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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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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8,084
추천수 :
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2.01 18:00
조회
1,318
추천
33
글자
12쪽

71화 - 뜻밖의 방문 (수정됨)

DUMMY

-“이, 이 자식이······!”


촤아악!


분노에 찬 목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칼. 몸에서 떨어진 머리가 그대로 굴러 저 아래로 떨어졌다.


칼에 묻은 피를 덜어내고 고개를 돌렸다. 방금까지 있던 싸움으로 난장판이 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 시커멓게 타버린 대지와 밑동만 남은 나무들. 사방을 물들인 초록빛 피와 그 주변에 놓여 있는 오크들의 시체.

저 녀석들을 불러냈던 마족은 방금 내 칼에 목숨을 잃었다. 마족과 계약했던 헌터는 내가 손 쓸 틈도 없이 녀석의 제물이 되어 죽었다.


변절자다운 최후였다. 다만 그 끝이 마족의 손에 의한 죽음이란 건 아쉬웠다.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채 죽은 셈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예상외였어.”


이제껏 많은 변절자를 제압했지만, 마족이 직접 계약자를 위해 게이트까지 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덕분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오크 군세와 싸워야 했다.


제 딴엔 소중한 제물을 지키기 위한 비장의 수를 쓴 셈이었다. 그러고도 죽었으니 전부 부질없는 짓이 되었지만.


-“수고하셨습니다, 주군.”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으니 루그가 옆으로 다가왔다. 내가 줬던 결계석을 회수한 녀석은 싸늘하게 식은 시체를 쳐다봤다.


-“바레스?”

“아는 녀석이냐?”

-“마계에서 유명한 조련사였습니다. 여러 마물, 그중에서도 오크들을 훈련 시켜 필요로 하는 곳에 팔곤 했습니다. 나름 그걸로 수익을 본다고 들었는데 이런 짓까지 하고 있었을 줄은.”

“요는 제법 강한 녀석이었다, 그런 거지?”


루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녀석에게서 마기를 빨아들일 때 양이 좀 많다 싶었다.


-“정리하겠습니다.”


루그가 뒤처리하는 맡은 동안 나는 협회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예정보다 하루 정도 더 걸렸지만, 이걸로 확인된 변절자들은 전부 처리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란 생각은 들지만, 그건 차차 해결해나갈 일이다.


원래는 게이트를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변절자들을 찾아내 처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건 루그의 발언 때문이었다.


-‘마신은 그 존재 자체의 제약 때문에 마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만 이쪽 세계를 마족들이 점거해 그 세력을 넓혀나가면 언젠간 넘어오게 될 겁니다.’


마신이 넘어오기 위한 전제조건을 제거한다. 그걸 위해 변절자들, 다시 말해 이쪽에서 마족의 세력을 퍼뜨리는 녀석들을 처리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했다.

그와 동시에 녀석들에게서 마기를 강탈해 내 것으로 만든다.


이번 일로 상당수의 마족을 처리하면서 마기가 많이 늘었다. 제대로 갈무리하지 않으면 내가 인간인지 마족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숙련도를 더 올려주십시오.]


‘역시. 이걸로도 부족한 건가?’


마계에서 돌아온 뒤 나타나기 시작한 메시지. 칭호를 끼고 마기를 흡수할 때마다 울려대는 것으로 보아 마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정확한 조건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도 메시지가 계속 뜨는 이상 방법은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마족이 많은 게이트라도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루그가 돌아왔다. 녀석의 손엔 마정석이 한 움큼 들려 있었다.


-“마무리했습니다.”

“수고했다.”

-“다음 일정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집에 돌아가자고. 베우스 녀석이 돌아왔다며?”

-“그렇습니다.”


별 소득 없이 수색만 하던 녀석이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며 돌아왔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기에 오라고 했지만, 집에 가 있겠다고 했다.

일단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나도 정리할 게 있었다. 돌아가 정비하고 바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루그가 게이트를 열었다.


“그럼 돌아가 볼······.”

-“주군, 잠시만.”


루그 녀석이 별안간 내 앞을 가로막았다. 뭔가 싶어 보고 있는데 녀석이 입을 열었다.


-“선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객이라고?”

-“수는 둘. 인간입니다.”

“이 게이트가 들킨 거냐?”

-“그건 아닙니다. 단지······.”

“단지?”


루그 녀석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찌푸려진 미간 사이로 고심이 느껴졌다.


-“베우스와 전투 중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게이트를 넘었다. 만에 하나라도 안 좋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그때는······.


“그, 그만하십쇼!”

“너 거기 안 서!”


게이트를 넘어서자마자 베우스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들려온 귀에 익은 목소리의 주인은 칼을 휘두르며 베우스를 구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매서운 칼 놀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베우스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내가 사람을 공격하지 말라고 한 것도 있었지만, 녀석이 힘을 썼어도 이기긴 어려울 것 같았다.


-“커헉!”


베우스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녀석에게 가려져 안 보이던 소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잘했어, 준성 헌터!”

“이대로 몰아붙이면······.”


승리를 확신하며 눈빛을 교환하는 두 사람. 이대로 두면 베우스는 둘의 손에 쓰러질 게 분명했다.

좋은 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저 녀석이 여기서 죽게 둘 수는 없었다.


-“히, 히이익!”


베우스를 향해 휘둘러지는 두 자루의 칼과 묵직한 주먹. 각을 본 나는 단번에 거리를 좁히곤 공격을 받아냈다.


“어, 어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두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 둘은 상황 파악이 안 되는지 눈만 껌뻑였다.

나를 본 베우스가 감명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 주군! 구해주러 오셨군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그, 그게······ 집 주변을 정리하다가 마주쳤는데 어째선지 정체를 들켜서리······.”


베우스 녀석을 쳐다봤다. 제 딴엔 숨기려고 노력했겠지만 역시 노련미가 부족했다. 어중간한 사람이면 몰라도 유하늘 정도 되면 알고도 남을 정도다.


“하여간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루그!”


내 부름에 변신을 마친 루그가 다가왔다. 내가 뭐라 하지 않았음에도 녀석은 베우스를 데리고 먼저 집 안으로 향했다.


둘이 집에 들어간 뒤 나는 손을 내렸다. 받아냈던 칼과 손이 뒤로 물러났다.


“······너 정말 최선호 맞아?”


유하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이 여전히 칼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최선호가 아니고 누구겠어?”

“정말이야?”

“정말. 여기서 정보 확인이라도 할래?”

“······후.”


유하늘은 그제야 칼을 완전히 집어넣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분신도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고개를 돌리자 준성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못 본 사이 상당히 체격이 좋아진 녀석은 여전히 의심하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 알겠는데,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그래. 대신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해.”


유하늘이 한발 앞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준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걸음을 옮겼다.



***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지금 그게 다 사실이란 말이야?”


이야기를 전부 들은 유하늘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가능한 알려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추려서 말해줬음에도 이 정도였다. 전부 알려줬으면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 것 같다.


“······어지럽네요.”


옆에서 가만히 있던 준성이는 아예 머리를 쥐어 싸맨 상태였다. 하긴,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대뜸 이런 걸 들었으니 저런 반응이 당연했다.


“적당히 넘길 걸 그랬나?”

“그랬으면 나한테 한 대 맞았어.”


머리에 손을 짚은 유하늘이 찻잔을 들었다. 다 식은 차를 단번에 들이켠 녀석은 찻주전자를 잡아 새 차를 따랐다.


“그래서. 저것들은 왜 아직도 있는 거야?”


유하늘이 내 뒤편을 가리켰다. 녀석이 가리킨 곳엔 무릎 꿇고 앉아있는 베우스와 잔소리를 늘어놓는 루그가 있었다.


“이야기대로면 저 녀석들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 마계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말 안 했나? 저 녀석들, 자기들이 사정사정해서 이제 내 부하야. 정확히는 권속이라 해야 하나.”


내 말에 녀석이 차를 마시다 말고 뿜었다.


“부, 부하? 저 마족들이?”

“응. 주종 계약도 맺었어.”

“지, 진심이야?”

“내가 이 상황에서 거짓말이라도 하게?”

“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되는 건데요?”


한동안 말이 없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린 준성이 물었다. 유하늘은 녀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족이, 그것도 저런 상위 마족이 자발적으로 복종을 맹세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제아무리 뛰어난 흑마법사가 와도 동등한 계약을 맺는 게 한계야.”

“어째서요?”

“녀석들이 섬기는 건 오직 하나. 마왕뿐이니까.”


유하늘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최선호, 너 설마······.”

“마왕이라도 될 생각이냐고?”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되는 거 알잖아.”

“되겠다고 한다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유하늘이 걱정하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 애당초 마신과 직접 마주쳤기에 마왕이 되는 일에 대한 위험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마신의 개입이 없고, 마기에 오염되지 않은 채 마왕의 그 힘만을 사용할 수 있다면?


칭호 ‘마를 지배하는’을 얻은 시점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칭호 자체가 마신의 개입을 방해하는 느낌이 강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마왕이 될 자격이라면 이미 충족한 상태였다.


[마왕 후보(히든)]

[숨겨진 조건을 충족하면 마왕으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케라스를 죽인 뒤 얻은 업적. 예상가는 건 크샤크의 남은 힘을 얻는 건데,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게 흠이었다.


아무튼 그것만 모으면 마신의 지배를 받지 않는 마왕이 될 수 있을 거다. 녀석이 당황할 모습을 상상하니 기대된다.


“걱정하지 마. 네가 걱정하는 그런 존재가 되진 않을 테니까.”

“네가 아무런 대책 없이 그런 일을 저지를 것 같진 않지만······ 내가 알던 안전 제일에 현실 만족하던 최선호는 어디로 간 걸까.”

“어디 안 갔어. 바로 네 눈앞에 있잖아.”


유하늘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녀석은 긴장이 풀렸는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다 좋은데 무리만 하지 마. 최근 네 행적은 이상하리만치 무리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한데 뭘.”

“친구 부탁이야. 좀 들어.”

“예이, 예이.”


내온 다과가 전부 비었음을 확인한 나는 손을 튕겼다. 잽싸게 달려온 루그가 고개를 끄덕이곤 접시를 가져갔다.


“그건 그렇고. 두 사람 다 무슨 일로 온 거야?”

“참, 상황이 이래서 잊고 있었네.”


유하늘이 옆에 있던 쇼핑백을 건넸다. 안에는 반지 케이스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어제 트라이서스 길드랑 협동으로 게이트를 다녀왔거든. 그런데 돌아가려니까 이걸 너한테 전해달라면서 주더라고.”

“아, 그거였나.”


케이스를 열자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식 하나 없는 반지에선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기를 담을 수 있는 반지.

저 뒤에 있는 녀석들이 오해받지 않도록 특별히 주문한 물건이었다.


세 개를 주문한 건 당연히 그 녀석을 위한 거였다. 지금은 자리에 없지만, 본인 입으로 다시 만나게 될 거라니 미리 만들어둔 거였다.


“잘 받았다고 연락해야겠네. 그래서, 이거 전해주러 온 거였어?”

“그것도 있고.”


유하늘이 품에서 헌터증을 꺼냈다. 잉크가 마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헌터증엔 A급이란 글씨가 적혀있었다.


“나 승급 완료했어. 이제부턴 A급 헌터다 이 말씀.”

“오, 제법인데. 이제 나랑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겠어.”

“놀리는 거 맞지?”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짓는 유하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너는?”

“그, 그게······.”


내 질문에 준성은 말하기를 망설였다. 나와 유하늘의 눈치를 살피던 녀석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도와주세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반부 전개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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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화 - 영입 거절의 대가 23.01.30 1,436 36 12쪽
69 68화 - 시작의 끝 23.01.27 1,451 40 12쪽
68 67화 - 위(僞)마왕 23.01.26 1,449 38 12쪽
67 66화 - 선제타격 23.01.25 1,543 37 13쪽
66 65화 - 마계 진입 23.01.24 1,620 39 11쪽
65 64화 - 게이트 너머로 23.01.23 1,657 39 12쪽
64 63화 - 마(魔)를 멸하다 23.01.20 1,752 45 15쪽
63 62화 - 불합리한 싸움 23.01.19 1,719 39 12쪽
62 61화 - 준비된 침략자 (수정됨) 23.01.18 1,807 43 12쪽
61 60화 - 다가오는 그림자 (수정됨) 23.01.17 1,945 45 13쪽
60 59화 - 간절한 이에게 손을 23.01.16 1,949 46 12쪽
59 58화 - 가르침을 받다 23.01.13 2,032 55 13쪽
58 57화 - 빌어먹을 스승 23.01.12 2,028 54 12쪽
57 56화 - 옛 발자취를 따라 23.01.11 2,066 50 13쪽
56 55화 - 길고 긴 악연의 끝 23.01.10 2,133 51 12쪽
55 54화 -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면 23.01.09 2,142 54 12쪽
54 53화 - 재앙이 지나간 뒤 23.01.06 2,173 57 12쪽
53 52화 - 남아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내 23.01.05 2,158 53 12쪽
52 51화 - 반격의 봉화는 피어오르고 23.01.04 2,205 51 12쪽
51 50화 - 절망의 순간 23.01.03 2,261 53 14쪽
50 49화 - 돌아온 재앙 23.01.02 2,366 49 13쪽
49 48화 - 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22.12.30 2,496 57 12쪽
48 47화 - 한 발 남았다 (수정됨) 22.12.29 2,522 67 12쪽
47 46화 - 드라칸 22.12.28 2,577 59 12쪽
46 45화 - 제주도에서 22.12.27 2,715 58 11쪽
45 44화 - 새출발 22.12.26 2,711 67 11쪽
44 43화 - 장애물 없애기 +2 22.12.23 2,894 72 12쪽
43 42화 - 어쩌다 마주친 22.12.22 3,000 68 11쪽
42 41화 - 암시장의 주인 +1 22.12.21 3,091 64 12쪽
41 40화 - 토사구팽 22.12.20 3,144 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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