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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칭호로 나 혼자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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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토템
작품등록일 :
2022.10.26 16:38
최근연재일 :
2023.05.19 20:5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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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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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215

작성
23.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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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2쪽

53화 - 재앙이 지나간 뒤

DUMMY

“이거야 원.”


지원군과 함께 도착한 박강수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혀를 내둘렀다.


싸움이 벌어졌던 한라산은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다행히 산이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 남한 최고봉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백록담이 있던 자리는 분출된 용암으로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 용암이 아직도 조금씩 나오고 있었지만, 결계 덕분에 밖으로 흘러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 옆엔 수십 개의 흙기둥이 솟아있었다. 흡사 스톤헨지를 연상시키는 풍경 너머엔 가이아 드래곤의 시체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땅에 다시 한번 나타나 위협을 가했던 재앙은 이번에야말로 죽음을 맞이했다.


“우리가 올 필요도 없었군.”

“왜. 섭섭한가?”

“그럴 리가. 오히려 안심일세.”


그렇게 말한 박강수의 시선은 구조를 기다리며 널브러져 있던 헌터들에게 향해 있었다.


자신이 놓쳤던, 등급 외의 존재를 잡아낸 역전의 용사들. 그들이 있으니 더 이상 자신들의 빈자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S급 헌터 한 명을 포함해 적지 않은 수의 헌터들이 이번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다.

상당수가 초반 공세를 버텨내던 주성의 헌터들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거다.


그들의 희생을 잊어선 안 되겠지만, 지금은 열심히 싸운 헌터들의 활약을 칭찬해야 할 때였다.


“어, 협회장님!”


박강수를 발견한 유미나가 몸을 일으켰다. 박강수 일행이 걸음을 옮기자 누워있던 이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가까이 다가간 박강수는 헌터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모두 부상이 심했지만, 다행히 목숨에 지장이 갈 정도의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다들 수고했네. 정말 수고했어.”

“아닙니다. 도와주러 오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그런 말 하지 말게, 김유건 헌터. 우리는 약간의 도움을 주었을 뿐, 자네들이 모두 해낸 것 아닌가. 좀 더 자랑해도 괜찮네.”

“맞는 말이네. 그러니 보수도 두둑하게 챙겨 줄 거지, 협회장 나으리?”


송인준의 말에 박강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들은 송인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말하고 싶은 건 더 있지만, 일단 다들 병원에서 치료부터 받도록 하세. 서울에서 부른 의료팀이 곧 도착할 걸세.”

“좋아. 이번 기회에 좀 쉬어야겠어.”

“어지간하면 저도 그래야겠네요.”

“다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우리 내기 한 번 할까?”

“기왕 할 거면 이번 보수로 내기하죠.”

“아, 그건 좀······.”


왁자지껄 떠드는 헌터들을 보던 박강수는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선호 헌터는 어디에 있나?”


질문을 들은 헌터들은 박현제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한 몸에 시선을 받은 그는 방패를 슬쩍 들어 보였다.

방패에 가려져 있던 최선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이 시끄러웠음에도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쥐 죽은 듯 잠들어 있었다.


“힘을 완전히 쏟아내고는 그대로 쓰려졌습니다. 구조팀이 오기 전까진 좀 편히 자라고 가려놨습니다.”

“그런가······.”


박강수는 최선호를 쳐다봤다.


‘현재 이탈한 S급 헌터들. 가능한 한 모두 데리고 와주세요.’


대통령과의 통화가 끝난 뒤 걸려 왔던 전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다. 모두 잠정적으로 활동을 접은 지 제법 되었고, 몇 번이고 복귀를 부탁했지만 다들 거절했었다.


하지만 최선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다들 아직 서류상 현역입니다. 협회장님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들었을 때, 박강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움직였다.

잊고 있던 모두에게 연락을 취해 설득했다.


그리고 기적은 일어났다.

절대 나서지 않겠다던 이들은 데리러 가기도 전에 협회로 와줬다. 그리곤 실력이 녹슬었다며 거절하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활약하며 헌터들의 도움이 되었다.


만일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그래서 나서지 않았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끔찍했을 거다.


“이거, 영 적응이 안 되는데 빼버려도 되나?”

“그거 엄청 비싼 물건이라던데요. 분명 10억이라 했던가······.”

“시, 십억?”

“민식이 땡잡았네. 참, 쓰기 싫으면 나 줘도 된다?”

“예끼, 이 사람아. 뺏을 게 없어서 내 걸 뺏으려 해?”


다시 모여도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떠드는 동료들의 모습.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박강수의 옆으로 하정연이 다가왔다.


“실례하겠습니다, 협회장님. 곧 수송 헬기가 도착한다고 합니다.”

“다들 들었지? 이제 이동할 걸세.”


그 말과 함께 저 멀리서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 위에 멈춰 천천히 착륙하는 모습을 보며 박강수는 걸음을 옮겼다.



****



“역시 안 되나.”


가이아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닷새 뒤.

게이트 안을 둘러보던 나는 한숨을 쉬었다.


가이아 드래곤이 휩쓸고 지나간 게이트 내부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다 부서진 훈련장은 잔해만 남았고, 훈련 시스템도 계속 시도했지만 먹통이었다.

잃은 건 게이트만이 아니었다.


일이 끝난 뒤 게이트로 돌아왔지만 엘리고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녀석의 모습을 했던 체스 말은 당연히 사라졌고, 그 어디에서도 녀석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주군!’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계속해서 녀석의 환청을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돌아와 웃을 것 같던 녀석은 이제 여기에 없었다.


“자기 게이트 고치는 법 정도는 알려주고 갈 것이지.”


잃어버린 건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다시금 깨닫고 나니 마음 한쪽이 아린 건 어쩔 수 없었다.


게이트를 넘어 한라산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직 곳곳에 싸움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곳엔 가이아 드래곤의 두 쪽 난 시체가 있었다.


미리 부탁했던 대로 협회장은 드래곤의 사체에 그 누구도 손대지 않게 조치해줬다. 혹시 몰라 아이템으로 결계까지 쳐줬다.


지금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협회장이 따라오긴 했지만, 그는 약속대로 아래에 내려가 있었다.


“그럼 어디······.”


무한의 주머니에서 검은빛을 띠는 마정석, 드래곤의 잔류사념을 꺼냈다. 햇빛을 받아도 검을 뿐인 그것을 가이아 드래곤의 반으로 갈라진 시체 사이로 던졌다.


땅에 떨어진 드래곤의 잔류사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글렀나 싶던 그때, 검은빛이 터져 나오며 작은 블랙홀이 생겨났다.

블랙홀은 주변 공간이 일그러뜨리며 가이아 드래곤의 사체를 빠르게 흡수했다. 시체가 전부 사라지면서 블랙홀도 함께 사라졌고, 그 자리엔 작은 알 하나가 남아있었다.


짙은 검은색 표면을 띤 알을 집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었다가 허리가 끊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그런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이걸로 된 건가?”


알에 귀를 가져가 댔다. 당연하겠지만,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성공한 건지 실패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원래는 안정화부터 하고 몸을 구해줄 생각이었다. 드래곤이 나오는 게이트 한두 개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고, 드래곤의 사체만큼 좋은 양분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예상치 않게 가이아 드래곤이라는 뛰어난 재료를 얻은 이상, 쓰지 않고 배길 수는 없었다.

놔두면 여러 물건으로 가공되어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였겠지만, 클리어 보상만 따져도 시체는 아무래도 좋은 게 되었다.


다른 헌터들이 뭐라고 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전부 허락받고 한 일이다.


‘구워 먹든 뜯어먹든 자네 마음대로 하게. 결국 자네가 없었다면 녀석을 죽이지 못했을 테니까.’

‘동감입니다.’

‘조금 아쉽기는 한데, 목숨 걸 정도로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기 마음대로 써. 궁금한 건 종언의 레드 드래곤으로 다 해결해서 딱히 관심 없어.’

‘저, 저는 괜찮아요!’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릴······ 이, 이거 놔!’


······허락은 받았다.


알을 넣고 걸음을 옮겼다.

얼마 내려가지 않아 박강수 협회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무너진 산을 복구하고 있는 헌터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왔군. 일은 잘 마무리했는가?”

“덕분에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남은 건 내게 맡기게.”


그 커다란 드래곤의 시체가 한순간에 사라진 걸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진 않기로 했다.


“몸은 괜찮은가?”

“솔직히 말하면 별로입니다.”

“당분간은 어쩔 생각인가? 다른 헌터들은 쉬겠다고 하던데.”

“글쎄요. 그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저는 아직 한참 멀었으니 움직여야죠.”

“S급 게이트에 등급 외 게이트까지 클리어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이아 드래곤과 마주하면서 새삼 깨달았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만일 내가 겁에 질리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면, 빠르게 원하던 것들을 얻었다면 이것보다 일이 쉽게 끝났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상대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언제까지고 그런 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가이아 드래곤 이상의 존재는 얼마든지 게이트 너머에 존재하고, 언젠간 그런 것들과도 싸워야 한다.


그럴 때마다 모든 걸 쏟아붓고 쓰러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너무 무리하지 말게.”


내 표정을 본 박강수가 말했다.


“자네는 충분히 뛰어난 활약을 보였네. 잃은 것과 부족한 것만을 생각하며 자신을 혹사하지 않았으면 하네.”

“······.”

“불과 3개월 만에 이만큼 성장한 걸세.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네.”


박강수는 내 어깨를 다독였다. 부드러운 격려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 S급으로 승급하는 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예?”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네. 길드장들도 자네가 올라가는 것에 이견을 표하지 않았고 말이네.”


협회장이 정식으로 제안하는 승급 심사. 이런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기억을 따져봐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S급 헌터.

회귀하면서 처음으로 잡았던 꿈이 이뤄지기까지 앞으로 한 발이면 되었다. 이 제안을 수락하기만 하면 달성할 수 있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거절했다.

나는 욕심이 많다. 고작 이 정도로 S급 헌터라고 인정받는 건 나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왠지 그렇게 말하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아쉽군.”

“아마 다음엔 제가 먼저 말을 꺼낼 겁니다.”

“그 말. 기다리고 있겠네.”


대화를 마친 우리는 산에서 내려와 병원으로 돌아갔다. 볼일이 있다는 협회장을 보낸 나는 병실로 돌아왔다.

병실에 들어선 나는 책상 위에 봉투가 놓여 있는 걸 확인했다. 무엇 하나 적히지 않은 갈색 봉투를 열자 열 장 남짓한 서류 뭉치가 들어있었다.

맨 앞의 종이엔 M이라는 글씨가 적힌 도장이 찍혀 있었다. 제주도에 오기 전 부탁한 의뢰가 도착한 모양이다.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안 건지는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녀석들의 정보망이라면 이 정도는 껌이었을 테니까.


맨 앞장을 넘기자 홍주한의 얼굴이 있었다. 그의 인적 사항이 적혀있는 이 서류는 말 그대로 그 양반에 관한 조사 내용이었다.


이런 걸 맡긴 이유는 간단했다.

그 양반이 나한테 왜 그러는지 알고 싶었다.


다른 헌터들에게도 인상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나와 관련된 안 좋은 소문엔 대부분 그가 엮여있었다. 마치 사주라도 한 것처럼.


예전엔 알아보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뛰어난 정보상이 있었다.


과연.

무엇이든 알아봐 준다더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덕분에 알고 싶지도 않았던 녀석의 학창 시절 성격이나 성적까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서류를 넘기던 나는 어딘가에서 손이 멈췄다.


‘국회의원 최정혁의 보좌관으로 근무. 최정혁 사망 당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남.’


국회의원 보좌관이라.

그 양반 주제에 용케도 이런 일을 했었네.


그리고 그다음 장을 읽었을 때.

나는 자리를 박차고 병실을 나섰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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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6화 - 선제타격 23.01.25 1,543 37 13쪽
66 65화 - 마계 진입 23.01.24 1,620 39 11쪽
65 64화 - 게이트 너머로 23.01.23 1,657 39 12쪽
64 63화 - 마(魔)를 멸하다 23.01.20 1,752 45 15쪽
63 62화 - 불합리한 싸움 23.01.19 1,719 39 12쪽
62 61화 - 준비된 침략자 (수정됨) 23.01.18 1,807 43 12쪽
61 60화 - 다가오는 그림자 (수정됨) 23.01.17 1,944 45 13쪽
60 59화 - 간절한 이에게 손을 23.01.16 1,949 46 12쪽
59 58화 - 가르침을 받다 23.01.13 2,032 55 13쪽
58 57화 - 빌어먹을 스승 23.01.12 2,028 54 12쪽
57 56화 - 옛 발자취를 따라 23.01.11 2,066 50 13쪽
56 55화 - 길고 긴 악연의 끝 23.01.10 2,133 51 12쪽
55 54화 -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면 23.01.09 2,142 54 12쪽
» 53화 - 재앙이 지나간 뒤 23.01.06 2,173 57 12쪽
53 52화 - 남아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내 23.01.05 2,158 53 12쪽
52 51화 - 반격의 봉화는 피어오르고 23.01.04 2,205 51 12쪽
51 50화 - 절망의 순간 23.01.03 2,261 53 14쪽
50 49화 - 돌아온 재앙 23.01.02 2,366 49 13쪽
49 48화 - 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22.12.30 2,496 57 12쪽
48 47화 - 한 발 남았다 (수정됨) 22.12.29 2,522 67 12쪽
47 46화 - 드라칸 22.12.28 2,577 59 12쪽
46 45화 - 제주도에서 22.12.27 2,715 58 11쪽
45 44화 - 새출발 22.12.26 2,711 67 11쪽
44 43화 - 장애물 없애기 +2 22.12.23 2,894 72 12쪽
43 42화 - 어쩌다 마주친 22.12.22 3,000 68 11쪽
42 41화 - 암시장의 주인 +1 22.12.21 3,091 64 12쪽
41 40화 - 토사구팽 22.12.20 3,144 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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