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16,272
추천수 :
6,319
글자수 :
678,215

작성
22.12.23 18:00
조회
2,880
추천
72
글자
12쪽

43화 - 장애물 없애기

DUMMY

“여기예요.”


제자 1호를 따라가 도착한 곳은 어느 허름한 아파트 앞이었다.

안이 예상될 정도로 노후 된 외벽을 보며 안으로 들어섰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낸 제자 1호는 말없이 문을 열었다.


낡아서 잘 열리지도 않는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들어와요.”


제자 1호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20평이 될까 말까 한 집 안은 말 그대로 텅 비어있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를 제외하고는 가구랄 게 거의 없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냉장고, 어디서 주워온 건지 모를 낡아빠진 옷장, 그리고 작은 서랍장 하나가 살림살이 전부였다.


우리가 들어서자 바닥에 둔 신문을 읽고 있던 노인이 일어났다. 노인은 거동이 불편한지 한쪽 다리를 절었다.


제자 1호를 향해 걸어오던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인사할 틈도 없이 그녀는 제자 1호의 뒤로 숨어버렸다.

예상과 다른 대우에 당황하고 있으니 제자 1호가 노인에게 말했다.


“괜찮아, 할머니. 빚 받으러 온 사람 아니야.”


그 말에 노인이 나와 제자 1호를 번갈아 쳐다봤다.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던 그녀는 내게 다가오더니 손을 꼭 잡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어색한 인사가 끝난 뒤 제자 1호가 노인에게 말했다.


“할머니. 이 사람이랑 이야기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방에 좀 들어가 계실래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노인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읽던 신문을 안으로 갖다준 제자 1호는 불을 켠 뒤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눈이 마주친 제자 1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뭐가.”

“할머니가 왜 말씀을 안 하시는지 물어보지 않은 거요. 다들 할머니를 보면 그것부터 물어보거든요.”


그렇게 말한 제자 1호는 벽에 기대어 있던 접이식 테이블을 꺼내 펼쳤다.


“금방 해 올 테니까 앉아있어요.”


그렇게 말한 제자 1호는 부엌으로 가서 냄비를 꺼냈다. 물을 받고 불을 올린 녀석이 선반에서 라면을 꺼내는 게 보였다.


‘라면인가.’


처음 만났을 때도 녀석과 먹은 게 라면이었다. 이것도 모종의 인연인가?


라면이 나오기 전까지 집 안을 좀 더 살펴봤다.


낡은 선반 위에 놓인 빛바랜 사진엔 젊은 남녀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여인의 품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아이가 한 명 안겨 있었는데,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 옆에 놓인 작은 사진엔 할머니와 제자 1호가 찍은 사진이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어쩐지 가식적이란 느낌이 지워지질 않았다.


“뭐 보고 있어요?”


제자 1호가 냄비와 수저를 들고 다가와 있었다. 사진 조금 봤을 뿐인데 3분이 지났다는 사실에 신기한 것도 잠시, 녀석은 테이블 위에 냄비를 올려놨다.


“먹어요.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라면 하나는 잘 끓이거든요.”

“너는?”

“됐어요.”

“그러지 말고 같이 먹어.”

“한 개를 어떻게 나눠 먹는다고······.”

“부족하면 먹고 나서 하나 더 끓이면 되지.”


내 대답에 빤히 나를 쳐다보던 제자 1호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처음부터 젓가락 두 개 들고 왔으면서 튕기기는.

접시에 덜어낸 면을 집어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입안 가득 퍼지는 스프의 짭짤함과 절묘하게 익은 면발이 합쳐져 기막힌 맛을 냈다.


역시.

어지간한 가게에서 먹는 것보다 녀석이 끓이는 라면이 끝내준다.


“왜 그래요?”

“아니. 그냥 맛있어서.”

“그렇죠?”


엄지를 치켜들자 녀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금방 돌아오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안 한 것 같은데.”

“그러게요. 정준성이에요.”

“최선호야.”

“최선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내가 좀 유명하긴 해.”


내 말에 제자 1호, 아니 정준성이 어딘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아까 그 녀석들은 뭐야?”

“죽은 사람들 돈 받으러 온 놈들이에요.”

“죽은 사람들 돈?”

“부모님이 동업자한테 뒤통수 맞고 나서 큰 빚을 졌는데, 그걸 갚으려고 사채에 손을 댔거든요. 두 분이 돌아가셔서 못 받으니 그 아들인 나한테 오는 거죠.”


심각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정준성. 무덤덤해 보여도 괜찮은 체하고 있을 뿐이다.


“부모님은 어쩌다가?”

“1년 전에 게이트가 처음 열렸을 때 현장에 계셨다가 돌아가셨어요. 옆에 동업하던 사람이 있었단 걸로 봐선 길가다 마주친 걸 붙잡고 싸우셨던 게 아닌가 싶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할머니는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되셨고, 예상치 못한 빚에 녀석은 고등학교를 관두고 일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짐꾼이지?”

“어떻게 알았어요?”

“이거 흘렸잖아.”


주머니에서 아까 주워둔 녀석의 ID카드를 건네줬다. 카드를 받은 준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마워요. 이거 다시 발급받으려면 돈 엄청나게 깨지는데.”

“감사 인사는 됐어. 일은 좀 되고?”

“입에 풀칠할 정도는 돼요.”


그렇게 말한 준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 풀칠이지 사실상 없는 것과 같을 거다.


사실 녀석은 언제든 헌터가 될 수 있었다. 지금도 녀석 안에는 각성을 기다리는 힘이 있었다.

문제는 그걸 싹틔울 기회가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오고, 그땐 이미 모든 게 늦은 뒤였다.


떠넘겨진 빚이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이대로 두면 녀석은 혼자 남게 된다.


“헌터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되고 싶죠.”

“적성 검사 같은 건 해봤어?”

“그거 돈 많이 들잖아요. 했다가 안 되면 그 돈 다 날리는 거라 안 했어요.”

“각성만 하면 무료로 등록시켜주는 시스템도 있잖아. 뭔가 시도해본 건 있어?”

“그러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제가 그러면 돈은 누가 벌고요.”


준성은 그대로 일어나 먹은 것들을 치웠다. 곧바로 설거지하는 녀석을 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어.”

“가게요?”

“서로 빚은 갚았으니까?”


어딘가 아쉬운 눈으로 쳐다보는 준성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싫지는 않은 듯 말없이 날 쳐다보는 녀석에게 말했다.


“또 보자.”

“······예.”


집에서 나온 나는 그대로 가지 않고 아파트 입구에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사내들이 오는 게 보였다.


“그 녀석, 아직도 있을까요?”

“그거야 모르는 거지.”

“있다고 뭐 어쩌겠어? 이 인원수 앞에서 뭐 할 수나 있겠어?”

“헤헤, 그렇긴 하죠.”


저들끼리 뭐가 즐거운지 낄낄대던 녀석들은 내가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아까 형님이라 불렸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어, 왔냐?”

“혀, 형님! 저 새낍니다!”


녀석의 말에 옆에 있던 건장한 체격의 양복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애들이 신세를 좀 진 것 같던데. 형씨, 우리 대화 좀 할까?”

“당신이 대표야?”

“그렇다면?”

“잘됐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니네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하자고.”

“내가 무엇 하러?”

“돈 안 받고 싶어?”


내 말을 들은 사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잠시 부하들과 눈빛을 교환한 녀석이 말없이 몸을 돌렸다. 다른 녀석들의 불만 가득한 눈을 보며 그 뒤를 따랐다.



***



“돈으로 장난치는 곳치고 꽤 깔끔하네?”

“이 자식 말하는 꼬라지가······!”


대표라 불린 사내가 손을 들어 저지했다. 아까 나한테 처맞았던 녀석이 씩씩대며 뒤로 물러났다.


“돈으로 장난치다니. 우린 그저 돈을 필요로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 뿐인데.”

“금리를 야구공처럼 후려쳐서 빌려준 배 이상을 받아내는 게 장난이 아니면 뭔데?”

“돈을 빌려 간 대가를 받는 거지. 억울하면 서명할 때 미리 확인했어야지. 계약서 안 읽은 쪽의 잘못 아니겠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사내. 입은 웃고 있지만 내뱉는 말은 더럽기 그지없었다.

낭떠러지에 몰린 사람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먹는 족속들이 다 이렇지 뭐. 기대도 안 했다.


“그래서 걔가 진 빚이 얼만데?”

“어이, 곰발. 가서 정준성이 서류 좀 가져와라.”


사내의 지시에 처맞았던 놈이 움직였다. 어떻게 사람 이름이 곰발이냐고 생각하고 있으니 녀석이 서류를 가져왔다.


“어디 보자. 빌린 날짜가 이때고, 그렇게 되면 이자가······.”


혼자 서류를 보며 옆에 있던 계산기를 두드리던 사내가 웃으며 답했다.


“딱 10억 되겠네.”

“10억이나 된다고?”


내 말에 뒤에 있던 녀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봐봐, 내가 뭐랬어. 분명 허세라 그랬지?”

“어중간하게 나설 때부터 알아봤다.”

“기세 좋게 말해놓고 못 내면 그것만큼 쪽팔린 게 없을 텐데.”

“자, 조용.”


뒤를 조용히 만든 사내는 내게 서류를 보이며 말했다.


“오늘 넘어가면 이것보다 더 붙을 예정이지.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손님?”

“어쩌긴.”


나는 품에서 백지 수표를 꺼냈다. 그리곤 책상에 있던 펜을 들어 10억을 적었다.


“이러면 되나?”

“자, 잠깐!”


사내가 급히 서류를 가져갔다.


“생각해보니 계산이 잘못됐네. 중간에 빠진 이자까지 포함하면······.”

“딱 10억이라더니 왜 말이 바뀌어? 지금 나 속인 거야?”

“그럴 리가 있나. 계산을 제대로 하려는······.”

“계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 말 한번 잘했네.”


쾅!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 문이 날아갔다. 예상 밖의 상황에 놀란 녀석들이 뒤로 물러났다.


“무, 뭐야!”

“뭐긴. 니네 저승사자가 온 거지.”

“모두 손 들어!”


외침과 함께 들어오는 경찰들. 그 뒤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그의 목에 달린 명찰엔 ‘검찰’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두한 씨. 당신을 미등록 각성자 불법 고용 죄로 긴급 체포합니다.”

“갑자기 들이닥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불법 고용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모르긴 뭘 몰라.”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사내의 뒤에 있던 곰발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런 녀석들이 수두룩한데.”



***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좀 전까지 깨끗했던 사무실은 이제 다른 의미로 깨끗해졌다. 서류란 서류는 싹 다 털렸고, 안을 채우고 있던 녀석들도 전부 경찰들에게 끌려갔다.


각성자는 그 힘의 크기에 상관없이 반드시 국가에 그 사실을 알리고 등록해야 했다. 만일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발각되면 즉시 체포되었고, 그 사람을 고용한 이는 조사 후 진위를 따진 뒤 처벌이 결정되었다.


물론 이두한이란 녀석이 무죄를 받을 리는 없다. 녀석이 데리고 있던 녀석들 대부분이 각성자였고, 사채업을 하면서 했던 짓들 때문에 가중처벌을 받으면 받았지, 풀려날 일은 없었다.


이렇게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건 설용환 감시부장의 힘을 빌린 덕이었다.

담당이 아닌 그가 직접 일을 처리하진 못하지만, 관련 부서에 연락을 취해 바로 움직이게 할 수는 있었다.


‘검사가 실적에 혈안이 되어있던 게 컸지.’


그리고 설령 녀석이 풀려나더라도 정말 10억을 줄 필요는 없었다.


-이런 일로 날 필요로 할 줄은 몰랐는데.

“대기업 지원 한 번 받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뭐. 이걸로 신세 한 번 지워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장대현이 소속된 길드를 후원하는 대기업 주성의 전문 변호사가 이 일을 봐주기로 했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이두한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다.


-그럼 이걸로 끊는······.

“아,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됩니까?”

-뭔데?

“혹시 어디 좋은 개인주택 매물 아는 거 없습니까?”

-······내가 뭐로 보이는 거냐?

“좋은 사람이요.”


침묵.

전화를 끊었나 싶던 그때 장대현이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집을 알아보고 있는 건데?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12/24 내용 일부가 수정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0 69화 - 영입 거절의 대가 23.01.30 1,424 36 12쪽
69 68화 - 시작의 끝 23.01.27 1,441 40 12쪽
68 67화 - 위(僞)마왕 23.01.26 1,437 38 12쪽
67 66화 - 선제타격 23.01.25 1,533 37 13쪽
66 65화 - 마계 진입 23.01.24 1,609 39 11쪽
65 64화 - 게이트 너머로 23.01.23 1,645 39 12쪽
64 63화 - 마(魔)를 멸하다 23.01.20 1,742 45 15쪽
63 62화 - 불합리한 싸움 23.01.19 1,707 39 12쪽
62 61화 - 준비된 침략자 (수정됨) 23.01.18 1,795 43 12쪽
61 60화 - 다가오는 그림자 (수정됨) 23.01.17 1,935 45 13쪽
60 59화 - 간절한 이에게 손을 23.01.16 1,939 46 12쪽
59 58화 - 가르침을 받다 23.01.13 2,021 55 13쪽
58 57화 - 빌어먹을 스승 23.01.12 2,016 54 12쪽
57 56화 - 옛 발자취를 따라 23.01.11 2,055 50 13쪽
56 55화 - 길고 긴 악연의 끝 23.01.10 2,123 51 12쪽
55 54화 -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면 23.01.09 2,133 54 12쪽
54 53화 - 재앙이 지나간 뒤 23.01.06 2,162 57 12쪽
53 52화 - 남아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내 23.01.05 2,149 53 12쪽
52 51화 - 반격의 봉화는 피어오르고 23.01.04 2,193 51 12쪽
51 50화 - 절망의 순간 23.01.03 2,248 53 14쪽
50 49화 - 돌아온 재앙 23.01.02 2,352 49 13쪽
49 48화 - 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22.12.30 2,484 57 12쪽
48 47화 - 한 발 남았다 (수정됨) 22.12.29 2,506 67 12쪽
47 46화 - 드라칸 22.12.28 2,564 59 12쪽
46 45화 - 제주도에서 22.12.27 2,702 58 11쪽
45 44화 - 새출발 22.12.26 2,699 67 11쪽
» 43화 - 장애물 없애기 +2 22.12.23 2,881 72 12쪽
43 42화 - 어쩌다 마주친 22.12.22 2,985 68 11쪽
42 41화 - 암시장의 주인 +1 22.12.21 3,078 64 12쪽
41 40화 - 토사구팽 22.12.20 3,131 6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