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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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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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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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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2.1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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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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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1쪽

42화 - 어쩌다 마주친

DUMMY

추성민과의 충돌이 있고 바로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각부터 나는 헌터 협회에 와있었다.


“안타깝게 되었어.”


내 이야기를 들은 박강수 협회장이 입을 열었다.


“추성민 헌터도 인류를 위해 게이트와 싸웠던 헌터였네. 잘라내야 할 싹이 맞긴 했지만, 그런 결말을 맞이하게 된 건 안타깝군.”


박강수는 헌터들을 관리하는 기관의 장이고, 추성민은 간접적으로 그의 관리하에 들어와 있는 인물이었다.

추성민이 죽어 마땅한 사람이긴 했지만, 헌터로서의 그의 죽음은 박강수 입장에서 안타까워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녀석이 계속 날뛰었을 때 생겨났을 수많은 피해자를 생각하면, 이런 결말은 충분히 그 녀석에게 어울렸다.

오히려 죗값을 싸게 치르고 갔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녀석은 사는 게 고통인 삶을 살아야 하는 건데.


“추성민을 제외한 투스카 길드원들은 전부 헌터 자격을 박탈했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현재 시범 운영 중인 각성자 전용 수용소에서 지내게 될 걸세. 즉결처분으로 3년 형을 살고, 수감 생활이 끝나면 따로 마련된 시설에서 감시받으며 사회봉사에 힘쓰게 될 거야.”


죄가 덜하긴 해도 엄밀히 말하면 그들도 추성민의 악행에 일조했다. 저 정도 처벌로 끝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다.

안 그랬으면 아예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곳으로 가게 되었을 테니까.


그 이야기가 끝난 뒤 협회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자네가 보내준 자료 말 이네만.”

“들었습니다. 모두 사라졌다면서요?”

“파일 자체에 안전장치를 넣어뒀던 모양이야. 전문가를 불러 복구를 시도했지만 쓸데없는 내용만 남아있었네.”


암시장에서 전화를 받은 직후 집에 돌아가 미리 USB에 백업해뒀던 파일을 열었었다. 내 건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내 것 역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안에 있던 것들을 전부 찍어둔 사진이 있기는 했다.

파일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내긴 했지만, 조작된 증거일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에 쓸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었다.


“서로 세탁된 돈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본인들이 직접 남긴 거래 기록이 가장 확실한 증거였는데, 아쉽게 되었어.”


박강수 협회장은 내가 보낸 사진을 인쇄한 서류 뭉치에 손을 올렸다.


“자네가 이거라도 건져줬으니 이젠 내가 나서서 어떻게든 단서를 잡아보도록 하겠네.”

“직접 말입니까?”

“아예 전면에서 나서진 않을 걸세. 다만 내가 뭔가를 알아보려 한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관리부장과 그 뒤에 있는 인물들에게 압박이 될 걸세.”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자네가 할 일을 하게.”

“할 일이라면······.”

“뭐겠나.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마물들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일이지.”


그 말에 잠깐 의문이 들었으나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나서서 뭔가 하지 않아도 저쪽에서 수를 써 올 거다. 그러니 저쪽에서 괜히 경계해서 빠지지 않도록 평소처럼 행동하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일세. 물어보고 싶은 건 있나?”

“딱히 없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하세.”


협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서려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참. 하나 잊은 게 있었군.”

“잊은 것 말입니까?”

“자네. 이사하는 게 어떻겠나?”



***



헌터 협회에서 나온 뒤.


“이사라······.”


협회장의 마지막 말에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협회장이 이사를 권한 이유는 현재 사는 곳이 일반 아파트라는 점이었다.


아파트의 시설이 낙후되었다거나 위치가 좋지 않다는 게 아니었다.

문제의 핵심은 같이 사는 사람들이 일반인이라는 점이었다.


이번에 흑견이 침입했을 땐 녀석이 암살자 계열이었고 엘리고스가 쉽게 제압해줘서 쉽게 끝났었다.

하지만 만일 흑견이 아니라 예승혁 같은 마법사들이 내 집을 노리고 쳐들어오면 그땐 아파트 전체가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내 집은 둘째치고 다른 집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이 위험했다.

미쳤다고 그런 일을 하겠냐만은, 녀석들이라면 정말 그 만에 하나를 할 수도 있었다.


가능하면 지금의 집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열심히 끌어모은 돈으로 처음 장만한 집이었다. 회귀하기 전까지 합하면 5년 넘게 살아와서 정도 들었고, 위치도 좋은 편이었다.


‘헌터 전용 아파트로 이사하는 걸 제안하긴 했지만······.’


거기라면 확실히 안전은 보장되었다.

건축 때부터 마정석을 들이붓기도 했고, 협회 소속 헌터들이 경비를 서서 어지간한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침입해 올 녀석은 없었다.


문제는 게이트를 열 수 없었다.

상하좌우로 헌터들이 사는 집에서 게이트를 열면 언젠간 걸리기 마련이다. 지금도 불안한데 거기 들어가게 되면 아예 집을 따로 구해서 거기에 게이트를 여는 게 나았다.


‘하지만 그런 귀찮은 걸 하기는 또 싫고······.’


거기다 일상생활에서 다른 헌터들과 마주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이런저런 조건을 고려하면 결국 답은 개인주택이었다.

집 자체에 결계를 펼쳐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내 집에만 생기니 안전했다.


‘거기에 지하실까지 있다면 게이트도 안정적으로 둘 수 있고.’


돈은 많이 모아뒀다. 필요하다면 모아둔 걸 전부 쓸 생각도 있었다.


다만 내 조건에 부합하는 매물이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명당이라 불리는 위치들은 이미 싹쓸이된 상태고, 내 관심사에 있던 곳들은 아직 개발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였다.


-여차하면 게이트 안에서 사는 건 어떤가? 주군이 몰라서 그렇지, 지내보면 제법 아늑하다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시간 개념을 완전히 박살 내고 싶은 게 아니면 정말 사양하고 싶은 일이었다.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필요할 때 잠깐 잠깐이면 충분했다.


무엇보다 게이트 안에선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은 기본이요, TV나 게임기도 먹통이 되기 일쑤였다.

마정석이 들어간 소형 자가 발전기와 전자기기가 출시되려면 아직 1년은 더 걸렸다. 기술 분야는 내가 아는 게 없으니 꼼짝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했다.


‘집에 갈 게 아니라 부동산을 들러봐야 하나.’


그렇게 고민하며 집으로 가는 버스를 잡아타려고 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어디선가 들려온 욕지거리.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몸을 돌려 소리가 난 쪽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 건물 사이의 골목길에 사람 한 무리가 모여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사내 다섯 명이 벽을 치고 서 있었다. 그들 앞엔 고등학생 언저리로 보이는 소년 한 명이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오늘 돈 번 거 다 아는데 못 갚겠다? 지금 장난하냐?”

“니들한테 줄 돈은 없다니까!”

“이 새끼가 지금 형님한테 소리를 질러!”


퍽!


복부에 묵직하게 들어간 주먹에 소년이 몸을 웅크렸다. 그걸 본 사내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주먹과 발차기를 내질렀다.


이렇게 시끄러우면 누가 나설 법도 했지만, 다들 제 갈 길 가기에 바빴다.

엮이기 싫은 건 알겠지만, 적어도 신고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저렇게 맞고 있는데 불쌍하지도 않나?


말해 뭐하겠는가.

이대로 두면 저 소년은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다칠 거다.


‘안 그래도 심란했는데 잘됐네.’


천천히 골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등 뒤에 다가갈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사내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넌 뭐야?”

“여기가 지금 어디라고 기어들어 오는 거야?”

“어이, 형씨. 다치기 싫으시면 그냥 갈 길이나 가시지?”


녀석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그들 너머에 있는 소년을 쳐다봤다.

계속된 구타에 주저앉은 채 몸을 떨고 있었지만, 공격을 막고자 들어 올린 두 팔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강한 녀석이다.


“이봐. 사람이 말을 하면······.”

“아, 미안. 어디서 개가 짖는 소리밖에 안 들린다 싶어서 흘려들었는데 너희였냐?”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쾅!


아까부터 올려다보며 입을 털던 녀석의 멱살을 잡아 그대로 벽에 처박았다. 녀석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한방에 나가떨어진 동료를 본 녀석들이 당황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무, 뭐야!”

“너 지금 우리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냐?”

“모르긴 한데, 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 야.”

“이 새끼가!”


대장 격으로 보이는 녀석이 주먹을 내질렀다. 손에 마나가 실린 걸로 보아 각성자 같은데, 그럼 죄질이 더 크지.


날아온 손을 가볍게 낚아채 그대로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의 이마를 한 대 쥐어박고는 그대로 옆에 있던 녀석에게 던졌다.


“아아악!”

“이 자식이 우리 형님을!”


아파서 머리를 움켜쥔 녀석을 보며 다른 녀석들이 달려들었다. 피할 것도 없이 그냥 주먹 한 대씩 먹여주니 그 자리에서 나가떨어졌다.

사방에 널브러진 채 신음하는 녀석들을 본 형님이라 불린 녀석이 나를 쳐다봤다.


“너, 너!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당연하지. 오히려 반대로 묻고 싶은데. 지금 안 물러나면 너희가 무사할까?”


쓰러져 있던 녀석 하나를 들어 형님이란 녀석에게 던졌다. 받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진 녀석이 씩씩거리며 소년을 향해 외쳤다.


“야! 너 오늘 내로 돈 안 갚으면 너랑 니네 할매랑 싹 다 팔아버릴 줄 알아!”


퍽!


“아아악!”

“아, 미안. 손이 미끄러졌네.”


비명을 지른 녀석의 코가 보기 흉할 정도로 들어갔다. 벌어진 입 사이로 앞니가 나간 게 보였다.


“형님. 일단 물러나시죠!”

“두, 두고봐! 내가 큰형님만 데려오면 니들 다 죽었어!”


녀석들은 삼류 악당 같은 대사를 던지며 자리를 벗어났다.

당장에 잡아다 경찰에 넘길까도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했던 말을 생각하면 뒤에 뭐가 더 있는 것 같아서 일단 놔주기로 했다.


녀석들이 물러난 뒤 고개를 돌려 웅크리고 있는 소년에게 물었다.


“어이. 괜찮냐?”


침묵.


“이봐. 괜찮냐니까?”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었어.”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평소 같으면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하면서 돌아갔을 거다.

하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쉽게 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다.


“일어설 수는 있냐?”


소년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상황이 끝났음에도 녀석은 두 팔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다친 걸 보여주기 싫은 모양이다.


“괜찮으면 간다. 다음부터는 조심해라.”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그대로 골목을 빠져나가려는데 뒤에서 녀석이 내 팔을 붙잡았다.


“난 빚지고는 못 살아. 지금 도와준 거 보답할 테니까 따라와.”

“야. 보답은 무슨. 그냥 너 상처나 치료······.”


고개를 돌려 손을 뿌리치려던 나는 팔을 멈췄다.


얼굴을 본 순간 왜 내가 발을 옮기지 못했는 지 알 수 있었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했고 얻어맞은 탓에 퉁퉁 부어있는 얼굴이긴 했지만, 익숙한 얼굴이었다.


제자 1호.

그 녀석이 지금 내 팔을 붙잡은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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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화 - 영입 거절의 대가 23.01.30 1,435 36 12쪽
69 68화 - 시작의 끝 23.01.27 1,451 40 12쪽
68 67화 - 위(僞)마왕 23.01.26 1,449 38 12쪽
67 66화 - 선제타격 23.01.25 1,543 37 13쪽
66 65화 - 마계 진입 23.01.24 1,620 39 11쪽
65 64화 - 게이트 너머로 23.01.23 1,657 39 12쪽
64 63화 - 마(魔)를 멸하다 23.01.20 1,751 45 15쪽
63 62화 - 불합리한 싸움 23.01.19 1,719 39 12쪽
62 61화 - 준비된 침략자 (수정됨) 23.01.18 1,806 43 12쪽
61 60화 - 다가오는 그림자 (수정됨) 23.01.17 1,944 45 13쪽
60 59화 - 간절한 이에게 손을 23.01.16 1,949 46 12쪽
59 58화 - 가르침을 받다 23.01.13 2,032 55 13쪽
58 57화 - 빌어먹을 스승 23.01.12 2,028 54 12쪽
57 56화 - 옛 발자취를 따라 23.01.11 2,065 50 13쪽
56 55화 - 길고 긴 악연의 끝 23.01.10 2,133 51 12쪽
55 54화 -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면 23.01.09 2,142 54 12쪽
54 53화 - 재앙이 지나간 뒤 23.01.06 2,172 57 12쪽
53 52화 - 남아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내 23.01.05 2,158 53 12쪽
52 51화 - 반격의 봉화는 피어오르고 23.01.04 2,205 51 12쪽
51 50화 - 절망의 순간 23.01.03 2,260 53 14쪽
50 49화 - 돌아온 재앙 23.01.02 2,366 49 13쪽
49 48화 - 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22.12.30 2,495 57 12쪽
48 47화 - 한 발 남았다 (수정됨) 22.12.29 2,521 67 12쪽
47 46화 - 드라칸 22.12.28 2,577 59 12쪽
46 45화 - 제주도에서 22.12.27 2,715 58 11쪽
45 44화 - 새출발 22.12.26 2,711 67 11쪽
44 43화 - 장애물 없애기 +2 22.12.23 2,894 72 12쪽
» 42화 - 어쩌다 마주친 22.12.22 3,000 68 11쪽
42 41화 - 암시장의 주인 +1 22.12.21 3,091 64 12쪽
41 40화 - 토사구팽 22.12.20 3,144 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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