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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17 12:00
연재수 :
371 회
조회수 :
223,314
추천수 :
6,931
글자수 :
2,030,531

작성
20.06.29 12:00
조회
1,951
추천
40
글자
7쪽

그대가 머문 그 자리 1

DUMMY

김상사는 뒤를 돌아본다. 김병장은 그래도 버티는데, 뒤 이어 올라오는 병사들은 힘겨워 자꾸 총구가 쳐진다.


김상사는 체력보다 모든 걸 투시하듯 훑어보며 의심을 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더 힘들다. 내딛는 한 발이 폭발의 인계철선 같고, 경사면 어두운 미지에서 언제라도 섬광이 번쩍일 것 같다. 왜 그런 불안감이 드는가 하면, 자신이 15년 넘도록 산에 숨어 접근자를 노려보는 연습을 했기 때문일 것이리라.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 정적을 깨고 단칼로 치는 것. 게릴라. 김상사는 많이 해봤다. 물론 대항군과 빈총 쏘기였지만.


오랜만에 화이바 쓰고 자기 총구를 확인하면서 가려니 영 답답하다. 벙거지 위장모를 쓸까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안전은 생각해야 했다. 국산 방탄 화이바가 7.62 밀리 직사에 뚫린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없다. 그래도 수류탄 파편이나 어디 미끄러지거나 바위에 충돌할 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화이바다. 김상사가 땀을 닦으면서 입을 연다.


“완전 뭐 유적답사야. 추억 따라 삼천리...”


8~90년대 반짝하고 사라진 거부작전. 김상사는 기억한다. 전시에 북한에게 한참 밀렸을 때, 그로 인해 부대가 북으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을 때, 부대를 최전선에 투입하기도 애매하니, 우리 땅에서 게릴라가 되어 남하하는 북한군을 괴롭히라는 임시 전시 작계훈련,


당시 대원들에게는 야외 캠핑이나 다름없었다. 내용에 알맞은 훈련이 되려면 1개 대대라도 자신을 추격하거나, 근처를 이동하며 습격파괴 대상이 돼주어야 하는데, 그건 대항군 없는 단독작전이었다.


그러니 밥 해 먹고 뱀 잡아먹고 산타고 내리고 하면서 대대본부가 설정한 도로나 목표물을 괴롭히는 껌 씹는 훈련이었다. 그러나 그 훈련이 ‘대충’은 결코 아니었다. 모든 팀이 북한에 목표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이 땅에 각 여단 각 대대 정확히 주어진 섹터가 있었다. 북한이 여기까지 내려오면 너희 대대는 이 산, 여기까지 내려오면 저 산이 게릴라 베이스.


실제 훈련은 정해진 산에 들어가 일대를 그냥 돌아다니면서 길 익혀두고 그러는 거다. 밥 먹고 놀다가 산만 존나게 탄 훈련이다. 어떤 여단에서는 과로로 지역대장이 산에서 순직하는 일이 이 거부작전 훈련 동안 일어났다. 한여름에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산 탄 기억 밖에 없다. 다만, 대대에서 별로 올라와보지 않아 은거지에서는 진짜 룰루랄라 팀별로 놀았다. 오르고 내리다 시원한 계곡물을 만나면 발도 담그고 세수도 하고 등목도 했다.


개전 된지 한 달. 전세는 피양 위쪽에 정체되어 있었다. 0여단 모든 전투팀/지역대들이 개인 물품을 유서와 함께 더블백을 꾸려 놓고 저 위로 떠났다. 여단본부는 남은 것을 정리한 다음 주둔지를 떠났고, 작전 대대 개인물품과 (손톱과 머리칼 포함) 유서는 군지사 임시 보관소로 보냈다.


보병부대처럼 복잡하지는 않았다. 대대 막사를 가보면 팀들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먼지뿐이었다. 작전팀이 들고 간 장비가 장비의 전부다. 수송부 차량이 유일하게 남은 여단 장비다. 오히려 특정대 장비 후송하는 게 더 힘들었다. 여단 입구에 있던 구형 탱크는 고물상이 끌고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개인물품 정리를 지휘하던 김상사도 마음이 짠...했다.


북한은 잘 알려진 각 특전여단들 자리를 정확한 좌표로 알고 있고, 구글 어스로 주둔지 모양까지 안다. 혹시나 모를 주둔지 위해(危害) 상황을 대비해 남은 병력과 본부대는 남쪽으로 이동해 어느 비행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보름이 지난 시점부터 아주 적지도 아주 많지도 않은 이 병력 활용은 생각지 못한 명령으로 내려왔다. 여러 산들을 섹터로 받아서 대-비정규전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개전 초기, 북한 경보병여단 등 비정규전 부대들이 전선을 특공 형태로 돌파해 산 타고 남하, 서울과 위성도시를 노렸고, 어떤 부대는 훨씬 남쪽 도시를 노렸다.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 전선을 돌파해 내려온 북한 비정규전부대들.


그러나 북한은 남한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도 유명한 산과 능선에는 여전히 고급 브랜드를 입은, 등산에 중독된 중년들이 산을 타다 이들과 조우했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지만, 이들이 가진 스마트폰은 그들의 이동로에서 정보원이 되어 SNS에 오르고 112 113에 신고 전화나 사진이 전송되었고, 심지어 119로 전송한 사람도 있었다.


예전의 경험대로 대한민국 국방부는 그냥 헬기를 띄웠다. 이런 작전에서 헬기 조종사들은 최고의 경험을 했다. 전선돌파에서 생존한 북한 정예부대가 능선 타고 줄지어 내려라가는 것을 보고, 거기에 로켓과 발칸으로 ‘조지는’ 경험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과거에는 무장공비 서너 명 때문에 군단이 출동하고 난리였는데, 떡하니 개미떼처럼 산악행군 하는 그들은 손쉬운 밥이었다. 급하면 전투 무장헬기가 아닌 수송헬기도 일대로 날아가 달린 기관총을 마음껏 발사했다.


그러나 그들 과반을 죽이거나 전상시킬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산은 넓고, 맞으면 사방 수목 속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낙오병들이 그때부터 골치 아픈 존재가 된다. 그러다 또 곧 깨달았다. 배고프면 알아서 내려온다는 것. 그들은 굶어 죽더라도 북으로 못 올라간다는 것. 옛날처럼 태백산 타고 월북하면 그건 북한 입장에서 군무이탈 혹은 배신자다. 경보병여단 같은 부대들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포로들 말에 의하면 어떤 특정한 도시를 언급하며 거길 ‘해방’시키는 것이 자기들 목적이라고 했다. 말문이 막혔지만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후방으로 이동한 각 특전여단 잔여 병력은 이들에 대한 소탕/섬멸작전을 수령했다. 특수전학교를 안 나왔거나 야전경험 없는 병사들도 많았으나, 아무리 그래도 특전여단에는 경험 풍부한 부사관들이 본부나 취사반 경비소대에도 있었다. 그리고 대대본부 소속으로 잔류한 원사들. 여단본부 소속 부사관들은 거의 다 대대 지역대에서 최소 몇 년이라도 경험을 한 사람들이다. 특전부사관이 전입 와서 여단본부로 직행하려면 아마 백혈병이라도 걸려야 할 것이다.


'뭐가 좀 이상한가? 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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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대가 머문 그 자리 2 +3 20.06.30 1,739 36 8쪽
» 그대가 머문 그 자리 1 +1 20.06.29 1,952 40 7쪽
15 지역대가 14 +3 20.06.26 1,830 46 8쪽
14 지역대가 13 +2 20.06.25 1,807 43 8쪽
13 지역대가 12 +4 20.06.24 1,813 3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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