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8,090
추천수 :
6,320
글자수 :
678,215

작성
23.01.23 18:00
조회
1,657
추천
39
글자
12쪽

64화 - 게이트 너머로

DUMMY

“오, 하나님 맙소사.”

“정말 이겼어!”

“이거 꿈 아니지?”

“이 사람아. 꿈인 것 같으면 한 대 때려주리?”

“이제 돌아갈 수 있어!”


곳곳에서 헌터들이 안도와 환희에 찬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격렬한 싸움에 지치고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지만, 패배할 것만 같던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이 그 모든 걸 잊게 했다.


물론 모두가 환의에 차 있는 건 아니었다.


“그쯤 해, 길드장 나으리.”

“하지만······.”

“이미 간 사람이야. 더 해도 돌아오지 않아”

“그래도 모르는 거잖아요! 거짓말처럼 다시······.”


눈시울이 붉어진 유미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주변엔 뒤늦게 수습한 시신들이 놓여 있었다.


사방에서 마족의 군세, 그것도 나름 정예인 녀석들이 몰려들었다.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에서 이 정도의 희생으로 끝난 건 그들의 헌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살아나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고 있었다. 이루지 못할 꿈이었다.

하지만 유미나에게 죽음이란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괴로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이루지 못할 꿈에 매달려 신성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한편 그 반대편에서 부상자들을 데려오던 헌터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어우, 이게 다 무슨 상처야!”

“피는 뭐 이렇게 많이 흘렸어!”

“자네, 살아있는 거 맞지?”

“여기서 우리가 뭐라 할 게 아니라 당장 치료부터 받으러 가자고!”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옮겨지는 건 최선호였다. 몸이 너덜너덜해진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괜찮습니까?”


최선호가 옮겨지는 걸 보고 있던 다비드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엔 제이드와 아이린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이 입고 있던 신부복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겨 있었다. 찢어진 옷에 엉겨 붙은 피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들 상태가 말이 아니군요.”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요, 다비드. 신성력도 바닥난 상태로 괜찮아요?”

“전 괜찮습니다.”


다비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몸을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두 다리로 서 있을 수는 있었다.


“그나저나 다비드도 봤죠?”

“마지막의 그거 말입니까?”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의 마지막.

하늘에서 내리쬔 빛을 보고 세 사람은 두 눈을 의심했다.


심판의 세례.

하늘에서 신성력으로 만들어낸 창을 퍼붓는 광역 심판 스킬.

한 번 요격을 시작한 창의 비는 적을 섬멸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고, 공격이 끝난 자리엔 심판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던 검은 대지는 그 여파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곳곳에 구멍이 파이고, 마족의 피가 사방으로 퍼져 있었다.


심판의 세례는 전대 교황과 현재 오지 않은 성기사단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급히 선출된 지금의 교황은 그 스킬의 편린 조차도 쓸 수 없었다.

그런 스킬을 성직자도 아닌 최선호가 사용했다. 신성력의 순도나 위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신성검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거짓말하지 말라고 생각했는데······.”

“교황청에 보고하면 당장 성기사단원으로 데려오라고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다비드가 단호히 답했다.


“신성력과 마의 힘을 동시에 다루는 사람입니다. 성기사단으로 데려오기엔 문제가 있을 겁니다.”

“아, 그렇겠네요.”


흑마법사의 존재조차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곳이 교황청이다. 그런 곳에 최선호가 단순 방문도 아니고 성기사로 선출되어 오게 된다면 이야기가 복잡해질 게 분명했다.


“그리고 교황청에선 그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을 보며 다비드는 아까 일을 떠올렸다.


루세프.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라 생각했던 그는 어렵지 않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7개월 전 로마에서 벌어졌던 성전. 전대 교황과 수많은 신도의 희생으로 승리했던 그 전쟁에서 녀석은 마왕의 오른팔로 활약했었다.

그랬던 녀석이 이제 마왕이 되었다. 그리고 군세를 보내 이곳을 침공하려 했다.


녀석이 어째서 로마가 아닌 이곳에 게이트를 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게 옳다면, 교황청은 다시금 성전을 준비해야 했다.


“보고는 제가 할 테니 일단 돌아가죠. 이 상태로는 뭘 하고 싶어도 못 할 테니.”


그 말이 끝남과 함께 헌터들이 몸이 빛무리에 휩싸였다. 무너져가는 게이트 내부를 보며 다비드는 어딘가를 응시했다.



***



며칠 뒤 인천 국제공항.


“기도, 잊지 말고 꼭 하세요.”

“노력해······ 하겠습니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다비드. 그 얼굴을 본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일이 끝나고 며칠 뒤, 돌아가야 한다며 병실에 쳐들어왔던 그는 단기간 강의라며 다짜고짜 나를 훈련장으로 데려갔다. 그리곤 하루 내내 쉬지 않고 신성력과 관련된 지식을 내 뇌에 쑤셔 넣었다.


아는 게 더 많았지만, 의외의 사실도 몇 가지 알았다. 가령 교황청에서 믿는 신과 실제 신성력을 주는 신은 엄밀히 따지면 다른 존재라는 점이라던가, 성기사단은 특수 신분이라서 교리에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던가 등.


아무튼 수련의 결과로 신성력은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칭호 없이 이 정도로 다루게 되었으니 칭호가 있다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고 나서 지금.

다비드는 일행과 함께 바티칸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원래 예정대로면 강의는 적당히 하고 미나 양이랑 좀 더 놀 생각이었는데, 이것저것 일이 겹치다 보니 그러진 못하게 됐네요.”

“미나 양이 전해달라더군요, 다음엔 들러붙지 말아 달라고.”

“너무하네요. 전 그냥 차 한잔 같이하자고 말한 것뿐인데.”


다비드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었다. 내가 모르는 동안 뭘 했는지 몰라도, 대신 배웅해달라던 유미나의 표정은 말 그대로 썩어 있었다.


“정말이지, 이런 사람이 성기사단장이라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교황이 임명한 건데, 안 믿으면 어쩔 겁니까.”

“다비드. 슬슬 시간입니다.”


뒤에서 들려온 말에 다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가야겠네요.”

“그런 모양이네요.”

“참. 부탁하셨던 물건은 트렁크에 넣어놨습니다. 잊지 말고 확인하시죠.”

“알겠습니다.”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웃으며 몸을 돌린 다비드 일행은 그렇게 출국장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그들을 본 나는 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에 도착해 트렁크를 열자 검은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황금 십자가가 새겨진 상자는 트렁크 안을 꽉 채울 정도로 길었다. 어떻게 열어야 하나 손을 가져가니 상자가 알아서 열렸다.


상자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미카엘의 심판검이었다. 안에서 꺼내자 티 한 점 없이 순수한 순백의 칼날이 햇빛을 받아 한층 더 빛났다.

칼에 남아 있던 마기가 싹 사라진 온전한 형태. 천사의 칼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의외네.”


미카엘의 심판검은 교황청에서 찾고 있던 물건이다.

단순히 성능이 좋아서 찾는 게 아니었다. 그들에게 이건 상징성이 짙은 물건이었다.


미카엘.

전승과 해석에 차이는 있지만, 어디에서나 그는 악마와 맞서 싸운 천사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리고 이건 그 천사의 이름이 붙은 칼이다. 정말 그가 사용한 지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안에 깃든 신성력은 틀림없는 진짜배기였다.


회귀 전엔 교황이 이걸 들고 연설하는 모습이 기사에 종종 실렸었다. 실제로 이걸 사용한 건 다비드였지만,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마다 교황이 칼에 신성력을 불어 넣어 신도들에게 그 힘을 보여주곤 했다.


그랬던 물건이니 어떻게든 가져가고자 이야기를 꺼내리라 생각했다. 이게 틀림없는 진품이란 이야기를 꺼냈을 땐 협상을 진행하려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고, 그 뒤론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결국 미카엘의 심판검은 내 손에 들어왔다.


“이걸로 S급 아이템 추가인가.”


예상치 못한 소득이었다.

처음 이 칼이 세상에 나왔을 때도 출처가 불분명해서 초기 획득 리스트에서 지웠던 물건이었다. 그런 걸 이렇게 얻게 된 건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물론 이걸 크샤크의 결전검을 버리고 쓰기엔 무리가 있었다.

미카엘의 심판검은 신성력을 기반으로 그 힘을 발휘하는 S급 아이템이다. 내가 비록 다속성 잡캐가 되었다곤 하지만, 신성력은 다른 힘과 비교하면 그 제약이 너무 컸다.


무신론자인 내게 신을 믿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라니. 잠깐씩 믿는 건 그렇다 쳐도 신앙심을 갇고 기도하라는 건 죽는 것보다, 아니 굶는 것보다 싫은 일이었다.

다비드가 쥐꼬리라고 놀린 신성력도 내 딴엔 최선을 다해 모았던 거다.


그나마 이번에 알려준 방법이 일종의 꼼수라 다행이었다. 만일 무릎 꿇고 하루에 10시간씩 기도해야 하는 방법이었다면 신성력은 아예 포기할 생각이었다.


칼을 집어넣고 차에 올라탔다.


이게 없어도 할 일이었지만, 이런 대 마족 병기를 얻은 김에 할 일이 있었다.


“어디 보자. 칭호, ‘마족 사냥꾼’ 장착.”


[칭호 ‘마족 사냥꾼’이 장착되었습니다.]

[추적 중인 마족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지도가 나타났다. 대한민국이 그려진 지도 위에 나타난 해골 표식을 확인한 나는 액셀을 밟았다.


마족 사냥꾼의 지도에 표시된 건 표적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균열이 있는 장소. 다시 말해, 그곳에 숨겨진 균열을 열면 이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걸 확인한 이유는 당연히 하나.

케라스 녀석을 죽이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녀석을 놔둔 건 다른 일이 컸던 것도 있지만, 녀석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녀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잠잠했던 마족 사냥꾼의 알림이 요란하게 울렸고, 그럴 때마다 녀석이 있는 위치가 변했다.

더 놔뒀다간 뭔 일을 벌일 것 같은 예감. 보통 이런 촉이 들 때는 행동으로 옮기는 쪽이 좋았다.


한참을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신안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앞에 있었다.

수풀을 헤치고 올라가자 나침반의 자침이 강하게 요동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위치만 알면 그다음은 쉬웠다.


“칭호 ‘보물 사냥꾼’ 장착.”


장착하자 눈앞에 흐릿한 아지랑이 같은 게 나타났다. 손을 뻗어 건드리자 눈앞에 검은 균열이 나타났다.


“조금 긴장되긴 하네.”


게이트를 넘어가는 건 몇 번이고 해봤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쪽에서 열고, 클리어하면 돌아가는 게이트를 갔던 거다. 내 두 발로 직접 미지의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너머에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너머에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죽을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이 정도 장비로 죽으면 과거의 내가 머리를 후려치러 올 거다.

다만 걱정되는 게 있다면 게이트 미아가 되는 거다. 일을 다 끝냈는데 돌아오지 못하면 그대로 끝이니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왔다. 어째 싸우기 위한 도구보다 탈출하기 위한 걸 더 많이 챙긴 모양새가 되었지만, 이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럼 들어가 보실까.”


심호흡 한 번 하고는 발을 내디뎠다. 전신을 휘감아오는 마기를 느끼며 게이트 너머로 향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0 69화 - 영입 거절의 대가 23.01.30 1,437 36 12쪽
69 68화 - 시작의 끝 23.01.27 1,453 40 12쪽
68 67화 - 위(僞)마왕 23.01.26 1,449 38 12쪽
67 66화 - 선제타격 23.01.25 1,543 37 13쪽
66 65화 - 마계 진입 23.01.24 1,620 39 11쪽
» 64화 - 게이트 너머로 23.01.23 1,657 39 12쪽
64 63화 - 마(魔)를 멸하다 23.01.20 1,752 45 15쪽
63 62화 - 불합리한 싸움 23.01.19 1,719 39 12쪽
62 61화 - 준비된 침략자 (수정됨) 23.01.18 1,807 43 12쪽
61 60화 - 다가오는 그림자 (수정됨) 23.01.17 1,945 45 13쪽
60 59화 - 간절한 이에게 손을 23.01.16 1,949 46 12쪽
59 58화 - 가르침을 받다 23.01.13 2,032 55 13쪽
58 57화 - 빌어먹을 스승 23.01.12 2,028 54 12쪽
57 56화 - 옛 발자취를 따라 23.01.11 2,066 50 13쪽
56 55화 - 길고 긴 악연의 끝 23.01.10 2,133 51 12쪽
55 54화 -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면 23.01.09 2,142 54 12쪽
54 53화 - 재앙이 지나간 뒤 23.01.06 2,173 57 12쪽
53 52화 - 남아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내 23.01.05 2,158 53 12쪽
52 51화 - 반격의 봉화는 피어오르고 23.01.04 2,205 51 12쪽
51 50화 - 절망의 순간 23.01.03 2,261 53 14쪽
50 49화 - 돌아온 재앙 23.01.02 2,367 49 13쪽
49 48화 - 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22.12.30 2,496 57 12쪽
48 47화 - 한 발 남았다 (수정됨) 22.12.29 2,522 67 12쪽
47 46화 - 드라칸 22.12.28 2,578 59 12쪽
46 45화 - 제주도에서 22.12.27 2,715 58 11쪽
45 44화 - 새출발 22.12.26 2,711 67 11쪽
44 43화 - 장애물 없애기 +2 22.12.23 2,894 72 12쪽
43 42화 - 어쩌다 마주친 22.12.22 3,000 68 11쪽
42 41화 - 암시장의 주인 +1 22.12.21 3,091 64 12쪽
41 40화 - 토사구팽 22.12.20 3,144 6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