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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17 12:00
연재수 :
3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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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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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1
글자수 :
2,030,531

작성
20.07.09 12:00
조회
1,286
추천
31
글자
7쪽

고무보트 6

DUMMY

사실 뽀드 키잡이인 나도 말만 하면 야간투시경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영 까깝한 것이, 옛날에 그거 없이 훈련하고 그랬던 것도 있지만, 나는 현장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느낌과 육감. 특히나 해안 가까우면 고글 그런 거 필요 없고, 오히려 해안은 육안으로 후다 따 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요즘 애들은 이상하게 우리 때에 비해 밤눈이 별로 안 좋다. 어쩌다 야전훈련 통제관 나가면 애들이 그런다. 통제관님 저게 보입니까? 정말로 보여요? 호로자쓱아 내가 유리 겔라냐? 니들 밤눈이 게릴라 치고 안 좋은 거지. 그건 그렇고. 오늘 은거지에서 나에게 게릴라 음료수 상납 없냐? 니들 빠는 것도 내 눈감아 주지...ㅋㅋㅋ


앞사바리 아가리에서 나온 뽀드들이 모여들고 있고, 우리 첨병은 그거 모은다고 뽀드 앞에서 백화점 교통정리처럼 원더걸스 춤을 춘다. 내가 배속된 중대 1호 뽀드가 옆에 붙었고, 임시중대장인 중위가 나에게 손을 건넸다. 어휴 뭐 같이 놀자는 거냐?


뽀드들이 모이는데 바다가 약간 넘실넘실 하고, 그럴 때는 국산 뽀드의 경우 뽀드가 알파벳 A자처럼 중간이 위로 꺾이는 기분이 들 때 느낀다. 이건 목숨 걸고 믿을 것이 아니여. 원래 고속 모터용 뽀드는 중간이 밑으로 날카로운 요트와 비슷하나, 일반 고무보트는 평평하다.


고속용은 골조가 졸라 단단하고 격벽 판도 바닥에 있어 안 구부러진다. 깨질망정. 그런데 40대를 모두 고속용으로 구할 도리도 없고 시간은 촉박하다. 고속용은 역시 전진과 턴이 우수하고, 일반 평평 고무보트는 모터 달아봤자 둔하고 자꾸 위로 튀며 턴도 노인네이며, 급하게 꺾으면 휘어지기도 한다. 일반 보트는 후미 격판에 모터를 바이스처럼 물리는 형태로, 원래 모터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엔간히 밑으로 쳐진다.


나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일반 보트가 가장 어렵기에 내가 잡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잠수함장 되는 거 아닌가 불안하다.


여긴 졸라 깊은 바다고 근본부터 값싸게 만든 뽀드는 졸라 허약하며, 여기서 빠지믄 나도 죽고 구하랴는 놈도 뒤져. 그것보다도 일반 뽀드는 지나가는 파도에 스무스하게 선수부터 선미까지 애들 브레이크댄스처럼 바닥을 마사지하고 지나갈 때 짜릿하다. 이런 거에 아까운 청춘들을 얹어놨다니.


중간에 군장과 장비가 워낙 무거워서 파도가 와도 뽀드가 좀 둔하게 반응한다. 중심이 강해서 좋기는 한데, 아무리 봐도 장비가 너무 많다. 내가 보기에 이것 역시 전시행정의 여파다. 만약 우리가 해변 초입부터 장애물지대에 막힐 경우 쓰라고 기다란 아시바 폭탄통까지 팀당 여러 개를 실었다.


노르망디 짝 날 수도 있다 이거지.


그러니 뽀드 홀수선은 밑으로 푹 담가져 있고, 속도가 훈련에 비하면 무척 떨어질 것 같다. 타고 있는 넘들 역시, 바깥으로 담근 다리 정강이가 보통 물이 차는 홀수였는데, 거의 불알까지 수평으로 오니 오싹할 거다.


즉, 뽀드 중간 바닥이 네덜란드처럼 땅이 수면보다 낮은 거다. 해안에서 몇 km, 읽는 당신이 봐도 불알이 간질간질 할 거다. 해면 바닥은 한 스무 길 되고. 모타를 안 켜서 그런 것이지만, 켜도 그리 높아질 것 같지 않다. 내가 보기에 장비 반은 버려야 한다. 언젠가 침수가 시작되고 물이 슬슬 들어올 거다.


내가 참가한 1지역대는 3파가 아닌 총 2파로 정리했고, 1파로 공격본대 1-2-3중대가 들어가고, 2파로 남은 4중대와 본부팀이 들어가는 방법으로 확정지었다. 그러므로 1파에 뽀드 6대, 2파로 4대다. 헌데 뒤에 오는 팀과 본부팀이 어리버리한 관계로 과연 우리가 내린 해안을 정확히 찾아올지 의문이다. 나는 없는 셈 친다고 생각했다.


어디 이상한 데 도착해서 목 잡고 니킥 날리고 있겠지. 지역대장도 교육단 교번 1번으로 전입해 온 사람이다. 하여간 간부들이라고 서로 말은 존나게 멋있게 나불거리는데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아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내가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말은 하지만 쓸 만한 놈들도 많다. 다행히 한원사 말고 유디티 수료한 중사 하나와 스쿠버 나온 중사가 둘 있었다. 말해 뭐하랴. 걔들은 내가 참가하는 지역대가 아니다. 그 지역대 해척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내가 참가하는 지역대는 슈트 입을 놈이 한원사 뿐이나, 키 잡고 있다. 그래도 당연 우리 3개 팀 1파에 해척 3명을 세우는데, 수영은 지역대에서 가장 탁월한 놈들이기는 하나, 뭐 그냥 운이 좋기를 바란다. 니들의 간땡이는 어떠한가.


난 3개팀을 모아놓고 마지막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내 말은 듣는 넘들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이 아니라, 좀 짜증 섞인 표정들로 일관했다. 옛날 같으면 칠판 앞에서 말하다 그대로 도약해 두발당상으로 찬 뒤에 분위기 한번 잡으면 좋으련만. 그랬다가는 내가 헌병대에 체포될 분위기다 요즘.


“잘 들어라. 지금 말하는 건 별로 기분 안 좋겠지만 그래도 너희들 살려는 거다. 장담하건데 해안에 닿을 때 뽀드는 거의 반쯤 물에 잠길 거다. 해안 가까이서 소리 내면서 물을 퍼낼 수가 없으니까. 물차면 속도 느리다. 저 비싸고 존나 무겁지만 단단한 외제 뽀드 외에는 어차피 다 겪는다. 뽀드 침몰로 죽는다 싶으면 추가로 실은 장비부터 버린다. 그걸 넘어서면 군장을 버린다."


"작은 백팩에 실탄과 폭약은 따로 담아 놓는 것이 좋다. 상륙해서 적을 크라브 마가로만 상대하고 싶지 않으면. 사고 혹은 뽀드 사망으로 물로 들어가면 총 버려라. 만약 무기가 없어 불안한 거라고 생각하면, 부무장인 권총과 실탄 - 그리고 대검을 최후까지 안 버린다고 생각하고 비닐로 싸고 허리에 묶던지, 군장을 급조도하 부유물로 만들자고 하는 넘들 있는데, 아이디어는 좋은데 가위차기로 바다에서 1km, 거기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능할 거 같애?"


"급조도하 부유물도 기본적으로 시간이 흐르면 다 침수된다. 짧은 거리에서만 그게 싱싱한 거야. 착용할 구명의도 몇 시간 지나면 구명의 아니다. 이 싸구려 구명의도 결국 몇 시간이면 점차 물 먹는다."


"구해줄 해군도 NLL 밑으로 내려가 밥 먹고 있다. 최악에서는 군화 빨리 벗어라. 아예 군화 끈 너무 강하게 묶어 놓지 마. 이런 이야기 교범에 없다. 여기가 주둔지라면 군장점 끌고 가 너희들 군화에 간부처럼 지퍼 사비로 달아주고 싶다. 최악 상황에서 양말 신고 물질하는 것과 벗고 물질하는 것도 다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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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 hi******
    작성일
    20.07.09 14:20
    No. 1

    작년 재작년 그 바닥 평평한 고무보트 몇차레 타야만 한 적 있습니다. 저만 반바지에 샌들. 다른 사람들은 우아한 차림, 곧 누가 어떤 대비를 했는지 차이가 났습니다. 보트 바닥의 짐들도 비닐로 꽁공 싸맨 제 것만 뽀송뽀송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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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지역대가 14 +3 20.06.26 1,830 4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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