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03 12:00
연재수 :
369 회
조회수 :
221,390
추천수 :
6,908
글자수 :
2,019,328

작성
20.07.03 12:00
조회
1,479
추천
33
글자
7쪽

고무보트 2

DUMMY

이 나이에 내가 밀어?


신삥하사들이 힘이 좋기에 시켰더니, 밀다가 밑으로 빠져 익사해 죽는다는 공포 때문에 순간 겁을 먹은 것이다. 소총에 탄창 수류탄 이빠이 장착한 특전조끼 상태로 빠지면 전투수영이고 좆이고 꼬르륵이다. 그래서 군화와 양말은 올라타서 신으라고 하고 뽀드에 뒀다. 하긴 보는 나도 섬뜩했다. 왜냐?


이 모든 것이 완전한 어둠 속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해상훈련 종료 이틀 전 정도에 전술훈련을 하는데, 보통은 박모 시점에 하고, 어쩌다 주간에도 했고, 완전 어둠 속에서 한 경우도 있었지만, 훈련이니까 그래도 LST 앞사바리 근처에 조명을 켜준다.


지금 조명 켰다가는 북조선공화국 해안포에 맞아 뒤진다. LST는 바닥 평평해서 뭐 속도 존나게 느리지, 턴도 잘 안 되지, 무기라고는 20밀리 발칸과 기관총 몇정이 전부인데, 그 화력으로는 북한의 가장 작은 전투함에도 위험하다.


후레시에 빨간색 필터 여러 개가 모든 조명이니, 뒤에서 미는 하사 놈들이 체력 특급에 탑팀 소속이라도 가슴 졸라 쪼이게 되어 있다. 아니, 깊은 밤바다에 완전군장에 국산 뽀드 타고 떠 있는 것 자체가 제정신으로 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얼굴에 커먹칠을 해도 그 공포가 내 눈에 보인다.


공수부대 짬밥대로, 나는 키잡이와 모터를 맡고 뒤에 있는데, 이 하사 중 하나가 내 대가리를 치면서 점프해 들어왔다. 평시 같았으면 앞바다가 떠나가도록 ‘야이 새끼들아 뒤질랴고 환장했냐! 어디 고참 두상을 걸구치냐!’ 악다구를 썼을 것이지만, 지금은 매우 상식적으로 조용해야 하는 시간.


훈련이 아니니 지켜보는 안전근무 보트도 없고, 난 내 뽀드가 침몰하지 않을까 그게 더 걱정이다. 그리고 이 순간이 오기까지 무슨 삼류 드라마도 아니고 참 다사나난 했다. 다사다난 했어. 사람이 가랑이로 걸친 뽀드 바깥을 제외하고, 그 중간에 적재한 각자 군장과 전투물품은 분량이 너무나도 엄청나다. 뽀드를 일단 접안 시킨 다음 누구 시켜서 노무자 몇 명 불러야할 지경. 이게 대체 목숨 걸고 뭔 상식 이하의 지랄인지 모르겠다.


올라탄 녀석들에게 옛날처럼 퍼부으려다 정신을 차렸다. 이 애들 데리고 작전해야 하니까. 게다가 하나는 자세히 보니 중사다. 내 나이가 되니 뭔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영내에 있는 어리버리와 영외거주 어리버리. 존나게 미안한 모양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간간히 내 눈을 살핀다. 안 되겠다. 내 업무수칙에는 어긋나지만 조용히 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배 떴으니까 됐어. 수고했다. 뽀드 안! 모두 몸 돌리지 말고 귀만 들어. 내 경력으로 백사장까지는 내가 해준다. 선수 첨병 GPS 켜고. 다른 뽀드 기다려서 규합한 다음, 고 할 준비하라. 지금은 사주경계 총 들고 폼 잡을 필요 없어. 중기관총 달린 경비정 나타나면 쏴도 안 통해. 그냥 편하게 있고, 키잡이나 선수 첨병도 다 못 보는 게 있거든? 그러니까 규합해서 갈 때 옆 뽀드 잘 주시하다가 이상하게 멀어진다 싶으면 날 툭 치고 가르쳐줘. 무전기 벙어리 타임이니까."


"아무리 전시라도, 깊은 바다에 오래 있음 위험하다. 우리가 사는 길은 일단 젖은 발을 땅에 디뎌야 돼. 여차 하면 내 독단으로 내가 고 결정할 수도 있다. 긴장 풀어. 진짜 긴장은 발 디딜 때부터고, 해상에서는 운이야. 큰일 없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앞에 해척. 잘 들어. 진짜는 너희들부터야. 니들 어떤 경우 그 스쿠버 나이프로 사람 배때지 쑤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돼. 영화가 아냐. 진짜 담가서 죽여야 살어. 알지? 모두 밖을 보면서 몸을 어디 기대고 힘 빼. 아직 본 게임 아냐. 선수 첨병 고글 켰어?”


“점등했습니다. 잘 보입니다.”


“넌 몸 돌려서 뽀드 진수되는 거 봐. 거기 첨병도 진수해서 노 젓기 시작하면 고글 켤 거니까 니들이 수기신호 잘해야 돼. 첫 임무는 고글끼리 수기신호로 뽀드가 일단 잘 모이는 거야. 거기서 잠시 아가리로 의사교환하고 진짜 출발한다. 시간 없어. LST는 2파 진수 끝나면 곧바로 튈 거다. 그때부터는 돌아갈 곳도 없고, 무조건 해안이다. 적 간파 시 함으로 돌아가는 거 내가 보기에 나가리다. 어이 중사 녀석. 살려줄게 담배 하나 찔러 봐.”


“아니 지금 여기서 담배를 피우시면 어떡합니까?”


“불빛 안 새게 다 되어 임마. 큰 작전 앞두고 담배 안 피우는 놈들은 전사한다. 왜 그런 줄 알아?”


“왭니까!!!”

“긴장해서 병신아.”


나는 군장을 덮은 방수포로 머리를 디밀어 불을 붙이고 소총 권총손잡이에 담배를 넣고 빨며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본다. 여기가 북한이야? 내 원사 말련에 진짜.


어느 틈에 보니 중사도 권총손잡이를 빨며 연기를 뿜는다. 붙임성이 좋아서 웃는 건지, 진짜 담배 안 피우면 뒈진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긴장도 풀 겸 담배 한 대 피자는 건데 병신. 고참은 널부러질 때 널부러질 줄 알고, 힘 쓸 때는 최소단위로 반짝 쓰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하여간 쓸 만 할려면 상사는 달아야 돼. 근데 쓸 만하면 다 나가지.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건지. 하여간 난 접안하면 뽀드 감시다. 체력도 없어. 총은 영점사격 없이 90% 20년. 쏘는 거야 뭐. 사람 쏴 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하늘.... 좀 더 흐려주고 가랑비 좀 뿌려주면 안 되겠니? 게릴라 잔칫날 만들어주면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감사하고. 그나저나 한원사 녀석 진수했나?...


우리 근처에 도깨비 같은, 법당도 있고 낙정대도 있고 우리보다 다소 군기도 빠지고 재미있고 살만한 여단이 있었지만, 우리는 뭐랄까 좋은 말로 터프했고, 또한 사령부 휘하 유일한 해상침투여단이었다. 여러 여단에 해상침투대대가 있기는 했으나 여단은 유일했다. 넘의 여단 뽀드를 보면.... 참 가난도 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물자로 치면 진짜 해상 쪽 치장장비 물품 많은 여단이었다. 해상장비는 너므 여단 걸레 같은 거 쓸 때, 우리 건 신삥 넘쳤지. 그런데 90년대 중반에 뭐 여단을 줄이느니 어쩌느니 말도 많았고, 어느 여단이 없어진다더라 풍문도 많았지만, 강릉 이후 말이 잠잠해지더니, 결과적으로 개피 본 것은 우리 여단이다.


뭐 외국으로 나가는 아해들 훈련시키는 부대로 변했고, 변변한 대대는 하나로 명맥만 유지했다. 그래서 전쟁 일어나기 직전에도, 일어난 직후에도, 우린 과연 뭘 하나 의문이 들었다. 쌈빡한 완빵 여단들은 뭐 어디를 간다더라 어쩐다 그러는데, 우린 뭐. 대대 하나 딸랑으로 뭐하냐? 대비정규전 특수8군단 잡으러 다닌다는 말도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함경도의 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고무보트 12 +1 20.07.17 1,072 29 14쪽
29 고무보트 11 +1 20.07.16 1,082 23 12쪽
28 고무보트 10 +1 20.07.15 1,125 25 10쪽
27 고무보트 9 +1 20.07.14 1,114 29 10쪽
26 고무보트 8 +1 20.07.13 1,156 29 9쪽
25 고무보트 7 +1 20.07.10 1,217 30 9쪽
24 고무보트 6 +1 20.07.09 1,277 31 7쪽
23 고무보트 5 +3 20.07.08 1,272 28 8쪽
22 고무보트 4 +3 20.07.07 1,364 35 10쪽
21 고무보트 3 +2 20.07.06 1,344 32 8쪽
» 고무보트 2 +2 20.07.03 1,479 33 7쪽
19 고무보트 1 +2 20.07.02 1,726 32 9쪽
18 그대가 머문 그 자리 3 +2 20.07.01 1,667 36 8쪽
17 그대가 머문 그 자리 2 +3 20.06.30 1,729 36 8쪽
16 그대가 머문 그 자리 1 +1 20.06.29 1,939 40 7쪽
15 지역대가 14 +3 20.06.26 1,817 46 8쪽
14 지역대가 13 +2 20.06.25 1,795 43 8쪽
13 지역대가 12 +4 20.06.24 1,800 39 8쪽
12 지역대가 11 +2 20.06.23 1,929 37 9쪽
11 지역대가 10 +2 20.06.22 1,966 39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