본 동작 몇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중요한 건 내력인데······.


포숙정은 세옥이 무공을 연마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의원실로 돌아왔다.

유하촌에 단천양은 없었다.

청룡사걸 중 3명은 이미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들을 누가 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포숙정은 그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단천양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죽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숙정은 옷을 갈아입고 천천히 차를 마셨다.

단천양의 가족을 몰살했다. 자신을 살해하려고 한 놈들에 대한 처절한 응징이다.


‘단천양, 네놈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포숙정은 눈을 부릅떴다.

그때 오라버니인 포영창이 아들 원외를 데리고 왔다. 원외는 이제 여섯 살이다. 그는 훗날 포청천을 낳는다.

“오라버니.”

포숙정이 포영창을 반갑게 맞이했다.

“고모.”

원외가 허리를 반으로 접어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정중한 인사라 웃음이 나왔다.

“원외가 웬일이냐?”

포숙정은 원외를 안았다.

오라버니 아들이지만 총명하고 예의가 뛰어난 아이다. 다만 몸이 허약해 포숙정이 보약을 지어주고는 했다.

“네 서재에 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다.”

포영창이 의자에 앉았다.


*


포숙정의 서재는 책이 많았다. 의서도 많지만 고서도 많다.

포숙정도 읽지 않은 책이 꽤 많았다.

“잘 왔어요.”

포숙정이 미소를 지었다.

“의원님, 황궁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때 집사 서달이 들어와서 보고했다.


황궁이라는 말에 포숙정은 긴장했다.

“황궁에서 누가 왔어?”

“적의군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라고 하나?”

포숙정은 서달을 쏘아보았다. 최근에 서달이 그녀와 눈을 맞추지 않고 있었다.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이다.

‘적의군이 왜 왔지?’

포숙정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적의군은 황후의 직속이다. 구성원들이 모두 여자 무림인들이었다.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합니다.”

포숙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궁에서 왔으니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가봐라. 우리는 서재에 가서 책이나 보고 있을게.”

포영창이 말했다.


포숙정은 서달을 따라 대청으로 나갔다.

대청에 붉은 피풍을 입은 적의군 둘이 서 있다가 허리를 숙이면서 포권례를 올렸다.

포숙정은 그들의 정중한 태도를 보자 나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의군 장령 장태화라고 합니다. 포 의원이십니까?”

장태화는 젊은 여자지만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장령이라면 책임자다. 무공도 상당한 고수일 것이다.

“그렇습니다.”

“황궁까지 같이 가시지요.”

“무슨 일입니까?”

“황후마마께서 부르십니다.”

“무슨 일인지 얘기해 줄 수 없나요?”

포숙정은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밀이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장태화의 말에 서달도 긴장했다.


포숙정은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황후의 명이니 거역할 수가 없다.

“마차를 대기시켰습니다. 가시지요.”

장태화의 목소리가 강압적이었다. 여차하면 무력을 동원할 태세였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서달이 왕진상자를 들고 따라 나올 준비를 했다.

“안 되오.”

장태화가 잘라 말했다.

포숙정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렇게 된 이상 황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포숙정이 왕진상자를 들고 양생당 앞으로 나오자 적의군들이 삼엄하게 도열해 있고,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포숙정은 마차에 올라탔다.

‘황후께서 왜 나를 부르시는 거지?’

포숙정은 황후를 만난 일도 없고, 새 왕조가 들어선 뒤에 황궁에 들어간 일도 없었다.

황후가 황제와 함께 주나라를 강하게 만든 철의 여인이라는 소문만 들었다.


황제가 등극한 뒤에 남쪽으로 촉을 공격하여 4개 주를 얻고, 남당을 공격하여 14주 60현을 얻고, 북쪽으로 연운 16주 중 3주를 얻어 중원 통일의 기초를 마련했다.

황후는 이 모든 전쟁에서 항상 황제와 함께 했다.

황제에 못지않게 강인한 여성이라고 했다.


중원은 또다시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었다.

주변의 여러 나라들은 호인(胡人)이 나라를 세웠으나 주나라는 한인(漢人)이 세운 나라였다.

이 시기를 5호16국시대라고도 부르는 것은 호인들이 세운 나라가 다섯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강성해지고 있는데 갑자기 황제가 쓰러졌다.

황궁은 발칵 뒤집히고 조정은 뒤숭숭했다.

황제에게는 아직 7세의 어린 아들밖에 없었다. 포숙정을 부른 것은 황제의 병 때문일 것이다.

포숙정은 마차에 앉아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랴!”

적의군들은 빠르게 말을 달렸다.

말발굽소리가 요란했다.


황궁의 정문을 그대로 통과하여 한 전각 앞에 이르렀다.

황궁은 금의군이 삼엄하게 경비를 하고 있었다.

‘황궁은 옛날이나 다름없네.’

포숙정은 어릴 때 궁녀로 황궁에서 일을 했었다,

포숙정이 마차에서 내리자 후궁의 웅장한 전각이 눈앞에 있고, 궁녀들이 전각 앞에 도열하여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천추궁(千秋宮).


전각에 걸린 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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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화 밤을 걷는 아이들(4) 24.06.12 66 0 12쪽
104 104 밤을 걷는 아이들(3) 24.06.11 85 0 12쪽
103 103 밤을 걷는 아이들(2) 24.06.10 78 0 12쪽
102 102화 밤을 걷는 아이들(1) 24.06.09 86 0 13쪽
101 101화 여장남자(2) 24.06.08 8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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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화 영웅호색(10) 24.06.06 8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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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6화 영웅호색(7) 24.06.03 87 0 13쪽
95 95화 영웅호색(6) 24.06.02 106 0 12쪽
94 94화 영웅호색(5) 24.05.31 117 0 13쪽
93 93화 영웅호색(4) 24.05.30 93 0 12쪽
92 92화 영웅호색(3) 24.05.29 98 0 12쪽
91 91화 영웅호색(2) 24.05.28 98 0 13쪽
90 90화 영웅호색(1) 24.05.27 101 0 12쪽
89 89화 여장남자(9) 24.05.26 106 0 12쪽
88 88화 여장남자(8) 24.05.25 102 0 12쪽
87 87화 여장남자(7) 24.05.24 104 0 12쪽
86 86화 여장남자(6) 24.05.23 103 0 12쪽
» 85화 여장남자(5) 24.05.22 103 0 12쪽
84 84화 여장남자(4) 24.05.21 109 0 11쪽
83 83화 여장남자(3) 24.05.20 116 0 11쪽
82 82 여장남자(2) 24.05.19 125 0 12쪽
81 81화 여장남자(1) 24.05.18 1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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