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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17 12:00
연재수 :
3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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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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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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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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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어떤 이의 꿈 3

DUMMY

부대 작계 상 D+2일 섹터 온 사방이 뒤집어졌다.


남조선 기습부대가 왔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이날 밤, 열다섯 개도 넘는 곳에서 습격과 파괴와 많은 폭발이 일어나 대지가 진동하고 아무도 잠들지 못했다. 그 일대에서 그런 일은 초유였다. 그들은 남조선 비정규전을 과거 빨치산으로 착각했다.


일대는 혼란에 빠졌다. 경험한 적이 없는 상황-경우였기 때문이다. 일대 교도대와 준군사조직이 24시간 대기로 들어갔고, 산중을 향한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편중령이 보기에 그들의 수색작전은 어설펐다. 남쪽에서 일어난 일과 아주 똑같았다.


반비트로 숨어든 대대원을 그저 산 올라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대충 지나쳤고, 도피탈출하다 중간에 뒤돌아서 자동으로 엄청나게 긁자 떠나고 10분이 지나도 적은 엎드려 있었다. 분명 수준은 전연(전방)에 비해 떨어졌다. 편중령의 대대도 피해를 입었다. 그들은 사살한 편중령의 대대원을 도로와 마을에 전시하며 광고했다. 남조선 괴뢰를 잡았다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동시다발적 타격작전이 일대를 다시 한 번 흔들었다. 전선과 먼 이들에게 야밤 읍내에 수류탄 서너 발이면 발칵 뒤집어진다. 그런데 다시 동시다발적 공격이 여기저기서 일어나자 적 지휘관들도 당황한 것 같았다. 어디를 먼저 가서 소탕하고 진압해야 하나. 바로 그때, 근처 산에서 불타오르는 광경을 보며 편중령은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야. 이런 거 잘 모르는구나?! 너희도 점차 적응이 될 거야. 밤잠 한 보름 설쳐봐. 훤한 점심 때 헛것이 보일 것이다. 밤에 폭발 환청이 올 거다. 우린 그대로 돌려주는 거다. 너희들이 적응되어야 본격적인 게임이다. 그때부터가 진짜 레이스지.


물론 우리도 머물지 않고 발전한다. 실전이니까. 공포의 밤과 불온의 시간들, 집 밖에 나가기 두려워지고, 어둠이 내리면 다가오는 그림자들. 두려움에 떨게 하는 작은 발자국. 그게 너희들이었고 이제는 우리다. 우린 조선중앙통신이 말하는 것처럼 소탕되지 않아. 그리고 아군 시신을 학대한 너희들 재래식 고정관념에서 나온 죄는 꼭 기억하마.’


그때부터 밤이 되면 적은 움직이지 않았고, 불필요하게 서너 명 돌아다니다 죽어서 발견되면 사자가 가졌던 총 실탄 수류탄 대검은 사라진다. 대대에는 대검으로 무성처리한 경험들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대장 명을 거역하고 몇몇 중대에서 아군 시신 학대에 대한 보복으로, 처리한 적 시신을 마을 입구나 도로 옆 나무에 걸어두었다.


그들이 먼저 아군 시신을 훼손하고 침을 뱉고 부패할 때까지 전시했다. 적 시신을 본보기로 전시한 팀은, 바로, 앞서 동료 시신 모욕을 산에서 조용히 눈으로 봤던 팀원들이었다. 형 동생 같은 가족을 죽이고 시신을 학대한 거다. 편중령은 이 일로 그 팀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그 뒤로 그런 고의적인 행동은 사라졌으나 이 사건의 여파는 저쪽에서 매우 컸다. 밤에 아무도 걸어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야간에 아니 돌아다닐 수가 없다. 그들 입장에서 항공! 때문에 모든 보급대열은 야간에 헤드라이트를 끄고 다녔는데, 마을이 고요하게 숨죽이고 깨어 있자 바로 이 차량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마을에서 증원 병력이 나오고, 바로 그런 혼란 속에 다시 들어가 본보기 건물이나 시설을 때렸다. 이때부터 팀 첨병들은 노획한 적 군복과 총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둔지나 대규모 군락지에서 밤에 꼼짝도 안 하자, 습격팀은 그들이 구하러 나올 때까지 대놓고 도로에서 총질하며 보급품도 노획했다.


그러자 이제는 밤에 유동도 없고 차량대열도 이 일대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쫓아가서 습격하기 시작했다. 비정규전은 당하는 자는 힘든 법이다. 차량 대열을 직접 습격하지 않아도, 적외선 조준경으로 트럭 운전석의 두 명만 저격해도 난리가 난다.


둘만 저격하고 떠나도 챠량 대열은 정지하고 한동안 게릴라 떠난 빈들에 공허한 총질이 이어진다. 어떨 때는 며칠 밤 조용하게 보내준다. 그러면 또 도전적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허점이 보이려는 시점에 공격한다. 어려운 전술도 아니고 손자병법에도 다 나오는 전술이다.


그리고 이제, 편중령은 1지역대의 통합타격을 맞이했다. 1지역대장 작전계획을 듣기만 하고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이미 전쟁 전에 수도 없이 들었던 것이기도 하고.


선두에 북한군복과 보총에 칼을 두 자루 이상 소지한 첨병조가 나가고, 그 다음 가깝게 따라가는 역시 북한군 복장 K-7 사수 한 명, 이어 본 타격조 나가고, 그 다음 지휘/지원조가 나갔고, 이어 대대장조 3명이 나간다.


대대장은 지휘/지원조로 가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지역대장에게 부담 같았다. 타격조는 폭파주특기가 지뢰나 포탄을 목표로 대형 연쇄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1지역대 타격인원은 대대본부에서 파견한 보충병력 포함 32명. 맨 뒤 세 명을 포함하면 35명. 보병으로 치면 소대급.


관측정찰은 이틀간 주야로 수행했다. 작전 승패는 이 이틀 간 지켜본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측정찰이 모든 성공을 가늠한다. 위성사진 그런 거 그냥 참고사항일 뿐이다. 직접 가서 봐야 한다. 이틀 동안 이 관측정찰을 수행한 것이 맨 앞에 가고 있는 적성복장 첨병조다. 지역대장은 상황이 ‘완벽’할 경우 필요에 따라서 ‘취사물 취득’이라는 부가사항을 달았다. 지역대원들은 소를 끌고 가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의 목표는 단순하다. 은거지에서 16km 거리 적 임시 보급창. 위성사진에도 없던 것이다. 행군거리는 문제가 아니었고, 산을 내려가서 그 보급창까지 평지에서 도달하는 것이 더 문제였다. 최대한 산악과 능선을 타고 이동했지만, 적어도 산악이라고 부를 능선에서도 평지 3km는 들키지 않고 이동해야 한다. 적 경계태세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일대는 남조선 게릴라 부대를 눈 부릅뜨고 출연에 불안해한다......


편중령은 어느 순간, 앞으로 멀어진 작전장교의 충고를 넌지시 멀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눈치를 채고 있던 것은 김중사였다. 지휘/지원조가 저 앞으로 멀어지고 김중사가 적당한 장소에서 정지했는데, 순간 대대장이 어깨를 툭 쳤다. 돌아본 김중사의 눈에는, 대대장의 수상한 미소가 보였다. 그 미소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김중사는 곧바로 표정이 굳었다. 그러나 몇 초 지나지 않아 김중사의 눈에도 무언가 결심하는 듯한 미소가 서서히 떠올랐으며 고개를 한 번 끄떡했다. 뒤에 따라오던 이상병은 차분한 표정으로 모든 걸 바라보았고, 유일하게 딱 한 마디 입을 열었다.


“작전 무전기 일단 수신 안 되는 걸로 하겠습니다.”


우린 모두 꿈을 가지고 있다.

모순된 것일지라도...

타인이 비웃을지라도...

제한된 공간 속의 몸부림일지라도....

현실 속의 영원한 결핍 때문일지라도...


중사는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바를 하는 그런 꿈을 꾸었고,

상병은 눈으로 봐온 전사가 자신도 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를 희망했고,

중령은 멀어져버린 중위 시절의 젊음과 특수전 실전을 꿈꾸었다.


어쩌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제한된 공간 속의 결핍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의 만족도 그 제한된 조건 속이다. 우린 세계 평화를 꿈꾸며 침대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란 조건에서 행복을 위한 방법을 찾는다. 군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래도 진급을 생각하며, 파란 견장을 원하며, 그것을 통해 자기 인생의 작더라도 의미를 찾고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전장에서 평시의 가치들은 무의미해진다.


그럼 무엇이 남을까?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아마 본능이란 것은 반드시 뚜렷하게 드러날 거라고 우리는 상상한다. 공포와 살고자하는 본능이 확대될 수도 있다. 딱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도록 군인은 반복된 훈련을 받는다. 훈련한 그 행동을 하면서 생각을 하던 본능을 찾던 하게 되어 있다.


훈련은 가혹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확함은 모든 부대에서 완벽하게 만들 수 없다. 그 다음은 뭘까? 어쩌면 세뇌다. 모든 군대는 군인을 세뇌한다. 가치를 군사적인 것으로 설정하도록 정신을 빠르거나 느리거나 강압적이거나 편하게라도 개조한다. 그걸 이상하다 생각하는 사람의 말도 믿을 수 없다. 이상하다 말하는 사람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더 올바른 것을 주장한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본능. 본능은 어디서 어디까지인가.


말수가 적고, 자기 단련에도 애쓰는 편중령. 대대원들과 똑같이 운동 팬티 하나만 입고 대대원들 바로 뒤에서 전력질주로 한 시간 뛰고, 대대 막사 옆의 (전형적인 군대식) 야외 휴게실에서 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는 것은 주변 모두에게 익숙하다.


편중령은 전형적인 무인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특수전부대에서 소위부터 시작해 대대장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르면 오를수록 알 수 없는 중압감은 점차 커져갔다. 편중령은 군대가 잘 맞는 편이었고 이 부대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보병부대에 너무 무지하다 .


그러나 중령 주변을 떠도는 공기는 점차 사회적으로 변해간다. 대대장 네 명 중에 한 명이 대령으로 진급한다고 치면, 가장 전투력 좋은 대대 대대장이 진급하는 것이.... 어쩌면 아니다. 우리나라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상투적이라도 모두 안다.


편중령에게 대령이란 계급은 정말 먼 나라다. 편중령은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다. 이 부대에만 있어서 그런 점도 있다. 격식 없고 어떤 육체적 전술적 고난에도 침 한 번 뱉고 모두 버티지만... 점차 올라갈수록, 비슷한 연차 임관자들과 비교되는 사회생활이었다. 애초에 상급자에게 입에 발린 말 한두 마디도 내뱉지 못하는 성격에, 무엇을 부탁도 못 하는 성격이다. 자신이 육체적으로나 멘탈로 정말 강하다는 것을 ‘그’ 사회에서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사회를 버리고 군대에서 더 올라갈 수도 없다. 군에 계속 있으려면 그걸 해야 하는데 말이다. 현재 여단장은 편중령과 대대를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신뢰한다. 여단장은 중령의 대대를 선봉대대라고 생각한다. 딱 한 대대를 중요한 곳에 보내라면 당연히 편중령의 대대다. 여단장이 고과도 적게 줄 리가 없다. 그래도 진급의 보증은 없다. 자신도 사회적인 본인을 안다. 밑의 참모들은 거 높은 데 놀러가서 술도 한잔 하고, 사람도 사귀라 말하고 싶으나, 대대장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감히’란 조건이 붙는다.


편중령은 군대를 사랑하고 그 어떤 부족함을 느끼지도 않는다. 결혼을 늦게 해서 아이는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했다. 진짜 중압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장교는 진급도 중요하지만, 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자신이...


남자임을 어떤 계기로라도 실행하는 것이라 보았다. 진급은 북으로 오는 것에 전혀 조건이 아니었다. 누구나 공을 세우고 진급에 가산점을 받는다. 그런데... 남자로써... 대망의 꿈을 품었던 소년에서 청소년에서 군인으로 가진. 무장의 꿈. 어쩌면 그는 과거 칼과 창을 들고 말에 올라 적진을 향해 달려가며 기를 꺾어버리는 그런 것에 맞는 사람 같다.


그 중압감을 사회적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군을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무장의 꿈으로 충돌하고 싶었다. 자신보다 더 똑똑하고 큰 부대 운영을 잘하는 동일 계급이 무수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대령과 연대장이라는 별자리로 가는 지름길에서 자기보다 우수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안다.


이 부대를 떠나면 새로운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걸 안다. 다 알지만... 다 이해하지만... 마음이 답답하다. 호전론자도 아니고 전투에 애가 타는 어설픈 용기도 아니다. 전쟁은 전쟁이지만, 군인으로써 사령부에서 내려준 목표와 작전활동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것뿐이다.


다만, 옛날 만주 땅을 달리던 고구려 무사처럼, 병사들에 앞장서서 반월도를 돌리며 적진을 향해 나가는 그런 형태에 마음이 동한다. 적 대형 중앙을 뚫고 길을 내는 노도와 같은 장수... 장수... 무리를 향해 말타고 칼 돌리며 돌진하는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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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의 꿈 3 20.09.14 625 24 13쪽
70 어떤 이의 꿈 2 20.09.11 670 23 17쪽
69 어떤 이의 꿈 1 20.09.10 701 27 13쪽
68 반사 굴절 회절 3 +1 20.09.09 676 21 14쪽
67 반사 굴절 회절 2 20.09.08 675 22 15쪽
66 반사 굴절 회절 1 +1 20.09.07 743 22 14쪽
65 후미경계조 5 20.09.04 705 28 11쪽
64 후미경계조 4 20.09.03 691 24 9쪽
63 후미경계조 3 20.09.02 702 23 13쪽
62 후미경계조 2 20.09.01 716 22 13쪽
61 후미경계조 1 +5 20.08.31 786 24 11쪽
60 선처럼 가만히 누워 5 +3 20.08.28 799 24 12쪽
59 선처럼 가만히 누워 4 20.08.27 730 24 11쪽
58 선처럼 가만히 누워 3 20.08.26 733 24 11쪽
57 선처럼 가만히 누워 2 20.08.25 792 20 12쪽
56 선처럼 가만히 누워 1 20.08.24 869 27 11쪽
55 Rain 6 20.08.21 815 24 14쪽
54 Rain 5 20.08.20 760 24 11쪽
53 Rain 4 20.08.19 759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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