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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마나군단의 습격 (개정판)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무협

하영후
작품등록일 :
2012.11.16 14:10
최근연재일 :
2016.05.28 07:05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582,530
추천수 :
12,102
글자수 :
366,918

작성
14.11.27 14:29
조회
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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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글자
11쪽

난세에 떨어지다

DUMMY

......맴맴맴맴.........


태호는 요란한 벌레울음 소리에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다.

“으그그그...”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면서 주위를 둘러 본 태호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으잉? 뭐가 이러냐?”

그는 눈을 비비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속이었다. 어느 깊은 숲 속인 듯 나무가 울창했다.

까마득한 계곡 좌우로 거대한 바위들이 삐죽삐죽 솟아 있었고, 조금 멀리로는 천길 낭떠러지에 의지한 한줄기 잔도가 아슬아슬 이어져 있었다.

태호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헉! 이게 뭐야? 내가 왜 이런 곳에 있지?

그는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힘껏 볼을 잡아당겼다.

“윽!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잖아?”

그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잠 자는 사이에 캠핑이라도 온 건가?”

그는 잠들기 전의 상황을 가만히 되새겨보았다.

틀림없이 집에서 고물 컴퓨터로 삼국지 게임을 하고 있었다.

물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게임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깨어보니 웬 심산유곡에 홀로 뚝 떨어져 있다니...!


참고로 태호의 집은 대한민국 서울이다.

대학재학 중에 군에 입대한 후, 20개월 꽈꽉 채우고 만기제대하여 지금은 복학을 준비하는 청년백수다. 그러나 그는 학업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하루종일 게임에 올인하는 게임폐인이라고나 할까.


태호는 무심코 자신의 차림새를 확인하는 순간 비명을 질렀다.

“뜨아아.......”

하의는 낡은 무명바지이고, 상의는 땀에 푹 절은 후줄근한 삼베저고리였다.

더 가관인 것은 저고리 앞섶에 단추 같은 것도 없이, 훌러덩 가슴과 복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태라는 것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태호는 군 제대 이후 낡은 하늘색 츄리닝 이외에는 다른 종류의 옷이라는 것을 걸쳐본 역사가 없었다. 오로지 자나깨나 츄리닝패션만을 고집해 왔었는데, 이건 뭔가? 상거지 노숙자도 안 입을 거적떼기를 걸치고 있다니...

그런데 문제는 그 것이 다가 아니었다.

“잉....?”

그는 눈을 껌벅이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뭐, 뭐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밋밋하고 두루뭉술한 민짜 가슴은 온데간데 없고 이것이 웬 말근육이란 말이냐?

“대, 대박!”

마치 코뿔소의 껍질 같은 단단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는 가슴. 그리고 복부와 옆구리로 이어지며 촘촘히 박힌 구리빛 초콜릿 근육들...

그가 기억하는 자신의 몸뚱이는 약간 오동통해서 귀여울 정도로 둥글둥글한 체형이었다. 쉬운 예로 개그맨 정형돈을 연상하면 딱 들어맞는 체형이랄까?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잠 자고 일어나니 터미네이터로 변신해버린 것이다. 뿐인가? 이제보니 키도 훨씬 늘어난 것 같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평소의 눈 높이는 절대 아니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거냐?”

바로 그 때.

갑자기 일어난 신변의 변화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진 태호의 의식이, 불현듯 닫혀있던 자신의 기억 한쪽을 스르륵 열어젖혔다. 그러자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후, 자연스럽게 되돌아 오는 기억들 처럼 또 하나의 기억이 확연히 떠올랐다.


이름 강태호.

나이 25세.

직업 농사꾼.

옹진군 풍현에서 농사만 지으며 살아 온 시골 토박이. 몇 달 전, 노모가 돌아가시자 가산을 정리하여 서성에 살고 있는 외숙부의 푸줏간 일을 도와주러 가는 길이다.

유년시절에 우연히 마을을 지나던 이인(異人)에게서 무공을 전수받았다. 간단한 호흡법과 창봉술이었는데, 이것을 십오 년 째 수련중이다. 아직 누구와 무예를 겨뤄본 적은 없지만, 힘으로 대결해서 여지껏 저 본적이 없다.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는 현재 두개의 기억이 공존하고 있다는 거잖아. 서울 강태호와 풍현의 촌놈 강태호...”

이런 구체적인 기억이 떠오르자 실제로 자신이 풍현에서 농사짓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렇군. 난 농사꾼 강태호였어. 그리고 서울의 백수 강태호이기도 하지. 이럴 경우, 보통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기억은 점차 사라지게끔 되어있지. 마치 임시저장소에 있던 파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것처럼 말이야.”

태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진짜 내 기억일까? 서울 강태호의 기억일까 풍현 강태호의 기억일까? 어쨌든 둘 중 하나는 꿈 속의 기억이 분명할 텐데 말이지.”

그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그럼 여태 현실인 것처럼 느껴졌던 대한민국 서울의 강태호가 꿈속의 나였던가? 난 여태 서울에서 살았던 꿈을 꾸다가 깨어났다 이거지?”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학교 다니고 군대 가고 컴퓨터 게임하고 하던 것이 모두 꿈이었다니...

“그런데 너무 생생하단 말이야. 그리고 어떻게 그동안 꿈속에서 배웠던 지식들이 하나도 잊혀지지않고 뚜렷이 기억되는 것이냐고!”

아무리 꿈에서 갓 깨어나서 기억의 편린이 아직 남아있다고 해도, 중국땅 후한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말이나 글자까지, 거기다 컴퓨터 사용법까지...거기다 영화, 연극, 군대생활, 택시요금, 그런 사소한 것 까지 일일이 기억하느냐 이말이다.

“결국 그렇다는 것은 대한민국 서울의 기억은 틀림없는 현실인 것이고, 오히려 지금의 내가 꿈속의 인물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또 어째서 농사짓던 이곳의 기억이 생생하게 현실처럼 느껴지는 거냐 말이다. 이것 좀 봐! 서울의 강태호는 흉내도 내지 못할 이런 고난이도 무술을 나는 왜 이렇게 능숙하게 펼치냐고?”

태호는 나무막대기를 들고 현란한 봉술을 펼쳐보였다.

막대기는 붕붕 소리를 내며 바람을 일으키더니 아예 허공을 봉의 그림자로 가득 채워버렸다.

“이게 어디 하루이틀 익혀서 펼칠 수 있는 거냐고! 당연히 15년을 수련했으니 이런 실력이 나오는 것이지.”

태호는 앞발차기 뒤후리기 공중뛰어 삼단차기 등등 온갖 기예를 눙숙하게 펼쳐보였다.

“이런 것이 서울의 태호였다면 가능할 것 같애? 당연히 지금의 나니까 가능한 것이지. 일단 어제 일을 한번 떠올려 볼까? 어제 나는 어느날 처럼 일어나서 간단히 운기조식하고, 봉술과 창술을 연마한 다음, 밥 지어먹고, 그저께 빌려왔던 수레를 끌어다 아랫마을 장씨네 집에 갖다주고 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서 돼지고기 한 근하고 과일 몇 가지를 샀지. 배 두개하고 사과 두개, 밤 한되를 샀지. 집에 와서 는 음식 장만해서 부모님 묘에 가서 제사지내고, 다시 내려와서 가산 정리해서 떠날 준비 마치고, 동네 돌아다니면서 어른들께 인사하고...이런 걸로 봤을 때 이것도 꿈이 아니잖아!”

태호는 한 숨을 내쉬었다.

“두 놈의 영혼이 합체된 것이 맞구만 맞아.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어. 에라이! 합체가 됐건 분리가 됐건 무슨 상관이야. 될대로 되라지!”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한 편의 꿈처럼 덧없다는 뜻으로, 꿈속에서 한 평생을 살다가 꿈에서 깨어보니 잠시 낮잠을 즐긴 단 몇 분의 시간이었더라고 하는, 기억도 간당간당한 옛 고사성어가 문득 떠올랐다.


때는 바야흐로 당나라 덕종 때 순우분이라는 사람이 광릉에 살았다.

어느날 그가 술에 취해 집 앞에 있는 큰 홰나무 밑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남색 관복을 입은 두 사내가 나타나서 말했다.

“저희는 괴안국 왕의 명을 받은 사신으로서 대인을 모시러 왔습니다.”

순우분이 그들을 따라 홰나무 구멍 속으로 들어가자 국왕이 성문 앞에서 반갑게 그를 맞았다. 순우분은 국왕의 부마가 되어 궁궐에서 영화를 누리다가 태수를 제수 받고 남가군에 부임하였다.

남가군을 다스린지 어언 20년이 되어 그는 재상(宰相)이 되었는데, 갑자기 변경의 단라국이 침공해와서 맞서 싸우다가 참패하였으며, 더하여 아내까지 병으로 죽자 상심한 그는 관직을 버리고 상경했다. 얼마 후 국왕은 “천도해야 할 조짐이 보인다”며 순우분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잠에서 깬 순우분이 꿈을 기이하게 여겨 홰나무 뿌리부분을 살펴 보니, 꿈처럼 구멍 하나가 있었다. 그 구멍을 더듬어 나가자 넓은 공간에 수 많은 개미의 무리가 두 마리의 왕개미를 둘러싸고 있었다. 추측하건대, 이곳이 괴안국이었고, 왕개미들은 국왕 내외였던 것이다. 그리고 홰나무의 남쪽으로 뻗은 곁가지 쪽의 구멍에도 많은 개미떼가 있었는데, 순우분은 그 곳이 바로 자신이 태수로 있었던 남가군이 아니었을까 추측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후 큰 비가 내려 개미구멍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는데, 왕이 천도할 조짐이 보인다고 한 것은 바로 이 큰비를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순우분은 생각했다고 한다.


태호는 망연히 앉아서 사태의 전후를 생각하니, 생각할수록 기가막혔다.

도대체 서울의 강태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무엇 때문에 그의 기억은 1900년의 시공을 거슬러 이곳에 당도했을까?

서울의 가족을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픔과 분노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어머니...엄마! 아부지! 수희야! 크흑흑!”

태호는 갑자기 땅에 엎드려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단 한번 울음이 터지자 별안간에 설움이 복받치며 대성통곡으로 이어졌다.

“으헝헝헝....아부지! 어무니!”

태호의 울부짖음이 숲을 쩌렁쩌렁 울렸다. 어찌나 구슬프게 곡을 하는지 매미소리조차 뚝 끊겨버렸다.

하지만 바로 그때, 마치 태호의 통곡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어디선가 굵직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미친놈이 형님들 구역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거냐?”

갑잡스런 호통에 찔끔한 태호가 소리 난 곳을 바라보니, 계곡 안 숲속에서 웬 굵직굵직한 덩치들이 각자 도끼며 쇠몽둥이 같은 것을 어께에 메고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그런데 숫자가 무려 이십여명이나 되었다.

한눈에 딱 봐도 산적들임이 분명했다.

“뭐야? 저 것들은......”

태호는 다가오는 산적들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마음속에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서울의 강태호는 비록 겂쟁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간덩이가 부은 것도 아니었다. 즉, 동네 양아치를 만나면 일단 슬금슬금 도망을 치고보는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에 속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크게 달랐다. 이상하게 놈들이 무섭기는커녕 가소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네놈은 뭐하는 놈인데 여기서 시끄럽게 곡을 하느냐?”

“난 그냥 지나가던 사람인데?”

“어쭈? 요놈 봐라? 그 보따리 이리 내놔 봐!”

“네 놈들 모가지부터 내놔라.”

“뭐? 푸핫하하하하.....”

선두에서 다가오던 도둑놈이 예상치 못한 대거리에 어이가 없는지 뒤를 돌아보며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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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제17장 황건적 일어서다 +5 16.04.15 7,132 168 14쪽
52 제17장 황건적 일어서다 +5 16.04.15 7,409 16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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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16장 조조와 원소 +4 16.04.14 7,402 159 12쪽
49 제16장 조조와 원소 +3 16.04.14 7,705 15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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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14장 흑룡대의 위엄 +2 16.04.11 7,312 155 11쪽
44 제14장 흑룡대의 위엄 +4 16.04.11 7,476 154 13쪽
43 제13장 대현량사 장각 +3 16.04.10 7,308 159 12쪽
42 제13장 대현량사 장각 +3 16.04.10 7,210 158 13쪽
41 제13장 대현량사 장각 +5 16.04.10 7,442 1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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