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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7.01 12:00
연재수 :
373 회
조회수 :
224,671
추천수 :
6,950
글자수 :
2,041,556

작성
20.07.24 12:00
조회
1,015
추천
27
글자
7쪽

고무보트 17

DUMMY

“올라가자! 위로 올라가서 기동하자. 4중대가 앞에서 돌파하고 본부중대는 따라간다. 저 벼랑 위에서 뛰잔 말이다. 적의 모든 방어개념은 물에서 들어와 만나는 곳. 다시 말해 이 백사장에 집중되어 있다. 올라가면 더 편하게 뛸 수도 있다. 그래야 갈 수 있다. 보다시피 여기는 벼랑이 가파르다. 가파른 곳은 초소 간격 넓다. 독수리훈련 때 다 경험했지? 오르기 편한 곳에서 경계병이 있다. 그러니 힘들어도 바로 이 자리가 적당해 보인다. 이해?”


4중대장은 어둠 속에 중대원을 모았다.


“올라가서 뛰어야 한다. 담당관여, 먼저 올라야겠어. 고등산악 경험이나 능력이나 조상사가 제격이야. 군장 탄약 벗고, 저 절벽, 허리에 로프 묶고 hard free로 올라갈 수 있겠어요?”


“올라갈 수 있냐니, 저게 높이가 얼마나 된다고. 내 면상에 총질만 안 하면 올라갑니다. 문제는 군장과 장비죠. 등반기도 없고, 앵커도 볼트도 보트에 두고 왔어요. 로프 밖에. 앵카망치로 박으면서 올라갈 분위기도 아니고요. 일단 내가 선두로 자유등반하고, 어떻게든 로프 고정 확보한 후에 이하사가 로프 타고 올라오고, 둘이 안전 확보하면 그때부터 중대 고! 본부 고! 마지막에 지고 못 올라오는 것 로프로 들어올리고. 3번으로 화기 광수 니가 올라와서 전원 등반 때까지 저격수로 경계해라.”


“오케이 결정.”


“오케이. 저는 권총과 칼만 차고 바로 올라갑니다. 이하사가 두 번째 올라오면서 로프 원형매듭을 1미터 간격으로 만들어. 만약 위에서 문제 생기면 이하사의 일을 박중사가 대신한다. 저 위에서 적 발견하면 일단 대검이고, 그건 나나 이하사가 처리한다. 처리는 완전히 죽여야 돼. 나머지는 일단 개인로프로 안장 매고 거시기에 스냅링 걸고 기다려. 군장 때매 힘들면 고리에 안전링 걸고 쉬었다 오르는 거다. 알지? 최대한 한 번에 파바박 올라야 쉽다. 움직여. 이하사 나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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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하사가 오르면서 하는 원형매듭 만드는 것은 설명이 필요하다.


담당관이 먼저 자유등반으로 올라가 나무든 돌이든 강하게 결속해 안전을 확보한다. 이하사는 담당관이 오르기 시작하자 곧바로 손에 닿는 로프까지 1미터마다 원형 고리매듭을 만든다.


그 다음 이하사가 태능식이 아닌 발꼬아 오르기로 시작한다. 키 높이 보다 더 올라가 서면, 왼팔로 로프를 잡거나 건 상태로 발로 꼬은 고정자세 - 쪼그려 앉는다. 그 다음 오른손은 발 아래 줄을 잡아 올린다. 왼팔을 로프에 건 상태로 잡아올린 줄에 원형매듭을 만들다.


끝나면 다시 발꼬아 오르기로 더 오르고 이렇게 반복해 매듭을 만든다. 원래 시간이 있으면 로프에 1미터 정도 간격으로 수냅링 걸 수 있는 원형매듭을 만들고 올라가는 것이 편하나, 시간이 없다. 무거운 군장을 매고 하는 것이 진짜 고등산악이다. 면도칼로 톡 치면 로프 끓어질 것처럼, 맨 몸과 하중이 전혀, 전혀 다르다. 안전링을 걸어 잠시 쉬지 않고 그냥 잡고 완전군장에 오르는 것은 안 하는 게 낫다고 봐야 한다. 등강기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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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의 추억 :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나에게도 각별한 사격의 추억이 있다. 총이 잘 안 맞던 하사 시절, 사격장! 소리만 들어도 두려웠다. 그 기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얼어버린 마음과 몸은 더더욱 사격을 향상시키지 못했다.


전진무의탁 20발이면 18발이 합격이었고, 다른 특공사격과 즉각조치 사격은 별로 염두에도 두지 않고, 전진무의탁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단 사격장 돌리는데 전진무의탁이 가장 빠르기도 하다. 모든 대대 모든 지역대가 영내만 들어오면 사격장 시간을 노린다. 연말에는 시간이 비지 않자 영외 밭이나 산에 타깃 꼽고 쐈다. 지금 그랬다간 뉴스 나고 난리 날 거다.


사격이 나에게로 돌아선 것은 중사 달고부터다. 대대 지역대에는 잘 쏘는 사람이 많았기에 20발을 적중해도 ‘뭐 그래.’ 그 정도였고, 칭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지휘관이나 당시 담당관인 인사계는 제대 사격율을 푹푹 떨어트리는 사람을 신경 썼다.


19-20발 맞춘 사람은 그냥 저쪽으로 가서 쉬어라...하면서 아예 신경 안 쓴다. 못 쏘는 사람과 새로 전입 온 사람들에게 주로 관심을 쏟았다. 대신 계급을 떠나 18발이 넘어가면 사격장에서 아무도 터치 안했다. 아예 합격자 용 24인용 텐트를 쳐놓고 2-3차 사격 때까지 좀 모여있으라고 했고, 겨울에는 그 텐트에 난로까지 피워주었고, 18발 이하는 언 땅에서 다음 사격까지 PRI.


내가 18발을 쏴도 속에서 불만이 가시지 않게 되었을 때, 19발을 쏘면 뭐 괜찮기는 하나 그 한 발이 아쉽게 되었을 때도, 20발을 맞춰 측정관이 불러줄 때 난 아무런 표정도 즐거움도 없었다. 됐다 안 됐다 그 차이. 그러면서 내가 좀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웃기게도 지금도 그렇다. 19발을 쐈을 때, 나는 일단 내려와 “19발? 쩌그로 가라. 합격자.” 이 말을 듣고 가도, 일단 눈을 감고 앉아서 빠진 발이 몇 번째 총알이고 몇 미터 타깃이었고 내 호흡과 자세와 격발이 어땠는지 되새기고 나서야 휴식을 취했다.


“19발 맞췄는데 왜 얼굴이 존나 구리냐?”

“20발을 못 맞춰서.”

“뭐 거나 거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이때 난 내가 너무 집착적이라는 점에 항변하는 이유를 대고 싶었다. 그래서 난 문득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못 맞춘 그 타깃이 전시에 살아서 총으로 날 쏴 죽일 거니까...”


나에게 물어본 옆 지역대 동기는 씁쓸한 인상을 지었다.


“............. 그렇게 좋으면 군대에 남아.”


이날 떠올린 말이 사격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날 옹호하는 말로 자주 쓰였다. 어떤 요기가, 어떻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냐는 제자의 말에, 훌륭한 사람을 흉내 내라. 흉내에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노력하면 진짜 훌륭한 사람이 된다... 바로 이 말과 비슷했다.


못 맞춘 그 타깃이 적으로 살아남아 나를 죽일 거라는 생각. 어느 순간부터 난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말 할 때 거짓말 탐지기를 붙여도 진실로 나올 정도가 되었다. 대대에 근무할 때는 ‘니가 못 맞춘 놈이 널 쏴 죽여도 그렇게 실실 웃음이 나오냐 이 개...’라고 말하곤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 hi******
    작성일
    20.07.26 09:37
    No. 1

    사격의 추억... 스무발 중 14발을 맞추라고 하는데 왜 12발에서 성적이 오르지 않는지... ᅟᅲᅟᅲ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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