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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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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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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9쪽

고무보트 8

DUMMY

하지만, 현재 무선침묵 중이고, 2파는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도 알 수 없다. 15~20분 뒤에 진수되어 나올 2파 뽀드 4대 중에서 만약 이 보트를 발견하지 못하면 큰 문제다.


컴컴한 가운데 빨간 필터를 낀 후레시로 점멸할 수 있는데, 이 모터가 안 걸리는 뽀드는 해류에 약간씩이라도 밀려서, 2파가 나올 때 어디 있을지 모른다. 바다는 그 어떤 곳이라도 움직인다. LST보다 고무보트는 훅훅 더 밀린다. 닻이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LST 바로 앞에서 시동을 걸자고 했는데, 해군이나 대대본부는 위험하단다. 뭐가 위험하다는 말인가? 등 다 껐는데...


곧 추대위가 결정을 내렸다. 먼저 고장 난 보트를 지시하며 수기로 X 표시를 하고, 다시 전진할 대형을 의미하는 수기신호를 하더니 1번 보트를 지시하고 해안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강하게 뻗었다.


그러자 선수 첨병 모두 같은 동작을 몸으로 복창했고, 해안을 향해 지시했다. 그걸 본 키잡이들이 악셀 후까시를 넣는다. 1번 뽀드는 GPS는 물론 나침반 방위각을 정말 조심해서 봐야 한다. 다른 보트도 그건 하지만 서로 간에 수기신호 밖에 못 본다. 1번이 무언가 방위각 실수를 해서 다른 방향으로 가면, 그걸 깨달은 보트가 옆으로 붙거나 지나치면서 통보해야 한다. 이 점은 표현상 항법이 어느 정도 감으로 필요하다.


사실 저기에 육지가 있는지 어떤지 아무도 모른다.


불빛이나 등이 전혀 ‘전혀’ 없으니까. 그런데 특정 방위각으로 가기는 하는데, 아무리 봐도 측면 해류에 밀렸다고 쳤을 때, 얼마 동안 어느 정도 밀렸는지를 알아야 차후 항법에서 보완할 수가 있다.


다만 옛날과 다른 것은 GPS다. 그런데 이 GPS가 무슨 노트북 화면처럼 이동선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냥 자리만 찍어준다. 그러니 한동안 가다가 찍어봐야 해류에 밀린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리 장비를 써도 감이 필요하다. 그럴 경우, 해안에 거의 도달해서, 해안선을 따라 좌나 우로 이동해야할 필요가 생긴다. 해안의 적 경계병 앞에서 측면으로 이동하며 포말을 선사하라고? 니미 다섯 대나? 떼로 모여서? 왜 M-60 들고 수상스키도 타지.


야간투시 고글을 써도 낮고 완만한 서해안 지형은 특정한 참고점을 찾기 힘들다. 또한 고글을 써도 어떤 지점을 향해 정확히 일직선으로 가고 있는지 감이 잘 안 온다. 그래서 서양 특수전부대는 항해용 고가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한다.


그래서 간첩들이 해안에서 깜빡이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수함에서 잠망경으로 본다고 해도 지형 판독이 애매할 수 있다. 다만, (독수리훈련으로 이 바닥에서는 잘 알아도 보안 때문에 말은 못하지만) 우리나라는 평시 불 켜놓은 것이 많아 참고점 풍부하다. 그래도 해안에서 정확한 지점 찍는 건 무척 힘든 거다. 큰 배라면 지도 펴놓고 GPS 결과 표기하면서 얼마나 밀리면서 어디로 가는지 바로 안다. 이 모터보트에서 뭐 중대장 한 명이 판초 뒤집어쓰고 배율 높은 지도에 표기하며 하랴?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남한에서 침투한 간첩이 해안에서 점멸! 이리로 오세요.


저 GPS를 잡은 담당관이 해안에 가까이 도달해 모터를 끌 때, 빗겨난 GPS 측정값으로 원하는 상륙점에서 과연 몇 미터나 밀렸는지 계산이 가능한가 의문이 든다. 그러므로 최근에 찍은 위성사진을 거의 외워야한다. 꼼꼼하게. 80년대에도 이미 작계연구 시기에 위성사진이 내려왔다.


1번 뽀드는 앞으로 나가고, 나도 악셀 레버를 올렸다. 그리고 기본적인 위험에 대비했다. 말 안 해도 기본적인 것. 어느 정도 높은 파도가 옆에서 몰아치면 침수 포함해 좆댄다.


이런 보트는 대양에 떠 있는 나뭇잎 그 이상도 아니다. 한 순간에 뒤집어질 수 있고, 그 정도가 아니라도 무거운 내용물 때문에 아슬아슬하다. 그러므로 전방은 물론, 다이아몬드의 측면에서 몰려오는 파도가 보이면 모터 끄기 전까지 고함이라도 질러야 한다. 만약 갑자기 바람이 불면 성호를 그어야 한다. 바람 뒤에는 비와 출렁이는 파도가 뒤따른다, 바다는 육지보다 징후 뒤에 닥치는 시간이 빠르다. 그래서 우리는 ‘발을 디딜 때까지’ 항상 두려움에 떤다.


여기서 15분 정도 나가고 2파가 진수되면 무전기 켜고 살려달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없다. 신호탄 쏘면 해안포 영점 잡으란 소리다. 포탄에 직격이 아니라도 옆에 터지면 위험하다. 그냥 얇은 고무판이다. 외제는 드라이버로 안 뚫리지만 국산은 드라이버 푹 찌르면 곧 공기 푸욱 사정하고 그라든다.


모든 불안감의 근원은 너무나도 많은 장비와 병기를 실었다는 이 무식한 점이다. 계획하는 입장에서 보면 모두 필요한 것은 맞으나, 나는 보트의 위험에 대비해 한 번 솎아서 빼버리고 싶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군장들을 물에 뜨게 급조도하 형태로 결속했고, 나 살고자 하면 뒤집어질 때 앞의 군장 잡아서 물속으로 안 들어가게 하고 의지해야 한다. 급조도하물의 특징은 위쪽에서 물이 들 경우 침수 위험이 크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만든다. 게다가 급조도하 결속하기 전에 군장 내용물을 균형 있게 넣지 않으면 이게 또 기울어진다. 기울어지면 침수 위험 높아진다.


병신 짓 많이 봤다. 급조도하 부유물을 만들었는데, 내용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물에 뜨는 배구공을 잡은 것처럼 중심이 안 선다. 그러다 한쪽으로 기울이지면 존나 작은 구멍부터 꼬르륵 꼬르륵 하다가 결국 자침으로 끝나고, 그때 우리는 대한민국 특수전부대의 사람 살려! 고함을 듣는다.


이것이 주간에 훈련하는 것이면 사실 기분 째진다. 상큼한 소금기 바닷바람과 함께 폼도 나고 시원한 바람에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해상훈련이 여름이라, 전술훈련 때 뽀드 모는데 약간 하늘이 꿀럭꿀럭한 상태에서 찬바람이 몰려오면 정말 시원하다.


다만, 낮이건 밤이건 속도가 빨라지면 뽀드 모터를 조종하는 키잡이 실력이 중요해진다. 잘못 까딱해서 핸들을 자신도 모르게 휙 측면으로 돌리면 버스 전복이다. 그리고 버스는 바다에 있다. 내 중사 시절, 동기가 운전수를 하는데 이유도 모르게 휙 꺾었다.


표정을 보니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른다. 운전 초보가 핸들을 꺾을 때 어느 만큼 돌아가는지 착각하는 그런 수준으로, 선미 한 쪽이 밑으로 푹 가라앉았고 옆으로 물보라가 면상에 가득 몰아치며 뽀드 안에 물이 들어왔고, 난 온갖 욕을 퍼부었다. 핸들형이든 그냥 수평 놋대 형이든 까딱하면 자동차보다 더 급격하게 돌아간다.


그러다 가끔 우리끼리 충돌도 했다. 쪼디악이 우리 보트를 퍽 박고 들어오는데, 난 무슨 상어에게 물린 기분이 들었다. 초보가 충돌을 피하려다 휙 꺾으면 용왕이 혀를 낼름한다. 해상부대 사진에서 고속보트나 고무보트 대형을 맞춰 가는 걸 보며, 저게 뭐 대단한 훈련이야 할지 몰라도, 고속일 경우는 더 조심해야 하고, 훈련 많이 해서 야간 무월광에서도 그 느낌으로 유지할 실력이 되어야 한다.


속도가 높아지니 중대원들이 알아서 보트에 납작 엎드린다. 뭐 증명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 않다. 전진 저항이 줄어드니까. 그러면서 겁도 날 거다. 이런 모터 소리가 해안에 정말 안 들려? 진짜 안 들리는 거지? 악셀 레버를 최고로 올리면 거의 빠앙~~~~!!! 이런 소리가 난다. 나는 뽀드가 해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시점을 군 생활 동안 많이 경험했다. 정확한 치수가 아니가 감이다.


우리가 예상한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고글을 불렀다.

“잘 봐!”


1번 뽀드 선수 첨병의 수기신호를 보라는 말이다. 먼저 속도를 줄이라는 신호를 하고 그 다음 천천히 보트 운짱들이 최대한 모인 다음, 끄라는 신호가 떨어진다. 그러면 각자 놋대를 챙겨 젓기 시작하는 거다. 그때부터는 방귀도 끼지 말아야 한다. 이어, 추대위가 해척조 출발을 신호할 거다.


그럼 슈트 입은 해척조가 칼 차고 삽탄된 총 들고 물로 들어간다. 훈련 때는 노를 저어도 빨리 가려는 생각으로 팍팍 쳐 넣어 긁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약간 천천히 그리고 존나게 조용히 노를 수직으로 꼽고 소리 안 나게 뒤로 제겨야 한다. 뒤로 젖힌 노를 물에서 뺄 때도 튀지 않도록 조심하듯이 빼고 또 앞으로 가서 두부 자르듯이 처억 수직으로 꼽고 반복.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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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 hi******
    작성일
    20.07.13 12:12
    No. 1

    요즘 GPS는 궤적도 나옵니다. 그런 장비 갖추고 있기만 바래요. 그나저나 시동 못 건 보트는 어찌 되는지... 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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