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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0
연재수 :
3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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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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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3
글자수 :
2,009,395

작성
20.06.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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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2
추천
35
글자
8쪽

그대가 머문 그 자리 2

DUMMY

일단 통신대는 함부로 다 뺄 수 없었다. 작전팀들은 여단과 사령부 이중 통신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수전 장거리 교신이란 것은 저기는 되고 여기는 ‘이상하게’ 안 되는 경향이 있다.


각 여단 통신대는 후방으로 이동한 기지 근처 높은 산에서 여단 통신장비를 운영했다. 그러므로 여단 본부대, 경비소대, 특정대, 기타 제대 중에서 대원들을 선발해 중사 이상 부사관들이 분대장처럼 10명 단위로 편성되어 후위에 낙오하거나 은거한 적 차단 소탕작전에 나선 것이다. 여단본부에 하사는 희귀하다.


상사 원사가 분대장 - 부분대장은 상병 병장... 그런 구조가 되었는데, 명목상 이것이 소대가 되고 중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중위나 대위가 지휘관을 했는데, 본부대 장교 중 반은 지역대 생활 안 해 본 사람이었다. 주특기가 원래 비전투였던 사람들. 전투팀 근무한 장교들은 진급 때문에 주로 베레모 벗고 보병 전투부대로 간다.


그러나 여단본부의 소령 몇 명 정도는, 팀장 지역대장 다 경험하고 본부대 보직을 받은 사람도 있다. 아니면 다른 여단에서 그 보직을 하고 여단만 옮긴 경우. 그런 사람들은 여단에서 주로 3과 참모를 준다. 그들은 다시 몸 단련하고 사격연습하고 그러지 않아도 기본적인 적응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런 연차가 무거운 소령들 목표는 딱 하나. 어느 여단 상관없으니 특전대대장 한번 해보자.


김상사가 이끄는 보병분대 직속상관은 여단 수색소탕부대 지휘관 한소령이었다. 앞서 말한 바로 그 케이스 장교다. 한소령은 지역대장 하다 전쟁 나기 두 달 전에 지역대장 이임하고 여단본부로 올라왔다. 보병으로 가기를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중령 진급은 요원했다.


한소령이 이 상황에서 믿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대대 생활을 했던 부사관들인데, 나이들이 많았다. 한소령은 주로 김상사와 소탕작전 의논을 했다. 서로 지역대는 달랐지만 같은 대대에서 몸빵 한 경험이 있고, 서로 스타일이 다르지 않았다.


“소령님, 뭐 이번에 진급 기회 한번 잡아 보십쇼.”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진급 기회.”

“넘어가면.... 글쎄. 진급한 계급장 달러 돌아는 와요?”

“그런 얘기 말자고. 나 아직도 내 지역대원들 눈에 선해.”


“나도 훈련만 한 사람인데, 이번에 하전사 새끼들 좀 잡아보죠. 좆도 원사 달 생각은 별로 없지만. 원사들이 경례하는 거 짜증나서 달고도 싶죠.”


“잡아야지. 뭐라도 해야지. 아, 이게 뭐냐. 두 달 전이면 내가...하.”


“소령님 같은 사람이 대대장 해야 됩니다. 요즘 뭐... 까놓고 말해서 여단장은 좀 몰라도 대대에서 다 알아서 하잖아요. 문제는 대대장이 초짜일 때라구요.”


“진급은 진급이고. 그게 다가 아니야.”

“그럼 뭐요?”


“이봐 김상사. 당신은 안 그래? 난 말야. 실전에 못 나간 것이 억울해 죽겠어. 못 돌아올 수도 있겠지. 나도 진급 바래! 못하면 정든 베레모 벗고 완전히 나가야 되는데. 마음에 걸리는 건 그게 아냐. 내가 소위 때부터 지역대 대대를 돌아다니며 나름 특전맨인데, 이게 창피하게 뭐야. 남아서 하루 세 끼 취사반 밥이나 얻어먹고, 위에서는 지역대원들이 굶고 산타고 총 쏘고 목숨 거는데...... 열 불 나. 김상사. 우리도 해야 돼. 산 뒤져서 밥 값 해야지. 이게 뭐야 창피하게. 장교로 스쿠버까지 받았는데, 이게 지금 무슨 소용이야. 내가 너무 초라해. 안 넘어가서 다행이라고 하는 장교 보면 병신 될 때까지 밟아버리고 싶어. 이 경보병여단 잔당 잡는 일, 나 진짜 적당히 안 하지.”


“저도 까놓고 말하죠. 존나게 잡아서 조지고 진급도 하십쇼!”

“김상사도 아는 사람 많이 넘어갔지?”


“.... 어디 한두 사람입니까? 밥이 안 넘어가요. 우리 부대 상사가 뭐 고참입니까? 중간 따까리 정도죠. 저보다 고참인 지역대 원사들도 많이 넘어갔어요. 진짜 창피한 건 접니다 댐. 본부대 소속이지만, 아무리 누가 봐도 전 넘어갈 군번이죠. 꾸준히 운동해서 체력 누수도 없어요. 체육대회 때 본부대 달리기는 제가 반 책임졌죠. 다른 여단 애들이 나 보면 뒤에서 호박씨 깔 겁니다. 저 상사 고문관 아냐? 왜 남아 있지?”


“조건은 다르지만, 속에서 열불 나기는 똑같구만.”


“한, 열 놈 죽여야 속이 풀리겠어요. 제 동기나 근무한 대대 선후배들 지금 어떻겠어요. 많이 죽었을 거란 생각에 잠이 안 옵니다. 네! 창피해서요.”


사람 많이 안 다닌 곳의 건강한 수목과 여름 내내 자랐던 풀들. 여름에 못 느끼는 상큼한 공기가 코를 찌른다. 김상사는 점차 묘한 기분에 빠진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이걸 어떻게 애들한테 설명하나. 이 산은 김상사가 아주 오래 전 거부작전 훈련 당시 수통물 벌컥이며 다니던 산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수색하며 오르다가, 어느 순간 산길이 확 눈에 익기 시작했다.


‘이거 잘 하면... 옛날 비트 자리도 가겠는 걸? 내 생각에 저기 넘어가면 그 자린데...’


김상사는 사실 원사 짬밥이다. 오래 전에 후배 폭행사건으로 징계를 먹었고 그로 인해 언제 달지 아무도 모른다. 상사로 면역할 확률이 낮지 않다. 종종 신병? 원사들이 김상사에게는 간부식당에서 경례한다. 본부대에 올라온 것도 바로 그 폭행사건 때문이다. 야전전환으로 보병으로 넘어갈까 생각도 했고 상부도 허락할 분위기였지만, 아이들 교육 때문에 남기로 했고, 대신 대대를 떠났다. 야전전환하다 어디 강원도 떨어지면 기러기 아빠 된다.


‘자리’는 점차 현실화되었다. 하사 시절 비트를 팠던 자리가 정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대대 팀별 비트 경연대회. 그때 팠던 것. 원래 비트는 금방 떠날 때 잠깐 사용하는 반-비트와 은거지용 완전 비트로 구분된다.


그 다음 구분은 1-2-3인용 차이. 김상사는 뒤따라오는 김병장에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한 곳을 지시했다. 김병장도 웃는다. 올라오다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김병장은 놀라웠다. 어떻게 오래 전에 야전훈련 머물렀던 자리를 다 기억하지? 한두 군데 다닌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러나 군인에게 야전훈련이란 끊임없는 육체적 고통과 허기와 피로를 유발하는 것으로, 모든 훈련은 강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


요즘은 비트 파는 훈련 거의 안 하지만 예전에는 겨울에 전술종합 나가면 파지 말라고 해도 팠다.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면 기온 따뜻해진다. 텐트만 치는 바깥보다 기온이 훨씬 높다. 가을만 되어도 대형 반 비트 파고 그 위에 텐트를 지붕처럼 얹는다.


북한군도 명칭 똑같다. ‘삐뜨’. 부대에서는 예전 강릉 무장공비사건 비디오를 1년에 한번은 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김상사는 북한 정찰조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비트가 흥미로웠다. 건축하는 사람들이 피부로 체험하지만, 흙은, 일정 공간 파내면 생각보다 분량이 무척 많아지고, 그 흙으로 그 자리를 메우면 이상하게 흙이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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