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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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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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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고무보트 4

DUMMY

열거한 해상침투 단계마다 수십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유보계획은 치밀해야 하며, 돌출해 나타난 문제와 유보계획이 맞물리지 않을 경우, 반드시 사람이 죽는다.


바다에서 2개 팀 뽀드 네 대가 아무런 불빛 없이 무선침묵으로 정확한 곳에 모두 상륙하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다. 그러한 앞사바리 LST 같은 것이나, 명칭은 까먹었지만 앞사바리가 없어서 함 옆 기중기로 내리는 형태도 내가 경험을 했으나, 어둠이 내리고 진짜 교리대로 시작하려면 많은 고안과 고려가 있어야 한다.


내가 경험한 중사 시절로 보면, 네 대가 규합해서 해안 정확한 지점을 찾아 GO! 일단 다이아몬드 형태로 가는데, 그 선두 보트의 키잡이가 등에 지(gee)-라이트를 달아 꺾었다. 대형 유지하려고 급하게 꺾다가 전복된 것도 봤다. 해상훈련 최종 전술훈련은 해안에서 대대본부나 여단본부가 지켜본다. [보이긴 뭐가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순간 뽀드가 해안을 못 보고 돌면, 모래사장에서 지라이트가 보이는 결과로 욕 엄청 먹었다.


육지? 기상 나쁘면 저게 땅인지도 모른다. 수평선이란 존재가 사라지고 뽀드가 우주에 둥둥 뜬 기분이 든다. 나침반만 보면서 가는 거다. 우리가 뭐 요트클럽이나 취미로 항법 공부한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바닷가 포말이 안 보인다.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고 나미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거다. 산에서만 도는 게 아니다. 산은 잠시 앉아서 쉬기라도 하지, 바다에서 고무뽀드로 완전군장에 쉬는 건 네덜란드 소년이 주먹으로 댐을 막으라는 소리다. 뭐 괜찮네 하고 아무 생각 없다 문득 보면 벌써 물이 차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다시 문제를 조율했다. 당시 아우드모터는 프랑스제 쪼디악으로, 고속이 가능하면서 대신 뽀드 선수가 졸라 높다. 거기 선두에 앉은 놈 등에 지라이트를 달아 진수와 동시에 꺾어 밝히고, 그 뒤에 천을 덮었다. 그래서 그 옆에 있는 놈이 한 1분 간격으로 천을 들어 지라이트를 들어 뒤 뽀드들에 보였고, 쪼디악 앞에서 대가리 내밀고 있다가 육지가 어딘지 모르면 일단 지라이트 개방을 삼간다.


즉, 이런 애매한 거 하나에도 정말 고심하지 않으면 불귀의 객이 될 수 있다. 만약 고무뽀드가 바다에서 여섯 시간 동안 안 나타나면 그건 침몰한 거다. 살려면 중간에 수통컵 같은 거 하나 두고 계속 물을 밖으로 퍼내야 한다. 그런 건 영화에 안 나오니까. 그리고 영화보다 모타 소리 존나게 크다. 대형 마후라 달린 양카 두 대 옆에서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터를 끌(off) 때는 육지가 식별이 확실하고 이따만해 보일 때 끄는 게 아니다. 훨씬 전에 꺼서 노로 존나게 저어야 한다. 해안에 튀어나온 지형 있으면 반드시 초소 있고 모타 소리 전체 해안보다 훨씬 잘 들린다. 튀어나온 지형을 기점으로 모터 끄는 시점을 잡아야 한다. 그럼 놋대가리 삽질 거리 존나 늘어난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이 좋다. 기상 개 같고 바람 파고 높으면 침투자도 위험하지만, 해안에서는 침투자에게 엄청 유리하다. 그럴 때 한참 더 가서 모타를 꺼도 해안에서 못 듣는다. 바다에서 해안까지 한 1km 저어보라. 노를 한 번 저을 때 1미터 나간다고 하면, 바다는 열 번을 저어도 1미터를 못 나갈 때가 있다.


어떨 때는 밀려 더 바다로 나가 있다. 팔이 떨어져 나간다. 물론 고참이 되면 힘이 아니라 율동으로 젓는 것이지만. 지도만 볼 줄 알고 물살 모르는 사람이 뽀드 키 잡으면 놋대를 키잡이 용천 혈자리에 사용하고 싶어진다. 그러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이 고갤 드는 게 바다다.


대대에 내려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짭밥 코 흘리던 것들이 애매한 웃음으로 날 멀리하면서 몇 지역대 몇 중대 가보세요 이런다.


“새끼야, 내가 중대 교육을 왜 시켜. 지역대 모아서 시켜야지. 내가 팀원이냐? 일단 해척하고 인명구조 명단 줘봐. 유디티 있냐? 지역대 별 임무 대략적인 거 주고. 우리 원사특전단 구라쟁이들 배분하게. 너 이 개새끼, 나랑 술 먹은 게 한 7년 된 거 같다. 아차차차차.... 너, 니가 유디티 나왔잖어! 중사 시절 그 수당으로 화려한 밤 생활을 즐긴 너 같은 새끼가 왜 대대본부에서 지랄이야. 알았어. 지역대장들에게 말해서 너를 팀원으로 끌어주마. 너를 안캐패스의 영웅으로 만들어줄 거다 반드시. 아쭈 서류 들고 폼이 나셨어. 행정학교 분위기야. 아직도 유디티 수당 받아먹지? 어째? 오늘 저녁? 오랜만에 짜옹 좀 볼텨 어쩔텨...”


그러나 대대 각 지역대 목표를 받아든 나는 그대로 굳었다. 이거 미친 거 아냐? 미몽에서 깨어나 현실감이 나를 사로잡는다.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독수리훈련 침투를 하듯이 현장에 서 있는 듯 모든 것을 상상하며 체험하며 내용에 말려들었다. 마지막 순간의 결론. 누가 여기서 살아 돌아올 것인가...


모든 농담이 뒤로 사라지고 개 같은 유머가 빛을 잃고, 그저 몇 마디 중요한 것만 전수하면 된다는 내 생각이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행동이었음을 깨달았다.


간추린 내용은 이러하다. 이 작전은 원래 전시작계에 없던 것이다. 있기는 있었으나 그건 육군이 아니라 해군이었다.


목표는 정확히 북한군 특정 해안 해안포. 문제는 이것이 함대지 미슬로도 파괴하기 힘든 것이며, 그런 구형 포 하나에다가 수십 억 짜리 미슬을 쓰는 것도 문제다. 터널포가 한두 개가 아니니까. 그 구형포 정확도가 아무리 낮다 해도, 북한의 특징, 개떼로 마구잡이로 갈긴다는 것. 아무리 그래도 포는 조준기가 달려 있고, 우리처럼 최신형 디지털+광학 조준기가 아니라도 포탄은 포탄이라는 것이다.


우리 해군이 개전과 동시에 북한해군을 제압할 것은 뻔했고, 요점은 해군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미군 항모가 공해상에 들어오면 북한 해군과 공군 모두 항공기나 함정을 실탄 소모하듯이 대항하던지 아니면 옥체 보전하면서 후세인처럼 숨겨야 한다. 북한 잠수함이 우리 함정 몇 척은 침몰시킨다고 해도 말이다.


북한 잠수함이 우리 최신 전함 들이받는 카미카제 할까봐 걱정이다. 예전 천안함 사건 났을 때, 어느 보수 신문에서 인간 어뢰 개념을 기사로 썼다. 대한민국이 웃었다.


웃겨?

정말들 웃기십니까?

우리들은 웃지 않았다.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 모든 해괴한 카미카제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그 기자가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 관심도 없지만... 그런 개인 조종 어뢰가 정말 존재한다면 북한은... ‘분명히’ 하고도 남는다. 자손대대 국가영웅 가족 대접 받는다. 북한 인민 서열 분류 1~3호까지 껑충 뛴다.


우리 부대에도 왔었던 북한 정찰국 해상 쪽 말을 들어보면 해상여단인 우리가 들어도 입이 벌어진다. 거긴 훈련이 실전이다. 훈련하다 많이 죽는다. 훈련 같은 훈련이 존재하지 않는다. 안전팀도 없다. 드라이슈트와 렁 외에 실 휴대 군장/병기 20kg으로 몇 킬로미터를 단독 혹은 3인조로 잠영한다. 이게 어떤 건지는 나조차도 상상이 안 간다.


동해는 해상침투가 뭐랄까. 서해와는 다분히 양면적이다. 어디가 낫다 말하기 전에 조건이 천연적으로 너무나도 다르다. 그러나 서해가 서로 간에 위험하기는 더 확실하게 그렇다. 특히 휴전선 부근은 동일한 요새화가 되었으나, 서해는 연평도 등 아군 점령 도서 때문에 훨씬 더 위쪽까지 해안 무장과 요새와 경계가 아주 길게 북쪽으로 유지된다. 지역특기실 폐쇄 임무 연구할 때 많은 것을 본다.


해안포는 당연히 터널화 되어 있고, 이런 곳에는 당연히 전문부대인 유디티씰과 해병수색대 등의 목표가 된다. 아님 만포개발단이라도. 그러나 해병은 적어도 2개 연대에서 1개 사단이 결정적 역할(노르망디)을 하려고 보안이 유지된 채 포석을 깔고 있고, 내가 모르는 혹은 전혀 예상치 못하는 지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며, 어쩌면 해군 특수전전단도 조력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 작전계획을 읽고 내가 경직된 또 다른 이유는 간단하다.


퇴출계획이 없다.


1개 대대를 해상으로 퇴출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다. 내가 작전 기안자라도 타격 후 퇴출하다 우리 해군함정을 잃을 확률이 높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른 여단들의 목표와는 달리, 여기서 타격하고 그래도 좀 일정 병력이 숨을 산악 비스무레한 곳까지.... 가깝지가 않다. 그냥 멀다.


그 일대는 개전될 경우 북의 전력이 집중될 구역임도 분명하다. 우리가 오랫동안 아는 바로, 북은 이 서해안의 복잡한 지형에서 역으로 우리 휴전선 남쪽 해안을 강타하는 기습전을 염두에 두어 왔다. 공기부양정은 보너스. 이러다 바다에서 만나는 거 아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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