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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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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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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253
추천수 :
6,319
글자수 :
678,215

작성
23.01.19 18:00
조회
1,706
추천
39
글자
12쪽

62화 - 불합리한 싸움

DUMMY

‘어떻게든 늦지 않게 도착했다 싶었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풀 액셀을 밟고 달려왔을 때 호수 주변은 마기에 침식당해 오염되어가고 있었다. 밖에 남아있는 인원들이 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오염은 쉽사리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밖을 맡기고 게이트로 들어오니 이번엔 마족의 군세가 밀고 넘어오려 하고 있었다. 절반 이상이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남아있는 이들도 수적 열세에 밀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수를 좀 줄였다 싶었는데 이번엔 크리스 다비드가 마족에게 밀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힘을 써야 할 그가 밀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 죽을 위기에 놓여있었다.

그는 이 상황에서 잃어선 안 될 큰 전력이었다. 그래서 급히 자리를 박차고 나가 그를 구했다.


“당신은······.”

“인사는 나중에 하죠, 크리스 다비드. 뭐가 문제입니까?”


크리스 다비드.

바티칸에서 교황이 직접 임명한 성기사단 세인트 나이츠의 리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성검을 숨 쉬듯 사용할 수 있는 축복받은 인간. 신의 축복으로 벼려진 검은 어지간한 마족을 단칼에 베어내고, 마왕과도 대등하게 겨룰 힘을 갖고 있었다.


세상에 처음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났을 무렵, 게이트를 찢고 쳐들어온 마왕을 격퇴한 건 세인트 나이츠, 그중에서도 크리스 다비드였다.

수많은 헌터들이 희생되고 마왕을 죽이지 못하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나, 그가 보였던 무력은 최강자 논란에 한동안 불을 지필 정도였다.


그런 실력자가 지금 마왕도 아닌 마족을 상대로 밀리고 있었다. 그냥도 아니고 아예 발리고 있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내 질문에 다비드는 마족이 들고 있는 검을 가리켰다.


“저 검이 신성력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마족의 칼이 말입니까?”

“마족의 것이 아닙니다. 본래 성검, 정확히는 미카엘의 심판검이라 불리는 물건입니다.”


들어본 기억이 있다.


미카엘의 심판검.

신의 사자 중 가장 강하다 일컬어지는 천사 미카엘이 타천사들을 심판하기 위해 사용하던 칼. 대적하는 자들의 신성력을 억제하고, 소유자의 힘을 극대화하는 물건.


“이야기로만 전해지던 물건이 어째서 이곳에, 그것도 저런 불경한 자의 손에 쥐어져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게 있는 이상, 제 신성력으로 녀석을 제압하는 건 어렵습니다.”


세인트 나이츠의 강함은 모두 신성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기라면 어떻게든 상성 싸움이 되겠지만 같은 신성력, 그것도 상위의 힘과의 싸움이라면 밀리는 게 당연했다.

신성력을 쓸 수 없는 그들의 순수한 전투력은 C급 헌터 정도. 이기려면 저 칼을 어떻게든 해줘야 했다.


하지만 칼을 한 번 받아낸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녀석은 강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단련된 몸, 전신에서 뿜어대는 드래곤 피어에 견줄 정도의 마기, 쥐고 있는 칼을 휘감은 수준급의 오러.


일전에 싸웠던 케라스 녀석도 강한 축에 속했지만, 그 녀석이 약해보일 정도로 강했다. 마왕을 직접 조우한 적은 없지만, 마왕에 가장 근접한 존재가 있다면 이런 녀석을 두고 하는 말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이 그렇단 거지, 쓰러뜨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비드.”

“예.”

“신성검 속성 강의 좀 해주세요.”

“예?”


크리스 다비드가 당황했다.


“신성검은 가르쳐준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당신을 불렀습니다.”

“예?”

“내가 당신을 스승으로 불렀다고, 크리스 다비드.”


내 말에 그가 나를 위아래로 쳐다봤다. 그리곤 믿을 수 없단 듯 말했다.


“신성력이라고는 쥐꼬리밖에 없는 당신이 신성검을 썼다는 말입니까?”

“그것참 미안하게 됐네!”

“뭘 노닥거리고 있는 거냐!”


호령과 함께 위에서 검은 번개가 내리쳤다. 자리를 피하자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에 움푹 파인 구멍이 생겼다.


“이렇게 시시한 싸움을 보여줄 바에는 지금 당장 자결하는 게 좋을 거다!”

“누구 마음대로 죽어라 마라야!”


다리에 힘을 실어 도약했다. 단번에 거리를 좁혀 칼을 휘둘렀다.

오러가 부딪치며 스파크 같은 게 튀었다. 한 치의 물러남 없이 비벼지는 칼을 보며 나는 손을 뻗었다.


“이거나 처먹어!”


미리 준비해뒀던 화염탄이 정확히 녀석의 얼굴에 명중했다. 하지만 마족 녀석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두 눈을 번뜩였다.

불길한 예감에 급히 몸을 틀었다. 녀석의 눈에서 쏘아진 검은 광선이 저 멀리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눈깔에서 레이저는 반칙이잖아!”

“시끄럽다!”


땅에 착지하기 전에 마족이 달려들었다. 공중에서 공격을 받아치는 게 제법 빡셌지만, 그래도 틈은 만들 수 있었다.


“성령이여!”


검은 하늘을 밝히는 한 줄기 섬광을 받으며 신성검이 마족의 등을 향해 휘둘러졌다. 이대로 공격이 닿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신성검이 닿기 직전, 마족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몸을 돌려 칼을 받아냈다.


“소용없다!”


다비드가 뒤로 물러났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신성검이 힘을 잃고 줄어들어 있었다.

그와 반대로 마족의 칼엔 한층 더 강한 오러가 휘감겼다.


크샤크의 결전검에 신성검을 덧씌운 적이 있긴 하지만, 신성력을 마기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카엘의 심판검에 그런 기능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나! 공격이 둔해지지 않는가!”

“시끄러워, 인마!”


합을 주고받을 때마다 서 있는 위치가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일부러 틈을 주고 역으로 빈틈을 파헤치려 해도 녀석은 일부러 들어오지 않고 몸을 뺐다.


그때마다 다비드가 뒤를 노리고 계속 공격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녀석이 내리치는 번개와 칼에 막히고 있었다.


신성력을 계속 흡수한 녀석의 칼은 10m가 족히 넘는 오러를 휘감은 대검으로 변해 있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라 쉽사리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내가 수동적으로 나오자 마족이 기다렸다는 듯 거리를 벌렸다. 불길한 예감에 저지하려 했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 세례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안전이 확보되자 마족은 칼을 고쳐 쥐었다. 공기 중에 흩뿌려져 있던 마기가 녀석을 향해 회오리치며 모여들었다.


“다 없어져 버려라!”


묵직한 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칼에서 오러가 떨어져 나왔다.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검기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오토 가드나 돌격대장을 쓰면 나는 안전했다. 하지만 그건 내 바로 앞의 아주 작은 영역을 방어할 뿐이었다.

검기의 진행 경로엔 마족들과 싸우고 있는 헌터들이 있었다. 저 녀석이 공격한 걸 알아채지 못한 저들에게 공격이 간다면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그때.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온 다비드가 내 앞에 착지했다.


“최선호 헌터, 잘 봐두세요.”

“잘 봐두라니······.”

“하늘에 계신 주여, 그대의 종에게 악을 벌할 힘을 주시옵소서.”


크게 십자 성호를 그린 다비드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둠을 가르며 터져 나온 빛이 그의 오른손에 모였다.

새하얀 빛무리가 손안에서 요동치며 형태를 바꿨다. 이윽고 그의 손엔 앞서 본 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신성검이 들려 있었다.


“거룩한 부름에 따라 마를 멸할지니, 신의 길을 비추어라!”


외침과 함께 다비드가 검기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두 개의 거대한 힘이 부딪치며 일어난 충격에 바람 한 점 없던 이곳에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nue goe reo gapi!”

“이게 대체 뭐야!”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잠시. 굉음과 함께 폭발한 검기가 강한 검기가 폭발하며 주변을 덮쳤다.


폭발과 함께 일어난 거대한 먼지가 가라앉으며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대지 위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상당히 깊은 것이 폭발의 위력이 얼마나 셌는지 알려줬다.


“사, 살려줘!”

“진정해요! 지금 끌어올려 드릴게요!”


충격에 밀려난 헌터들 중 일부가 검은 대지의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었다. 떨어지면 용암이라 필사적으로 매달린 그들을 향해 남아있던 헌터들이 하나씩 달려들어 끌어올렸다.

위에 있는 이들이라고 다들 무사한 건 아니었다. 직접 타격을 받은 게 아님에도 몸에 자잘한 상처가 나 있었다.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어 보였다.


-“ow joey las!”


충격에 밀려난 건 헌터 뿐만이 아니었다. 마족들 몇은 아예 용암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우두커니 서 있는 다비드의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까?”

“덕분에요. 다른 사람들도 무사한 것 같네요.”

“그럼······ 다행이네요.”


다비드가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그를 일으키고자 허리춤에 손을 대자 끈적한 피가 손바닥에 묻었다.


“당신, 다쳤습니까?”

“별거 아닙니다. 이 정도 상처는 신성 치유만 할 수 있다면······ 커헉!”


다비드의 입에서 걸쭉한 피가 덩어리져 터져 나왔다. 온기가 떨어진 그의 몸에선 아까와 같은 신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신성력을 다 쓴 겁니까?”

“아직 남아있긴 합니다. 하지만 신성검을 다시 쓸 여력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다비드는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빛이 내 손을 타고 안으로 들어왔다.

칭호를 통해 얻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한, 선택받은 이의 신성력.

무신론자라 해도 신의 존재를 믿게 될 정도의 힘에 감탄할 무렵.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칭호 ‘신성의 길을 엿본’이 칭호 ‘세인트’로 진화합니다.]


[세인트]

[신의 이름 아래 마를 멸하는 자. 성인(聖人).]

[신성력 저장량에 한계가 없어집니다.]

[신성 계열 스킬을 전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숙련도는 1로 고정되며 칭호 해제 시 비활성화됩니다.]

[기도 시 신성 계열 스킬 하나를 최대 숙련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시 칭호는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칭호 ‘치유의 길을 걷는’이 강화되었습니다. 이제 신성력을 사용한 치유를 쓸 수 있습니다.]


거쳐야 할 단계를 건너뛴 느낌의 새로운 칭호. 힘을 건네받았을 뿐인데 이런 효과를 받은 것에 감탄할 무렵 다비드가 입을 열었다.


“그 정도 신성력으로 신성검을 펼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내 신성력을 까는 건가 싶었지만, 그의 눈은 한없이 진지했다.


마를 멸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 이가 그 일을 타인에게 넘긴 거다. 그 행동이 얼마나 어려운 마음에서 우러나온 결단이었는지를 알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로 해치우고 오겠습니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다비드의 상처에 응급 처치를 해두고는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미카엘의 심판검을 들고서 천천히 다가오는 마족과 눈이 마주쳤다.


“눈물 겨운 전달식은 끝났나?”

“시끄러워.”


손을 튕기며 단번에 거리를 좁혔다. 당황한 마족 녀석이 손을 뻗었지만, 신성력을 휘감은 주먹이 녀석의 턱주가리를 후려치는 쪽이 더 빨랐다.


“복명복창해라. 넌 이제 뒤졌다고.”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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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화 - 영입 거절의 대가 23.01.30 1,424 36 12쪽
69 68화 - 시작의 끝 23.01.27 1,441 40 12쪽
68 67화 - 위(僞)마왕 23.01.26 1,437 38 12쪽
67 66화 - 선제타격 23.01.25 1,533 37 13쪽
66 65화 - 마계 진입 23.01.24 1,609 39 11쪽
65 64화 - 게이트 너머로 23.01.23 1,645 39 12쪽
64 63화 - 마(魔)를 멸하다 23.01.20 1,742 45 15쪽
» 62화 - 불합리한 싸움 23.01.19 1,707 39 12쪽
62 61화 - 준비된 침략자 (수정됨) 23.01.18 1,795 43 12쪽
61 60화 - 다가오는 그림자 (수정됨) 23.01.17 1,935 45 13쪽
60 59화 - 간절한 이에게 손을 23.01.16 1,939 46 12쪽
59 58화 - 가르침을 받다 23.01.13 2,021 55 13쪽
58 57화 - 빌어먹을 스승 23.01.12 2,016 54 12쪽
57 56화 - 옛 발자취를 따라 23.01.11 2,055 50 13쪽
56 55화 - 길고 긴 악연의 끝 23.01.10 2,123 51 12쪽
55 54화 -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면 23.01.09 2,133 54 12쪽
54 53화 - 재앙이 지나간 뒤 23.01.06 2,162 57 12쪽
53 52화 - 남아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내 23.01.05 2,149 53 12쪽
52 51화 - 반격의 봉화는 피어오르고 23.01.04 2,193 51 12쪽
51 50화 - 절망의 순간 23.01.03 2,248 53 14쪽
50 49화 - 돌아온 재앙 23.01.02 2,352 49 13쪽
49 48화 - 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22.12.30 2,484 57 12쪽
48 47화 - 한 발 남았다 (수정됨) 22.12.29 2,506 67 12쪽
47 46화 - 드라칸 22.12.28 2,564 59 12쪽
46 45화 - 제주도에서 22.12.27 2,701 58 11쪽
45 44화 - 새출발 22.12.26 2,699 67 11쪽
44 43화 - 장애물 없애기 +2 22.12.23 2,880 72 12쪽
43 42화 - 어쩌다 마주친 22.12.22 2,985 68 11쪽
42 41화 - 암시장의 주인 +1 22.12.21 3,078 64 12쪽
41 40화 - 토사구팽 22.12.20 3,131 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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